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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 사랑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

리뷰 총점9.0 리뷰 20건 | 판매지수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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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634g | 148*210*28mm
ISBN13 9791191552225
ISBN10 119155222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994년 초판 서문 · 6
2001년 메디슨 북스 서문 · 8

서론 : 사랑을 재발명하기 · 18

1장. 불가해한 감정

결정적 질문 · 41 │ “나는 당신을 사랑해” · 47 │ 사랑과 상호성 · 53 │ 낭만적 사랑 · 60 │ 다른 문화들 · 70 │ 사랑의 역사 · 79 │ 정체성으로서의 사랑 · 90 │ 사랑의 역설 · 94

2장. (사랑에 대해) 잘못된 생각 바로잡기

사랑은 느낌인가? · 109 │ 사랑과 관계 · 119│ 전부 아니면 무(無): 사랑의 이상화 · 128 │ 러브 스토리 · 140 │ 사랑의 토대로서의 아름다움 · 151 │ 로미오와 줄리엣을 넘어 : 노년의 사랑 · 171

3장. 사랑에 빠지기

사랑과 그 변형들: “진짜” · 189 │ 섹스의 기쁨 · 197 │ 첫눈에 반하는 사랑 · 206 │ 낭만적 끌림의 위험과 쾌감: 사랑에 빠지는 이유 · 217 │ 사랑의 이유 · 225 │ 사랑과 환상 · 236 │ 사랑에 빠지기에서 사랑에 빠져 있기로: 조정의 문제 · 248 │ 같이 자기: 스너글러(snuggler)와 솔립시스트(solipsist) · 257 │ 사랑하기와 사랑에 빠져 있기 · 264

4장. 사랑에 있어서 자아

사랑에 대한 정체성 이론 · 283 │ 자아의 미결정성 · 291 │ 자아의 낭만적 창조 · 299 │ 섹스와 공유된 자아 · 306 │ 사생활의 중요성 · 318 │ 낭만적 역할 · 326 │ 정체성의 차원들: 반대되는 것들은 서로 끌리는가? · 338 │ 사적 덕(virtue) · 349 │ 변증법에서 동역학(動力學)으로 · 364

5장. 사랑의 동역학(動力學) : 사랑을 지속하기

염려와 이기심이라는 신화 · 371 │ 사랑과 시간 · 383 │ 친밀감 · 397 │ 평등과 권력의 문제 · 413 │ 소유와 소유욕 · 439 │ 사랑에서 싸움의 중요성 · 453 │ 사랑의 토대로서의 우정 · 459 │ 충실성의 의미 · 475 │ 사랑의 쇠퇴와 사랑을 유지하기 · 484 │ 사랑의 재발명 · 505

옮긴이 후기 : 사랑, 정체성의 공유가 일어나는 모순과 역설의 드라마 ·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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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세이로서 학술적 연구나 과학적 탐구가 아니라 개인적 시도입니다. 이 책은 실험실의 연구, 사회학적 이론, 도덕적 로비가 아니라 투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럴듯한 언변, 영리함, 귀여움, 과시적인 학술 연구, 광범위한 철학적 논쟁, 그리고 여러 주의를 흐리는 것들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이런 익숙한 지지대 없이 발가벗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이 책에서 내가 사랑에 대한 이론을 줄곧 발전시키고 있긴 하지만, 나의 결론 역시 개인적이고 실제적이지 학술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요컨대 내 논지는, 사랑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우리 존재에 근본적이라는 것이며, 사랑은 애초의 열정이 강력한 힘으로 폭발하는 것에 의해서 추동되기보다는 우정을 통해 개발될 때가 가장 좋다는 것이며, 사랑은 실제로 우리가 자주 두려워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약해지기보다는 더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1994년 초판 서문’」중에서

이제 우리는 사랑을 정의하고 있는가? 아직 우리는 사랑의 정의에 근접하지도 않았다. 아직 우리는 사랑에 참으로 중요한 염려와 동반자 관계와 연민과 함께 보내는 좋은 시간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우리는 시간에 대해, 사랑에 필요한 시간과 사랑이 성장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는 사랑을 사랑이게 하는 것, 즉, 섹스와 우정과 동료애와 염려와 동거와 이익의 공유, 그리고 사랑에서 흔히 찾을 수 있지만 사랑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는 것들과 구별되는 사랑 고유의 특성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사랑을 사랑이게 하는 결정적인 본질적 특성이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특별한 관념, 우리 자신을 타인의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사안을 다소 복잡하게 만들자면, 이런 재정의의 용어들은 매우 다양하다. 사랑은 역사적 감정이다. 사랑은 특정 문화 및 문화적 환경의 산물이다. 사랑은 그 자체로 정의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모든 문화에서 재정의되고 재발명되는 과정이다.
---「‘낭만적 사랑’」중에서

