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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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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현 | 문이당 | 1997년 08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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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7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4560676
ISBN10 897456067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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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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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무식한 돌팔이들.이름도 그따위로 무식하게 지어가지고......'

힘겨운 정수의 호흡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남 박사가 병실문을 열어 제쳤다.

' 야, 이 자식아! 너 나가! 당장 퇴원해. 퇴원해 버려!

이번에는 장 변호사가 쏟아붓듯 술명을 비웠다.

'매일매일 저 앞 자료실에서 죽음을 연구하고 있어. 그리고 날보고 웃어. 도와달라고, 죽여달라고......'
--- p.24,239,246
저승이나 다음생이 있다면 당신을 또 만나고 싶은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사람냄새가 그리우면 또 만납시다. 정말 사랑했소. 이 마지막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짐과 나오는 눈물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p.301
장사요? 허허허 인생이 쓸쓸한데 그건 해서 모하겠수? 아무튼 두분 사모님들 우리 마누라에 비하겠수만..남편? 아버지? 거 모두 내가 있고 난 다음 이야기요. 이쪽 선생에겐 안됐소만 선생 죽고나서 얼마나 당신을 그려줄 것 같수? 그리고 그려주면 또 뭐할거요? 선생 없어도 다 살게 되어 있수 그저 훌훌 선생 응어리나 털어버리슈. 산놈이 그래도 행복한거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들 하잖수 왜 내 선생 끝까지 술 친구 해줄 테니 아무 때고 오슈 몇 푼 안되지만 술값도 걱정말고 가능하면 마음에 맞는 젊은 색시도 한번 데리고 오슈 내 멋지게 대접할테니...허허허...
--- p.83
자신이 의사라 해도 그랬을 것 같다. 아끼는 친구가 소홀함으로 병을 만들어간다면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정수는 남 박사가 미운 기분에, 혹은 이걸로 술은 정말 마지막이란 뜻으로, 한잔쯤 나누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그는 그렇게 술을 잘 감당해 내는 편이 못되었다. 항상 남들보다 먼저 취했고 가끔은 실수도 하는 편이었다. 만만한 친구들이나 마음 편한 상대와의 술자리에서는 술상을 뒤엎은 적도 여러번 있었고,어렵고 편치 못한 술자리의 뒤끝은 집에 가 아내를 상대로 푼적도 많았었다.그래도 그는 술을 즐겼다. 그렇다고 그라 알코올 중독에 걸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이 그이 텅 빈 기분을 달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것이다.
--- p.13
어떤 경주에서건 동일한 라인에서 함께 출발한 이상 동료나 친구란 있을 수 없었다. 최소한 사적인 처지에서만이라도 부르짖는 '우리는 한편'이라는 의식도 말짱 거짓이었다. 공과 사의 완전한 구분이 어디에 있겠는가. 결국은 모든 것이 얽히듯 그들은 제각가이 경쟁자일 뿐이었다. 고지를 가까이에 두고 출발한 앞선자들일수록 그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그런 이들이 얽히는 울타리란 뻔한 것이었다. 동문, 동향,혈연, 그리고 의도적으로 이어지는 인맥들..
--- p.
아이들을 잘 길러주시오.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말이오. 사람냄새가 그리운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오. 메마른 이 세상. 우린 사람으로 남읍시다. 사람냄새가 그리우면 또 만납시다. 정말 사랑했소.
--- p.301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렇게 보내줘서 뭐라 고맙다 말해야 할지 모르겠소. 미리 써두는 것이기는 하오만 당신을 믿고있소. 당신이 좋았소. 난 행복했던 사람이오. 조금 일찍 간다고 가여이 여기지는 마소오. 고운 당신, 착한 아이들, 좋은 친구들, 미더웠던 동료들, 나를 위해 장어를 사러 다니던 포장마차 주인, 그리고 당신이 아는 또한 사람. 그들 모두 사람 냄새가 났던 좋은 사람들이오. 특히 한사람, 당신의 비려에 진심으로 감사하오.

아이들을 잘 길러주시오.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말이오. 사람 냄새가 그리운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오. 메마른 이 세상. 우린 사람으로 남읍니다. 당신과 이이들이 사람 냄새를 그리워할까 염려되오. 그러나 둘러보면 많이 있을거요. 그래서 나는 이제 마음놓고 눈을 감을까하오. 내 하얀 구름색의 머풀러는 나 태운 뼈와 함께 먼 하늘로 날려 주오. 아무래도 미덥지 않소만.... 당신 마음대로 하구려.

저승이나 다음생이 있다면 당신을 또 만나고 싶은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사람냄새가 그리우면 또 만납시다. 정말 사랑했소. 이 마지막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짐과 나오는 눈물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p. 301
내 하얀 구름색의 머플러는 나 태운 뼈와 함께 먼 하늘로 날려주오. 아무래도 미덥지 않소만..... 당신 마음대로 하구려. 저승이나 다음 생이 있다면 당신을 또 만나고 싶은데, 당신 생각으 어떻소?
사람 냄새가 그리우면 또 만납시다. 정말 사랑했소.
--- p.302
남박사의 표정이 점점 험하게 일그러들었다. 간간이 새어나오는 짧은 한숨 같은 신음이 그의 노여움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에게도 너무나 충격이었다.단어 하나하나가 그의 눈에는 가장 절제된 선택으로 보였다. 단순히 순간의 격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었다. 의도되고 고심하며 깊은 내면의 절절한 미움과 증오를 낱낱이 드러낸 그 편지는 용서할 수 없는 배신이었고 무례였다.

어떻게 네가 네 아비에게 이런 증오를...... 넌 진정 모르느냐. 아비의 그 깊은 사랑을. 진정 네 우둔은 아닐진대, 어찌 네가 이런 경솔을...... 넌 몰라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안다. 그 얼마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이었는지. 네가 모르는 35의 사랑을 우리는 감히 '35의 신화'라고 칭했다. 말투는 장난스러웠어도 마음속은 진정 그 사랑에 깊이 고개 숙였었다. 그리고 부러워했다. 그런 아비를 가진 너를,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할 줄 아는 네 아비의 가슴을.

어찌 네가 감히 그 아비 앞에서 가족을 말하느냐. 세상의 어느 아비인들 한날 한 시 한순간이라도 제 가족을 잊겠느냐만. 그래도 네 아비는 더욱 남달랐다.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너를, 너희들을 사라했고, 고달픈 세상살이가 힘겨워 술에라도 취한 날이면 언제나 너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다. 특별히 성공한 인생은 아니었다 해도 비굴하지 않은 떳떳함으로 그만하면 부끄럽지 않았고, 호화로운 영화는 아니어도 그만한 성실함이면 술취한 객기에 호통이라도 한번 치련만, 무엇이 그토록 미안하고 안타까웠는지 허구한 날 제 무능만을 자책했다.
--- p.153-154
그러나 남 박사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분명 정수의 반발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가령 도덕의 틀을 무너뜨리는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배신의 행위라 할지라도, 아니면 하다못해 사소한 사치의 분탕질이 될지라도. 진정 자신의 삶에 대해 어느 한 부분 후회하고 죄스러위하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도 가혹한 죽음일 것 같았다. 오직 한평생, 그 소중하고 귀한, 그러나 짧고 허망한 삶을 살면서, 그토록 자신을 위해보고 아껴보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초라한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해서였다.
--- p.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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