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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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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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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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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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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64.32MB ?
ISBN13 979119038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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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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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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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생에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몰입의 순간들을 많이 가진 것입니다. 어떤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반쯤은 몽유병자처럼 흉내만 내면서 살아가는 나를 잘 아시는 신이 내가 몰입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작품들을 내 앞에 가져다주셨습니다. 그러면 흐릿한 불씨처럼 존재하던 나는 뜨거운 불로 타오를 수 있었습니다.
---「신의 대본에서 우리 모두는 배우」중에서

자신의 얼굴로, 자신의 몸으로 하는 것인데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작가가 써 준 것을 내가 연구함에 따라서 내 눈빛이 더 깊어질 것이고, 내 손이 하나라도 더 움직일 것입니다. 이것은 나 자신이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어제 할 때는 몰랐는데, 오늘 알아지면 어떤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보다 기쁩니다. 그 기쁨을 내가 멀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쁨을 자꾸만 맛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 기쁨은 누가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나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대사를 백 번도 더 읽습니다. 아까 했던 것과 지금 하는 것이 다르니까. 아흔아홉 번째 했을 때는 몰랐던 것을 백 번째 했을 때 느껴지는 것이 있으니까. 읽을수록 느껴지니까 대본을 계속 읽고 싶어집니다. 잘 쓴 대본은 읽을수록 깊어집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을 때처럼, 건성으로 읽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혜자에게」중에서

신은 절대로 내가 경험한 삶이 그냥 없어지게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주 우울한 생각을 했든, 너무 슬픈 생각을 했든, 치졸하고 부끄러운 생각을 했든, 그 모든 것이 내가 역을 맡을 때 조금씩 도움을 주었습니다. 내가 겪은 모든 일과 감정들이 연기에 다 투영되었습니다.
---「살아, 네 힘으로 살아」중에서

「마더」는 나의 죽어 있던 세포를 깨워 준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내가 미처 생각도 못한 것을 얘기할 때도 많았고, 생각은 같지만 내가 표현이 부족할 때 말해 준 것도 많았습니다. 나를 깨워 놓고 자기 생각을 얘기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촬영을 하면서 그동안 딱딱하게 굳어 있던 것들, 고착되어 있던 생각들이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것들이 새로워졌습니다. 땅을 일구듯이 나를 다시 일구고 새로 거름을 준 것 같았습니다. 내게 일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현지 촬영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니까 만성인 두통도 없어지고, 새로운 열정과 희열이 솟아나는 게 신기했습니다. 불씨만 남아 있던 열정을 다시 타오르게 해 준 봉준호 감독에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매번 처음 사는 인생으로 살았다」중에서

스케줄 관리해 줄 매니저도 없고, 의상 코디도 없이 ‘나만큼’ 해서 세상에 나를 보였습니다. 작품을 고를 때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선택했습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그 여자가 지금 현실이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워도 희망의 빛이 보이는 역을 했습니다. 보는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역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삶에 절망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내가 맡은 역으로 그 절망을 더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비록 절망적이어도 저 멀리 희망이 보여서 비집고 나올 수 있는, 그런 역을 했습니다. 형편없는 몰골의 역이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저 여자에게 희망이 기다리고 있나?’
그것을 따졌습니다.
누구나 날개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날개는 누가 달아 주지 않습니다. 내 살을 뚫고 나올 뿐입니다.
---「나의 매니저」중에서

나도 사실은 매우 진취적인 사람이며, 어떤 면에서 특이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영화도 특이한 내용을 하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영화나 보통의 사랑 이야기는 재미를 못 느끼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또 그 당시 최불암, 박근형, 오지명 배우의 아내로만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따분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만추」 같은 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 죽인 살인범으로 감옥에 있다가 며칠 휴가받아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정사를 나누는, 누가 봐도 ‘김혜자’에게는 매우 튀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고, 머릿속에서는 얼마나 특이한 생각들을 하는 여자인데 그런 것이 이상할 리 없습니다. 내면에서는 별의별 상상을 다하는데, 다만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릴 필요가 없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역을 하기를 기대했습니다. 나에게 언제나 얌전한 역만 시켰는데, 그런 역을 하라니까 너무 좋았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깊은 계절」중에서

감정적으로는 김정수 작가의 작품이 더 순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김정수의 작품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연기자로서는 단연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선호했습니다. 김정수 작가도 당연히 작가이니까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그이는 그것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게 표현됩니다. 김수현 작가는 박박 긁고, 할퀴고, 몸서리쳐지게 표현을 합니다. 그러면서 사랑스럽습니다. 두 여자가 막상막하입니다. 두 사람 덕분에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생각하면 배우로서 나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여자입니다.