향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사랑을 예찬하는 연설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 요청에 따라 아리스토파네스는 이야기를 하나 지어낸다. 이 이야기는 앞선 연설들의 허황되고 거만한 주장에서 다소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벗어날 의향으로 창작된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파네스가 지어낸 이야기는 낯익은 것이지만 심오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그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우리 모두는 오동통한 이중적 존재로서 땅 위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은 지금과 달리 거의 완벽했다고 한다. 그리스 기하학에서 완벽함은 공 모양이라는 뜻이다. 두 개의 얼굴은 완벽한 시각을 주었고, 네 개의 손과 네 개의 발은 뛰어나게 몸을 돌릴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똑똑했고, 더 대담했으며, 더 오만으로 가득차서 신들에게 도전했다. 우리의 도전을 막기 위해 제우스는 우리를 둘로 쪼개 우리의 오만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우리의 힘은 줄어들었으나 우리의 숫자는 늘어났다. 아폴로 신은 남은 인간들이 마주한 기이하고 불완전한 형상 안으로 신체의 나머지 반쪽을 재배치했다. 그리하여 그때 이후로 우리들 각자는 누군가에게 붙잡힌 자로서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찾아 세상을 떠돌게 되었다. 여기에 사랑의 힘이 존재한다. 사랑은 단순히 성적 욕망이 아니며 흠모의 형태도 아니다. 사랑은 다시 전체가 되려는 욕망이다. 우리는 결합하고자 한다.
---「‘정체성으로서의 사랑’」중에서

두 파트로 이루어진 사랑 이야기의 단점은 그것이 비문학적일 뿐 아니라 불행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좋은 소설은 결말에서 5백 페이지 떨어진 2장에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수는 없다. 낭만적 사랑은 멜로드라마의 첫 부분도 아니고, 동반자 관계에 불과한 무미건조한 관계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랑은 먼저 정복이 일어나고 그다음에 관계가 뒤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며,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더더욱 아니다. 사랑은 계속되는 자기 정의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플롯과 주제와 인물과 시작과 중간과 끝은 상당 부분 사랑에 참여하는 불특정한 자아들의 저자에게 달려있다. 우리의 러브 스토리에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이 이야기들이 사랑의 완벽한 윤곽과 조리법을 제공해주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모든 로맨스는 사랑에 대해 한 가지 판본을 제공해줄 뿐이다. 모든 이야기는 시작부터 다 다르다. 일단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책임 회피 아래 숨겨진 현실에 이르면, 남은 것은 모든 커플들 자신들이다. 우리는 이야기책에 나오는 로맨스가 없으면 실망하겠지만, 진실은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 우리 자신의 로맨스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브 스토리’」중에서

돈 후안은 흔히 쾌락주의자로 묘사되지만, 사실 그는 두려운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만족할 수 없으며, 그의 값어치에 던지는 단 한 번의 비판적 웃음으로도 훼손될 수 있다. 서로 헌신하는 두 연인은 서로의 자질을 정의한다. 연인이 아니라면 누가 서로의 자질을 제안할 권리라도 가지고 있겠는가?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미덕 중 일부는 공적인 것이나 우리 자신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인과 맺는 친밀성에 의해 결정된다. 낭만적인 사회에서 좋은 연인이라는 점은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우리가 사랑하기로 선택한─그를 선택한 이유는 부분적으로 그가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특별한 의견이 가장 중요한 으뜸 패이다. 사랑은 덕과 자아와 세계에서 우리의 고유한 위치를 사적이고 개인적이고 상호적으로 결정하는데, 사랑이 우리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랑은 세계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규정해주기 때문에 지속된다.
---「‘자아의 낭만적 창조’」중에서

