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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운하

: 박경리 장편소설

[ 양장 ]
리뷰 총점8.7 리뷰 12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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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07월 0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770g | 145*210*30mm
ISBN13 9788960532823
ISBN10 896053282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우연에서 운명을 감지하다
진실한 사랑으로 성숙해 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박경리의 『푸른 운하』는 스무 살의 꽃다운 아가씨 송은경이 사랑에 눈뜨면서 새롭게 ‘사랑’이라는 신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하는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나 『푸른 운하』에 그려지는 사랑이야기는 정열에 사로잡힌 젊은이의 풋사랑을 넘어서 과연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60년대 초에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각에서 보아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첫째 남녀 간의 애정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여성인물이 쥐고 있다는 점, 둘째 남녀의 사랑이 가부장적 가정 구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애정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셋째 상대방의 신분, 지위, 경제적인 차이 등이 애정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 넷째 남성이 그들의 지위나 완력을 사용하여 여성 인물의 사랑을 쟁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 다섯째 각 인물 사이의 애정 관계를 섣부르게 윤리적 잣대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등 시대를 앞선 사랑의 방식은 현대적 시각에서 보아도 여전히 흥미롭다. 오로지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감정과 확신, 상대방과의 교감이 사랑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은 독자의 몰입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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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말처럼 쫓아가면 달아날 여자요, 등을 보이면 그 역시 등을 보이고 말 그런 여자였기 때문이다. 경란과의 대결은 끝없는 경주이며 피곤한 정신의 방황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그것은 또한 영원한 미련으로 남을 것이며 삼 년 동안이나 그를 소유했어도 그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오라기도 자기 것이 아니었다라는 아쉬움이 이치윤의 마음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 p. 96

“김 선생님! 정말 전 돌아가야 해요.”
이번에는 애원하듯 말하였다.
“유혹하지 않습니다. 걱정 마세요.”
남식은 웃지도 않았다.
“선생님 마음대로 하세요?”
은경은 다소 화가 나서 비꼬아준다. 그러나 웬일인지 남식에 대하여 경계심이 일지 않았다. 이치윤으로 말미암아 자포적인 기분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순수한 일입니다. 내려달라는 것은 은경 씨의 희망이 아닌 것을 나는 알구 있어요.”
“아이, 기가 막혀.”
“정곡을 때렸죠?”
남식은 처음으로 은경에게 얼굴을 돌리며 빙그레 웃었다.
이번에는 은경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쩌면 남식의 무릎 위에 쓰러져 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치윤에 대한 애정과 경란에 대한 미움을 이야기하고 실컷 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p. 266

“찬희의 마음이 어쨌든 간에 내 마음은 애초부터 타산을 떠난 것이었어요. 가정을 파괴할 용기까지는 없었으나 또 사실 찬희가 나를 사랑한 것도 아니구. 아무튼 나는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었소. 잠잠하게, 그리구 우정으로 계속해가려구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소. 나는 애써 사무적으로 예의 바르게 당신을 대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사업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여자들의 곗돈도 끌어오고 별짓을 다 했어요.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윤기성은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아당겼다.
“아까 찬희는 경란이란 여자의 말을 했는데 그것은 오해요. 그 여자를 몇 번 만난 일이 있기는 해요. 그러나 그 여자를 만난 것은 이혼문제 때문이었고 그 후 웬일인지 그 여자는 이혼문제를 흐지부지해버리는 눈치입디다. 지금도 내 자신이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여자는 별 용무도 없이 저를 찾아오곤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뭐 그 여자가 저한테 호의를 표시하는 것도 아니었죠. 저 역시 교양이 높은 부인으로서 정중히 대하였을 뿐입니다.”
--- p.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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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서 운명을 감지하다
진실한 사랑으로 성숙해 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박경리의 『푸른 운하』는 스무 살의 꽃다운 아가씨 송은경이 사랑에 눈뜨면서 새롭게 ‘사랑’이라는 신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하는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나 『푸른 운하』에 그려지는 사랑이야기는 정열에 사로잡힌 젊은이의 풋사랑을 넘어서 과연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인간 누구나 성장하면서 ‘나’가 아닌 타인에 대해 주체할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되찾았다는 충일감은 나를 온전한 주체로 인식하게 한다. 그래서 이제 그 혹은 그녀와의 이별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된다.
자칫 진부하고 통속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고 있는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60년대 초에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각에서 보아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첫째 남녀 간의 애정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여성인물이 쥐고 있다는 점, 둘째 남녀의 사랑이 가부장적 가정 구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애정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셋째 상대방의 신분, 지위, 경제적인 차이 등이 애정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 넷째 남성이 그들의 지위나 완력을 사용하여 여성 인물의 사랑을 쟁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 다섯째 각 인물 사이의 애정 관계를 섣부르게 윤리적 잣대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등 시대를 앞선 사랑의 방식은 현대적 시각에서 보아도 여전히 흥미롭다. 오로지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감정과 확신, 상대방과의 교감이 사랑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은 독자의 몰입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숙한 사랑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