나에게 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삶이며 모든 것입니다. 배우는 ‘이만큼 하면 됐다.’거나 ‘이 정도면 성공했다.’라고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품고서 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중에서

사람들은 내가 현모양처인 줄로만 압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살림도 못하고, 대본만 받으면 그날부터 대본 속 인물이 되어 버려서 식구들은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남편과 아이들은 내가 배우이니까 당연하다고 인정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배우로서 잘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가족에게 남긴 자잘한 상처들이 흐지부지 묻히지 않도록. 가족에게 상처를 주면서 배우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배우로서 떳떳하지 못하면 정말 면목이 없는 일입니다. 나를 배우로 인정해 주는 가족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연기에 집중하면서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용서」중에서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픈 오스카만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게 아닙니다. 몸이 성한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매일 처음 보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너무 낭비할 때가 많습니다. 며칠을 살더라도 얼마만큼 가득 차게 사는가, 그것이 중요합니다. 삶은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이 연극은 말합니다. 그러기에 나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습니다. 삶에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한테는 그것이 답입니다. 대본에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삶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이란 말이 있습니다. 첫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으면 순간순간이 새롭고 기쁨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없습니다. 잠시 빌린 우리의 삶,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해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삶입니다.
---「사는 것 외에 다른 해답이 없다」중에서

혼자 저쪽에 서 있는 들풀 같은 사람, 그것이 그녀에 대해 내가 느낀 것입니다. 며칠 전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다시는 힘들게 연기하지 마세요.”
그래서 내가 답했습니다.
“누가 노희경 씨에게, ‘그리 빼빼 마른 중학생같이 되면서까지 글 쓰지 말아요.’ 한다고 그렇게 되겠어요? 언제나 그렇게 되면서까지 쓰겠지요.”
아는 사람이 나에게 동영상을 하나 보내 주었는데, 영상 속에서 수탉이 온 힘을 다해 울다가 지쳐서 기절해 쓰러집니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납니다. 그 수탉이 너무나도 우리 두 사람, 노희경 작가와 나 같아서 그 영상을 그녀에게도 보내 주었습니다. 있는 것을 다 뽑아내고 소리를 지르다가 쓰러지는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 있다가 다시 일어납니다.
---「혼자 저쪽에 서 있는 들풀 같은 사람」중에서

한번은 어느 연출자 선생님이 나에게 “어떻게 먹고 싶은 떡만 먹느냐?”라며 제의가 오는 작품은 거절하지 말고 하라고 권유하셨습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먹고 싶은 떡만 먹을 거예요.”
내가 하도 작품을 고르니까 누군가가 “어차피 텔레비전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너무나 서운해서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온몸을 던져도 힘이 드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난 그렇게는 못해요.”
CF도 내 마음에 드는 것만 했습니다. ‘지금은 굶더라도 나중에 내가 먹고 싶은 떡을 먹겠다.’라는 것이 나의 고집이고 생각이었습니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은 안 먹고 참았다가, 먹고 싶은 떡이 나왔을 때 먹는 것. 그렇게 배역을 선택해 왔습니다.
---「신은 계획이 있다」중에서

