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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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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사용 설명서

[ 개정판 ]
장하준 저 / 김희정 | 부키 | 2023년 03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202건 | 판매지수 1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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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30위 | 경제 경영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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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726g | 152*225*24mm
ISBN13 9788960519770
ISBN10 8960519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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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학 교과서 중의 하나를 집필한 그레고리 맨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과학자인 척하는 걸 좋아한다. 나도 종종 그러기 때문에 잘 안다. 학부생들을 가르칠 때 나는 의식적으로 경제학을 과학의 한 분야로 묘사한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두루뭉술한 학문 분야에 발을 들여놨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 책 전체를 통해서 더 명확하게 드러나겠지만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의미의 과학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제학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론이 있고, 각 이론은 복잡한 현실의 서로 다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서로 다른 도덕적, 정치적 가치 판단을 적용해 결국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다. 게다가 경제학 이론들은 각자 초점을 맞추는 분야에서마저 실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예측하는 데 계속 실패해 왔다. 화학에서 다루는 분자나 물리에서 다루는 물체와는 달리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 둘 수 없다. 즉 책임 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꺼운 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면서 특정 경제학의 시각을 무조건적으로 흡수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여기서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정답인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주목해 주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믿는다.
---「프롤로그: 귀찮게 뭘…? 경제학은 왜 알아야 하는가?」중에서

이 책들의 제목이 과장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장이 항상 특정한 방향으로 향해 있다는 것이다. 가령 ‘경제에 관한 모든 것은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쪽이 아니라 대부분 ‘경제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쪽 아닌가? 이런 식의 과장은 현재 경제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위 신고전학파가 경제학을 규정하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경제학에 대한 신고전학파의 정의는 1932년 라이어널 로빈스가 그의 저서 『경제학의 본질과 의의에 관한 소론』에서 규정한 이후 약간의 변형을 거쳐 현재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로빈스는 경제학을 ‘다른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희소성을 지닌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로서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했다. 이 관점에 의하면, 경제학은 다루는 주제보다 이론적 접근법에 의해 규정된다. 이들은 경제학이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 내리는데, 필연적으로 희소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수단을 사용해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계산해서 내리는 선택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한다. 이 계산의 대상에는 직업, 돈, 혹은 무역과 같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유명한 시카고학파 경제학자 게리 베커가 많이 연구했듯이 결혼, 출산, 범죄, 약물 중독 등 모든 것이 다 포함된다. 베커가 1976년 출판한 자신의 저서에 붙인 『인간 행동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이라는 제목은 경제학이 그야말로 모든 것에 관한 학문이라고 사실상 선언한 것이다. 모든 것에 이른바 경제학적 접근법을 적용하는 것을 비판가들은 ‘경제학의 제국주의’라고 비난한다.
---「1장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 경제학이란 무엇인가?」중에서

애덤 스미스 시대와 현대를 비교하며 보았듯이 자본주의는 지난 2세기 반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애덤 스미스의 기본적인 원칙 중 일부는 아직 유효할지 모르지만 극히 일반적인 수준에서만 그러하다. 예를 들어 애덤 스미스의 세상에서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은 현대에도 여전히 자본주의를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취향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작은 익명의 기업들이 정해진 기술을 사용해서 효율성을 증대하는 방법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경쟁은 거대한 다국적 기업(초국적 기업)들 간에 벌어지고, 그들은 가격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아주 짧은 기간 내에 기술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애플과 삼성의 싸움이 그 좋은 예이다.) 소비자들의 취향마저 이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 캠페인과 광고에 의해 조종을 받는다. 어떤 경제 이론이 아무리 위대해도 그것은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만 유효하다. 따라서 경제 이론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이론을 사용해서 분석하려는 특정 시장, 산업, 국가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술적, 제도적 요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경제학 이론을 그 이론이 적절하게 적용되는 맥락에 맞게 이해하려면 자본주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2장 핀에서 핀 넘버까지: 1776년의 자본주의와 2014년의 자본주의」중에서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 자본주의의 간단한 역사

현대에는 사고파는 것이 불가능한 많은 것들, 예를 들어 인간(노예), 아동 노동, 관직 등이 옛날에는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유 시장’의 경계가 시대를 초월하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가 현재 당연시하는 시장의 경계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규제가 많고 세율이 높았던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가장 빨리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세금과 관료주의를 줄여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견해에 곧바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16세기에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그러나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숫자만 보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1500~1820년 사이 서유럽의 1인당 소득 성장률은 여전히 0.14퍼센트에 지나지 않아서 거의 모든 면에서 1000~1500년 기간(0.12퍼센트)과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18세기 말에 이르러 면방직과 제철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이 가속화되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결과 1500년에서 1820년 사이에 영국과 네덜란드는 각각 0.27퍼센트, 0.28퍼센트의 1인당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낮지만 당시 서유럽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숫자였다. 그 이면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p.58

