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야, 넌 나를 죽이고 있어.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넌 그럴 권리가 있어. 난 너처럼 크고, 아름답고, 침착하고, 고상한 놈을 평생 본 적이 없어. 형제여, 어서 와서 나를 죽여라. 나는 누가 누구를 죽이든 신경 쓰지 않겠다. ---p.86
그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한 채 남아 있는 힘과 오래전에 사라진 자부심을 다 짜내면서 그 힘으로 물고기의 고뇌에 맞섰다. 그러자 고기가 노인의 옆으로 몸을 돌리더니 그 옆에서 천천히 헤엄쳤다. 고기의 날카로운 주둥이는 뱃전의 나무를 거의 때릴 지경이었다. 이어 고기는 넓고, 깊고, 기다란 은 빛 몸으로 뱃전을 지나갔는데 등의 자주색 빗금이 보였다. 물속에서 고기의 길이는 무한정 긴 것처럼 보였다. ---p.87
너무 좋은 일은 오래 가지 못하는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더라면. 저 고기를 낚지 않고 차라리 신문지를 깐 침대 위에 그냥 누워 있었더라면.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그가말했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쿠바 아바나의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산티아고 노인은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했다.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끼로 쓸 정어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배는 낡았고 돛은 너덜너덜하다. 하지만 노인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85일째, 노인은 고기를 잡기 위해 아주 먼 바다로 나간다. 그곳에서 그동안 본 적 없는 거대한 물고기와 맞닥뜨린다. 사흘간의 목숨을 건 사투 끝에 말린(물고기)을 잡는 데 성공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탐욕스러운 상어들이 도사리고 있다.
「노인과 바다」, 그리고 그가 직접 뽑은 대표 단편들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생애 최후이자 최고의 걸작 『노인과 바다』가 열린책들 W세계문학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중편소설인 「노인과 바다」와 함께 「킬리만자로의 눈」,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고 행복한 생애」,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등 헤밍웨이가 자신의 대표작이라 밝힌 단편소설까지 총 8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이 작품들을 통해「노인과 바다」에 숨어 있는 상징들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고 삶과 죽음,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작품을 통해 투영해 내려 했던 헤밍웨이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하고 하드보일드한 번역으로 재탄생하다 헤밍웨이는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사용하는 작가이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의도하는 곳에 의도하는 단어를 배치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 특유의 문체를 살린 번역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W세계문학 시리즈로 출간된 『노인과 바다』는 그의 문체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하드보일드한 번역으로 재탄생한 이번 작품으로 독자들은 헤밍웨이의 정제된 언어를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있던 판본에서 많이 눈에 띈 오역도 바로잡았다. 문체와 함께 가장 주력한 부분이 바로 번역의 정확성이었다. 원작의 의미나 작가의 의도를 오해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하려 의역을 가능한 한 줄여 번역 작품을 읽는 독자와 작품 사이에 놓인 필연적인 거리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바다 생물들의 삽화 수록 「노인과 바다」의 주 무대는 바다이다. 따라서 작품에 등장하는 바다 생물들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헤밍웨이가 의도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바다 생물들의 삽화를 수록했다. 그림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바다 생물들의 이미지를 인지하고 독서를 시작하면 보다 생생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1953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1952년 퓰리처상 수상작 *1997년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2002년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세계문학 100선」 *2003년 국립 중앙 도서관 선정 「고전 100선」 *2004년 한국 문인이 선호하는 세계 명작 소설 100선 *가디언 「세계의 작가들이 선정한 최고의 책 100권」 *뉴스위크 「세상을 움직인 100권의 책」 *국립 중앙 도서관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50선」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