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TV쇼 지구 여행단의 PD, X맨입니다. 수많은 지원자 중 지구 여행단으로 뽑힌 친구들을 발표할게요. 왈가닥 멍지, 행동파 상남이, 행운의 아이콘 룩희, 그리고 책벌레 지성이! 공짜로 세계 여행을 떠나게 돼서 신나죠? 하지만 주어진 문제를 풀지 못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당연히 제한 시간도 있고요. 뭐? 너무하다고요?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찾고 시차를 계산하는 것도 모자라, 지구의 둘레 길이를 척척 구하는 여러분이 더 너무해요! 하나의 덩어리였던 대륙의 모습까지 맞추는 걸 보면 정답을 훔쳐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요. 곧 내 정체가 탄로 날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어요. 이제, 여러분이 판단해 주세요. 지구의 생김새와 움직임을 파헤치는 두뇌 싸움, 승자는 누가 될까요?”
-X맨
“우리가 아까 본 월식도 지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거였어. 그런데 그 그림자의 끝 부분이 둥글잖아. 한마디로, 그림자를 보고 지구의 모습이 둥글다는 걸 알 수 있어.”
-멍지
“우리 집 앞이 바다라서 심심할 때면 망원경으로 항구에 배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거든. 멀리서 배가 다가올 때 처음에는 돛대 끝이 보이고, 배가 가까이 올수록 그 아래 부분이 드러나.”
-상남이
‘딩동!’
축하합니다! 약 3000명의 지원자 중에서 지구 여행단으로 선정되셨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받은 네 명의 지구 여행단은 다음 달 1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발합니다. 출발하는 날 개인 짐과 세계 지도, 나침반, 카메라를 가지고 오전 9시에 인천 국제공항 X항공사 발권 창구 앞에서 모이겠습니다.
“와!”
서울에 사는 룩희, 부산에 사는 상남이, 대전에 사는 멍지, 전주에 사는 지성이가 문제 메시지를 보고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같은 시각, 문자 메시지를 보낸 한 사람이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16p. 프롤로그 | 지구 여행단을 모집합니다 中
“아주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걸 몰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다 끝은 낭떠러지라고 생각했대. 지구가 워낙 커서 우리가 서 있는 땅도 평평하게 보이잖아. 그러니 그렇게 착각할 만하지.”
지성이의 말에 상남이가 중얼거렸다.
“바다 멀리서 배가 다가올 때 돛대 끝부터 서서히 모습이 드러나는 걸 보면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래? 상남아, 넌 어떻게 그런 걸 알아?”
“우리 집 앞이 바다라서 심심할 때면 망원경으로 항구에 배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거든. 멀리서 배가 다가올 때 처음에는 돛대 끝이 보이고, 배가 가까이 올수록 그 아래 부분이 드러나.”
“맞다. 상남이가 부산 사나이였지.”
32p. 1장 그림자가 둥근 지구 中
“이 귤껍질 모양을 봐. 지성이가 가져온 지도랑 비슷하지 않니? 자세히 봐 봐.”
멍지가 상남이에게 귤껍질을 건네 받아 펼쳐 들었다.
“정말 비슷하네. 그런데 그게 왜?”
“그냥 우연히 같은 거 아니야?”
멍지와 룩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상남이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귤껍질이 감싸고 있던 귤의 모양을 생각해 봐. 공처럼 둥근 귤! 지구도 마찬가지야. 공처럼 둥근 지표면을 평평한 종이에 나타낼 수 있을까? 아마 공처럼 생긴 지구본이 가장 정확한 지도일 거야. 여기 봐. 우리가 까먹을 귤껍질도 완전히 평평하게 펼쳐지지 않잖아.”
61p. 2장 늘었다 줄었다 하는 그린란드 中
“아, 문제도 풀어야 하는데 사물함 하나 못 찾고 이게 뭐야. 이러다가 나 때문에 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야? 어떡하지?”
멍지는 울상이 되어 자리에 주저앉았다.
“멍지야, 울지 말고 기억을 더듬어 봐. 세 번째 줄, 일곱 번째 열도 중요한 단서이지만 중요한 건 기준점이야. 그걸 모르면 여기 있는 모든 사물함을 열어 봐야 할지도 몰라.”
“지성이 말이 맞아. 우리가 경도를 따질 때 그리니치 천문대에 있는 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래. 네가 어디를 기준으로 했는지만 기억하면 돼.”
지성이의 말에 룩희와 상남이도 생각을 보탰다.
88p. 3장 지구에 그린 격자무늬 中
“상남아, 캐나다와 이집트에 찍은 점이 어떻게 움직이니?”
“당연히 원을 그리지. 둥근 지구를 돌리니까.”
상남이가 조금 신경질을 내며 대답했다. 상남이는 자꾸 당연한 걸 묻는 지성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멍지가 외쳤다.
“상남아, 두 개의 원을 봐. 크기가 달라.”
“크기가 다르다는 게 무슨 뜻인데?”
상남이가 얼굴을 찡그리자 다시 지성이가 나섰다.
“세 지점 중 가장 낮은 위도에 있는 이집트가 가장 큰 원을 그리고 있잖아. 즉, 적도에 가까운 지방일수록 지구가 자전할 때 더 긴 거리를 움직인다는 얘기야.”
129p. 5장 지구의 허리띠, 적도 中
“제가 설명해 볼래요. 지구의 둘레를 재는 방법.”
X맨과 아이들의 눈이 룩희가 그린 그림으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