19세기에 서유럽 국가들과 서유럽 파생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한 것은 자유 무역free trade과 자유 시장free market의 확산 덕분이라고 보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 이 나라들의 정부가 국제 무역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교역 활동을 제한하지 않았고(자유 무역), 더 넓게는 시장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았기(자유 시장)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은 자유 시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 무역을 채택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앞설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다른 서유럽 국가들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도 자본주의가 발달하던 초창기에는 정부가 선두에 서서 경제 발달의 지휘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p.66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73년 제1차 오일 쇼크가 오기 전까지의 기간을 흔히들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역사상 가장 높은 성장률을 이루어 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어울리는 명칭이다. 1950년에서 1973년 사이 서유럽의 1인당 소득 성장률은 연간 4.1퍼센트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미국은 이보다는 느리지만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2.5퍼센트를 기록했고, 서독은 5.0퍼센트를 달성해서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본은 이보다 더한 8.1퍼센트를 기록해 이후 반세기 동안 동아시아에서 일어날 ‘경제 기적’의 선구자가 되었다. 황금기에 이루어 낸 것은 높은 성장률만이 아니었다. 노동자 계층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실업은 서유럽, 일본, 미국과 같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10장 참조). 이 국가들의 경제는 생산량(따라서 고용), 가격, 금융 등 여러 면에서도 무척 안정적이었다. 이전 시기에 비해 생산량의 부침이 훨씬 적었는데, 이는 경제가 하향 곡선을 그릴 때는 정부 지출을 늘리고 상향 곡선을 그릴 때는 지출을 줄이는 방식인 케인스식 재정 정책의 공이 컸다. 물가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에 더해 금융 부문의 안정성도 굉장히 높았다. 황금기 동안 은행 위기를 겪은 나라는 거의 없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00년대 중반 몇 년을 제외하면 1975년 이후에는 매년 예외 없이 5~35퍼센트의 나라들이 은행 위기를 겪었다.
---p.85

금융 위기에 대한 주요 선진국들의 첫 반응은 대공황 직후와 매우 달랐다. 그들이 취한 거시 경제 정책은 막대한 예산 적자를 낸다는 의미에서 케인스식이었다. 적어도 줄어든 세수입에 맞춰 지출을 줄이지 않는 나라가 많았고, 일부 국가는 정부 지출을 늘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장 공격적으로 이 정책을 시행했다.) 영국의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같은 주요 금융 기관과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같은 산업체가 공적 자금으로 구제되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이자율을 낮췄다. 예를 들어 영국의 잉글랜드 은행은 1694년 은행이 생긴 이래 최저 수준으로 이자율을 깎았다. 더 이상 이자율을 낮추지 못할 수준에까지 이르자 은행들은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라고 알려진 조처를 취했다. 양적 완화란 중앙은행이 돈을 새로 찍어서 주로 국채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자유시장주의가 맹렬한 기세로 귀환했다. 2010년 5월이 그 회귀점이었다. 영국에서 보수당이 이끄는 연립 정부가 선출되고,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의 구제 금융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균형 재정 원칙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지출을 큰 폭으로 삭감하는 긴축austerity 예산이 영국과 이른바 PIIGS 국가(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에서 시행되었다. 2011년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오바마 정부를 압박해 막대한 지출 삭감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도록 했고, 주요 유럽 국가들은 2012년 유럽 재정 협정을 맺어서 반(反)적자 편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함으로써 자유시장주의 쪽으로 상황을 더 몰아갔다. 이 모든 나라, 특히 영국에서는 정치적 우파들이 균형 예산을 핑계로 항상 하고 싶어 했던 복지 국가의 급진적인 축소까지 감행했다.
---p.108~109

4장 백화제방: 경제학을 ‘하는’ 방법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경제학에는 한 가지, 즉 신고전학파 경제학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장에서 소개하는 학파만도 아홉 가지나 된다. 그러나 이 학파들이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적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각 학파의 경계선은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경제를 개념화하고 설명하는 데, 혹은 경제학을 ‘하는’ 데 서로 뚜렷이 구별되는 다양한 길이 있음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어느 학파도 다른 학파보다 더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없고, 자기들만이 진실을 독점하고 있다고는 더더욱 말할 수 없다.
---p.115

