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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 열린책들 세계문학 192
eBook

나사의 회전 - 열린책들 세계문학 192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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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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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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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7.32MB ?
ISBN13 978893296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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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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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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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승은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경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토니 모리슨』이 있고 중요 논문으로「흑인 여성의 자아 정체성과 그 허상: 토니 모리슨의『타르 베이비』」,「『솔로몬의 노래』: 흑인 여성의 숨겨진 내러티브」,「거식증과 소비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성: 마거릿 애투드의『먹을 수 있는 여성』」,「『핸드메이드 이야기』에 나타난 디스토피아와 저항적 내러티브」,「가정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중 서술: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다시 쓰는 서부 이야기: 월터 반 틸버그 클라크의『만곡부 사건』」「초국가적 읽기: 치트라 배너지 디바카루니의『향료의 여사제』」 등이 있다. 역서로는『근대미국단편선』(공역)『현대영미단편선』(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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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길 앞에 있던 더글러스를 떠올릴 수 있다. 그는 난로를 등지고 서서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하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저 말고는 아무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야기일 겁니다. 정말 너무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모든 이야기를 능가하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이야기도 그것에 근접하지 못합니다.」---p.8

그로즈 부인이 자신의 반가운 감정을 너무 내보이지 않으려고 애쓸 만큼 크게 기뻐한다는 것을 나는 반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알아차렸다. 그때도 나는 부인이 왜 기쁨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지 약간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그 점은 의심을 갖고 깊이 생각해 보면 분명 나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 어린 소녀의 환하게 빛나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것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불안함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하나의 위안이었다. 무엇보다도 아마 그 아이의 천사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나의 들뜬 기분과 연관이 있었을 것이다. ---pp.23~24

이렇게 해서 나에게,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생생한 모습을 다시 재현할 수 없는 당혹스러운 환영이 나타났다. 호젓한 장소에 나타난 미지의 남자는 집에서 교육받고 자라 온 젊은 여성에게는 충분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몇 초가 지난 뒤 더 확실해졌는데, 나와 대면한 사람은 내 마음속에 있던 모습이 아니었으며, 내가 알고 있던 어느 누구도 아니었다. 나는 그 사람을 할리 가에서도, 다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 장소는 그 사람이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아주 이상하게도 즉시 황량하게 변했다. 여기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한테는 적어도 그 순간의 느낌이 전부 되살아난다. 내가 본 것을 받아들이는 사이, 마치 주변 모든 광경은 죽음의 빛을 띠고 있는
듯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저녁의 소리가 멈춘 강렬한 정적을 다시 들을 수 있다. 까마귀들이 황금빛 하늘에서 까악거리는 소리를 멈추고, 그 친밀한 시간도 형언하기 어려운 그 순간 모든 소리를 잃어버렸다.---p.45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크게 놀랐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사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채 내 학생들을 계속 지켜보면서 며칠이 지나자 고통스러운 상상과 심지어 불쾌한 기억들까지 스폰지로 닦아 낸 듯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는 아이들의 특별한 순진한 매력에 푹 빠져드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에게서 적극적으로 조장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말해 왔었다. 그리고 이 원천이 어떤 위안을 주든지 간에 내가 이제 그것에 전념하기를 게을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억누르려는 노력은 분명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설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빈번히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그것은 여전히 더욱 커다란 긴장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나의 작은 아이들이 내가 그들에 대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하게 여기곤 했다.---p.98

그 순간만 보자면, 나는 달아난 셈이었다. 나는 곧장 교회 안뜰 밖으로 나와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공원을 가로질러 되돌아갔다. 집에 도착할 무렵 나는 도망가기로 거의 마음을 굳혔다. 입구와 집 안에 일요일의 적막이 감돌고 아무도 보이지 않자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빨리 떠난다면 소란도 일으키지 않고 말없이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급히 떠나는 모습이 눈에 띌 테고 이동 수단도 해결해야 할 큰 문제였다. 홀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장애를 생각하며 괴로워하다가 계단 발치에 주저앉았던 것을 기억한다. 가장 낮은 계단에 갑자기 주저앉아, 그곳에서 바로 한 달 전 캄캄한 밤에 사악한 것들로 인해 풀이 죽은 상태에서 끔찍한 여자의 유령을 보았던 것이 혐오감과 함께 떠올랐다. 이 생각에 나는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교실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내가 갖고 가야 할 소지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연 순간 닫혀 있던 내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을 느꼈다. 내가 목격한 것을 앞에 두고 비틀거리다가 나는 다시 저항하는 자세를 취했다. 내 책상에 어떤 사람이 청명한 정오의 햇살을 받으면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p.151

사실 아이가 단순히 동요되는 모습을 보았더라면 훨씬 덜 놀랐을 것이다. 아이가 직접적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추적이 사실 그 아이로 하여금 준비를 하고 경계 태세를 갖추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는 조금이라도 비밀을 드러내 보일 만한 점은 다 감추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특이한 기색을 처음 보면서 동요했다. 플로라는 작고 발그스레한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고, 심지어 내가 알려 준 유령이 있는 쪽은 바라보는 척도 하지 않고, 그 대신 다만 쎳혹하고 조용하면서 침착한 표정, 내 마음을 읽어 내서 나를 비난하고 판단하는 듯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표정으로 나를 대했다. 이것은 한 어린 여자아이를 놀라운 존재로 바꾸어 놓는 충격이었다. 아이가 유령을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했지만, 나는 아이의 냉정함에 크게 놀랐으며 또한 나 자신을 변호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유령을 증거로 강력하게 내세웠다. 「그 여자가 저기 있잖아, 가엾은 플로라. 저기, 저기, 저기 말이야. 나를 아는 것처럼 저 여자도 잘 알고 있잖아!」
---pp.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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