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가 왜 떨어졌던 겁니까?”
누군가 흥분하며 따지듯 물어본다. 잠시 후 질문을 받는 사람은 담담히 답한다.
“당신 회사의 아이디어도 좋았고, 우리가 선택한 회사의 아이디 어도 좋았습니다. 어느 아이디어가 채택되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솔직히 우리가 다른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단지 그 회사 사람들이 더 좋아서였습니다. 우리는 그 회사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출했기에 어느 회사를 선택하든 큰 문제는 없지만 그 회사 사람들이 좋아서 선택했다는 답변에 할 말을 잃었다. 논리도 빈약하고 설득도 안 되었다. 모든 것을 재정립해야 했다. 다시 한번 무엇이 문제인지 뼛속 깊이까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어느 유명 광고인의 비즈니스 회고 중 일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큰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에 앞두고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전, 나는 광고 프레젠테이션 참가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이끄는 팀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잠재력이 강한 광고제작팀이었다. 이미 광고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었고,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광고로 수차례 광고상을 받은 경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잠재적 고객에게 제시할 독창적인 개념과 전략이 완벽했다. 다른 어떤 경쟁 팀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그야말로 독창적인 개념과 전략이 완벽했다고 자부했고 자신만만했다.’
그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완벽에 가까운 프레젠테이션과 충분히 예상한 질문과 멋진 답변, 톱니바퀴처럼 정확했던 팀워크까지 남은 건 딱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계약하자는 전화였다. 다음 날 아침 전화가 왔다. 자신만만하게 전화를 받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고, 순간 멍해졌다. 충격으로 반나절을 보내고 팀원을 모아놓고 떨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적정 금액, 신선한 아이디어, 완벽한 프레젠테이션, 충분한 경력 등 떨어질 이유가 없었다. 궁금증을 참다못한 그는 회사를 찾아가 물었다. 그가 얻은 답변은 ‘그 회사 사람들이 더 좋아서였습니다.’뿐이었다.
답변이 황당하고 불공정해 보였다. 불공정하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그래도 서서히 이해가기 시작했다. 바로 비즈니스를 호감이라는 관점으로 바꾸니 말이다. 그때 이후 사람에 대한 호감의 유무만으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는 사례를 수없이 보았다고 그는 회고한다. 즉, 비즈니스 승부처를 호감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각자 위치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운전을 하고, 누군가는 문서를 정리하고,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고, 그리고 누군가는 강의를 한다. 사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이 설정한 성공 기준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공 기준은 모두가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이고, 누구는 좋은 자리에 앉는 것, 누구는 자연인이 되는 것이 성공이다. 무엇을 생각하든 성공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존재가 주변 사람의 도움이다. 사람의 도움이 없다면 어떤 성공에도 이를 수 없 다. 성공(成功)의 성패(成敗)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 중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건 사실 호감이다.
지금은 정보 공유가 빨라지고, 학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업무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는 세상에 호감이라는 경쟁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이 시작되면서 같은 제품, 같은 기능이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주변 사람의 평판, 디자인 등 호감 요소에 따라 지갑을 여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일을 줘야 할 때 호감 가는 사람에게 주는 건 당연하다.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호감을 챙기는 사람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 불평한다. 성공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이다. 여기에도 호감의 법칙이 존재한다. 호감이 가기 때문에 같이 일하고 싶어지고, 일을 맡겨도 마음이 편하다. 실력이 월등히 차이나면 물론 기회는 실력 좋은 사람에게 간다. 하지만 실력은 일반적으로 긴 시간 동안 반복하여 익히면 누구나 일정한 수준에 올라갈 수 있다. 실력이 엇비슷한 상황이면 역시나 호감 가는 사람에게 일을 주고 싶다는 뜻이다. 결국은 실력이 비슷해지면 호감 가는 사람이 더 잘나간다. 호감 때문에 판결을 뒤짚은 일이 있다. 바로 미국의 유명 흑인 미식축구 선수이자 영화배우 O.J. 심슨의 이야기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