헤크셰르- 올린- 새뮤얼슨 이론에서는 모든 나라가 기술적, 조직적으로 모든 것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가정하고 논의를 시작한다. 각 나라가 특화할 제품을 다르게 선택하는 것은 단지 제품마다 생산에 필요한 자본과 노동의 조합이 다르고,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자본과 노동의 상대적인 양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결국 비현실적인 결론으로 이어진다. 즉 과테말라가 BMW 같은 차를 만들지 않는 것은 생산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아서인데, BMW를 생산하려면 자본이 많이 들고 노동력은 조금 드는 반면 과테말라는 노동력은 풍부하고 자본은 조금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고전학파의 이론 중 일부는 간단히 말하자면 틀렸다. ‘세의 법칙’을 너무 고수한 나머지, 불황이나 실업처럼 전반적인 경제 상태와 관련된 거시 경제적macroeconomic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개별적 경제 주체 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미시 경제적microeconomic 이론 역시 무척 제한적이었다. 시장의 무제한 경쟁이 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적인 도구가 없었던 것이다. 일부 고전학파 이론은 논리적으로는 틀리지 않더라도 현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p.123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신고전학파는 고전학파의 중심적인 생각 두 가지를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첫째, 경제 주체들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움직이지만, 시장의 경쟁으로 인해 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는 사회에 이로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생각이다. 고전학파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또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선호하는 명칭을 빌리자면) 시장 경제는 자동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냥 두는 것이 최상이라고 신고전학파는 결론짓는다. 이러한 자유방임주의적 결론은 20세기 초 사회의 개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고안된 중요한 이론적 발전에 의해 더 강화되었다. 바로 파레토 기준이다. 빌프레도 파레토(1848~1923)는 독립 의지를 가진 모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사회 구성원 가운데 누구의 상황도 나빠지지 않으면서 일부의 상황이 나아져야만 그 사회적 변화를 개선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이익’이라는 명목하에 더 이상 개인의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견해인데, 파레토 기준Pareto criterion이라 부르는 이 개념은 현대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사회의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실제 세상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는 변화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레토 기준은 사실상 현상을 유지하고 어떤 것에도 개입하지 않는 자유방임주의적 태도를 정당화하는 처방이 되고 말았다. 파레토 기준을 채용함으로써 신고전학파는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다.
---p.126~127

케인스학파는 고전학파나 신고전학파보다 20세기의 선진 자본 사회에 더 적절한 경제학 이론을 구축했다. 케인스식 거시 경제 이론은 19세기 말 이후 예금자와 투자자가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저축과 투자가 동량이 되는 것이 힘들어지고, 그에 따라 완전 고용을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인식한 데서 출발했다. 이와 더불어 케인스학파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이 하는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강조한다. 고전학파는 이론이 형성될 무렵 금융 시장이 아직 원시적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금융에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신고전학파는 케인스가 살던 때와 비슷한 상황에서 발전했지만,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돈이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케인스 이론에서는 금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현상을 이해하는 데 케인스 이론이 그토록 유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 스스로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죽는다”라는 유명한 말로 요약했듯이, 케인스학파는 단기적인 문제에 너무 많이 주의를 기울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기술이나 인구 변동 등과 같은 ‘근본적인’ 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희망에만 의존해 경제 정책을 구사할 수 없다고 강조한 케인스의 견해는 절대적으로 옳다. 그럼에도 케인스학파는 거시 경제의 단기적 변수에 초점을 맞춘 탓에 기술 발전이나 제도 변화와 같은 장기적 문제에 상당히 취약하다.
---p.153~154

지적으로 명백히 가까운 일부 학파는 이미 이종 교배를 해 왔다. 개발주의 전통과 슘페터학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큰 소득을 거뒀다. 개발주의 전통은 기술 개발을 거대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슘페터학파는 어떻게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더 자세한 이론을 서로에게 제공한 것이다. 마르크스학파와 제도학파, 행동주의학파가 상호 작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었다. 기업의 내부 작동과 특히 기업 내 자본가 -노동자 관계에 관해 때로는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영향을 주고받았다. 케인스학파와 행동주의학파는 심리적 요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항상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행동 재무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이종 교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종 교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파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정치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고전학파(우파), 케인스학파(중도), 마르크스학파(좌파)가 모두 사회를 계급에 기초해 분석하는 시각은 공유한다. 오스트리아학파와 케인스학파는 1930년대부터 앙숙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세상이 무척 복잡하고 불확실한 반면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합리성은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데에서는 (행동주의학파 및 제도학파와 함께) 의견을 같이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들은 제도학파와 행동주의학파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좌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이 (제도학파의 말을 빌리자면) 본능, 습관, 신념, 이성 등으로 만들어진 복합적인 존재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p.165