이 작품에는 송은경, 이치윤과 김남식, 송은경, 이치윤과 경란, 송은경, 이치윤과 박지태와 같이 겹겹의 삼각관계를 이루며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쟁취하고자 애쓴다. 각자 사랑의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열정이 사랑의 실마리가 되고 상대방에게 온전한 존재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목표는 공통적이다.
그 중에서도 송은경의 사랑과 김남식의 사랑방식은 성숙한 형태로 표현된다.
결별 상태이긴 하지만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삼십 대의 이치윤과 갓 스무 살이 된 은경과의 사랑은 윤리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고혹적인 매력을 지닌 이치윤의 전처 경란은 이치윤을 쉽게 놓아주지도 않고 그를 괴롭히고 있다. 여성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은 이치윤은 은경을 통해 따뜻한 모성을 발견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에 흔들리게 되지만 그녀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죄의식도 커지고, 쉽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이치윤은 용기를 내어 마음을 고백하고 이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후 은경을 위해 행복하게 잘 살라는 말을 남기고 시골로 떠난다. 은경은 포기하지 않고 치윤을 찾아나서며 자신의 사랑을 완성시킨다. 조건이나 주의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순수한 은경의 사랑은 성숙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하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완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은경의 사랑만큼이나 성숙한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 김남식이다. 김남식은 자신도 은경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은경과 친구인 이치윤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또한 치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은경의 선택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간적인 매력도 넘치는 인물이다. 은경에게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은경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숨어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치윤과 은경 사이에 가장 껄끄러운 문제였던 경란과 치윤의 이혼도 남식의 기지로 해결되지만 생색을 내거나 드러내놓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인생의 또 다른 표현, 사랑
사랑은 삶의 중심이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인스턴트 사랑이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진실한 사랑을 절실하게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 내게 꼭 맞는 짝을 만나지 못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은경과 남식이 보여주는 사랑의 방식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나와 그, 혹은 그녀와 완전한 합일이 아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의 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숙한 사랑이 가능해진다. 인간 존재 자체가 각자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존재인데 하나가 된다는 상상은 어불성설이다. 하나처럼 느끼고 보이는 것은 서로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상대방과 소통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을 나에게 종속시키거나 내가 상대방에게 종속되면 동등한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스스로 상대방을 위한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자발적 희생이 아니라면 언젠가 감정적 폭발이 일어나고 관계는 깨지기 마련이다. 사랑의 전제는 자발적이면서 주체적인 두 사람의 만남이다. 조건과 계산이 배제된 순수한 존재의 교감과 이해가 진정한 사랑의 출발점이 아닐는지.
사랑의 조건과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의 시작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질문과 깨달음은 50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 『푸른 운하』를 통해 거장 박경리 작가가 우리에게 보내는 삶의 메시지라 할 것이다.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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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운하를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s********9 | 2018.06.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가을바람이 우수수 불기 시작하는 계절. 스무살 송은경은 햇빛에 그을린 연한 갈색 얼굴에 뛰어난 용모와 터질 듯한 젊음, 노르스름한 부드러운 머리칼, 햇빛에 덜 탄 분홍빛 목덜미와 꿈이 있는 청포도처럼 시원하고 푸른 눈을 가졌다. 국회의원 김상국 씨의 부인 허찬희는 은경의 어머니 강영숙의 서울S여고 후배이며 사랑동생이다. 안타깝게도 사십이 넘도록 자식이 없다. 남편은 소실;
리뷰제목
가을바람이 우수수 불기 시작하는 계절. 스무살 송은경은 햇빛에 그을린 연한 갈색 얼굴에 뛰어난 용모와 터질 듯한 젊음, 노르스름한 부드러운 머리칼, 햇빛에 덜 탄 분홍빛 목덜미와 꿈이 있는 청포도처럼 시원하고 푸른 눈을 가졌다.

