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을 다룬 국내 최초의 SF 성장소설
“형과 나, 엄마. 우리만 알고 있는 비밀.
내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은 대체 누구지?”
주인공이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은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독자들에게 읽히곤 한다. 여기에 SF라는 장르적인 재미까지 더해진 『복제인간 윤봉구』는 우리 문학사에서 쉬이 볼 수 없던 아주 특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봉구는 일 년 전 우연히 엄청난 비밀을 접하게 되고 가슴앓이를 시작한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네가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는 쪽지까지 받게 되면서 평범했던 열두 살 윤봉구의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된다. 자신이 ‘가짜 인간’이라는 엄청난 비밀을 알게 돼 혼란스러운데 거기에 이 비밀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봉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 이제 곧 세상 모두가 자신이 지구 최초의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가족과 헤어져 혼자 어딘가로 끌려가게 될 거라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 속에 빠진 봉구. 혼돈과 공포 속에서 봉구를 잡아주는 것은 다름 아닌 ‘짜장면’이다. 동네의 숨은 맛집 ‘진짜루’에서 짜장면을 배우면서 최고 요리사가 될 거라는 꿈을 놓지 않는 봉구는 ‘진짜’와 ‘가짜’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엄마와 형의 진심어린 사랑을 느끼면서 진짜 자신을 발견해 나가고 성장한다.
개성 만점 캐릭터들의 향연
드라마 작가가 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
『복제인간 윤봉구』는 주인공에서 조연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한층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짜장면에 미쳐 보이는 중국집이면 들어가 맛보고, 그 맛을 비교해 수첩에 적는 짜장면 덕후 윤봉구, 자기 때문에 동생이 만들어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상처받고 사춘기 블랙홀에 빠져 버린 봉구의 원본 민구, 장래가 촉망받는 천재 과학자였지만 과학자의 길보다는 ‘엄마’를 선택한 윤인주 박사, 재치 있는 말솜씨로 쉴 새 없이 떠드는 수다쟁이이자 의리파인 강소라도 매력 만점의 주인공이다. 여기에 맛집 ‘진짜루’의 대를 이을 후계자지만 여전히 어설픈 셰프인 소라의 아빠와 이런 아빠에게 춘장 맛 구분 못한다며 호통 치는 절대 보스인 회장님 등도 양념처럼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의 활기를 더한다. 이 작품으로 어린이 문학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임은하’는 방송국에서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해 왔다. 특히 KBS 성장드라마 「반올림」과 EBS 다큐동화 등의 프로그램 대본을 집필하며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를 고민해 온 드라마 작가로, 방송에서 쌓은 스토리텔링 솜씨를 동화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한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점은 바로 속도감 넘치는 문체이다. 임은하 작가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리드미컬한 대사와 솔직하고 거침없는 문장을 구사해 지루할 틈 없이 스토리를 전개한다. 짜장면 수련기에 복제인간의 비밀과 관련된 미스터리가 맛깔나게 어우러진 『복제인간 윤봉구』는 한바탕 웃고 난 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을 주는 동화다.
복제인간도 인간인가? 질문을 던지는 작품
“넌 진짜보다 더 진짜니까. 꿈꾸고 웃고 사랑할 줄 아는 진짜!”
‘인간 복제’는 1997년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체세포 복제에 성공하면서 더 이상 상상의 영역에만 놓여 있지 않은 이슈다. 윤리적인 문제로 더 이상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인간 복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젠가는 과학적, 기술적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게 사실이다. 특히 『복제인간 윤봉구』는 작품의 배경을 미래 사회가 아닌 2017년으로 앞당겨 왔다. 먼 미래가 아닌 2017년이라는 설정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오늘의 우리에게 당면 문제로 질문을 던진다. ‘복제인간도 인간인가?’, ‘인간 복제를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봉구의 엄마 윤인주 박사가 과학자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인간 복제의 윤리적인 문제를 생생하고 절실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봉구의 비밀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봉구를 쫓고 있다는 스릴러 형식을 빌어 이야기의 몰입감을 더한 『복제인간 윤봉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근원에 깔린 복제 인간에 대한 논란과 미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상상하고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깐깐한 선택!
2016년 6월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비룡소 홈페이지를 통해 어린이 심사위원을 지원받아 약 2.5대 1의 경쟁을 뚫은 어린이 100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위촉된 어린이 심사위원단은 지난 1월 말 전문가로 구성된 어른 심사위원단이 4편의 응모작 중 천거한 최종 본심작 2편을 2월 한 달 동안 읽고 심사했다. 어린이 심사위원들은 2편 중 가장 좋았던 본심작 1편을 뽑은 뒤, 뽑은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온라인상으로 전달했다. 최종 당선작은 어른 심사위원의 점수 50퍼센트와 어린이 심사위원들의 점수 50퍼센트를 각각 합산한 결과로 선정되었다. 어른 전문가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최종 본심작 2편을 두고 심사위원단의 점수가 합산되는 순간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을 만큼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후 지난 2월 말, 비룡소 본사에서 만난 어린이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이 뽑은 후보작에 대해 두 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을 벌이며 자신이 지지하는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그 결과 『복제인간 윤봉구』가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