솔로몬은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아 온전한 전체가 된다는 생각, 원초적 합일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버리고 아리스토파네스의 견해를 새롭게 읽어낸다면 사랑의 본성에 접근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사랑에서 타자를 통한 정체성의 공유 과정이라는 생각을 살려내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은 에로스적 사랑의 근대적 형태로서 서구적 근대의 발명품이다. 그것은 특정한 한 사람, 나와는 ‘별개’로 존재하고 ‘자율성’을 지닌 ‘평등한’ 다른 한 개체적 존재에 대한 유사-육체적 감정이다. 사랑에서 성욕으로 나타나는 것은 실제로는 성욕 이상을 담고 있다. 문제는 그 이상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인데, 아리스토파네스는 ‘존재의 공유’라는 아이디어를 던져주었다. 공유란 한때 내 것이었지만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지닌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구축하는 창조행위이다. 그것은 기존의 자신으로부터의 분리와 이탈, 차이를 지닌 타자와의 교섭을 통해 자아의 변형과 확장과 재구축을 시도하는 행위이다.
---「‘옮긴이 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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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정체성의 공유가 일어나는
모순과 역설의 드라마

- 이명호(옮긴이)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


이 책은 로버트 C. 솔로몬의 《About Love: Reinventing Romance for Our Times》을 완역한 것이다. 로버트 솔로몬은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실존주의철학과 감정철학, 그리고 철학과 경영의 관계에 대해 사유하고 가르친 철학자이다. 솔로몬은 2007년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던 중 폐동맥 출혈이 일어나는 바람에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 캐슬린이 옆에 있었지만,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사실 솔로몬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구멍이 뚫려 있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었다. 살아서 어른이 되지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언이 그의 어린 시절을 짓눌렀고, 예상보다 늦게 닥치긴 했지만 결국 이 예언이 그의 삶을 급작스럽게 중단시켰다. 다른 사람들보다 짧은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솔로몬은 유난히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데 열정적이었다. 그는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을 다니다가 우연히 프리스조프 버그만 교수의 니체철학 수업을 청강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전공을 철학으로 바꾸는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1967년 같은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제도권 대학의 학위를 취득했지만, 그는 대학에 교수로 자리 잡는 통상적 경로를 택하지 않고 세계 유수 대학을 유랑하며 1~2년짜리 단기 강좌를 맡는 강의 투어에 나선다. 미국의 오클랜드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UCLA를 거쳐 호주의 멜버른대학교와 퀸스칼리지에서 강의했고, 1972년 텍사스대학교로 오게 된다. 그는 강의 투어의 중간 기착지 정도로 생각했던 오스틴에 정착하여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교수로 살았다. 그는 그 도시와 그 대학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평생의 반려자가 될 캐슬린을 만났다. 솔로몬은 2005년 한 일간지에 쓴 글에서 당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시 나는 젊고 모험적이었다. 나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그 한 가지 이유로 1~2년짜리 단기 일자리를 수도 없이 선택했다.”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의 일이긴 하지만 솔로몬이 내린 결정은 그가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 교수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활동을 하리라는 것을 예견하게 한다. 이후 철학자로서 그의 행적은 젊은 시절 그가 내린 결정이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 철학도의 치기가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그에게 철학은 더 좋은 삶, 더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삶의 기예’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니체의 주문은 애초에 그를 철학으로 이끈 영감의 원천이었을 뿐 아니라 이후 그의 철학을 안내하는 나침반 가운데 하나였다. 솔로몬은 분석철학이 지배적 흐름을 이루고 있는 영미철학계에서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 같은 유럽대륙의 현상학적, 실존주의적 철학에 적극적으로 공명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에도 그는 현상학과 실존주의철학의 의의를 포기하지 않았다. 현상학 및 실존주의와 더불어 솔로몬의 철학적 탐구를 이끌었던 두 영역이 감정철학과 비즈니스윤리학에 관한 것이었다.

솔로몬은 감정, 정동, 느낌, 감성 등등 감정 관련 어휘들과 그것들이 포괄하는 영역이 인문학과 사회과학, 심리학과 뇌과학과 생물학을 관통하는 통합적 화두가 되고, 정치와 사회, 예술과 문화와 매체를 포괄하는 우리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르기 한참 전에 감정에 관심을 두고 철학적 해명을 시도했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일찍이 1976년에 그는 『열정: 감정과 삶의 의미』라는 저서를 집필했고, 이후 감정 일반과 개별 감정에 대한 철학적 해명을 시도하는 다수의 저서를 출판했다. 감정론의 계보에서 보자면 그는 감정에 대해 구성주의적이고 인지주의적 관점을 취하면서, 철학적으로는 합리주의와 이성주의에 맞서 감정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서 담당하는 역할과 의의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다. 관조적 삶에 필요한 정신의 기율로 ‘아파테이아’를 옹호해왔던 오랜 철학적 전통에 맞서 그는 감정적 반응과 표현과 성찰에 정당한 위치를 부여하고자 한다. 그에게 감정이 배제된 삶이란 깨어 있는 맑은 정신의 삶이 아니라 메마르고 불완전한 불구의 삶이다. 이 책의 어느 대목에서 솔로몬이 인용하고 있는 파스칼의 언어를 빌자면, 우리의 감정에는 “이성이 너무 어리석거나 오만해서 인정하지 못하는 나름의 합리가 있다.”

