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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0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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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86쪽 | 685g | 140*210*35mm
ISBN13 9788975276385
ISBN10 8975276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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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강추!〉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던진 화두다. 작가는 계속해서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묻는다. 철학적이며 실존적인 질문이다. 베를린자유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파스칼 메르시어는 이 문제를 문학이라는 틀 안에서 풀어내 독자와 평단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2004년 출간 이래 독일에서만 150만부를 판매, 현재까지 3년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 10위권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23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철학교수를 세계적인 유명작가로 발돋움하게 해주었다.


일상이 낯설어진 한 남자의 돌연한 일탈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김나지움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교사다. 이순을 코앞에 둔 그의 삶은 단조롭고 경직되어 있다. 흡사 “박물관의 조형물” 같다. 그런 그가 생애 최초로 일탈을 감행한다. 출근길에 만난 낯선 여인이 자살을 감행하려들자 그는 몸을 던져 막는다. 놀랍게도 여인은 그레고리우스의 이마에 숫자를 적는다. 모국어가 뭐냐고 묻는 그레고리우스에게 여인은 “포르투게스”라고만 대답한다. 그 단어의 독특한 울림에 이끌린 그레고리우스는 돌연 일상에서 낯선 세계로 눈을 돌린다. 우연히 손에 넣은 포르투갈 작가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언어의 연금술사』를 들고서 일정도, 기한도 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지금 전혀 다르게 사는 삶이 가능할까?

그레고리우스는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프라두의 흔적을 좇는다. 프라두는 살라자르 독재 정권 치하의 하수인이었던 멩지스의 목숨을 구한 일로 오점을 남기고 반정부 저항단체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성실함과 충성, 우정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으나 절친한 친구 조르지의 연인을 사랑하게 되어 몹시 고통스러워했던 인물이다. 그레고리우스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프라두의 인생을 조합해나가면서 프라두라는 인물에 자신을 비춰보게 된다. 40년 가까이 늘 한자리에 서 있던 자신을……. 존경받는 의사이자 은유에 능한 시인이며 고귀한 정신의 귀족이자 저항운동가였고 격정적인 사랑에 몸부림쳤던 프라두. 작가는 프라두의 주변에 다양한 인물들을 배치한다. 경직된 인생을 살았던 아버지, 병적인 충성심으로 오빠 곁을 지켰던 아드리아나, 발끝으로 걷는 듯 자기 길을 찾아 간 멜로디, 프라두와 극명하게 대비되었던 친구 조르지. 그러나 이들은 모두 프라두의 페르소나다.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가 구축해 놓은 사유의 제국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간과한 인생의 다른 측면을 바라본다.
이 작품은 근본적인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독일 문학사상 막스 프리쉬의 작품과 비견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삶에서 일탈해 전혀 다른 삶을 좇아간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다른 삶에 대한 희구는 현실에 대한, 표현되지 못한 내면의 저항이 아닐까? 혹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미 만들어진 나를 다시 만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언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작가는 프라두의 입을 빌려 글쓰기를 실존과 언어의 문제로 바라본다. 내가 인식하는 자아와 타인의 눈에 드러난 자아, 남이 말하는 나와 내가 말하는 나, 현재의 삶을 경험하는 나와 감추어진 삶을 지향하는 나 사이의 간극. 작가는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점에서 그는 나보코프나 카프카와 비견된다. 그러나 현란한 은유와 지성의 언어로 사유의 세계를 넘나드는 대목은 움베르트 에코가 떠오를 정도다. 이는 메르시어가 오랫동안 언어와 철학의 문제에 천착해온 학자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와 그의 내면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는다. 이는 라틴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표현하는 그레고리우스의 고백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가 라틴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들이 과거의 모든 침묵을 자기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고, 뭔가 대답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언어는 온갖 소란스러움을 비켜나 있었고, 확고부동하며 아름다웠다. 그레고리우스는 라틴어를 죽은 언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위인들이었다. _제1장 「출발」 중에서

데뷔작 『페를만의 침묵』에서 메르시어는 경험과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개개인을 규정짓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인간의 불행은 대개 감정과 판타지를 언어로 잘 다루지 못하거나 그것들을 말로 표현할 용기를 갖지 못하는 데서 옵니다.”