5장 드라마티스 페르소나이: 경제의 등장인물

정치적인 면에서 볼 때 한 나라의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의 연관성은 선명하지 않다. 수많은 독재자가 극도로 자유시장주의에 경도된 정책을 사용한 반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민주 국가이면서 높은 세금과 많은 규제로 인해 경제적 자유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주의 관점을 신봉하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자유를 희생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때문에 하이에크가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 정권을 찬양한 것이다.) 도덕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신고전학파의 개인주의적 관점에 기본을 둔 시장 실패에 관해 4장에서 설명했듯이, 시장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경제적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들이 개인주의적 관점이 부상하기 전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재 이 관점이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사상의 정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인주의적 관점은 다른 관점, 특히 마르크스나 케인스의 관점처럼 계급에 기본을 두는 관점에 비해, 돈과 권력을 소유하고 따라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세력으로부터 훨씬 더 많은 지지와 인정을 받는다.
---p.178

이로 인해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생겨났다. 이는 대리인(전문 경영인)이 주인(주주)의 이익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전문 경영인은 이윤보다 매출량을 극대화하거나 사내 관료 체계를 지나치게 부풀릴 수도 있다. 경영자의 지위가 매출량으로 측정되는 기업의 크기나 거느린 직원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3장에서 본 고든 게코가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꼬집은 관행이 바로 이런 것이다. 영화에서 게코는 자기가 인수하려던 어느 회사에 부사장만 33명이나 되는데 아무도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많은 친시장주의적 경제학자들, 특히 마이클 젠슨과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는 경영인의 이익을 주주의 이익과 더 밀접하게 연관시키면 주인-대리인 문제를 완전히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시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업 인수를 더 쉽게 해서 주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영진을 쉽게 교체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고든 게코를 또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경영진의 월급을 경영하는 기업의 주식(스톡옵션)으로 지급해서 주주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GE)의 CEO이자 회장으로 취임한 잭 웰치가 만든 주주 가치 극대화shareholder value maximization라는 용어에 잘 요약되어 있다. 이 개념은 영미 기업에서 시작되어 점차 전 세계의 기업 부문을 지배하게 되었다.
---p.182

어떤 국제기구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주로 부자 나라 정부가 소유하는 세계은행과 기타 ‘지역적(regional)’ 다자간 은행은 개발도상국에 돈을 빌려준다. 이 은행들은 민간 부문의 은행보다 더 나은 조건(낮은 이자율, 긴 상환 기간)으로 대출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민간 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금융 위기를 겪는 나라에 단기간 대규모 대출을 해 준다. 세계은행과 IMF, 그리고 이와 유사한 다자간 금융 기관은 대출을 해 주는 나라에 특정 경제 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어떤 대출이건 대출에는 항상 조건이 붙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계은행과 IMF는 대출을 받는 나라를 진정으로 돕기보다는 부자 나라가 좋다고 생각하는 조건을 부과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이들이 1원 1표 원칙을 따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주식의 과반수를 부자 나라가 보유한 탓에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부자 나라들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세계은행과 IMF에서 사실상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결정에는 85퍼센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미국이 18퍼센트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국제기구들은 규칙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힘이 있다. 금융 규제에 관한 국제 규범을 정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그 한 예이다. 그러나 규칙을 정하는 국제기구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중요한 기관은 세계무역기구(WTO)이다. WTO는 국제 무역, 국제 투자는 물론 특허,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경제 상호 작용에 관한 규칙을 정하는 기구이다.
---p.190~191

개인을 제한된 합리성, 복잡하고 모순되는 동기, 잘 속는 특성, 사회화, 심지어 내부적 갈등 등을 모두 지닌 굉장히 불완전한 존재라는 개념으로 보면 역설적이게도 개인 하나하나가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개인이 사회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관습과 지배 이데올로기, 또는 계급적 배경에 반(反)한 선택을 하는 사람의 자유 의지를 더 깊이 존경하게 된다.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모든 사람이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는(그러나 성공하면 혁신이라 부르는) ‘비합리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가의 용기에 더 큰 박수를 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한 다음에야 우리는 ‘진정한’ 선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길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항상 알고 있는 완벽한 인간이 운명적으로 내리는 기계적인 선택이 아니라 진정한 선택 말이다.
---p.200~201

6장 “몇이길 원하십니까?”: 생산량, 소득, 그리고 행복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나 라이베리아 등 인구가 약 500만에서 1000만 정도인 아주 가난하고 작은 개발도상국의 GDP는 보통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정도 된다. 2010년에 14조 4000억 달러였던 미국 GDP의 0.01퍼센트도 되지 않는 숫자이다. 세계은행 기준에 따라 2010년 1인당 GDP가 1005달러 이하인 ‘저소득(low-income) 국가’에 해당하는 35개국은 GDP를 다 합쳐도 4200억 달러에 그친다. 세계 경제의 0.66퍼센트, 미국 경제의 2.9퍼센트밖에 안 되는 것이다.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보다 인구가 더 많고(3000만~5000만) 중간 정도의 소득을 기록하는 개발도상국의 GDP는 3000억~4000억 달러 정도이다. 이는 워싱턴주나 미네소타주 등 중간 정도 되는 미국 주의 GDP와 같은 규모에 불과하다.
---p.215

