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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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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10g | 133*200*15mm
ISBN13 9788954678933
ISBN10 895467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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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실화 _007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_037
신년하례 _065
699.77 _095
곳에 따라 소나기 _121
싱가포르 _147
어쨌든 하루하루 _177
이인제의 나라 _203

해설|권희철(문학평론가)
아무것도 아닌 것, 아무것도 아닌 것 _229

작가의 말 _251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일본에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이드 선생의 게르마늄 목걸이 예찬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뻔한 상술이지, 저거 하나 팔면 몇 프로나 받아갈까, 이래서 패키지여행은 오기 싫었다니까, 하면서도 자꾸 듣다보면 가이드 선생의 진정성 있는 추천사가 마음에 걸리고, 어쨌든 과학적으로 효과는 증명됐다고 하니까(논문도 있고 하여튼 과학자들이란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들일 텐데 그 사람들이 좋다고 했다니까) 게르마늄 목걸이란 것이 면역력 증진과 자연치유력 복원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다. 고향에 계신(정기는 서교동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님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전 같지 않게 한번 술을 마시면 사흘이고 나흘이고 끙끙대며 숙취로 고생하는 자신의 모습도 되돌아보고, 아무래도 우리는 현대인이고 하다보니 게르마늄 목걸이 하나쯤 있어야지 싶다가도 만만치 않은 가격을 들으면 선뜻 손이 가지 않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현수는 생각했다고 한다. 온 국민이 부담 없이 게르마늄 목걸이 하나쯤은 차고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 pp.11~12 「실화」

김민희씨는 피아노에 기대 쉬고 있던 트럼펫 주자에게 쪽지를 건넸다. 신청곡은 김상국의 〈불나비〉였다. 그녀는 전주가 시작될 때 무대로 나가서 눈치 없는 직장상사처럼 마이크를 잡았다. 얼마나 사무치는 그리움이냐. 노래를 시작하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이 휘파람을 불었다. 재키 할머니는 가요를 듣지 않았다. 가사가 귀에 들어오면 정신이 산만해진다는 게 이유였다. 내용 없이 흘러가는 것들이 편했던 거다. 한때나마 아저씨를 좋아했다면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 pp.59~60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정대리야, 이렇게 황홀한 행사는 내 평생 본 적이 없다.”
“과장님, 우리 삶에 더 아름다운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정말?”
“네, 정말이라니까요.”
나는 이동진의 손을 잡고 공장 정문을 향해 뻗어 있는 레드 카펫 위로 걸음을 옮겼다. 본부장도, 김부장도, 사장도 어느새 우리 옆에 와서 박수를 쳤다. 오정환 사원이 발레 하듯 경쾌한 동작으로 춤추며 우리 앞에 종이 꽃가루를 뿌리고 지나갔다. 우리는 일곱 가지 색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얼음 무지개 위를 건너 능이버섯으로 가득찬 천상의 정원에 닿았다.
--- pp.92~93 「신년하례」

오늘의 일은 어제처럼 순조롭고 반장의 얼굴에는 따분함이 묻어 있다. 나와 K는 짝을 이뤄 상차 작업을 한다. 상자를 나르던 K가 손을 놓고 가만히 서 있다. 멍한 눈을 봐서는 틀림없이 딴생각을 하는 자세다. 반장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K의 곁을 지나간다. 정신없이 바쁠 때도 K와 나는 경쟁하듯 딴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딴생각을 하기 위해 일을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건 모든 걸 생각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정확한 생각을 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면 딴생각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딴생각을 정확히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 p.97 「699.77」

이런 생각은 생전 처음 해본 건데, 아무래도 내가 그동안 고모한테 잘못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비가 이렇게 무섭게 여기저기 내리는데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이 ‘Is it because I lied to my 큰고모네’여서 그런 건 아닐지…… 음을 붙여 불러보니 가사가 딱 맞았다. 순간 머리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 p.132 「곳에 따라 소나기」

그날따라 손님이 나타나는 족족 다른 기사가 한 발 먼저 차머리를 들이밀었다. 안 되는 날인가 싶어 시내로 나갈 요량이었다. 우회전을 하려는데, 익숙한 얼굴이 블루스퀘어 앞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거리가 꽤 됐지만 한눈에 명이란 걸 알아봤다. 한꺼번에 차선을 세 개나 건너뛰었다. 유턴 신호를 기다리는 내내 명이 자리를 떠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라디오에서는 김신영이 〈정오의 희망곡〉 클로징 멘트를 날리고 있었다. 희망이 사라져가는 기분이 들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 명을 놓치면 영영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 pp.152~153 「싱가포르」