야간열차를 타고 인생의 궤도를 완행하다

그레고리우스를 리스본으로 이끌었다가 다시 삶의 터전인 베른으로 데려온 야간열차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의미하는 메타포다. 여행은 길다. 모든 관계에 끝이 있듯이 인생이란 여정도 언젠가는 종착역에 닿는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것,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마저 온전히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바로 존재의 아픔이다. 작가는 프라두의 입을 빌어 “움직이는 기차에서처럼, 내 안에 사는 나”라고 말한다.

내가 원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아직 목적지조차 모른다. 먼 옛날 언젠가 이 기차 칸에서 잠이 깼고, 바퀴 소리를 들었다.(…) 내 칸에 가끔 손님이 오기도 한다. 문이 닫히고 잠겨 있는데 이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방문객은 있다. 거의 언제나 나에게 맞지 않는 시간에 손님이 온다. 대부분 현재라는 시간의 손님들이지만, 과거에서 온 손님들도 많다. 이들은 자기 형편에 따라 마음대로 오가며 나를 방해한다.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구속력이 없으며, 잊혀질 운명이다.(…)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_제3장 「시도」 중에서

프라두의 족적을 따라 사유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레고리우스. 그는 “사유의 바깥쪽에는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로 결론짓는다. 그레고리우스와 함께 매력적인 여행에 동참하고 난 뒤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는 이제 독자의 몫이다.

저자 소개 (2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심연을 파헤치는 의식의 추리물. 파스칼 메르시어는 아주 강렬한 작품을 썼다. 이것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일종의 ‘의식의 추리물’이다. 이 작품엔 보장된 인생 따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복권이 그렇듯이. 왜냐하면 인간은 각자에게 맞는 섬세한 방식에 의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고 더 나은 인식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작가는 인생이 선명한 의식과 철학의 세계로 구현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아무리 사소한 일상이라도 인생은 이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진리를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디 차이트 : 독일〉

“아름답다. 다른 사람을 탐색해가는 남자의 독백이 참으로 품격 있다. 결코 해소되지 않을 질문이 우리의 머릿속을 빙빙 떠돈다. 즉,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서로를, 또한 우리 자신을 얼마나 알 수 있는가? 〈뵈르센 : 덴마크〉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미 예전의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소설에 바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를 이 책보다 더 받을 책은 없을 것 같다. 정말로, 그런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크리스텔리그트 다그블라드 : 덴마크〉

“강렬하고도, 진지하고도, 멋지다. 이 계절에 찾아온 놀라운 책.” 〈뤼마니떼 : 프랑스〉

“메르시어는 이 거장다운 작품에서 거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환각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폴크스크란트 : 네덜란드〉

“메르시어는 문학의 금자탑을 또 하나 세워냈다. 그의 철학 지식이 풍부히 깔려 있는 아주 훌륭한 금자탑을.” 〈라 스탐파 : 이탈리아〉

“시와 철학이 섬세하게 교직되어 있는 책.” 〈타게스 안짜이거 : 스위스〉

“화려한 별 장식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작품이다. 굳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나 비트겐슈타인까지 언급하진 않더라도, 엘리아스 카네티의 『현혹』,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와 같은 소설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진정으로 가고자 하는 곳은, 장 폴 사르트르의 『자유에의 길』이다. 정체성을 찾아 치열한 사색을 하는 점에서 메르시어는 사르트르를 닮았다.” 〈하퍼스 매거진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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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및 유의사항?
《리스본행 야간열차》 - 우리는 이따금 자신과 작별하는 여행이 필요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초*공 | 2022.01.12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2014) - 우리는 이따금 자신과 작별하는 여행이 필요하다     페터 비에리라는 이름의 철학자는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이름으로 소설가가 되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존엄성, 자유와 예속 등의 문제를 다룬 철학교양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는 장편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자기 존중;
리뷰제목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2014)

우리는 이따금 자신과 작별하는 여행이 필요하다

 

 