더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행복도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처지를 좀 더 견디기 쉽도록 상황을 재해석한다. 이런 적응된 선호adaptive preference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자기가 얻을 수 없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버리는 ‘신 포도’는 그중 가장 고전적인 예이다. 억압을 받거나 착취나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답한다. 그리고 그 답이 거짓말은 아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변화에 반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유럽의 많은 여성들이 여성에게 투표권을 허용하는 것에 반대했다. 또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부당한 상황을 지속시키고 잔혹한 행위를 하는 데 직접 가담하기도 한다. 영화 〈장고: 분노의 추격자〉에서 새뮤얼 L. 잭슨이 연기한 스티븐이라는 노예가 다른 노예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듯이 말이다. 이들은 억압자/차별자의 가치관을 받아들였기 때문에(전문 용어로는 ‘내재화’하여)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를 허위의식false consciousness이라 부른다.
---p.226~227

7장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산의 세계

이론적으로는 경제 성장률의 상한선은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가 조금이라도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3장에서 우리는 18세기 말까지 거의 모든 지역의 1인당 연간 생산량 증가율이 0퍼센트에 가까웠던 것을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 수치는 연간 1퍼센트로 올라갔고,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1인당 3~4퍼센트까지 증가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30~40 년 동안 ‘기적’적 성장기의 정점에 달했을 때 증가율은 8~10퍼센트를 기록했다.어림잡아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3퍼센트 이상이면 양호, 6퍼센트 이상이면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맞다. 10퍼센트가 넘는 성장률을 오랜 기간(가령 10년 이상) 유지하는 경제가 있다면, 앞에서 언급했던 적도기니처럼 천연자원이 발견되었거나 지난 15년 동안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처럼 전쟁에서 회복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
---p.245

서유럽 산업국과 미국이 제조 산업의 절정에 이르렀을 당시(나라별로 다르지만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 노동력의 40퍼센트 가까이가 제조업 부문에서 일했다. 산업 전체를 모두 합치면 이 수치는 거의 50퍼센트에 달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에서 제조업 종사자는 15퍼센트 미만이다. 예외적으로 대만, 슬로베니아, 독일 등은 제조업 분야에 아직도 20퍼센트까지 고용되어 있다. 반면 영국,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등은 그 비율이 겨우 9~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제조업 부문의 고용 비율 하락은 총생산량에서 제조업 부문 생산량의 비율이 감소하는 현상과 함께 일어났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1970년대까지도 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생산이 25퍼센트에 달했으나, 이제는 선진국 중 어느 나라도 2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의 비율이 뚜렷하게 줄어든 것은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빨라서 다른 부문(서비스나 농산품)보다 가격을 상대적으로 많이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앞에서 설명했다. 이 말은 생산량을 (조사 첫해의 가격을 계속 적용한) 불변 가격으로 환산해서 계산하느냐, 아니면 (현재 가격인) 경상 가격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제조업의 비중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20년 사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와 같은 부자 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은 경상 가격으로 계산하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지만(독일 20퍼센트, 이탈리아 30퍼센트, 프랑스 40퍼센트), 불변 가격으로 계산하면 세 나라 모두 감소치가 10퍼센트 미만으로 그다지 크지 않다. 몇몇 부자 나라에서는 불변 가격으로 계산했을 때 제조업 비중이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있다. 미국과 스위스는 지난 20여 년 사이에 5퍼센트가량 증가했고, 핀란드, 스웨덴은 지난 몇십 년 사이에 총생산량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50퍼센트나 증가했다. 영국이 이런 추세에서 예외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불변 가격으로 계산해도 지난 10~20년 사이 영국의 제조업 비중은 극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영국의 탈산업화 현상은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 상대적으로 빠른 데 따른 공산품 가격의 하락 때문이 아니라, 영국 제조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절대적으로 쇠락한 결과임을 짐작하게 해 준다.
---p.257~258