겉보기엔 그럴싸했지만 사실 벼룩들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사진을 찍지도 않고, 흙을 파고 들어가지도 않으며, 대기 성분을 분석하지도 않았다. 앞으로 가고, 뒤로 가고, 옆으로 가는 게 전부였다. 이우선은 벼룩들이 사선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가장 많은 개발비가 투입됐다고 말해줬다. 탐사선이 발사되기 얼마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녀가 직접 밝힌 벼룩의 콘셉트는 ‘싸고 단순한 기계를 많이’였다. 어쩐지 시대적인 요구와도 부합하는 문구처럼 들렸던 탓에 많은 언론사가 기사 제목으로 썼다. 아내는 확실히 스타가 될 자질이 있었다. 잘만 하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미친 과학자가 세계를 망치는 전형에 부합했을 것이다. 못해도 과학기술부 장관 정도는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미친 과학자는 세계 대신 내각을 망쳤을 것이다.
--- pp.「어쨌든 하루하루」, 186~187쪽

이 소설이 완성된다고 해도 어딘가에 버젓이 게재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이인제’의…… ‘이인제의 나라’ 같은 것에…… 관심을 갖겠느냐는 말이다.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노년의 남성, 정치적으로 좌절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피닉제니 뭐니 하며 놀림감이나 되는 그런 ‘이인제’에게 말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인제의 나라」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한명숙의 나라」 같은 것을 쓰면 그때부턴 정말로 무거워진다. 진짜 어떤 나라에 대해서 써야 할 의무 같은 게 생겨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인제의 나라」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내가 쓸 수 있고 써야 하는 유일한 나라처럼 생각됐다.
--- pp.214~215 「이인제의 나라」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현실을 환상적으로 전복하려는 예측불허의 상상
풍자, 해학, 폭소와 뒤섞여 전달되는 부드러운 독설


김홍의 상상은 현실 문제를 환상적으로 전복해보려는 열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지나치게 거창하거나 진지해지지 않도록 풍자와 해학을 곁들인다. 김홍은 신랄한 비판을 유머로 포장해 전달하는 세련된 독설가다. 독자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폭소하는 동안 작가의 비판의식을 자연스럽고도 효과적으로 전달받게 된다.
「699.77」의 화자는 자본주의에 잠식된 도심에서 상상력의 힘으로 현실을 견디는 인물이다. 그는 하루의 반을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상차 아르바이트 직원인데, 스스로를 기계가 인간을 착취하는 가상세계 속 주인공으로 상상하며 고통을 납득해보려 한다.
「곳에 따라 소나기」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여름을 배경으로 삼는다. 자신이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날이 개는 통에 비를 전혀 맞지 않는 이상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전국적인 불운에서 혼자만 배제되어 오히려 어쩔 줄 모른다. 「싱가포르」에는 ‘중국은 없다’라는 명제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한’ ‘정’ ‘명’이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미국을 위협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나라인 중국이 사실은 실존하지 않으며, 중국에 관한 기억은 주입된 것이라는 ‘정’의 주장은 얼토당토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실이 상상보다 감흥 없고 “살아 있는 기분이 들지 않”는 세계임을 그들은 안다. 그렇다면 중국에 대한 그 생생한 기억은, 정말 현실일까.
「어쨌든 하루하루」는 달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국정 과제를 내걸었던 정부가 자발적 해체를 선언하는 진풍경을 그린다. 달 표면에는 정부의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한, 보행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기능이 없는 값싼 기계인 ‘벼룩’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 ‘벼룩’을 터뜨릴 수 있는 리모컨이 주인공의 손에 쥐어진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응원하는 야구팀이 안타를 맞을 때마다 ‘벼룩’을 터뜨리며 즐거워하고, 프로야구 사상 최다 연패를 웃어넘기기에 이른다. 김홍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단편은 현실에 대한 환멸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김홍식 블랙코미디의 시작을 보여준다.