솔로몬에게 감정은 생각이나 상상, 욕망, 판단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동물적 에너지이거나 생물학적 충동이 아니며, 단순히 신체적 느낌도 아니다. 물론 느낌도 감정의 일부를 이루기는 하지만 보다 중요하게 감정은 세계에 대한 인지와 판단과 평가이다. 감정은 무언가에 대해 혹은 무언가에 반응하여 보이는 지향적 활동이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아니다. 아무리 어리석고 고통스럽게 보일지라도 모든 감정에는 나름의 목적과 목표가 있다. 실존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솔로몬은 판단이나 평가라는 표현이 주는 주지주의적 인상을 피하기 위해 나중에는 ‘관여’와 ‘대결’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세계에 대한 관여와 대결이 인지와 판단을 포괄하는 보다 광의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랑의 감정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솔로몬은 사랑을 단순히 성적 충동이나 신체적 반응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생각’과 ‘관념’으로, 특히 사회 역사적으로 구성된 생각과 관념으로 바라보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한국 지식사회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 감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과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철학에 더 깊이 경도되어 있고 감정을 법과 연결시키는 작업에 더 적극적인 누스바움과 달리, 솔로몬은 실존주의와 현상학에 더 쏠려 있고 비즈니스 영역과의 결합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랑, 그중에서도 낭만적 사랑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학술적 저서가 아니다. 초판본 서문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에세이로서 학술적 연구나 과학적 탐구가 아니라 개인적 시도”이다. 이 책에서 솔로몬은 그에게 익숙한 철학적 개념이나 이론적 지지대 없이 “벌거벗은” 상태에서 사랑에 대한 “개인적 에세이”를 쓰고자 했다. 그런데 그는 이 작업을 하기까지 “엄청난 지성과 경험과 감정과 잘못된 판단을 소모했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고백한다. 나는 이 한 문장이 솔로몬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책의 성격과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플라톤에서부터 스피노자, 프로이트, 니체, 그리고 레비나스와 바디우에 이르기까지 사랑에 관한 수많은 철학적 담론들을 설명하고 논박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사실 이런 난해하고 고상한 담론들은 사랑에 관해 유용한 통찰을 주긴 하지만, 우리가 관계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사랑의 실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욱이 사랑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파탄났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내려지는 우리 시대에 “사랑의 재발명”을 이야기하고 “사랑의 규칙”을 다시 세우려면 철학의 언어가 사랑이라는 이 복잡다단한 감정의 현실로 내려와야 한다. 이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 저자가 서문에서 “궤변론자”와 “조력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사랑을 이해 불가능한 미스터리로 만들거나, 사랑 따윈 없고 관계의 혹은 섹스의 테크닉만 계발하면 된다는 냉소적 기능주의로 흐른다. 우리가 사랑을 이해하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어려움을 직면해야 한다. 그러나 궤변론자들의 허황된 언사처럼 사랑의 어려움을 과장해서 사랑하는 일을 성인이 되는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제한된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확장하려는 개별적 존재로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사랑의 경험, 그 과정에서 만나는 환희와 기쁨뿐 아니라 갈등과 모순과 파괴성을 해명할 수 있는 사랑의 이론을 원한다.