국회의원 김상국 씨의 부인 허찬희는 은경의 어머니 강영숙의 서울S여고 후배이며 사랑동생이다. 안타깝게도 사십이 넘도록 자식이 없다. 남편은 소실을 얻어 살림을 하고 있고 그 사이에 자식도 있다. 고독한 그의 환경이 불우한 남매 은경과 민경을 찾게 했고 애틋한 애정을 느끼게도 했다. 물도 씻어 먹는 성미는 찬희에게 적합한 표현이다.

마산에 살고 있던 은경은 어려운 일 있으면 올라 오라던 찬희의 말을 믿고 서울 찬희의 집을 찾아간 날 비서로 있는 이치윤과 처음 만나게 된다. 바로 그 날 급성 맹장염으로 치윤은 수술을 받게 되고 은경은 병문안을 오가며 특별한 감정을 갖는다. 치윤에게는 가정을 떠난 아내 경란과 밀양에 사는 그의 어머니가 키우고 있는 어린 딸 영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경은 유학파 매력남 남식의 청혼을 뒤로하고 치윤을 사랑한다.

치윤의 친구 남식은 한 때 경란을 좋아했지만 치윤을 선택한 관계를 인정하고 친구로 남을 줄 아는 호탕한 성격이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기업가인 아버지 김사장의 부를 이용해 출판사를 만들어 치윤, 은경과 일을 시작한다. 은경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는 은경과 결혼까지 생각하지만 친구 치윤을 사랑하게 된 은경을 존중해 주면서 지켜본다. 경란의 교양은 겉치레였다면, 은경은 마음이 따뜻하고 순수하며 선한것으로 가득찬 사람임을 느낀다. "그분도 박지태 씨 정도의 호의를 제가 갖구 있거는요. 그런데 그분한테는 참 명랑하게 할 수 있어요. 사람이 양서이거든요. 한 번 거절하면 아, 그러느냐는 식으로 무관하게 친구로 대해주거든요. 조금도 마음의 부담을 안 느껴요." 은경이 오빠 민경과의 대화 중에서 남식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다.

은경을 짝사랑하는 박지태는 은경이 마산을 떠나 서울행을 하는 기차역에서 배웅을 해준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은경을 두 번 찾아 온다. 여기까지만 해도 어떤 시대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은경과 지태가 율 브린너 주연의 영화 <여로>를 함께 보는 장면에서 소설 속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었다. 1959년 10월에 개봉한 미국 영화이니 그 즈음이다. 이렇게 궁금증이 풀렸다.

이 소설의 배경은 자유당 시절의 말기다. '자유당'은 1951년 창당되어 약 10년간 지속된 보수당으로 이승만 장기 정권의 힘이었다. 1960년 또다시 집권 연장을 꾀하려다 3.15부정 선거로 인해 4.19혁명이 일어나면서 정권이 붕괴된다. 우리 나라의 아픈 역사를 터치하는 작가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그 시절을 이해하는데 소설만큼 좋은 재료가 없는 듯 느껴진다.