8장 피델리티 피두시어리 뱅크에 난리가 났어요: 금융

엄격하게 말하자면 신용 사기란 피해자가 거짓을 믿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다른 신용 사기와 다른 점은 사람들이 은행이 하는 말을 믿도록 만들기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는가에 따라 그것이 진실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한 은행에 돈을 맡기고 자기 돈을 언제든지 원할 때 인출할 수 있다고 믿는 예금주의 수가 충분하면 그 은행은 그럴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런 예금주의 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런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은행이 (일종의) 신용 사기라는 사실 때문에 ‘내로 뱅킹(narrow banking)’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은행이 모든 예금주에게 동시에 돈을 내줄 수 있을 만큼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신용 사기야말로 은행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우리 모두 현금이 주는 융통성이나 유동성을 누리고 싶어 하지만 그 돈이 한날한시에 필요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이용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보다 더 많은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은행의 업무 아닌가? 은행이 더 많은 돈(즉 신용)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바로 예금 인출 사태의 위험이라는 불안정성의 비용을 감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은행에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다른 은행으로 전부 전염contagion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여기에 어려움을 더한다.
---p.274

파생 상품을 변호하는 논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파생 상품을 통해 미래의 ‘위험을 방지(hedge)’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가 정유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예로 든 선물 계약을 사게 되면 1년 후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 올라갈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반면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선물 계약을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았다면 원유가가 배럴당 90달러라 하더라도 100달러에 사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는 1년 후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아주 낮다는 판단이 들어야만 그런 계약을 살 것이다. 이와 같은 보호 또는 헤지 기능은 파생 상품의 유일한 기능이 아니다. (요즘 들어서는 주된 기능의 위치도 상실한 듯하다.) 또 파생 상품은 가령 원유 가격 변동을 놓고 투기, 즉 도박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시 말해 정유 시설 관련자도 아니고, 소비자로서도 원유 가격에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원유 가격 변동을 놓고 판돈을 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금융 문제 운동가인 브렛 스콧은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도발적이지만 통찰력 있는 지적을 한 바 있다. “파생 상품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말 주인이 [자신의 말이 경기에서 질]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마권 산업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p.288

1980년대 초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이 금융 규제 완화 조치는 전세계로 확산되어 나라마다 앞다투어 광범위한 규제 완화 또는 철폐의 길을 밟았다. 상업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가운데 특히 유동성과 레버리지 규제, 대출 기관이 매길 수 있는 금리 상한선, 각 금융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자산 형태 제한(가령 1980년대 이전에는 미국에서도 저축대부조합의 소비자 대출이나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을 금지했다), 얼마나 공격적으로 대출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규제(예를 들어 담보 대출 시 주택 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에 대한 규제) 등이 모두 완화되었고, 자본의 국가 간 이동에 대한 제한도 완화되거나 철폐되는 경우가 많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12장에서 이야기한다.) 그 결과 금융 시스템 내의 각 부문이 전례 없이 얽히고설키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 현상은 예를 들어 상업 은행과 보험사가 파생 상품 거래에 깊게 관여하는 것처럼 단순히 다른 부문 사이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는 형태로도 벌어졌다. 2008년 미국의 부채 담보부 증권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는 그 상품을 산 독일과 스위스 은행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상호 연관성이 증가하면서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으로 급속하게 문제가 확산되어 시스템 전반에서 불안정성이 급증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교묘하게 상품을 묶고 구조화하고 파생 상품을 디자인해도 결국은 플로리다에 사는 서브프라임 주택 담보 대출자나 나고야의 중소기업, 자동차를 사려고 대출받은 낭트의 젊은이가 돈을 갚아야 한다는 전제가 이 모든 새로운 금융 상품의 근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p.295

9장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 버렸으면: 불평등과 빈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유 시장 옹호자들은 국민 소득의 큰 부분을 최고 소득자들에게 몰아주는 것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이익이라는 논리를 널리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 “밀물이 들면 모든 배가 같이 떠오른다”라는 경구는 자유 시장 옹호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슬로건이다. 원래 존 F. 케네디가 한 이 말은 최근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이 다시 언급해서 유명해졌다. 부자들이 돈을 더 많이 손에 넣으면 투자를 더 많이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득이 돌아간다.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에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하청 업체에서 더 많은 부품을 사들일 것이다. 개인 소득이 늘어난 부자들은 소비를 더 많이 해서 예를 들면 스포츠카와 디자이너 의류를 파는 기업의 소득을 창출한다. 이 기업들은 자동차 부품과 섬유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그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임금이 올라 음식과 옷(디자이너 의류는 아니지만)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따라서 최상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결국 경제의 나머지 부분에도 ‘낙수’처럼 돈이 흘러내려 모든 사람이 전보다 더 잘살게 된다는 논리이다. 국민 소득 전체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더 작더라도 절대치로 따지면 더 잘살게 된다는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의 권위자 밀턴 프리드먼이 한 다음의 발언도 이 같은 의미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적 오류는… 파이의 크기가 정해져 있고, 한쪽이 파이를 더 가지면 다른 쪽에 돌아갈 파이의 크기가 그만큼 줄어든다고 추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지난 30년간 다수의 정부가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를 믿고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 효과를 진정으로 믿지 않더라도 이를 핑계로 정책을 정당화한 정부도 있었다. 그 결과 생산, 노동,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부자가 돈 벌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이 삭감되어 벌어들인 돈을 쥐고 있기도 더 쉬워졌다.
---p.308~309