페터 비에리라는 이름의 철학자는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이름으로 소설가가 되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존엄성, 자유와 예속 등의 문제를 다룬 철학교양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는 장편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자기 존중의 문제를 다루었다. 소설은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생각과 동선을 따라간다. 57세인 그는 교사이자 고전문헌학자다. 제자였던 부인과 5년 만에 이혼한 후, 17년간 과거의 침묵 속에 은둔하며 살았던 남자다. 또 심한 근시인데다 늘 불면증에 시달린다.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 언제나 낡은 재킷과 자라목 스웨터를 걸치고, 무릎이 튀어나온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다니는 남자. 하지만 그는 학생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자신이 가르치는 고전어처럼 확고부동한 그의 일상을 뒤흔든 것은 한 여자의 자살기도 사건이었다. 비 오는 날 출근하던 길에 다리 위에서 마주한 우연한 사건으로 그의 세계에는 균열이 생겨났다. 좀처럼 실수하지 않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는 붉은 가죽 외투를 입은 여자가 남긴 포르투게스라는 발음의 여운을 기억하며 헌책방에서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아마데우 이나시오 드 알메이다 프라두라는 포르투갈 의사가 쓴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이었다. 그레고리우스는 책방 주인이 읽어주는 문장에 이끌려 책을 구입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28)

 

이 문장을 시작으로 그레고리우스의 삶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포르투갈어를 독학하기 시작했고, 포르투갈어 CD를 들으며 고전어에서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을 느꼈다. 그는 이 작은 일탈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했다. 유럽 지도를 꺼내 리스본으로 갈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망설임 없이 직장을 떠나면서 사직서를 겸한 편지를 교장에게 보냈다. 편지에는 자신이 떠나는 구체적인 이유를 대신하여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 한 대목을 인용했다.

 

영혼아, 죄를 범하라. 스스로에게 죄를 범하고 폭력을 가하라. 그러나 네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중에 자신을 존중하고 존경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44)

 

여기에 인용한 문장은 소설 전반의 주제와 비교할 때 모호하게 다가온다. 죄를 지으라고 부추기면서 동시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거리를 두고 이들을 비난하는 모양새다. 이 표현에 주목한 이유는 그레고리우스가 감행한 일탈의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대목을 천병희 교수의 번역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보다 드러난다.

 

영혼이여, 너는 학대하고 있구나, 자신을 학대하고 있구나. 그러면 너는 자신을 존중할 기회를 다시는 갖지 못할 것이다. 우리 인생은 짧고, 인생도 거의 끝나간다. 하거늘 너는 아직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타인들의 영혼에서 행복을 찾는구나!(천병희 옮김, , 2005, 34p)

 

이 문장은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도덕적 의무감과 사회적 역할에 매몰되어 짧은 인생동안 끌려 다니는 인간의 모습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소설에 제시된 역자의 번역보다는 천병희 교수의 번역이 소설의 주제와 잘 어울린다. 아우렐리우스의 인용문은 타인과 사회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실마리를, 그리고 예속 상태에서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의 미망을 깨달으라는 외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레고리우스가 불시의 일탈을 감행하게 하는 불가피하고 절박한 이유일 수 있다.

 

 

삶의 다양한 양태를 보여주는 도시 이야기

 

이제 소설의 장면은 그레고리우스를 따라 리스본과 베른을 오간다.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만 해도 기차로 26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 의사가 남긴 책을 지치지 않고 번역하며 저자의 생각을 탐험했다. 동시에 의사의 지인들을 만나면서 이 남자의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따라서 이 소설은 리스본과 베른이라는 두 도시로 대표되는, 서로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그레고리우스의 집과 직장이 있는 베른은 알프스 산맥에 인접한 스위스 내륙의 도시다. 그에게 익숙함과 확실성, 안정감을 주는 도시다. 자신이 가르치는 고전어처럼 느리고 완만하며, 확고한 이성의 통제를 받는 세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레고리우스가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조망되던 (127)을 누리던 도시였다. 언제든 고전어 및 고전문학에서 학생들의 인정을 받으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었던 장소였다.

 

반면 리스본은 그레고리우스가 익숙한 삶으로부터 벗어나 도달한 도시다. 그에겐 삶에서 예기치 않게 마주하는 낯설음과 불확실성, 불안감이 느껴지는 미지의 세계다. 과거에 도시를 강타했던 대지진과 흑사병처럼 말이다. 중세 시대까지 이 도시는 광대한 대서양을 마주한 세상의 끝, 인식의 경계에 자리 잡은 곳이기도 했다. 한편 다리에서 만난 여인의 입에서 나온 단어처럼 빠르고 경쾌하며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 감정과 호기심에 이끌리는 삶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응한다.