이 책의 제목 '푸른 운하'를 통해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은경의 맑은 눈빛은 깊은 바다의 심연같은 치윤의 마음을 헤아리며 사랑의 운하를 만들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한다. 또한 찬희의 인정스런 눈으로는 부모 잃은 고아들을 품는다. "운하를 팔래요. 그분, 그분은 고독해요. 운하를 파서 바다를 끌어 들일래요." 작가가 은경을 통해 이야기하는 이 책의 명문장이다.

70년대에 태어나 자란 나로서는 60년대를 이해하는데 더 없이 값진 글로 찾아왔다. 박경리(1926~2008)작가의 1961년 작품 <푸른 운하>는 젊은 박경리와 함께 진한 여운을 남겼다. 등장 인물들이 운하를 파며 만들어 가는 삶의 인생 이야기다. 어떤 사랑을 하고 선택을 할 것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이제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인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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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픔을 안은 채 사랑하는 삶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소**라 | 2018.05.0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얼마전, 책글남녀 식구들과 {박경리 문학관}을 다녀온 후 [은하], [푸른 운하], [가을에 온 여인] , [김약국의 딸들], [노을진 들녘] 등을 대출했다. 박경리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가까이하고 싶었다. [토지]를 다시 도전해 볼까도 했지만, 수많은 등장인물의 이름들을 다 기억할 수가 없어 전개가 쉽지 않아 매번 도중하차했던 기억이 발목을 잡았기에 한권짜리 소설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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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책글남녀 식구들과 {박경리 문학관}을 다녀온 후 [은하], [푸른 운하], [가을에 온 여인] , [김약국의 딸들], [노을진 들녘] 등을 대출했다. 박경리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가까이하고 싶었다. [토지]를 다시 도전해 볼까도 했지만, 수많은 등장인물의 이름들을 다 기억할 수가 없어 전개가 쉽지 않아 매번 도중하차했던 기억이 발목을 잡았기에 한권짜리 소설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박경리의 [푸른 운하]는 이승만정권 말기 부정선거를 대항하여 마산에서 시위가 시작해서 4.19혁명으로 세상이 바뀌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초반에는 시골에서 상경한 은경에게 호감을 느끼는 서울 집에서 알게 된 이치윤, 그의 친구 김남식, 소박한 고향 사람 박지태, 은경을 향한 세 남자의 애정소설로 생각되며, 시대분위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가로이 댄스파티를 여는 부유층의 이야기로 가난(서울과 대비되는 농촌은 봄마다 보릿고개를 겪는 시절이다)이 큰 문제가 아닌 시절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부녀지간의 어긋난 사랑이야기로 시작하고,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로 맺는다. 그리고 여러 난관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보다 자신이 사랑하고 싶은 남자를 선택하는 은경의 신여성주의를 부각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이야기 정점에 도달할 무렵, 이 세 남자의 목소리를 빌어 한국의 사회교육, 정치경제에 대한 비판을 한다. 당시 30대였던 박경리의 사회인식에 대한 철학과 고뇌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라 여겨진다. 1960년대 초반에 쓰여진 책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1.사회에 대한 정의감에서 아버지를 내리까고, 친구를 위해서는 애정도 양보하는, 그러면서도 굳이 생색내지 않고 유쾌한 “김남식”, 그는 이승만의 자유당 권력에 기생하여 사업을 하는 김사장의 아들로 사업가 아버지의 뒤를 잇는 대신 오히려 아버지의 인생철학과 정반대의 노선인 굶주린 지성인들의 영합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잡지 <청초>를 출간한다. 이는 사회개혁의 단초가 된다.
또한, 미국 유학을 한 김남식의 입을 빌려 한국의 정치경계를 비판한다.