제일제당의 조미료 광고 모델이 끝난 이후에도 수차례 다른 회사의 조미료 광고 모델 제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나를 지키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매우 영리한 여자입니다. 바보 같고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금방 허물어진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영리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런 쪽으로 ‘촉’이 발달해 있습니다. 나는 나를 굉장히 아꼈습니다.
---「나를 지키는 나」중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다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도, 볼품없는 사람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 이게 나이를 먹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약간 슬프기도 하고 약간 기쁘기도 합니다. 밤에 잠을 푹 안 자서 그런지 불안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쓸쓸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밀려드는 감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대본을 쓰고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 거야.” 하고 생각하면서 그 불안감을 밀어냅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끝나는 날까지 단정하게 살고 싶습니다. 내 책상 위에 있는 달력에도 써 놓았습니다. ‘끝나는 날까지 단정하게 살리라.’라고. 피곤하고 귀찮아서 흐트러져 있고 쓰러져 있다가도 ‘아니야, 누가 보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도 단정하게 사는 나의 모습을 보여 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 하면서 힘을 내어 일어납니다. 나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싶습니다.
---「커튼콜할 때까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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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 끝자락이던 때, 혜자 님과 산으로 들로 긴 여행을 다녔습니다. 영화 「마더」 촬영지가 전국에 흩어져 있었던 덕분이었는데, 그만큼 저나 촬영감독, 프로듀서 모두 아름다운 로케이션 찾기에 한껏 욕심을 낸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았을 때, 모두가 단번에 깨닫고 말았습니다. 이 영화 최고의 풍광은 무엇보다도 혜자 님의 얼굴 그 자체라는 것을. 그리고 카메라는 점점 더 혜자 님의 커다란 두 눈을 향해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 신비로운 두 눈을 통해 그분의 영혼을 들여다보았다…… 라는 식의 상투적인 표현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해 가을과 겨울, 그분의 두 눈이 어떻게 시네마스코프의 드넓은 캔버스를 집어삼켜 버리는지 카메라를 통해 생생히 지켜보았습니다. 경이로웠습니다.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이 칭송해 온 혜자 님의 명연기에 대해 제가 굳이 어떤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그 놀라운 섬광 같은 순간들이 필름에 담겨지기도 전에,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먼저 맨눈으로 목격했다는 것은 저에게 분명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또 한 번의 행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혜자 님의 눈빛에 어울리는 맑고 깊은 이야기를 써낼 수 있기를 꿈꾸면서 말입니다.
- 봉준호 (영화감독)
김혜자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어떤 샘이 떠오른다. 마야 유적지에 갔을 때 가이드가 근처에 유명한 우물이 있는데 가 보겠냐고 했다. 처녀의 샘, 혹은 황금의 샘이라 불린다는 얼핏 보기엔 그저 평범한 연못 같았다. 자세히 보니 물빛이 오묘했다. 그 물빛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검푸르고 무언가 귀중한 것이나 깊은 슬픔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듯한 그 물빛에서 그녀를 떠올렸다…… 김혜자.

눈이 예쁜 여배우는 많지만 김혜자만큼 아름다운 눈은 드물다. 예뻐서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그 눈에는 인간에 대한 짙은 애정, 연민, 배려가 가득 담겨 있다. 40년 전, 「전원일기」를 쓰게 된 신인 작가라고 연출가가 소개한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던 김혜자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젊은 사람이 쓰기 힘든 드라마인데, 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염려와 함께 사람에 대한 대접이 담겨 있었다. 이름 없는 작가라고 무시하는 대신, “꼭 잘 써 줘요.” 하는 격려와 응원이 담긴 따뜻한 눈빛. 그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쓸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김혜자의 다소 심술궂은 광팬이다. 나는 그녀가 맡은 역에 일부러 대사나 지문을 장황하게 쓰지 않았다. 그녀가, 그녀의 눈이 대본을 보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게 보고 싶어서였다.

「겨울 안개」라는 드라마도 함께했었다. 그때도 「전원일기」를 쓰고 있을 때여서 새 작품 쓰는 것이 무리라며 사양했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김혜자’라는 말을 듣고 밤을 새며 대본을 썼다. ‘그 깊고 짙은 눈으로 슬픔을 얘기해 본다?’ 「겨울 안개」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시청률이 어떻고 신드롬이 어떻고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김혜자의 눈을 통해 세상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실컷 볼 수 있었기에. 대본 쓰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배우가 김혜자이다. 나는 그녀와 한 약속이 있다. “저하고 한 약속, 잊지 마세요. 마지막 작품은 제가 쓴다고 했었죠?” 그녀의 깊은 우물 속에 두레박을 던져서 푸른 바닷물을, 영롱한 진주를 한가득 건져 올리고 싶다. 그녀의 우물은 아래로 아래로 깊은 지층을 따라 흐르다가 마침내 드넓은 바다와 만나는 그런 신비한 샘이기 때문이다.
- 김정수 (「전원일기」 「엄마의 바다」 작가)
배우 김혜자에게서 저는 구도자의 모습을 봅니다. 연기라는 화두를 잡고 일생을 살아오신 분. 애초에 삶이라는 것이 드라마임을 알아차린 것인지……. 작품마다 그 배역이 되기 위한 열정과 노력은 구도자의 수행, 그것이었습니다. 연기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그리고 모든 아픔 뒤에 항상 기다리고 있는 희망을 표현하고 싶어 한 진정 아름다운 수행자입니다. 그녀가 세상을 보는 시선은 누구보다 솔직합니다. 꾸밈이 없어 때로는 가차 없기까지 한 솔직함이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연기로써 세상을 알아 버린 큰 배우. 세상 속 여러 인물을 훌륭하게 살아 낸 배우.

