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개미 103호는 주위의 개미들 사이에 젊고 신선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음을 느낀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통풍구에서는 병정개미들이 공기와 습기의 유입을 조절하고 있다. 곳간에는 먹이가 쌓여 간다. 일개미들은 기술자들이 실험을 망침으로써 생긴 시체외 폐품들을 쓰레기터로 가져 간다. 불기술자들이 실험에 실패하면, 겉껍질이 추상 조각처럼 뒤틀린 여치며, 시커멓게 탄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돌 등 갖가지 흉측하고 기이한 형상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암개미 103호는 그런 집단적인 열정과 상치되는 또 다른 분위기 때문에 언짢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그것이 단순한 불만인지 두려움인지는 확실치 않다.
새 벨로캉을 건설한 지 나흘째 되던 날, 103호는 신을 믿는 개미들이 가져오는 피해가 자못 심하다고 판단했다. 그들의 종교적 상징인 동그라미가 모든 통로의 벽을 덮어 버렸고, 아무 보람 없는 그들의 기도가 온 도시를 오염시키고 있다.
암개미 103호는 위쪽 세상을 이미 보았다. 그는 손가락들이 신이 아니라 단지 개미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거대하고 둔한 동물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손가락들에게는 물론 개미들이 본받고 존경할 만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을 숭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들을 신으로 떠받드는 자들은 그 간의 모든 성과를 헛수고로 만들어 버릴지 모른다. 103호는 과학 기술을 숭상하는 병정개미들의 지지에 힘을 얻고, 신을 믿는 개미들이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리라고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