솔로몬은 그런 사랑의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 사랑을 자아가 없는 이타적 경험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무엇보다 ‘자아’의 이론이 되어야 하고, ‘우리가 어떻게 우리 자신이 되는가’를 말해주는 이론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솔로몬의 사랑 개념은 자아 혹은 주체에 대한 관심을 비워둔 채 타자 혹은 타자성에 대한 존중과 헌신으로 사랑을 바라보는 입장이나 자아를 넘어 보편적이고 무조건적 사랑을 주장하는 입장과 다르며, 자본주의적 변화에 따라 낭만적 사랑이 소비사회에 편입되어버렸다는 사회학적 입장이나 사랑을 성욕으로 환원하는 수많은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 입장과도 다르다. 자아의 변형, 특히 사적 영역에서 친밀한 타자와의 공유를 통해 일어나는 자아의 변형과 재구성을 사랑의 핵심으로 바라보는 것이 솔로몬의 독특한 시각이다. 그러나 이타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기적이라는 뜻은 아니며, 자아의 주장이 흔히 말하는 나르시시즘에 떨어지는 것이라는 뜻도 아니다.

이기심과 나르시시즘을 넘어서는 자아의 이론, 자아와 타자의 존재론적 의존에 기초하여 자아의 변형과 재구성을 해명하는 이론이 솔로몬이 생각하는 사랑의 이론이다. 이를 위해 솔로몬이 기대는 사상적 원천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야기, 플라톤의 『향연』에서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지어낸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이다. 사실 이 책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적 우화에 대한 철학적 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로몬은 디오티마라는 가상의 지혜로운 여성의 입으로 대신 말해지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사랑담론이 아니라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에서 사랑을 이해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이 책에서 사유하고 싶은 이론은 아주 오래된 것으로서 적어도 플라톤과 그의 동시대 친구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사랑을 두 영혼의 “융합” 혹은 “결합”으로 보는 형이상학적 관점이다. 이 생각은 기독교와 낭만주의 철학에 상당히 스며들다. 그러나 이 견해를 보여주는 고전적 진술은 플라톤의 위대한 대화록 『향연』에 등장하는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대화에서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이란 공유된 자아?정체성, 우리 각자가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찾으려는 절절한 필생의 노력이라고 제안한다. 희극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는 이런 생각을 희극적으로 말한다. 즉 우리 모두는 한때 두 겹으로 된 존재였는데, 너무 오만해서 제우스가 우리를 “사과처럼” 둘로 싹둑 잘랐다는 것이다. 그때 이후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완전한 존재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 아리스토파네스가 내린 결론이다. 이 이야기의 내용은 터무니없지만, 그 결론은 심오하다. 이 책의 목적이 바로 이 결론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두 영혼의 결합을 형이상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축자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사랑에서 새로운 의미를 끌어내고자 한다. (32-33면)

솔로몬은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아 온전한 전체가 된다는 생각, 원초적 합일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버리고 아리스토파네스의 견해를 새롭게 읽어낸다면 사랑의 본성에 접근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사랑에서 타자를 통한 정체성의 공유 과정이라는 생각을 살려내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은 에로스적 사랑의 근대적 형태로서 서구적 근대의 발명품이다. 그것은 특정한 한 사람, 나와는 ‘별개’로 존재하고 ‘자율성’을 지닌 ‘평등한’ 다른 한 개체적 존재에 대한 유사?육체적 감정이다. 사랑에서 성욕으로 나타나는 것은 실제로는 성욕 이상을 담고 있다. 문제는 그 이상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인데, 아리스토파네스는 ‘존재의 공유’라는 아이디어를 던져주었다. 공유란 한때 내 것이었지만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지닌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구축하는 창조행위이다. 그것은 기존의 자신으로부터의 분리와 이탈, 차이를 지닌 타자와의 교섭을 통해 자아의 변형과 확장과 재구축을 시도하는 행위이다.