현재 국제적으로 (절대적) 빈곤선은 1일 구매력 평가로 1.25달러이다.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소득이 너무 적어 최소한의 영양 공급 조차 할 돈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기준은 국제 빈민 구호 NGO인 옥스팜(Oxfam)이 ‘가난을 과거의 일로 만들자’ 캠페인을 할 때 사용되었고, 세계 지도자들이 “극도의 빈곤과 기아를 척결하자”라며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선언할 때 사용되기도 했다. 이것을 연간 구매력 평가 소득으로 환산하면 456달러가 된다. 이 말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세 나라인 콩고민주공화국, 라이베리아, 부룬디의 평균 구매력 평가 소득은 절대적 빈곤선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현재 14억 명, 그러니까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하루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다. 다차원적 빈곤으로 따지면 절대적 빈곤 속에서 사는 사람의 숫자는 17억 명, 즉 4명 중 1명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숫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의 70퍼센트 이상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현재 중국 인구의 13퍼센트인 1억 7000만 명, 인도 인구의 42퍼센트인 4억 5000만 명 이상이 국제 빈곤선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p.329~330

10장 일을 해 본 사람 몇 명은 알아요: 일과 실업

노동 시간에 관한 자료를 볼 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숫자가 평균치라는 사실이다. 많은 나라에서 일부 계층은 과도하게 오래 일하느라(ILO 기준으로 주당 48시간 이상) 건강을 잠재적으로 위협받는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시간 관련 불완전 고용time-related underemployment 상태에 있다. 전업으로 일을 하고 싶지만 시간제 일자리밖에 구하지 못한 경우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후 이런 사람들은 더 늘어났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위장 실업disguised unemployment 상태에 있다. 이는 생산량에는 거의 혹은 전혀 보탬이 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소득을 얻기 위해 일하는 것을 말한다. 좋은 예로 가족이 소유한 농장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경우, 혹은 가난한 사람들이 비공식 부문informal sector(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직장으로 1인 사업인 경우가 많다)에서 일을 하면서 외형상으로는 구걸이 아니지만 내용은 구걸이나 다름없는 일을 하는 경우 등이 있다. (잠시 후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실업자로 남아 있어서는 살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전체 노동력 중 너무 과도하게 오래 일하는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인도네시아(51퍼센트), 한국(50퍼센트)을 필두로 해서 태국,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등으로 모두 40퍼센트를 넘는다.
---p.344

실제로 실업은 어떻게 측정할까? 가장 분명한 방법은 한 나라의 국민 중에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의 수를 세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실제로 실업을 규정하고 측정하는 방법이 아니다. 일하기에 너무 어리거나 너무 나이 든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실업률을 계산할 때는 생산 가능 인구working-age population를 감안한다. 모든 나라가 생산 활동 가능 연령에서 어린이를 제외한다. 그러나 어린이에 대한 정의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보통 15세가 가장 많이 쓰이는 제한 연령이지만, 그 선이 5세까지 내려가는 경우(인도, 네팔)도 있다. 어떤 나라는 노인도 생산 가능 인구에서 뺀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계선이 64~74세이나, 이 역시 63세까지 내려가거나 79세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생산 가능 연령에 들어가는 사람이라도 일을 하지 않는다고 모두가 실업자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라든지 임금을 받지 않는 가사 노동을 하거나 친지를 간호하고 있는 사람 중에는 임금을 받는 일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실업자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어야 한다. 즉 최근(보통 4주 이내)에 유급 직장에 지원을 한 일이 있어야 한다. 생산 가능 인구에서 능동적으로 일을 구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수를 뺀 것이 경제 활동 인구economically active population이다. (능동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경제적 활동은 하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사람만 실업자로 구분된다. ILO 정의라고 알려진 실업자에 대한 이 규정은 (소소한 수정을 거쳐서) 모든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심각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하나는 ‘일한다’는 것을,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돈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굉장히 너그럽게 정의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실업자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부분으로, (일을 하고 싶지만 반복되는 취업 실패로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실망 노동자discouraged worker가 실업 통계에서 빠지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p.355~356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 정부의 역할

