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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을 볼 때
릴리 베일리 글 / 천미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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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에듀
|
2023년 04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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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를 떠올리면 숫자 왼쪽에 생긴 삼각형 안에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당기고 앉은 내가 보인다. 4가 만들어 낸 비스듬한 왼쪽 면은 머리 위로 내려와 아늑한 지붕이 되어 준다.
--- p.9
파란색을 보면 대낮인데도 커튼을 닫고 소파에서 잠이 든 엄마가 보인다. 벽의 모서리들을 세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적막하고 무더운 날들이 보인다.
--- p.42
뜬금없이 소름 끼치도록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아아아아니야! 머리를 부여잡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엄마한테 화가 나긴 했지만, 엄마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건 절대 아니다.
--- p.86
몇 번인지 세지도 않고 그냥 하나, 둘, 셋, 넷만 계속해서 중얼거리면서 천장 모서리를 따라 눈을 휙휙 돌렸다. 방금 했던 나쁜 생각을 없애려고 수백 번, 아니 수천 번도 넘게.
‘진심이 아니었어! 난 엄마를 절대 해치지 않아.’
나는 그 생각한테 애원했다.
--- p.86
“눈을 빙글빙글 돌리는 거, 계속 계속. 왜 그러는 거야?”
아이들은 내가 이러는 걸 보고 깔깔거리면서도 한 번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좋은 질문인 것 같다. 아까처럼 거짓말을 하고 화를 낼 수도 있고, 아니면…….
--- p.107
에이프릴이 내 손을 꽉 잡은 채로 나를 데리고 회색 문을 통과했다. 엄마나 아빠가 옆에 있었다면 놀라 자빠졌을 거다. 회색 문을 통과한 게 대체 몇 년 만인지, 내가 왜 이 이상한 반항아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 p.109~110
‘화면 모서리를 세지 않고 티브이를 보고 싶어요. 제대로 된 문장으로 에이프릴한테 문자를 보내고 싶어요. 걸음을 되짚을 필요 없이 친구들하고 달리고 싶어요. 그냥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 p.178
“그 반대야. 오히려 강박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다정한 사람들이 많아.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유독 화가 나고 그 생각들을 그냥 놔 버릴 수가 없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쉽게 떨쳐 버리는 일들을.”
--- p.9
파란색을 보면 대낮인데도 커튼을 닫고 소파에서 잠이 든 엄마가 보인다. 벽의 모서리들을 세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적막하고 무더운 날들이 보인다.
--- p.42
뜬금없이 소름 끼치도록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아아아아니야! 머리를 부여잡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엄마한테 화가 나긴 했지만, 엄마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건 절대 아니다.
--- p.86
몇 번인지 세지도 않고 그냥 하나, 둘, 셋, 넷만 계속해서 중얼거리면서 천장 모서리를 따라 눈을 휙휙 돌렸다. 방금 했던 나쁜 생각을 없애려고 수백 번, 아니 수천 번도 넘게.
‘진심이 아니었어! 난 엄마를 절대 해치지 않아.’
나는 그 생각한테 애원했다.
--- p.86
“눈을 빙글빙글 돌리는 거, 계속 계속. 왜 그러는 거야?”
아이들은 내가 이러는 걸 보고 깔깔거리면서도 한 번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좋은 질문인 것 같다. 아까처럼 거짓말을 하고 화를 낼 수도 있고, 아니면…….
--- p.107
에이프릴이 내 손을 꽉 잡은 채로 나를 데리고 회색 문을 통과했다. 엄마나 아빠가 옆에 있었다면 놀라 자빠졌을 거다. 회색 문을 통과한 게 대체 몇 년 만인지, 내가 왜 이 이상한 반항아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 p.109~110
‘화면 모서리를 세지 않고 티브이를 보고 싶어요. 제대로 된 문장으로 에이프릴한테 문자를 보내고 싶어요. 걸음을 되짚을 필요 없이 친구들하고 달리고 싶어요. 그냥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 p.178
“그 반대야. 오히려 강박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다정한 사람들이 많아.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유독 화가 나고 그 생각들을 그냥 놔 버릴 수가 없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쉽게 떨쳐 버리는 일들을.”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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