사랑은 자신에 대한 관심에 토대를 두고 있으면서 타자에 대한 관심과 염려로 나아간다. 사랑은 타자를 자신을 되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준거점으로 삼는다. 내가 누구인가는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사랑은 자아를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사랑은 원래 하나였다가 분리된 반쪽이 신비롭게 맞춰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정해야 할 차이를 전제한다. 내가 결합하고자 하는 타자는 나의 의지와 욕망으로 환원되지 않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이다. 그런 개별성을 지닌 존재에게 자신을 열고 접촉하고 결합하면서 정체성을 공유하려면 갈등과 모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체성의 공유가 일어나는 사랑의 과정은 자율적 개인주의의 이상과 충돌한다. 사랑의 열정 이면에 소유욕과 적개심이 놓여 있으며, 사랑의 과정은 주도권을 쥐기 위한 권력다툼의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러나 이 파괴적이고 소모적일 수 있는 과정을 겪어내면서 자아를 재정의하는 작업이 사랑이다. 솔로몬이 요즈음 자주 거론되는 ‘사건’이라는 개념보다는 ‘역동적 과정’으로 사랑을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첫 만남에 몰입하는 젊은이들의 낭만적 사랑 이야기를 넘어 시간을 버텨내면서 자아를 재구축하는 어른의 사랑을 옹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 속에서 깊어지지 못하는 사랑이라면 과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론을 제공해줄 뿐만이 아니라 역동적 과정으로서 사랑을 겪으면서 우리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경험들, 환상과 낭만적 끌림과 아름다움에 대한 매혹, 섹스의 공유만이 아니라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는 문제, 친밀성과 염려, 평등과 권력투쟁과 싸움, 우정과 충실성의 문제 등등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사랑의 경험을 구성하는 이 모든 것들은 정체성의 공유 과정으로서 사랑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측면들이다. 이런 복잡다단한 사랑의 현상들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것이 철학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럴 때 철학은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삶을 바꾸는 기예가 되고 혁명적 실천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사랑을 이해하기 위한 솔로몬의 철학적 작업에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문학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사랑을 정체성의 공유 작업으로 이해할 아이디어를 준 것도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였을 뿐 아니라, 이 책의 각 섹션 서두에 인용되어 있는 문장들도 대부분 문학 작품에서 가져온 것이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D. H. 로렌스의 『연애하는 여인들』은 솔로몬이 가장 핵심적으로 기대고 있는 작품이다. 『폭풍의 언덕』에서 여자 주인공 캐시가 했던 말,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라는 고백, 그리고 『연애하는 여인들』에서 남자 주인공 버킨이 했던 말, “왜? 왜 우리는 남자든 여자든 우리를 하나의 전체에서 부서져 내린 파편으로 여겨야 합니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뒤섞여 있는 것에서 순수하고 맑은 존재로 단독화되는 것입니다. 최상의 의미에서 섹스의 결합은 두 개의 별처럼 단독적인 두 존재가 별 무리를 이루며 초월하는 것입니다.”라는 발언은 존재의 뿌리를 ‘공유’하는 것이되 하나로 ‘합일’되지 않는 ‘결합’으로서 사랑의 성격을 압축해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이 사랑에 대해 철학적 해명을 시도하는 책이면서 또한 문학에서 영감을 끌어내는 책으로 읽히기를 원한다. 나는 독자들이 사랑에 어려움을 겪고 사랑 따윈 없다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때 이 책으로 돌아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대목을 조금씩 읽고 다시 사랑의 항해를 계속하기를 기대한다. 비록 그 항해가 매끄러운 순항이 아니라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고 때로 익사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험난한 여정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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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서평] 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 로버트 C. 솔로몬 (오도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J*y | 2023.04.0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제목과 목차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책이다. 매우 흥미롭게 읽고 주변에도 여러 차례 추천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떠올리게 하였다. 게다가 사랑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이라고까지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가이드북답게 책 자체는 매우 두껍고 묵직하다. 그러나 분명 어려운 책임에도 여러 예시들을 통해 풀어둔 덕에 읽기가 그렇게까지 고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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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목차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책이다.

매우 흥미롭게 읽고 주변에도 여러 차례 추천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떠올리게 하였다.

게다가 사랑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이라고까지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가이드북답게 책 자체는 매우 두껍고 묵직하다. 그러나 분명 어려운 책임에도 여러 예시들을 통해 풀어둔 덕에 읽기가 그렇게까지 고되지는 않다.

 

목차를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사랑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것, 사랑은 '느낌'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사랑은 어떻게 '빠지게 되는' 것이며 어떤 경로로 '빠져있기로' 선택하게 되는 것인지 등, 책을 읽기 전부터 눈길을 끄는 주제들이 많다. 

그리고 이 주제들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많은 생각에 잠기게끔 한다.

 

책 중간 중간에 장을 나누기 위해 보라색 페이지들이 삽입되어 있다.

다소 무거운 전공 서적같은 느낌을 풍기는 책 표지와는 달리, 책 안은 몽글 몽글한 서체와 하트 일러스트, 과감한 색상 사용이 인상적이다.

 

흥미로웠던 대목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사랑을 사회적 '발명품'이라고 칭한다. 즉 우리가 만들어낸 관념들의 구성물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접근법이 참신하게 느껴졌고 공감이 갔다. 결국 우리가 이토록 사랑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정의하려하고 탐구하려하는 것은 사랑이란 것 자체가 태생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유기적이며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랑을 여러 위계에서 차례 차례 뜯어가며 살펴보고, 또 다시 재조립한다.

