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지식정보 사회라고 한다. 실제로 예전에는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 불철주야로 동분서주해야 겨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가만히 집 안에 있으면서도 신문이나 방송을 비롯한 언론 매체와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공간에서 매일같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처럼 오늘날에는 과잉 지식과 정보 때문에 오히려 새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의 진위를 가리고 꼭 필요한 것을 효율적으로 취사선택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요약하여 잘 활용하는 방법을 체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을 효율적으로 익히기 위한 대안으로, 가장 먼저 사자성어의 학습과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사자성어는 4자로 된 한자성어를 지칭한다. 그 범위는 4자로 된 고사성어를 포함하여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사성어를 유추한 것과 이와 별도로 새로이 만들어져 널리 사용되는 것을 포괄한다.
4자로 된 고사성어는 수천 년을 두고 우리 선현들이 겪은 다양한 인생 경험과 가치 있는 철학과 처세관 등을 단 몇 자의 단어로 잘 응축해 놓은 것이다. 비유컨대 슈퍼컴퓨터에나 보관할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고사성어’라는 파일에 간편하게 압축해 둔 것과 같은데, 이 압축 파일을 풀면 언제나 무한정의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수시로 꺼내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나 미래에 새롭게 얻게 되는 많은 분량의 지식과 정보를 다시 고사성어 형식으로 재압축하여 상호 간에 신속하게 교류하고 후손에게 전해 줄 수도 있다. 따라서 고사성어는 과거나 현재를 이어 주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지식정보 사회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언어 체계로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가 있다. 이는 또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참된 스승이나 지식인이 될 수 있다.’는 ‘온고지신가이위사溫故知新可以爲師’와 ‘널리 배우고 상세하게 풀어나가되 이를 잘 요약해야 한다.’는 ‘박학설약博學說約’의 정신과도 부합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사성어는 반드시 그 역사적인 유래나 사상적인 배경 등을 숙지하고 이를 사용한 전례와 고사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으며, 또한 이 고사성어를 유추한 새로운 성어의 뜻도 이해할 수가 있다. 예컨대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구지편九地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그 뜻은 ‘오나라와 월나라는 원수처럼 미워하는 사이지만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갔다가 풍랑을 만난다면 원수처럼 싸우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서로 긴밀히 도울 것이다.’라는 것이다. 최근 이를 유추하여 ‘한일동주韓日同舟’라는 용어가 신문과 방송매체에 간간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또한 한국과 일본은 서로 원수 같은 사이지만 어려움을 만날 경우에는 협력할 수 있는 사이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 수입 농산물이 범람하자 농협 등 농수산 관계기관의 캠페인 용어로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사자성어가 쓰이는데, 이 또한 먼저 일본에서 유행하여 우리나라로 유입된 성어로 기실 그 연원은 한의학에서 주장하는 ‘약식동원론藥食同源論(약과 음식은 그 뿌리가 같음)’을 유추하여 새로 만든 용어이다.
최근에는 일부 기업이나 각종 동호회에서 기존의 고사성어가 아닌 새로운 사자성어를 만들어 광고나 기업의 표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삼성은 자신들의 기업표어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 사원들의 정신교육에 사용했는데, 이는 무슨 일이든 ‘미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왜 오늘날에도 세인들은 변함없이 사자성어에 관심을 가지고 애용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사자성어 속에는 선현들의 역사와 철학 등은 물론이고 삶의 지혜가 숨겨져 있고, 또 자신들의 뜻이나 말을 압축하여 표현하면서도 외우기 쉬운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으로 알려진 《시경詩經》을 위시하여 초학자初學者들의 필독서인 《천자문千字文》이나 《백가성百家姓》 같은 책 또한 모두 4자의 성어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네 글자의 한자로 이루어진 용어가 모두 사자성어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즉 ‘동서남북東西南北’이나 ‘춘하추동春夏秋冬’, ‘개혁개방改革開放’과 같은 용어나, 의학이나 과학에서 사용하는 ‘제왕절개帝王切開’, ‘우주개척宇宙開拓’ 등 일부 용어는 이미 명사화되거나 단순한 사자성어로 별도의 소개 없이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중·고등학교 국어와 한문 등의 교과서에 수록된 사자성어와, 내신과 수능과 논술 및 각종 취업시험 등에서 자주 출제되고 실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한자성어를 중심으로 엄선해 놓았다.
---「머리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