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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잔의 칵테일

여섯 잔의 칵테일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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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1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502g | 128*188*30mm
ISBN13 9788991310537
ISBN10 899131053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예쁘다, 이 칵테일…….”
“그렇지? 블루문이라는 칵테일이야.”
“아아, 그래서 푸른 달님이라고 했군요?”
“정답.”
곤마마가 마치 까마귀 날갯짓 같은 윙크를 날렸다.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 칵테일인데……. 나한테 왜 이걸?”
“카오리가 가르쳐드릴까?”
“네. 블루문이라는 칵테일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지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미레는 잔을 손에 든 채 머리를 굴렸다.
“미레 씨, 알겠어? 그 칵테일은 말이야, 여자가 남자의 유혹을 센스 있게 거절할 때 마시는 거라고.”
남자의 유혹을 거절하기 위해 여자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의 칵테일을 마신다.
“그, 그거, 좋은데요! 곤마마, 최고! 사랑해요!”
미레는 급히 아까 꺼낸 노트를 펼치고 펜을 들었다.
“아아, 정말 다행이다. 이 정도면 멋진 장면이 나오겠어요. 곤마마, 고마워요.”
(71-72, 〈2장-이노우에 미레의 해방〉 중에서)

늘 앉던 카운터 자리에 자리 잡은 시카이는 카오리가 만들어준 김렛을 홀짝홀짝 마시며 말했다. 드라이진과 라임 주스를 적당히 섞어 만드는 심플한 칵테일이다.
“그랬구나. 센세한테 그런 사정이 있는지 몰랐어.”
카운터 안의 곤마마가 글썽글썽해진 눈으로 시카이를 내려다보았다. 눈썹이 팔자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몰랐겠죠. 이런 얘기 아무한테도 안 했으니까. 그런데 나 참 바보 같죠? 곤마마, 비밀로 해줘요. 아하하…….”
시카이는 안주로 주문한 안초비를 덥석 집어 입에 넣더니 “아아, 인생은 참 짜다.”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맞아. 이따금 혀가 얼얼할 정도로 짜. 그럴 땐 쌉쌀한 김렛이 최고지.”
“어, 왜요?”
시카이의 의문에 늠름하게 대답한 건 카오리였다.
“짠맛을 씻어내는 데에는 쌉쌀한 술이 제격이에요. 달콤한 술을 마시면 오히려 짠맛이 강해져서 혀 위에 오래 남거든요.”
그 다음 말은 곤마마가 이어받았다.
“김렛이라는 칵테일엔 ‘먼 사람을 생각한다’는 의미가 있어. 하즈키랑 부인이 먼 사람이 되어버렸어도 두 사람을 버리거나 잊지 않고 마음 깊이 생각하잖아. 그래서 카오리가 김렛을 만든 거야. 그렇지, 카오리?”
(183p, 〈4장_시카이 료이치의 잠자리〉 중에서)


