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열 살 된 아들과 그 또래들에게 들려주는 아프리카의 풍경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저자는 오랫동안 아프리카 야생동물 사진을 찍고싶어 했다. 1977년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ARLES 국제사진페스티벌에서 '젊은 작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입문한 후, 그 동안 세계적인 사진작가로서 패션 광고사진과 인물사진, 작품사진을 찍어왔지만, 그는 늘 언젠가는 아프리카의 자연과 동물을 사진 속에 담아보겠다는 꿈을 가져왔다.
그 꿈은 열 살 된 아들로 인해 비로소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야생동물을 유난히 좋아해 늘 외국의 동물 사진책들을 뒤적이는 아들을 보며, 직접 찍어 보여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3개월 동안 아프리카 야생동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자료를 모은 뒤 그는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아프리카 숲으로 향했다. 그러므로 여기에 실린 모든 풍경과 사진은 아들과 함께 찍은 것이다.
그가 정글로 들어간 시기는 우기 후였다. 이 때는 동물들의 약육강식이 끝난 뒤고 또 무성한 수풀로 인해 사진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은 숲에서 철수를 한다. 모두가 빠져 나온 숲을 홀로 누비며 사진을 찍은 덕에 그는 이제껏 다른 사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물들의 새로운 모습과 장면들을 많이 담을 수 있었다.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다. 모래길 100킬로미터를 지나기 위해 8시간이나 가야 했던 어려움도 있었고, 100미터 앞의 먹이를 4초만에 덮칠 수 있다는 사자를 찍기 위해 아들과 아내가 보는 앞에서 10미터 앞까지 다가가기도 했다. 하루 열 두세 시간 사진 찍는 일에 매달려 1천여 통을 찍었다.
이 모든 것은 사랑하는 아들과 한국의 아들 또래들에게 내 손으로 직접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찍어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제까지 나온 동물도감 류의 책을 보면 동물의 얼굴이나 몸통을 클로즈업 해놓은 사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외국에서 출판된 아프리카 동물 사진집을 보면 포효하는 맹수, 초식동물을 공격하는 사자 등 피와 살육의 약육강식 현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이런 책들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동물에 대한 단순한 정보와 지식, 자연의 냉혹한 먹이사슬 현장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동물의 모습은 지금까지 나온 책들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롭고 독특한 내용들이 많다. 우선 클로즈업을 위주로 한 동물도감 류의 사진을 벗어나 풀, 나무, 바위, 들판, 물 등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동물들을 담고 있다. 자연은 바로 동물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인 만큼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연을 배경으로 한 동물은 훨씬 생생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며, 동시에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의 여백을 제공해준다.
또한 이 책에서는 동물의 표정과 풍경들을 다채로운 앵글로 포착하고 있다. 즉 생존의 현장이 아닌 동물들의 다양한 여가생활과 사생활들이 담겨 있다. 독자는 이 책에서 고독에 빠진 수사자를 만날 수 있고, 화려한 외모의 관학과 초식동물의 종족을 초월한 대화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새끼들과 놀고있는 사자부모, 포옹하고 있는 얼룩말, 초식동물 무리를 공격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는 맹수, 스트레칭에 열중하는 치타, 한국의 민화를 연상시키는 레오파드, 똥을 누는 코끼리, 자신의 집터를 지키기 위해 하루종일 망부석처럼 서있는 토피, 독특한 표정의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카라칼 등 보기만 해도 웃음을 짓게 하는 재미있고 독창적인 사진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해 아버지의 눈으로 새롭게 포착하고 재해석한 아프리카 동물왕국이며, 동물의 삶과 우정, 가족생활, 사생활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녹아있는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상상력과 정서를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