 

여행이란 불확실성으로 떠나는 모험이다. 그레고리우스처럼 한 마디의 단어에 이끌리거나, 리스본의 의사가 남긴 글에 매혹되어 감행하는 한순간의 일탈이기도 하다. 2000년 전의 아우렐리우스가 보았던 것처럼, 소설은 현실의 질곡에 매여 자기를 잃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춘다. 프라두의 부모가 그랬고, 그 역시 이런 환경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기차여행에 대한 열망을 지녔지만, 출발지에서 멀어질수록 강한 향수병을 느꼈던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확고하고 익숙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으나 두려움으로 길을 잃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독자는 인생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험해보지 못한 채 익숙함과 관성에 머물고 마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도덕과 의무감에 매여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삶을 살아가곤 한다.

 

 

죽음이 잉태한 판타지, , 상상력의

 

그렇다면 우리가 예속을 벗어나 자유로워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염두에 두면, 이 문제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의 문제로도 읽힌다. 자신을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소외되어 부유하지 않는 일이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이다. 이는 자신의 생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삶에 단단히 발을 내딛는 일이기도 하다. 때론 현실의 벽이 두껍고 높기만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다. 떠나고자 하는 열망과 향수병 사이의 어딘가에 머무는 것이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었던 갈망을 평생 품고 살았지만, 제대로 시도해보지 않았던 약사 조르지 오켈리처럼 말이다. 삶에서 자유를 찾은 이들은 일탈을 꾀하여 소외되고 부유하는 자신의 상황 전체를 뒤흔들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레고리우스는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불가피한 일탈을 감행했다. 헌 책방에서 구한 책의 저자가 살았던 도시로 떠났던 것이다. 그가 리스본과 여러 도시에서 프라두의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삶과 존재에 대한 의미 찾기였다. 폐교가 된 프라두의 학교에서 그레고리우스는 오래 전에 꿈꾸었던 도시 이스파한을 기억해냈다. 그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무수한 가능성이 놓여 있었음을 깨달았다. 현재의 모습은 과거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 모여 도달한 결과였다. 프라두는 이 가능성을 탐색하고 과감한 일탈을 감행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상상력임을 깨달았고, 이 상상력이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시()에서 찾았다.

 

삶의 관성을 뒤흔드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 시적 상상력은 우리가 판타지의 세계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게 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모든 가능성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적 상상력은 우리가 실패했을 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도 키워준다. 시적 상상력은 프라두와 그레고리우스의 삶이 모두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과 함께, 두 사람을 긴밀히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프라두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267)라고 썼다. 인간이 평생토록 두려워하는 죽음의 실체란 살아 있을 때 자신을 둘러싼 경계를 넘지 못한다는 공포가 아닐까. 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실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실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도 시적 상상력이 필요함을 말한다.

 

여행 중에 그레고리우스는 자주 현기증을 느꼈다. 프라두는 자신의 글에서 경고는 바깥으로 향하는 길을 열고, 우리에게 현재를 일깨워준다’(448)라고 썼다. 현기증은 그레고리우스를 찾아온 경고였다. 그에게 현재를 일깨우고, 시적 상상력이 필요할 때임을 알려주는 장치로서 말이다. 베른으로 돌아와 검진을 한 그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자, 친구 독시아데스는 나에게 처방전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두려움을 느낀 친구를 존엄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용감한답변이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그레고리우스는 인생은 우리가 산다고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던 프라두의 말도 떠올렸다. 확고하다고 믿었던 삶에는 언제든 불확실한 삶이 찾아올 수 있다. 시적 상상력은 우리가 불확실성에 머물 수 있는 여지와 힘을 마련해주며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제 소설은 당신이 자신의 이스파한을 간직하고 있는지 묻는다. 때론 스스로와 작별하여 일탈을 감행해도 좋다는 메시지와 함께.