‘평생 혼자라면 슬프잖아.’
그 목소리가 마치 메아리처럼 웅웅 울리며 곤다에게로 다가왔다.
곤다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눈을 꼭 감아버렸다. 잠들면 그 소리에서 도망칠 수 있고, 또 밝은 아침이 곧 찾아온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부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 눈꺼풀이 실룩실룩 움직이고 말았다. 그 감각에 신경이 집중되면 잠의 세계로 좀처럼 빠지지 못한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몇 번이나 심호흡을 반복했지만 헛수고였다.
아아, 나는 평생 외톨이일지도…….
뿌리 깊이 박힌 불안이 검은 에너지의 핵이 되어 곤다의 사고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고 갔다. 호흡이 서서히 얕아지면서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태아처럼 등을 동그랗게 만다.
괜찮아, 안정될 거야 하고 자신을 타이른다.
곤다도 알고 있다. 요컨대 확률론이다.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에 비해 연인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극단적으로 낮다. 소수파끼리는 만남의 기회가 잘 없으니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도 극단적으로 좁아진다. 게다가 가령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해도, 그 사랑의 결과인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즉, 이성애자보다 훨씬, 훨씬, 훨씬 더 외톨이로 일생을 마칠 확률이 높다.
앞으로 줄곧 차가운 고독을 가슴에 품은 채 이 세상에서 사라져갈 자신. 그 생각을 하면 곤다는 숨이 막힌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pp.267-268, <6장_곤다 데츠오의 아훔>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는 곤마마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된다. 스낵바 ‘히바리’의 주인인 곤마마는 그곳을 찾는 다른 5명의 에피소드 주인공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그들이 어려움과 고민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1장_혼다 소이치의 추신’은 평범한 회사의 만년 대리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혼다가 무기력하고 초라한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헬스클럽 ‘사브’와 스낵바 ‘히바리’에 찾아가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헬스클럽에서 울룩불룩한 근육을 단련하고 있는 2미터가 넘는 건장한 게이 곤다 데츠오(주인공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은 곤마마)를 만나고 그가 주인이자 마담으로 있는 스낵바 ‘히바리’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서로 헬스클럽에서 만난 다른 4명의 주인공들이 찾아와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며 일상의 시름을 털고 서로 교류한다.
‘2장_이노우에 미레의 해방’의 주인공인 베일에 싸인 섹시 미녀 미레는 나이가 25세쯤 되는 전문직 여성으로 직업은 비밀. 늘 앞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헬스장에 나타나서는 남자들의 근육을 슬쩍슬쩍 만지곤 한다.
‘3장_구니미 슌스케의 양 날개’의 주인공 슌스케는 조금 건방지면서도 수줍음을 많이 타는 고교생으로 통칭 슌 군으로 불린다. 아이돌 같은 미남형 외모에 학교를 빼먹거나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귀여움을 받는다.
‘4장_시카이 료이치의 잠자리’의 주인공인 시카이는 치과의사로 금발의 소프트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하고는 항상 수다를 풀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5장_스에쓰구 쇼자부로의 사죄’의 주인공 스에쓰구는 68세의 노익장이지만 늘 음탕한 생각을 하며 야한 농담을 한다. 작은 광고대행사 사장이다. 끝으로 ‘6장_곤다 데츠오의 아훔’의 주인공은 곤마마로 가게에 찾아오는 다른 주인공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하지만 자신 스스로도 고독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 소설에는 스토리 전개에 도움이 되는 장치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배경이 헬스클럽답게 근육의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아픔을 딛고 성숙해가는 삶의 교훈과 연결된다. 근육은 운동만 해서는 안 되고 적당히 휴식을 해야만 키워진다는 것, 가족끼리도 어느 정도는 서로 상처를 주고 화해하면서 더 튼튼한 근육이 생긴다는 곤마마의 말은 삶의 깊은 성찰을 보이며, 주인공들의 고민에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또 하나의 장치는 ‘째깍 째깍 째깍’하는 시계소리이다. 이 소리는 주인공들이 깊은 고민에 빠지거나 가족과의 갈등으로 대화가 끊긴 침묵과 정적의 순간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특히 무자비한 초침소리는 곤마마에게 ‘혼자’임을 확인시켜주며 평생 외톨이로 살아야 한다는 불안을 키운다. 깊은 외로움으로 견디다 못해 정지시켜 놓았던 시계에 곤마마는 마지막 장면에서 전지를 다시 끼워 살리며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장면으로 전체 소설은 막을 내린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이 소설의 백미는 중요한 고비마다 등장하는 칵테일이다. 히바리의 바텐더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에 어울리는 의미가 담긴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문제가 불거지고 고민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칵테일은 곤마마의 따듯한 조언과 어우러져 중요한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특히 6장에 등장하는 칵테일 ‘샌디 개프’는 ‘헛된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게이로서 외로운 삶을 살아온 곤마마가 앞날의 고독과 불안에 괴로워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장면은 시계 초침소리에 당당히 맞서려는 곤마마의 모습과 함께 6장은 물론 소설 전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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