인쇄된 활자의 무게만큼 애잔하고,
실패해서 더욱 사랑스러운,
아무것도 아닌 혁명들이 꽃피우는 ‘0’의 미학

그리고 김홍 소설은 환멸을 웃어넘기는 데에서 나아가 환멸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태도를 보인다. 세상이 그렇게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정신을 놓고 어울려주겠다는 듯이, 무아지경에 빠져 환멸을 즐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거창한 대의를 품고 있던 단어들이 보잘것없고 우스운 것으로 비꼬아지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던 일들이 중대한 사안으로 과장된다.
이를테면 「신년하례」에서 ‘혁명’은 더이상 뜨겁고 절박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회사를 무단결근하고 파타야로 도피한 ‘이동진 과장’이 즐기는 “따듯한 것” “넘나 좋은 것”이다. 대학 시절 혁명을 꿈꿨던 ‘영주’에게 지금 절박한 임무는 몸담고 있는 회사의 회장을 위한 장기자랑 행사를 이동진 대신 맡아 무사히 치르는 것이다. “회사의 명운이 달”린 장기자랑 행사에 전 직원이 사활을 거는 난장판 속에서 장렬히 망해가는 무대는 환멸의 페스티벌이나 다름없다.
「이인제의 나라」에 이르러 김홍의 풍자와 해학은 절정에 달한다. 이 단편의 화자인 소설가는 오랜 세월 꾸준히 정치활동을 했지만 애매한 포지션과 다소 아쉬운 존재감을 보여온 정치인 ‘이인제’를 한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운 소설을 구상한다. 별다른 성취가 없음에도 번번이 선거에 출마한 끝에 놀림감이 되어버린 정치인을 희화화한 소설이지만, 묘하게도 ‘이인제’에 대한 화자의 애정 또한 느껴지는 듯하다. 화자가 ‘이인제’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평하면서도 그에 대해 누구보다도 속속들이 알고 그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고자 정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향한 애정은 김홍 소설의 또다른 특징이다. 「실화」는 맹목적이고도 공허한 믿음을 상징하는 게르마늄 목걸이를 소재로 삼아 그 자체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를 추구하는 듯한 단편이다.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현수’와 동업하려다 배신당한 후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던 ‘정기’는 어느 날 우연히 게르마늄 원석의 힘으로 좌절을 극복한다. 그뒤로 정기의 일생은 신화적으로 흘러간다. 정기가 시도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린 끝에 소소한 행복을 손에 쥔다는 이 비현실적인 서사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이 얼마나 요원한 것인지, 그들을 위로하려면 서사가 얼마나 무모해져야 하는지 역으로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표제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의 주인공 ‘해수’는 아무것도 아닌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던진다. 고아가 된 해수를 돌봐준 동네 아저씨 ‘크리스 해밀턴’은 생전 트럼펫을 불어본 적 없으면서 트럼펫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다. 소중한 존재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 해수는 오류가 생성되는 것을 저지하려는 ‘연방 트럼펫 주자 관리 위원회’의 압박에 맞서 자발적 디아스포라가 되어 일본으로, 다시 태국으로 망명해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해수의 존재 자체가 트럼펫 연주자로서의 크리스 해밀턴의 삶을 증거하기에 이른다. 분명 우리는 트럼펫 주자를 관리하는 일 따위가 얼마나 무용한 것인지 알고 있는데, 왜 이 소설을 읽은 후 뻐근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김홍은 해묵은 가치체계를 조소하고 역전시키면서, 소설 속 세계에도 소설 밖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 리 없는 애잔한 혁명을 일으키고 또 무너뜨리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져온 것들을 한껏 과장해 부각시킨다.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소설이 허황되고 유치한 웃음거리로 오해될 위험도 기꺼이 감수한다. 작가의 이러한 분투 덕분에 한바탕 웃어젖혀 가벼워진 독자의 마음 한편에 애틋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여운이 남는다. 김홍이 써낸 별난 이야기들이 실제로 일어나기를,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더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기를 현실에서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나아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0’의 미학이 담긴 이 소설집은 훗날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할 김홍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지금부터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의 첫 소설집에 부치는 글에 스페인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알려진 『돈키호테』 운운하는 것이 참아주기 어려운 과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홍 소설이 그렇듯이 어떤 발화가 우스꽝스러운 과장이 되는 것을 피하지 않으면서 혹은 그렇게 되는 것을 즐기면서 나의 개인적인 찬탄과 애정을 담아 이 소설집을 축성祝聖하는 것을 부디 용서하시길.
권희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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