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동해를 지키고 선 강릉은 아름답다. 비탈진 대관령 고갯길을 지나면서 먹먹했던 귀와 가슴은 탁 트인 바다 앞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뻥 뚫린다. 포구의 말린 오징어 냄새만큼 거리에는 진한 커피향이 나고,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숨결을 만나볼 수 있는 유서 깊은 곳이 강릉이다. 관동 8경 중 으뜸이라는 경포호수 앞에 위치한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에디슨과학박물관에서는 입이 딱 벌어질 만한 1만여 점의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아름다운 경포호수를 마주한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개인 수집가의 50년 집념이 와락 안겨든다. 1982년 강릉의 작은 박물관으로 출발해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라는 수식을 얻기까지의 그 과정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다닥다닥 붙어 앉은 전시품들 사이로 흥미로운 사연들이 액자에 담겨 있고, 순회하며 알찬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중략) 참소리박물관과 에디슨과학박물관은 ‘소리’, ‘빛’, ‘영상’의 세계로 나누어 에디슨의 발명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빛의 세계’에서는 에디슨이 발명한 최초의 탄소전구와 에디슨 전기회사에서 생산한 500여 개의 전구가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제품은 에디슨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에디슨 일렉트릭펜, 등사기, 주식시세표시, 커피포트, 타자기, 재봉틀, 난로, 선풍기, 다리미, 영사기 등 200여 종의 발명품을 보고 있노라면, 한 사람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과학자와 발명가를 꿈꾸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 역시 성실하게 외길인생을 걸었던 에디슨의 생애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 p.433~434 「강릉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석탄박물관 관람 마지막 코스는 갱도 체험이다. 어두컴컴한 탄광 안으로 들어가 실제 광산 작업을 살펴보게 된다. 광산개발의 초기부터 현재의 기계화된 채탄 과정, 지하에 위치한 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지시 모습, 여러 가지 갱도의 유형, 갱 안에서 발생한 사고 중 붕락 사고 모습 등을 여러 전시 보조 장비를 활용하여 실물에 가깝게 연출하고 있다. 특히 갱을 받치는 버팀목인 ‘동발’이 부러져 갱이 무너진 붕락 사고 현장을 재현한 전시물은 모형임에도 아찔함이 느껴진다. 붕락 사고는 당시 광산 사고의 60% 이상일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 해 동안 광산 사고로 목숨을 잃는 광부는 166명에 달했다.
1970년대 한 광부의 신문 인터뷰는 광부라는 직업의 고단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석탄을 캐는 것인지 위험을 캐는 것인지 모르는 갱 안은 탄도 새까맣고, 지하라 캄캄하고, 곡괭이 휘두르고 삽질하는 광부마저 탄가루에 새까매져 온통 흑색뿐이다. 탄광의 광부는 죽음과 대결하며 봉급을 캔다.” 갱도관은 아이들에게 광산 작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체험의 장이다. 이곳에서는 광산 노동자들의 노고가 피부 깊숙이 와 닿는다. 아이들은 어두컴컴한 탄광 내부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 p.107~108 「태백 석탄박물관」
고래박물관은 크게 ‘포경 역사관’, ‘귀신고래관’, ‘고래 체험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관람은 2층의 포경 역사관, 3층의 귀신고래관, 1층의 고래 체험관 순으로 둘러보면 된다. 고래박물관에 들어서면 허공에 걸린 거대한 고래 뼈가 먼저 반기는데, 뼈의 주인은 ‘브라이드고래’다. 대표적인 수염고래인 브라이드고래의 골격은 전체 길이 12.4m 무게 14.6톤으로, 박물관에는 브라이드고래의 실제 골격이 전시되어 있다. 주로 온대와 아열대 수역에 분포하는 브라이드고래는 무려 22톤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한국 성인 남성의 평균 몸무게가 67kg이라고 하니, 대략 성인 남성 328명의 몸무게 합과 같은 셈이다.
고래 골격의 위턱에 달린 흑색 수염 역시 실제 수염으로, 영하 60도에서 3년 6개월간 냉동 처리한 것이다. 과거 서양에서는 고래수염을 여성의 치마를 부풀어 보이게 하는 장치, 양산과 우산살, 구둣주걱 등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 p.98~101 「장생포 고래박물관」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에는 순조의 3녀 중 막내인 덕온공주의 복식, 생활유품 등을 비롯한 어린이 유물과, 2001년 발굴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350년 된 6세 소년의 미라인 ‘단웅이’도 전시되어 있다. 단국대학교의 ‘단’(檀) 자와 곰을 뜻하는 ‘웅’(熊) 자를 합성해 붙였다는 ‘단웅이’는 한국 미라 연구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연구용으로 기증된 완전한 형태의 미라는 일곱 구뿐인데 단웅이는 그중에서 국내 처음으로 발견된 미라다. 출토 당시 미라가 안치되어 있던 목재관과 단웅이가 입고 있던 의복들도 보존 처리를 거쳐 함께 전시되어 있다. 시신을 감싸고 있던 아버지의 두루마기는 어린 자식을 차디찬 땅에 묻어야 하는 부모의 애절함이 담겨 있는 듯해 마음을 울린다. --- p.428~429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제4 전시실에는 가면으로 유명한 나라인 베네치아의 가면이 전시되어 있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나라가 작아서 무슨 일을 하든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선거나 결혼식, 연극관람, 수도원에 갈 때 가면을 썼다고 한다. 원래 평민들은 사치를 부리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축제 기간만큼은 신분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축제 기간에는 화려한 옷을 입고 가면으로 신분을 가린 채 귀족과 같은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 p.342~343 「하회 세계탈박물관」
전 세계의 민속 악기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몽골의 민속악기인 ‘마두금’(馬頭琴)이다. 마두금은 악기의 끝 부분이 말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마두금으로 연주한 전통 음악은 2008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마두금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몽골 유목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는 바로 낙타다. 무거운 짐을 싣고 황량한 사막을 이동하면서 몇 주 동안 물을 먹지 않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열악한 환경 탓인지는 모르지만, 종종 새끼를 돌보지 않는 비정한 어미 낙타가 있다고 한다. 젖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새끼를 발로 차 주변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어미 낙타를 달래기 위해 몽골 사람들은 마두금을 연주한다고 한다. 할머니가 아기에게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구슬픈 음악을 들으면 신기하게도 어미 낙타가 마음을 움직여 새끼를 돌본다고 한다. --- p.325~326 「세계민속악기박물관」
Q. 동전에도 위조 방지 장치가 있나요?
A. 그럼, 당연히 있지. 우둘투둘하게 되어 있는 동전 옆면이 바로 위조 방지 장치야. 동전의 옆 테두리에 톱니 모양을 넣기 시작한 것은 사람들이 금·은화의 일부를 조금씩 갉아 모아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해.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야. 그는 30년 동안 영국 왕립 조폐국장을 지냈단다. 우리나라 동전에도 이 톱니 형태의 위조 방지 장치가 있어. 50원은 109개, 100원은 110개, 500원은 120개의 톱니가 들어 있다고 하는구나.
--- p.242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생각 발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