정부 실패론은 경제학, 즉 시장의 논리가 정치보다 우위에 있으며, 더 나아가 예술, 학문 등 인간 생활의 다른 측면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는 요즘 들어 너무도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져서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지경까지 왔다. 그러나 이는 심각하게 잘못된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논리가 우리 생활의 다른 측면까지 적용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일반인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우리는 빵만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에 더해 이 주장은 어떤 것이 시장의 영역에 속하고, 어떤 것이 정치 영역에 속하는지를 결정하는 유일하고 올바른 ‘과학적’ 방법이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정부 실패론자들은 최저 임금 법안이나 유치산업의 보호 관세 같은 정책은 ‘정치적’ 논리로 신성불가침한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정당하다고 보는 경제학 이론들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부 실패론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은 사실상 다른 경제학 이론들에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더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고, 자신들의 경제학 이론이 맞는 이론이고 심지어 ‘유일한’ 경제학이라고 암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 실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경제학 이론이 설령 ‘맞다’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경제와 정치 사이에 선명한 선을 긋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의 경계 자체가 특정 경제학 이론(어떤 학파의 이론이든 간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p.381~382

12장 지대물박(地大物博): 국제적 차원

국제 무역은 개발도상국에 특히 중요하다. 생산 능력을 키워 경제를 발달시키려면 개발도상국은 더 나은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이론적으로야 그런 기술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다지만, 상대적으로 후진 경제에서 스스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사례가 현실에 얼마나 있겠는가? 7장에서 언급했던 북한의 비날론 같은 예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이 수입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것이 기계가 되었든 특허 기술을 사용할 권리를 사는 기술 사용권technology license이 되었든 혹은 기술 자문이 되었든 최대한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이 기술을 수입하려면 먼저 수출을 해서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처럼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경화(hard currency)’를 벌어들여야 한다. 어느 나라도 개발도상국의 통화를 지불 수단으로 받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무역은 경제 발전에 필수적이다. 국제 무역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유 무역이 최선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꼭 개발도상국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앞선 장들에서 설명했듯이 자유 무역을 하게 되면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생산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방해받을 수 있다. 국제 무역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국제 무역을 할 때 자유 무역이 최선이라는 주장과 혼동해서는 절대 안 된다.
---p.399~400

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인 직접 투자의 부정적 영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대상국이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일단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 대상국 안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자국 기업들이 생존하기가 어려워진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현재의 부자 나라 중 많은 나라(특히 일본, 한국, 대만, 핀란드)가 자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외국인 직접 투자를 엄격하게 제한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토요타의 첫 대미 자동차 수출 시도가 큰 실패로 끝난 후18 많은 전문가가 충고한 대로 일본 정부가 1950년대 말 자동차 산업에 외국인 직접 투자를 허용했다면, 당시 일본 자동차 산업의 상황으로 볼 때 일본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에 전멸당했을 것이다. 1955년 당시 GM 한 회사에서 생산하는 자동차가 350만 대에 달한 반면, 일본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다 합쳐도 7만 대에 불과했다.
---p.416

에필로그: 그래서 이제는?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p.435

기존 경제 질서를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서,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를 풍미한 경제 체제보다 더 역동적이고, 더 안정적이고, 더 평등하고, 더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싸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 변화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충분히 많은 수의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싸우면 ‘불가능한’ 일도 이루어진다. 기억하자. 200년 전에는 많은 미국인들이 노예 제도를 없애는 것이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다. 100년 전 영국 정부는 투표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을 감옥에 가뒀다. 50년 전에는 현재 개발도상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이 대부분 ‘테러리스트’로 영국이나 프랑스 정부의 수배를 받았다.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한 말처럼, 우리는 지적으로는 비관주의, 의지로는 낙관주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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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입문서이자, 참고서이자, 간략한 세계 경제사.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강력한 보디블로!
- [가디언]
99퍼센트를 위한 경제학, 생생하고 지적이고 쉽다!
- [커커스리뷰]
1980년대 이후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했으나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못 내놓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넘어 다양한 경제학의 양상을 제시한다.
- [경향신문]
경제학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 즉 실업과 불평등, 빈곤 등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거시경제까지 아우르며 ‘경제학 사용법’을 알려준다. 가볍고도 재미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경제 가이드북.
- [매일경제신문]
이 책은 경제 현상을 두루 짚는 동시에 경제학을 훌쩍 넘어서는 책이다. 경제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못잖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과학이라는 포장을 씌워 정치적 주장을 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도 선명하다. 고등학생부터 회사원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중앙일보]
“경제학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자기 분야도 제대로 모르는 마당에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라며 주류(主流) 경제학의 무능함을 비판한다.
- [조선일보]
이 책은 경제를 몰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학 사용 설명서‘다. 장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경제학자들에게 ‘사용’당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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