미국 소설가 이디스 워튼이 말한, 빛을 퍼뜨릴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촛불이 되거나 또는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 저는 그녀의 인생이 촛불이고 동시에 그녀의 연기가 거울이었다 생각합니다. 모든 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마치 스며드는 빛처럼, 비교 불가한 김혜자만의 매력과 힘.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앞으로 또 같이할 생각에 가슴이 설렙니다.
- 김석윤 (「청담동 살아요」「눈이 부시게」 연출가)
김혜자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이 80년대 중반이었으니 40년이 가까워 옵니다. 존경하는 패션 디자이너 이신우 선생님과 김혜자 선생님이 대학 동창인 인연 덕분이었습니다. 너무 예쁘셔서 사진도 찍어 드리고 포트레이트 작업도 했습니다. 그분을 찍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습니다. 사실 알 듯 모를 듯한 분이지만 제게는 가끔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사람들은 김혜자 선생님을 보고 우아한 왕비 같다고 하지만, 그렇게 소탈한 왕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프리카에 동행했을 때였습니다. 내전 중인 수단의 국경 지대에서 봉사 활동을 했는데, 어느 천막 안에 들어가니 테이블 위에 커피와 설탕이 놓여 있었습니다. 설탕통을 여니 개미가 가득했습니다. 여자 스태프들뿐 아니라 남자들까지 기겁하고 물러서는데, 김혜자 선생님은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하시며 손가락으로 개미를 다 훑어 내고는 커피에 설탕을 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셨습니다.

현지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아이들 위생 상태가 좋을 리 없는데, 선생님은 항상 자기 자식처럼 안고 부비고 입 맞추고 하셨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아프리카에서도 옷을 단정하게 입고 다니시던 모습입니다. 한번은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본인도 기분이 좋고 그걸 보는 스태프들도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수많은 연기를 통해 완벽히 검증된 분이지만, 언제까지나 그 매혹적인 눈빛과 본성을 가까이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 조세현 (사진작가)
어느 아침,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진 한 장. 선생님 댁 테라스 풍경이었습니다. 작은 새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쪼고 있는 평화로운 사진. 매일 아침 찾아오는 새들에게 쌀을 뿌려 주고 물을 나눠 주며 하루를 시작하시는 선생님. 시선이 닿는 것마다 사랑과 진심이 그렇게 늘 함께합니다. 선생님은 연기와 인생의 선배님이시기도 하지만 꽃과 하늘, 풍경 그리고 강아지 사진을 나누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일상의 소소하지만 사랑스러운 대상을 마주할 때 선생님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그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감사하게 바라보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대화 끝에 선생님께서 늘 덧붙이는 인사가 있습니다. “감사뿐이야!”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여기지 않는 마음가짐 속에 선생님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 마음이 티 없이 맑아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를 때가 많습니다. 덕분에 선생님의 존재 자체로 세상이 한결 따뜻해지는 순간들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런 선생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할 귀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김혜자’로 살 수 있었던 덕분에 영광스럽게도 선생님께서는 저를 ‘나의 청춘’이라 불러 주십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속 혜자의 바람처럼 선생님과 함께 오로라를 보는 것이 실제 저의 버킷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사랑만이 희망입니다. With Love.’ 선생님이 보내시는 메시지처럼 늘 삶의 한가운데 사랑이 숨 쉬는 선생님의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저의 인생에 있어 선생님을 만난 것은 선물입니다.
- 한지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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