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대화에서는 돈 이야기가 빠지질 않아요. 어린아이들도 “돈, 돈” 하지요. 사람이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돈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초등학교 때 다의어를 배운 적이 있을 거예요. 뜻이 여러 개인 낱말이에요. 돈도 여러 가지 뜻이 있는 다의어랍니다. 한번 볼까요? “옆집은 돈을 잘 버나, 돈이 많은지 애들이 돈을 달라고 할 때마다 주나 봐. 한국은행이 찍은 돈이 다 저 집으로 들어가나?” 위 두 문장에는 ‘돈’이라는 낱말이 네 번 나오는데, 모두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어요. 물론 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으며 말의 뿌리는 같습니다. “옆집이 돈을 잘 번다”고 말할 때의 돈은 소득이나 수입을 말합니다. 소득이나 수입이 많다는 뜻이지요.
“옆집은 돈이 많다”는 옆집에 재산이나 부가 많다는 말이지요. 소득 가운데 소비하지 않고 남은 부분을 차곡차곡 모으면 재산이 돼요.“애들이 돈을 달라고 한다”에서의 돈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지폐나 동전을 뜻합니다. 간식거리를 사거나 차비를 내기 위한 지폐나 동전을 달라는 뜻이에요. 마지막으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는다”에서의 돈은 우리나라 경제에 유통되는 ‘화폐’를 말해요. ‘통화’라고도 해요. 이처럼 돈에는 여러 뜻이 있습니다. 문맥을 보고 돈이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왜 돈을 좋아하고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쓸까요? 하고 싶은 경제활동을 마음먹은 대로 하거나 반대로 하고 싶지 않은 경제활동은 하지 않을 ‘경제적 자유’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가령 돈이 있으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고, 여행하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있어요. 또 돈이 있으면 ‘선택의 자유’가 커져요. 돈이 있으면 선택지가 다양해져 자신에게 가장 좋은 걸 자유롭게 고를 수 있어 행복해집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꿈을 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꿈을 이룰 수도 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도 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돈이 있으면 삶도 안전해져요. 몸이 아플 때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수술받아 건강을 되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뿐 아니라 더 깨끗하고 더 편리한 곳에 집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삶에서 돈이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001 돈 | 세상에서 사람들이 제일 자주 하는 말」중에서
물건을 살 필요나 계획이 없었는데, 막상 물건을 보고 탐이 나서 또는 광고를 보고 갑자기 욕구가 생겨 구매하는 게 충동구매입니다. 충동구매로 산 물건들은 몇 번 쓰지도 않은 채 구석에서 먼지만 쌓입니다. “왜 샀을까?” 하며 후회를 부르지요. 아까운 돈을 낭비하는 거예요. 합리적 소비와는 거리가 먼 소비 행위입니다. 충동구매가 좋지 않음을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충동구매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충동구매를 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커져요. 소비를 통해 기분 전환을 하거나 자기 존재감을 느끼는 거지요. 하지만 이 요인을 가지고 충동구매를 모두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더 중요한 요인은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에 있어요. 홈쇼핑이 단골로 사용하는 ‘곧 품절’ ‘매진 임박’ 같은 문구가 대표적이에요. 시청자에게 급한 마음이 들게 하는 거지요. 필요성 등을 이성적으로 따지지 못하고 가격 비교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지갑을 여는 시청자들이 많아집니다. 가격표에도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함정이 숨어 있어요. 마트의 가격표를 보면 990원, 9,900원, 19,900원처럼 유독 9라는 숫자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9,900원보다 10,000원이 더 깔끔하고 잔돈 계산도 편리한데 굳이 9,900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00원을 할인해주기 위함일까요? ‘왼쪽 자릿수 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이성적으로 보면 9,900원과 10,000원은 100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뇌는 직관적으로 그 차이를 더 크게 느껴요. 9,900원은 천 단위의 가격이고 10,000원은 만 단위의 가격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10,000원보다는 9,9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볼 때 싸다는 생각이 들고 구매 계획에도 없던 물건을 카트에 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할인 가격을 표시하는 방법에도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어요. 가게들은 가격표에 단순히 할인 가격만 표시하지 않아요. 정상 가격을 남겨두거나 정상 가격에 빨간색으로 X 표시를 한 뒤 아래에 할인 가격을 적는 거예요.
