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물고기 몇 마리가 죽은 것뿐이라고?
심증이 있다면 물증을 찾아라!
누군가 사고를 치면 반나절 만에 소문이 쫙 퍼지는 작은 마을.
어느 날 물고기 수백 마리가 죽은 채로 강물 위에 떠오른다.
그러나 아무도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중학생 기자 에밀리는 과수원, 제재소, 골프장, 가구 공장,
섬유 공장을 샅샅이 짚어 간다.
심증은 자꾸 짙어지지만 증거는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데…….
열네 살 열혈 소녀의 좌충우돌 산업공해 취재기!
“죽은 물고기는 그 공장의 남쪽에서만 나타나고 있어!”
열네 살, 기업 공룡과 맞짱을 뜨다!
《위험한 강물》은 중학생 기자 에밀리가 산업공해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환경 미스터리이다. 스스로 피해자라고 인식한 열네 살 소녀가 용감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호기심을 따라간다. 산업공해라는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중학생 화자의 눈을 통해 쉽고 밝게 그려내 미국 출간 당시 어린이도서협회(CBC)와 미국과학교사협회(NSTA)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누군가 사고를 치면 반나절 만에 소문이 쫙 퍼질 만큼 작은 도시에서 어느 날 수백 마리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강물 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강가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농부가 신고하지만 시청 직원은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다.
신출내기 학생 기자 에밀리는 다짜고짜 취재를 시작한다. 수영장용 수질 검사기로 과수원 근처 강물의 피에이치를 검사하는가 하면, 취재를 하러 간 제재소에서 견학 코스를 밟기도 하고, 평생 만져 본 일도 없는 골프채를 들쳐 메고 골프장 진상 조사에 나서기도 한다. 그 가운데, 이 좌충우돌 취재 작전에 ‘상냥한 괴짜 매리’와 ‘자만심 빵빵 군 샘’이 합류한다.
무언가 의혹의 꼬리가 잡힐 듯한 찰나, 에밀리는 트리뷴 신문사 기자와의 인터뷰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환경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꼬집는 에밀리의 발언이 그만, 기자의 악의적인 편집에 의해 지역 최대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인 대기업을 비난한 격이 되어 버렸다. 그러자 그때까지 입에 지퍼를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에밀리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데…….
일상 미스터리처럼 잔잔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갈수록 점입가경이 되어, 기업 공룡과 그를 둘러싼 침묵의 공모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일자리를 잃게 될까 봐, 지역 경제를 걱정해서, 기업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등등, 마을 사람들이 기업을 변호하고 에밀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결국 ‘대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한목소리이다.
이처럼 소설은 단순히 공장이 폐수를 흘려보낸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갖가지 요인, 특히 경제적 요인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로써 산업공해가 묵인되고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밀하게, 그러나 중학생 화자의 시선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그려낸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이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성역은 아니라는 것을 힘주어 말하듯, 에밀리를 내세운다. 평소에는 순둥이, 하지만 호기심 앞에서는 자신이 맞건 틀리건,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악바리 중학생 기자 에밀리를 말이다. 에밀리는 우리들 각자의 호기심과 끈기가 삶과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시간 낭비면 어때? 뭔가를 증명해 보이려면,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일단 저지르는 수밖에 없어.”
‘그리운 과거’ vs ‘보이지 않는 미래’
“변화의 바람” 앞에 선 사춘기를 위한 성장 소설!
에밀리는 왜 그토록 물고기 사건에 매달리는 것일까? 환경 문제를 다룬 추리 소설 《위험한 강물》은 달리 보면 ‘변화’라는 테마에 부딪힌 청소년들을 위한 성장 소설이다. 소설은 에밀리가 자신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변화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소설의 첫머리만 해도 에밀리는 그러한 변화들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가장 큰 변화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 리앤에게 새 ‘절친’이 생긴 일이었다. 리앤은 새 친구를 사귄 뒤 옷차림에 목숨을 걸고 남자친구를 만들 생각만 하더니, 에밀리를 향해 쉽게 살라는 충고까지 늘어놓는다. 에밀리는 그 충격을 이렇게 표현한다. “저 애가 내 단짝이었던 리앤이 맞는 걸까? 리앤은 이제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그 변화가 나쁜지 좋은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강물을 타고 흘러왔다. 한때 에밀리의 가장 소중한 놀이터였던 히그돈 강의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물고기 사체가 수북이 떠밀려 오고, 그윽한 사과꽃 향기 대신 3년 묵은 음식물 쓰레기통에서나 날 법한 악취가 진동한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던 곳인데, 이렇게 갑자기 공동묘지로 변해 버리다니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
티 없이 맑던 강물이 오염된 것도, 세상에 둘도 없던 ‘절친’이 배신을 한 것도, 그 어떤 변화든 거기에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사춘기 소녀의 고집과 뚝심이다.
그런 변화 앞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로 나아갈 용기를 내비치는 낙천성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힘줄이다. 에밀리는 고군분투하던 취재 작전 속에 슬며시 끼어 든 두 친구 매리와 샘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 세상이 변하는 것은 강물이 흘러가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이치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과거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던 소설 첫머리와 달리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장을 읽다 보면 우리는 에밀리의 어마어마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때로 삶이란 거대한 퀴즈 쇼 같다. 모든 답을 맞혔다고 생각한 순간, 보너스 질문이 날아오니까.”
새로운 질문을 넘으면 또 하나의 질문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나이, 열네 살을 맞이한 에밀리가 삶과 사회의 주인공이 되어 올곧게 펼치는 정면 승부! 보기 드물게 해맑은 미스터리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