 

 

 

[책 속으로]

[1]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꾸어놓은 그날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똑같이 시작됐다.” (10)  -  소설의 첫 문장

 

[2]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28)  -  프라두의 글

 

[3] “무엇인가와 작별을 할 수 있으려면 내적인 거리두기가 선행되어야 했다.” (46)

 

[4] “독재가 하나의 현실이라면, 혁명은 하나의 의무다.” (93)  -  프라두의 묘비명

 

[5] “내 마음의 강물이 방향을 바꿀 정도로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177)

 

[6] “우리가 영원토록 우리여야 한다면 어떨까? 우리가 우리인 이 강요된 상황에서 언젠가 벗어난다는 위안은 결코 없다는 뜻인가? 우린 여기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며 또 영원히 알 수 없을 터인데, 이런 무지는 축복이다. 불멸이라는 이 낙원은 바로 지옥임을, 그 한 가지 사실은 알고 있으므로.” (220)

 

[7]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267)

 

[8]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원했는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랴? (...) 우린 실망을 찾고 추적하며 수집해야 한다. (...) 자신에 대해 정말 알고 싶은 사람은, 쉬지 말고 광신적으로 실망을 수집해야 한다.” (292)

 

[9] “타인은 너의 법정이다.” (357)  -  프라두의 편지글

 

[10] “외관상 음울해 보이는 경고(memento)가 눈 덮인 수도원의 뜰에 우리를 가두어두지는 않는다. 경고는 바깥으로 향하는 길을 열고, 우리에게 현재를 일깨워준다.” (448)

 

[11] “상상력은 우리의 마지막 성소다.” (462)  -  프라두가 늘 했다는 말

 

[12] “존엄하게 죽는 것이란 그게 종말임을 인정하는 거야. 불멸에 관한 온갖 유치함을 극복하는 것이지.” (481)  -  주앙 에사가 전하는 프라두의 말

 

[13] “말은 시()가 되고 나서야 진정으로 사물에 빛을 비출 수가 있어.” (529)

 - 실업가 실우베이라에게 그레고리우스가 하는 말.

 

[14] “그때 읽은 신문에서 유일하게 아직 기억하는 단어. 신기루, 환영,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 (537)

 

[15] “시적 진지함보다 더 진지한 진지함도 있을까? (...) 이것이 프라두와 그를 묶어주는 고리, 아마 가장 강한 연결 고리였다.” (544)

 

[16]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570)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구매 리스본행 야간열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m*v | 2021.09.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처음에는 영화화된 원작이라고 하기에 덥썩 구매했던 책이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괜히 끌리더라고요. 요즘 코로나19 시대라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는데, 그 상황 탓인지 여행을 하는 듯 한 책 제목이 끌렸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알고 싶어 리스본으로 떠나는 그레고리우스. 저는 그 강단이 없어서 그런지, 그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본인의 열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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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영화화된 원작이라고 하기에 덥썩 구매했던 책이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괜히 끌리더라고요. 요즘 코로나19 시대라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는데, 그 상황 탓인지 여행을 하는 듯 한 책 제목이 끌렸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알고 싶어 리스본으로 떠나는 그레고리우스. 저는 그 강단이 없어서 그런지, 그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본인의 열망을 실제로 이끌어내는 것. 지금 저에게도 필요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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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리스본행 야간열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i | 2021.05.2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제가 즐겨보던 블로거분이 인생 책이라고 언급한 걸 보고 흥미가 생겨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레고리우스가 여자를 따라 기차를 탈때만해도 흥미진진한 이야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잔잔하다 생각해서 중간에 잠시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다 읽고나니까 이런 먹먹함을 표현할 길이 없네요. 덕분에 영화도 찾아서 봤는데 마음이 계속 싱숭생숭 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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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제가 즐겨보던 블로거분이 인생 책이라고 언급한 걸 보고 흥미가 생겨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레고리우스가 여자를 따라 기차를 탈때만해도 흥미진진한 이야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잔잔하다 생각해서 중간에 잠시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다 읽고나니까 이런 먹먹함을 표현할 길이 없네요. 덕분에 영화도 찾아서 봤는데 마음이 계속 싱숭생숭 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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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5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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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오랜만에 빠져읽은 소설이자 철학책. 소장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절판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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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r*****0 | 2022.06.12
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m*v | 2021.09.28
구매 평점5점
마음에 많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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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 |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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