---「021 충동구매 | 지름신이 내리는 이유가 뭘까?」중에서
대개 물가는 오르는 경향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여러 문제를 초래해요. 그렇다면 반대로 물가가 내리면 경제가 좋아질 거란 생각이 들겠지요? 한국은행이 내세우는 목표가 ‘물가 하락’일까요? 이는 매우 단순하고 잘못된 생각입니다. 왜 그런지 알아봅시다. 물가가 꾸준히 내리는 현상, 즉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현상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해요. 물가 상승률이 음수가 되는 거예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값이 내려가는 상품들이 많이 있다는 뜻입니다. 햄버거값도 떡볶이값도 옷값도 내려갑니다. 같은 용돈을 가지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이 늘어나니 돈의 가치가 올라가는 거지요. 마치 부자가 된 듯해요. 그래서 디플레이션을 좋은 현상으로 착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물건값이 왜 내려가는지를 생각해보면 디플레이션이 좋은 현상이 아닌 이유를 알게 됩니다. 물건값이 내려가는 이유는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적기 때문이에요. 물건이 잘 안 팔리니 할 수 없이 기업이 물건값을 내리는 거지요. 그런데 물건값이 내려가면 사람들이 물건을 사야 하는데, 디플레이션 세상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사람들은 앞으로도 물건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소비할수록 더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 물건값이 내려가도 좀처럼 팔리지 않고 창고에는 팔리지 않은 물건들, 즉 재고가 쌓여갑니다.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줄이겠지요. 생산량이 줄어드니 일할 근로자를 해고하든지 아니면 월급을 줄입니다.
실업자가 많아지고 취업자라고 해도 월급이 줄어드니 소비할 돈이 줄어들어요. 경기가 더 나빠진다는 뜻이에요. 이처럼 나쁜 상황이 계속 반복될 때 나타나는 게 디플레이션 현상이랍니다. 디플레이션 세상에서는 돈의 가치가 오르는 게 맞아요. 같은 돈으로 물건을 더 많이 살 수 있는 것도 맞고요. 그러면 뭐 해요?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소득 자체가 크게 줄어들거나 아니면 실업자가 돼 소득이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데요. 싼 물건이 그림의 떡인 거지요.
돈의 가치가 오르더라도 버는 돈이 크게 줄어든 탓에 실은 가난해지는 거예요. 이게 디플레이션입니다. 이런 세상을 원하나요? 아마 그렇지 않을 거예요. 경제학자들도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더 나쁜 상태라고 말해요. 어떤 사람은 ‘경제의 대재앙’이라고까지 말한답니다. 1950년대부터 빠르게 성장하던 일본 경제가 1980년대 들어와 고성장을 멈췄어요. 경기가 곤두박질치더니 경기가 10년 훨씬 넘게 침체했어요. 일본의 물가가 내려가 디플레이션이 나타났어요. 하지만 웃는 사람은 없었답니다. 일본 근로자들의 월급도 깎여 생활이 더 어려워진 탓이에요. 이처럼 디플레이션은 무섭습니다. 그리고 한 번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이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어요.
이야기 줍줍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물가가 내리면 디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현상도 있어요. 경기 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영어 합성어입니다. 경기가 침체이면서도 물가는 오르는 특이한 현상을 말해요. 경제에 나쁜 소식이 한꺼번에 모두 나타나는 것이죠. 물론 스태그플레이션은 자주 나타나지는 않아요. 1979년에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석윳값이 폭등한 적이 있어요.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온갖 물건값이 치솟았고 경기는 고꾸라졌어요. 이때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이 처음 나타났답니다.
---「037 디플레이션 | 저렴한 물건마저도 그림의 떡이 되는 세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