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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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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72g | 133*200*30mm
ISBN13 9791169682107
ISBN10 116968210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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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도 ‘자살에 실패했다’는 말은 ‘삶에 성공했다’는 말과 동일하지 않다. 자살을 한 영혼은 똑같은 고통을 또 다른 형태로 겪게 된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스스로 그 고통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아들은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까. 혹은 어머니는 아들에게 고통을 물려받지 않게 할 수 있을까.
--- p.14

어쩌면 나는, 이런 것 때문에 그런 인간들을 돕는 건지도 모른다. 자살을 결심한 자들이 다시 삶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려는 자들의 선택이 틀린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 p.73

죽음을 표현할 단어가 과연 존재할까. 그것은 삶을 표현할 단어가 없는 것과 같다. 하늘과 땅이 본래 하나듯이, 죽음과 삶도 하나인 존재이다. 사자는 죽음을 맞이한 이를 인도하는 숭고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도를 받지 못하는 죽음이 있었으니, 그것은 ‘자살’과 ‘살인’이다. 자살은 자신의 길을 비트는 행위이고, 살인은 타인의 길의 비트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저승에서는 사자에게 자살을 결심한 자를 막는 자비를 맡겼다.
--- p.110

삶이 흐르듯 죽음도 흘러가며, 행복이 흐르듯 고통도 흘러간다. 사자는 죽음으로 인도하는 자, 고통으로 물길이 막힌 인간에게 돌멩이와 진흙 더미 정도를 치워주는 건 내게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 고통이 뭔지 한때는 알고 있었으므로.
--- p.209

“제대로 잘 죽기를 바랐던 것뿐이야.”
“뭐, 잘 사는 게 아니라?”
“잘 죽는 것도 중요하지.”
우리에게 막 다가오고 있던 이정운이 내 말을 듣고 멈칫했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잘 죽는 건 중요해. 그러니까 허튼 생각 하지 마.”
이정운은 대답 대신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 p.235

”필요한 게 생기면 살고 싶어지는 법이야. 그래서 난 정운에게 고양이를 줬어. 그럼 고양이 밥이 필요할 거잖아. 모래도 필요할 테고, 장난감도, 그렇게 필요한 게 늘어나다 보면 살아지는 거지. 너도 그랬잖아. 그 인간에게 살 집과 먹을 걸 마련해줬잖아. 그 사람은 그게 있어서 살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게 필요해져서 살고 싶어졌던 거야. 자살을 막는다는 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거창한 일은 아냐. 그냥 뭐 하나라도 필요하게 만들어. 필요한 것을 줘. 그거면 돼.”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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