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50분 종이 울리면 선생님들은 모두 현관 앞으로 나옵니다. 학교 버스 타고 오는 아이들을 마중 나온 거지요. 선생님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눕니다. 첫 번째 공부는 실내화 갈아신기입니다. 반 아이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배우는 게 느려요. 선생님은 신발 갈아 신는 게 서툰 아이나 몸이 비틀거려서 어려운 아이를 돕지요. 교실로 들어가면, 노래하고 손뼉 치면서 서로서로 아침 인사를 합니다. 색깔 공부 시간이에요. 색깔 찾기 놀이도 하고, 색종이 위에서 그냥 놀기도 합니다. 경아는 색종이 징검다리를 건너며 색깔 공부를 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신발을 벗고 있네요. 경아는 왜 그러는 걸까요?
수빈이가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더니 가슴을 손으로 두드립니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이 좋아서 팔짝팔짝 뛰려고 해요. 그 동안 선생님은 스스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수빈이에게 날마다 말했어요.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손으로 가슴을 살짝 두드리라고요. 일곱 달 하고도 사흘 만에 드디어 수빈이가 가슴을 두드린 거예요. 사실 그동안 선생님은 조금 지쳐 있었어요. 수빈이가 날마다 아주 천천히 자라고 있었는데, 몰랐던 거지요. 언젠가는 수빈이가 혼자서도 화장실을 잘 가겠지요.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괜찮아요. 선생님은 기다릴 거예요.
점심시간이에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숟가락 쓰는 법, 흘리지 않고 밥 먹기, 골고루 먹기를 가르칩니다. 밥을 먹은 뒤에는 이를 닦아야지요. 윗니 아랫니 오른쪽 왼쪽 구석구석 칫솔질하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마다 알려 줘야 하니, 선생님은 학기 초에는 아홉 번이나 이를 닦았어요. 지금은 여섯 번만 닦으면 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게 놀이 시간! 교실을 가게처럼 꾸몄어요. 과자를 고르고, 얼마인지 묻고, 돈을 알맞게 내는 연습을 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과 약속을 배우는 거예요. 가게 놀이를 했으니 다음날엔 진짜로 가게에 가 봅니다. 보조 선생님과 자원봉사자 선생님도 같이 갑니다. 아이들은 신 나고 재미나지만, 선생님은 잔뜩 긴장해요. 그래도 아이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때까지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방과 후 시간이 되었는데 소영이가 안 보여요. 현관에 혼자 있네요. 교실로 들어가자고 달래기도 하고 엄하게 꾸짖기도 하지만 듣지 않아요.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끌고 데려오는데, 앗! 소영이가 왜 그랬는지 이제 알았어요. 선생님은 소영이한테 마음을 다해 사과합니다. 다행히 소영이가 선생님 눈을 바라봐 주었어요. 둘은 꼬옥 껴안았어요. 소영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이들이 책가방을 싸는 사이, 선생님은 아이들마다 하나하나 알림장을 씁니다. 오늘 학교에서 어땠는지 적고, 집에서 해야 할 일이나 당부, 궁금한 것도 씁니다. 그때 소진이가 수줍은 듯 다가와 편지를 줍니다. 삐뚤빼뚤 글자가 알아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 안대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선생님은 아직 일이 남았어요. 내일 수업할 자료를 만듭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야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내일 모레 열릴 운동회 준비물도 만듭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모여 풍선도 불고, 아이들이 터뜨릴 커다란 박도 만들어요.
드디어 운동회 날! 그 동안 틈날 때마다 달리기 연습을 해 온 민호가 출발선 앞에 섰습니다. 달리면서 여러 장애물을 통과해야 합니다. 준비… 시작! 민호는 힘껏 달리고, 아이들은 민호를 응원해요. 그런데 잘 달리던 민호가 갑자기 구르기 매트 앞에서 딱 멈추었습니다. 연습 때는 잘했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선생님은 민호를 도울 수 있을까요? 민호는 구르기를 해 낼 수 있을까요?
운동회가 끝나고 반 아이들이 다함께 모여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기 앞에서 여느 아이들처럼 왁자지껄합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사진 속 아이들은 작년 이맘때보다 부쩍 자란 느낌입니다. 그 아이들 틈에서 선생님이 생각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신 나고 행복해 보여서 뿌듯해. 늘 이렇게 웃는 날만 있는 건 아니야. 가끔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함부로 대할 때가 있어. 그럴 때는 정말 속상해. 서로 존중하고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걸 배우지 못했나 봐. 하지만 나랑 아이들은 웃으면서 힘을 내고 있어. 우리 반 아이들은 웃는 걸 참 좋아하거든.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도 행복하게 어울려 살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