 

책을 한참 읽다가 웃음이 터진 부분이다.

꽤나 저자가 사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고 생각하며 읽던 차였는데, 그 때 보이는 문장.

"이제 우리는 사랑을 정의하고 있는가? 아직 우리는 사랑의 정의에 근접하지도 않았다."

그렇다. 이 책은 이 책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계속하여 사랑을 정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퉁쳐서 느껴오던 감정과 생각들이 사실은 그 안에 염려와 연민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있는 것이라 말하며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하나씩 설명한다. 

 

책 전체 내용 중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사랑의 조정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처음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사랑에 '빠져있기로' 결단한다.

<사랑의 기술>에서 말하는 사랑은 감정이기에 더해 기술이고 의지라는 내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아무래도 꽤나 두꺼운 책이기에, 이 책은 한 번 휘리릭 읽고 다시 한 번 읽을 때는 조금 더 곱씹어 읽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필요한 챕터는 한 번 더 읽어봐도 충분히 그 여운을 느낄 수 있을 책이다.

비단 사랑에 대한 이론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사랑을 하면서 겪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비록 험난한 여정이라 할지라도 사랑의 항해를 계속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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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k*******2 | 2023.04.0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사랑을 그렇게 모호하게 만든 형이상학적 안개,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신화, 위험한 비유를 뚫고 나가 길을 내면서 연애가 이해 가능하고 분별력 있으며 행복한 삶과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사랑은 물론 '자연적'입니다. 이 말은 사랑이 생물학적 특성을 따른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또한 사회적 구성이자 개인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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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그렇게 모호하게 만든 형이상학적 안개,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신화, 위험한 비유를 뚫고 나가 길을 내면서 연애가 이해 가능하고 분별력 있으며 행복한 삶과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사랑은 물론 '자연적'입니다. 이 말은 사랑이 생물학적 특성을 따른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또한 사회적 구성이자 개인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나의 주요 논지는 사랑은 세대마다 개개 커플에 의해 발명되고 재발명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

연애보다 극적인 측면은 부족하더라도 괘찮은 결혼 생활이 연애보다 "열등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연애 없는 섹스와 결혼은 생각하지도 말라고 배웠으며, 실제로 "의미있는 관계"는 "사랑에 기초한 관계"를 가리킨다. 그러나 존중,상호 존중, 즐거움, 동료애, 훌륭하고 멋진 섹스와 대화, 신뢰, 정직, 친밀감으로 가득차 있지만 반드시 "사랑에 기초한 관계"가 아닐 수 있는 관계를 통해서도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126-)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사라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부르는 것의 가치와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진행되도록 작동시키는 것은 최초의 매혹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을 말하는 것일 분이다. 반대로, 사랑이 시작될 때 사랑을 짜릿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나중에 사랑을 성공시키는 것과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195-)

자아를 타인의 관점으로 규정하는 것이 우리의 개별성을 빼앗는다고 반대하는 입장도 왕왕 존재한다. 그 결과는 미국 생활에서 가장 비극적인 개념적 재앙 중 하나, 즉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약점, 자아상실의 표시, 자율성과 독립성의 상실이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타인에 의해 자아를 규정하는 것이 개별성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296-)

사랑의 시간표에서 매 단계에는 새로운 규칙, 새로운 기대,새로운 의무가 당연히 따라오지는 않지만, 데이트를 한 다음 날 의무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요즈음에는 거의 문화적인 상식이 되었다. 충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섹스만이 아니다. 결혼도 충실할 것을 명령하지만, 결혼보다 덜 형식적인 생활방식도 충실성을 병령한다. (-393-)

소유욕은 위협의 세계를 만들어내며, 종종 그로부터 소유욕이 소유 감각 자체를 허물어버린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더 재미있고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떠나겠다고 할 때 반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소유요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연인이 떠나겠다고 할 때 반대하지 않고 상처받거나 화내지 않으면서 "그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도 좋아" 라는 시그로 재미있게 응대한다면, 우리는 이런 사랑을 기괴하거나 기껏해야 무신경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위협이 되는 경우도 있고 피해망상증도 있다. (-448-)

