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영화로도 제작된 화제작! 사계 나츠코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
국내 독자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이츠키 히로유키는 일본 문학계에 수많은 기록을 남긴 거장이다. 장편소설 『청춘의 문』은 출판업계 최고의 초판 발행부수 100만 부를 기록하였고, 1978년에 [나오키상 선정위원]으로 발탁된 이래 최고참위원으로 2009년까지 32년에 걸쳐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수의 문학상, 신인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인생에 대한 통찰과 혜안이 담긴 에세이 『타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흥미롭게 읽은 책으로 꼽아 국내 독자들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낯설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익숙한 것에서 오는 안정감,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츠키 히로유키만의 강렬한 소설 세계로 빠져 들어보자.
네 자매의 빛나는 고뇌와 도전을 섬세하게 그려낸 대작,
사계 시리즈의 제1부
『사계 ? 나츠코』는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일본 영화계의 거장 히가시 요이치 감독이 영화로도 제작하여 세간에 관심을 모았다.
『사계』 시리즈는 저자의 출신지인 후쿠오카를 무대로 고미네 집안의 네 자매의 생생한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의미가 담긴 하루코, 나츠코, 아키코, 후유코는 각자의 방식으로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어느 누구도 주어진 삶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사계』 시리즈의 제1부 주인공, 나츠코다.
네 자매 중에서 가장 자유분방하고 당찬 둘째 딸 나츠코.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시원하게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겁내거나 주눅 들지 않고 떳떳하게 행동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긴 원래 그렇다. 나는 항상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이다. 이유는 나중에 갖다 붙일 뿐, 진짜 동기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 항상 그랬었다.”
스스로는 충동적으로 움직인다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충동 속에는 도전 의식이 깃들어 있다. 인간은 사는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고 있다. 그러나 나츠코는 망설이기보다는 도전한다. ‘당신처럼 야성적인 여자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카메라맨 나카가키 노보루의 말에 무작정 누드 사진을 찍고, 일류 영화감독의 스페셜 드라마에서 누드 대역도 된다. 만약 나츠코가 그 순간에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우물쭈물하다가 도전이라는 선택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열정적이고 건강미 넘치는 나츠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의 기로에서, 자신의 운명에 따라
파격적인 길을 선택하는 나츠코
“인간이란 다 달라.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죽으면 되는 거야.”
지방 도시에서 대대로 장사해온 대형 점포의 후계자 다츠오와 삼 년 넘게 교제하며 결혼까지 약속했던 나츠코. 그러나 그녀는 다츠오가 눈앞에 내밀어준 안정된 삶을 과감하게 내던진다. 다츠오가 원하는 여자가 그의 뒤에서 조용히 내조해줄 착한 아내였기 때문은 아니다. 스물두 살의 나츠코는 아직 인생을 어느 한 방향으로 결정하고 싶지 않았고, 다양한 가능성의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다츠오의 만류에도 한사코 누드 사진을 찍은 나츠코는 그 후 무작정 도쿄로 상경한다. 변변찮은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한 채 헛된 나날을 보내던 나츠코에게 인기 배우 모리 다카히토는 옷을 벗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전라로 바다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인기 여배우의 누드 대역. 누구라도 이런 제안 앞에서는 망설이게 된다. 남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발가벗는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도전할 수 없다. ‘나’의 한 번의 선택으로 가족들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게 뻔하고, 어쩌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츠코의 마음속에서는 ‘해보자’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아름다운 몸매,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싱싱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몸매를 가진 나츠코에게 누드신 촬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귀재 구로카와 류사쿠 감독이 한눈에 반해버린 다이너마이트 신데렐라, 고미네 나츠코의 파격 전라, 마침내 공개!’
당당하면서도 다정함이 깃들어 있고, 거기에 희미한 고독감이 감도는 나츠코의 전라 사진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단순히 발가벗고 찍은 누드 사진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아름다운 몸이 사람들에게 뭔가를 호소하는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다. 구로사와 감독은 다른 여자들이 갖지 못한 뭔가를 나츠코에게서 발견했다. 아마도 그것은 죽고 싶을 만큼 창피한 순간, 뭔가를 숨기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모든 것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그녀만의 ‘당당함’이 아닐까. 인간은 매순간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때로는 거짓을 감추기 위해 진짜처럼 위장한다. 그러나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게 가장 아름다운 선택일 것이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꿋꿋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해바라기, 그게 바로 나츠코다.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건강미 넘치는 여성.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망설이기보다 도전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