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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도둑

: 삶의 궤도를 넓혀준 글, 고독, 연결의 기록

유지혜 | | 2023년 05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43건 | 판매지수 19,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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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우정 도둑 (큰글자도서)
유지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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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도둑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86g | 135*200*30mm
ISBN13 9791130699691
ISBN10 113069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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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유지혜의 투명한 문장들

MD 한마디

[우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유지혜 작가 신작 에세이. 전작들에서 특유의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이제 삼십대의 단단함으로 돌아왔다. 자신을 흠뻑 적시고 더 넓은 세계로 연결해준 다양한 우정의 모습들을 데리고. 매번 연결되는 그 마음들은 차근히 쌓여 또 다른 내가 될 것임을 전하는 이야기.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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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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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를 예측한 문장은 한층 더 입체적이다. 빛과 소금의 노래 제목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내 마음처럼 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 아니라 떠나가지 말라는 말로 표현하는 사랑. 네가 없는 세상을 미리 그려보고, 그 세상의 허무함을 미리 깨달아 더 충실히 붙잡아 놓는 사랑. 부재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존재를 감사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일에는 부재를 끌어안을 상상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대체로 답장이 늦는 연인」중에서

연인과 부재에 대한 오해를 쌓으며, 서운함을 주고받으며 생각했다. 친구 같은 사랑이 이 모든 사랑의 끝이기를 바란다고. 당연한 듯 서로를 원해도 그 사이 자리한 기다림이 비참해지지 않는 사랑. 어릴 때 좋아했던 노래 가사처럼―Part-time lover, Full-time friend―파트 타임으로 애인, 풀타임으로 친구인 사이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의 모양이다. 그 사랑이 뜨겁지 않다는 것은 흔한 오해일 것이다. 미지근해 보이는 그 사랑은 사실 낮은 온도로 가장 오래 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닮고 싶은 연인들은 죽고 못 사는 애인이라기보다 친구에 가까워 보였다.
---「대체로 답장이 늦는 연인」중에서

고독은 아름다운 억울함이다. 우리의 내면은 의미심장한 상태를 유지하고, 우리의 가장 좋은 점은 결코 발설되지 않는다. 서로 끝내 알지 못할 미지의 세계, 그 안에서 우리는 몰래 아름답다. 공개된 곳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결코 다 담지 못한다.
---「고독은 아름다운 억울함」중에서

나는 워낙 밝은 애니까 슬픔도 밝게 포장하는 데 익숙했어요. 친구들에게 항상 인기 있었고 그런 내가 웃는 얼굴로 늘어놓는 나의 고생담은 고등학생의 나이에 벌써 무용담이 되어 있었죠. 나는 그걸 무용담으로 웃어넘길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는데도. 웃어넘기는 게 지겨워요. 그건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는 거예요. 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어요.
---「춤 없는 작가들」중에서

갖고 싶은 것은 비슷하게 다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도 왜 조금은 가난하다고 느낄까요. 여전히 내 방에 소파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거든요. 누군가에게 당연했던 삶이 나에게는 너무 크고, 아직도 어색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조금은 허탈하고……. 책 판매고로 축하 문자를 받아도,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도……. 우리 아빠는 의사나 판사가 아니기 때문일까요. 버는 돈을 전부 빚 갚는 데 써서 그럴까요.

동경. 자기가 버는 돈이 없이도 부유했던, 어릴 적 넉넉하게 자란 사람들에 대한 끝을 모를 동경 때문일 거예요. 나는 아직도 언니가 부러워요. 넓은 아파트에서 살며 방학이면 어학연수와 여행을 다녀오던 언니의 유년기가 끝도 없이 부러워요. 방과 후에 빙수와 피자를 먹으며 최신식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삶, 용돈으로 이것저것을 사고 저축도 할 수 있는 삶. 나는 지금이 아니라 그때로 돌아가 그때부터 행복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언니는 이제 내가 살던 그 아파트에 살아요. 세월이 지나고 그렇게 됐어요. 그는 이제 자기 능력으로 평수를 넓혀야 해요. 그런데 30대에 시작된 언니의 위기를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유년기에 풍족하게 자라다가 성인이 되어 집안이 기운 사람과, 항상 가난했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살 만해지는 것. 어떤 게 더 나을까요? 아니, 그 전에, 언니는 정말 그때 내 상상처럼 행복하게 자란 걸까요? 왜 나는 언니가 불쌍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때도, 지금도,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춤 없는 작가들」중에서

이 영화는 분홍색을 검은색으로 바꿔서 성공하는 내용이 아니다. 분홍색이 성장해서 결국 검은색이 되는 내용도 아니다. 그는 사랑스러운 분홍빛 진지함으로 점잔 빼는 검은색을 압도하며 승리한다. 잇몸이 다 보이게 웃는 그를 보며 확인한다. 밝은 사람에게 깊이 한 스푼을 더하면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어떻게 모두를 녹여버리는지. 그는 분홍색 승리의 첫 사례가 된다. 그 모습을 다시 경험한 작가는 환희하며 노트에 이렇게 적는다.
Pink is serious. 분홍은 진지하다.
---「Pink is serious.」중에서

당신 정말 진지해 보여요, 그 진지한 웃음을 잃지 마세요. 멋대로 재단하는 냉소에 맞서 더 활짝 웃어요. 특히나 이것만큼은 절대 잊지 말아줘요.
너는 원래 깊었고, 이미 아름다웠어요.
---「Pink is serious.」중에서

나는 스스로에 대한 작은 힌트라도 얻으려 애쓰던 어린 나를 떠올렸다. 나는 그 방 안에서 모든 옷을 입어보고 수많은 포즈를 취해보았으며 혼자 기뻐하고 실망했다. 몸에서 옷가지를 빼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머릿속으로 이번 달 정산된 알바비와 저번 달 받은 세뱃돈을 끊임없이 계산하면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 밀려오는 실망감과 신체적인 수치심을 비밀스레 느끼면서. 20대의 피팅룸 안에는 실패가 있었다.

시간이 쌓이면 혼자 쇼핑을 하게 된다. 어떤 옷이 내게 맞는 옷인지, “완전 네 거야”라는 친구의 호들갑이나 최신 잡지의 도움 없이도 안다. 옷을 알아서가 아니라 나를 알아서 가능한 일이다.
---「욕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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