마침내 사랑은 자아의 문제로 귀결되고, 사랑의 쇠퇴는 우리가 어떤 자아가 되기를 원하는다의 문제임이 드러난다. 우리는 사랑에 주의를 기울이는 자아를 원하는가의 문제임이 드러난다. 우리는 사랑에 주의를 기울이는 자아를 원하는가, 아니면 사랑의 소멸을 무시하는 자아를 원하는가? 우리 모두는 "자신을 위해" 사랑받고 싶어한다. (-501-)

사랑에 대한 철학을 살펴 본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은 동물이 보여주는 생뭉할적 사랑과 차별화하고 있었다. 오로지 생존과 종족을 이어나가기 위한 동물적 본성에 의존하는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서 정신적이 사랑이 추가되어야 하며,그 추가되어야 하는 사랑은 상대적이면서 추상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사랑에 대한 개념,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은 바뀌고 있다.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사랑은 사회 안에서 관계, 친밀성을 확보한다. 2000년전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본질이 지금도 통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학습된 사랑이기 때문에, 100년전 사랑,아름다움은 지금과 매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사랑에 대해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이해하기 전 우리가 원하는 사랑의 실체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인간이 섹스 로봇,AI 로봇과 사랑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사랑에 치우쳐 있다. 매혹적이면서, 탐닉하게 되고, 그 안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과 자아를 탐구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이란 사회가 만든 학습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사랑이 앞으로 똑같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사랑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역설에 해당되고 있었으며, 사랑에 대한 따스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즉 사랑을 이해하기 전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사랑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생각하는 사랑을 소유하려고 하는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고, 항상 사랑이 바뀌는 이유, 인간은 사랑 앞에서 항상 바뀌고,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그것을 통제하고,관리하기 위해서, 사랑에 대해 제약을 가하고, 어떤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를 채우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랑은 언제나 유연하고, 가변적이면서, 인간의 자아를 형성하는 핵심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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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어려운 걸 다시 그 어려운 철학으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s*******1 | 2023.04.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오랜만에 읽는 새책이다. 라고 하기에는 지난 주 지지난주 계속 한권씩 새책을 읽었구나 읽는건 좋은데 서평을 쓰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숙제다. 사랑을 철학으로 풀어낸다라.. 듣기만 해도 힘들 듯 한데 사랑 에다 철학이라니. 인류가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관념, 단어 중의 대표가 이 둘이 아닐까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이거다라고 딱히 설명하기도 힘든... 하지만 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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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새책이다.

라고 하기에는 지난 주 지지난주 계속 한권씩 새책을 읽었구나

읽는건 좋은데 서평을 쓰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숙제다.

사랑을 철학으로 풀어낸다라..

듣기만 해도 힘들 듯 한데

사랑 에다 철학이라니.

인류가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관념, 단어 중의 대표가 이 둘이 아닐까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이거다라고 딱히 설명하기도 힘든...

하지만 살다보면 분명이 존재는 하는 듯한 그 무언가.

그 사랑을 다시 그 어려운 단어 철학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예상하겠지만

어렵다

이 책 절대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읽힌다

철학책처럼 여러가지 관념과 철학지식을 꺼내서 설명하기 보다 본인이 고민하고 마음속으로 여러번 되뇌어 본 후에 그것을 다시 소화해서 풀어내는 식으로 써서 그런 듯 하다.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어낸 책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항상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죽음과 함께하며 살아야 하는 개인의 특별한 사연과 생의 조건이

그의 지성과 끈질긴 인내심과 조합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들이 나올 수 있었겠구나 하는,

죄스러운 고마움을 느끼면 읽었다.

이런 어려움도 없고,

그런 인내심도 없는 나는 이렇게 받아먹기만 하면서 살아야 할 듯 한데 

그러고 보면 나는 그냥 운이 좋은 거니까 지금처럼 이렇게 우울해만 하지 말고 감사를 좀 더 하면서 살아야겠다.

이 책 이랑 상관없는 교훈을 얻었구나 ㅎㅎ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하는 사랑은?

이 글을 읽는다고 사랑이 쉬워지거나 명확해 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음 한켠의 엉겨있던 궁금함과 답답함의 실타래가 아주 조금은 풀린 느낌.

나머지는 살면서 스스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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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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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적나라하고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정의한 책은 없었다. 기꺼이 사랑하도록 용기를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d*****7 | 2023.04.16
평점5점
사랑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는 책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곰**미 | 2023.04.02
평점5점
이 책을 보니까 사랑은 정말 어렵다는 걸 확실히 알겠어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n****y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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