‘한국의 정치는 이승만의 고루함과 더불어 자본가들의 악덕과 무지스러워 탐욕에 좌우되어오지 않았습니까?
이 정권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는 것도 실상 그의 독재성보다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해왔었느냐에 달려 있는 겁니다. 국민들이 최소한 굶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그 골치 아픈 혁명이 필요하겠습니까?
물자가 풍부하고 일거리가 많아짐으로써 소비력이 활발해진다는 것, 그것은 경제학에 있어 ABC죠. 소비자가 없는 자본가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한국은 가난하고 일거리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자본가가 육성되어 왔다는 일조차 실상은 우스꽝스런 일이었어요....’


2.모순과 회의에 몸부림치는 지식인의 고뇌는 “이치윤”의 입을 통하여 전한다.

‘내 자신이 이중인격자만 같애. 영웅심인가 노예근성을, 그 두 개가 내 마음속에 있거든. 철저한 영웅의식을 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철저한 노예로 처세하거나, 나는 남식을 대할 때마다 그런 두 갈래 길 위에서 내가 방황하고 있는 것을 느껴. 그것은 아마도 내가 가난한 농토에서 나가자고 기형적인 교육을 받고 내 과거와 동떨어진 현실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학생 시절에 고학을 했었소... 일에 충실하고 공부에 열중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김 의원을 우연히 알게 되어 줄곧 도움도 받고, 또한 그 분의 비서 노릇을 했었지만 지금에서 나는 아무 지표 없이 걸어온 내 발자취를 돌아다보오. 나는 남식을 잘못 인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 결혼상대자도 잘못 인식하였고, 나아가서 현실을 온통 잘못 인식하였소. 그동안 나를 감싸인 모든 환경은 나를 온건하게, 혹은 비겁하게 만들었을 뿐이오....
지금에 와서 내가 어떤 지표를 찾아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닐 거요. 그러나 실행이 문제가 될 것이오. 방 안에서 지표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지요. 어떤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쉬운 일이오. 지식인들이 항상 우왕좌왕하는 것도 결국은 서재 안의 일본이기 때문에 실제 부딪쳤을 때는 저항력이 없는 법이요....무수한 내 내면과의 모순을 어떻게 처리할까?’


3.은경을 연정했던 “박지태”의 죽음을 알리는 오빠의 편지로 격동의 시기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박지태는 선언 날 밤 난동에 휩쓸려 죽었다... 그의 행동이 정의감에서보다 절망감에서 취해진 것을 나는 잘 안다. 하기란 폭동이란, 혹은 혁명이란 충족된 사람의 정의감에서보다 억압된 인간들의 절망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의 그들의 죽음 자체는 영웅이라기보다 처참한 발악의 비극인 것이다. 박지태도 그러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개처럼 비참하게 죽어간 것이다. 그는 영웅도 아니요, 우국지사도 아니었다. 그의 젊음이 억압당했던 군대라는, 그리고 현실이라는 형장에서 빠져나오기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결국 현실을 부정하게 된 원이이었던 것이다. 은경아, 불쌍한 지태를 위하여 울어주어라! 불의에 항거한 용맹한 사나이에 대한 눈물이어서는 안 된다. 막다른 골목으로 쫓겨 간 발붙일 수 없는 한국의 무력한 젊은 놈의 말로를 위하여 울어주어라! 개처럼 비천하게 죽어간 젊은 놈!’

은경의 사랑을 갈구하는 세 남자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의 올바른 실현 즉, 국민들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에 대한 고뇌와 실행의 각기 다른 방법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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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운하를 파고 싶은 여인의 이야기 _ 푸른 운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이**키 | 2016.05.29 | 추천4 | 댓글6 리뷰제목
  박경리의 장편소설 《푸른 운하(2014.07.04. 마로니에북스)》는 1960년 419민주항쟁이 일어나기 전, 경남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순수하고 순진한 시골 처녀가 사랑 앞에서 단단해지고 용감해지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당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소설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무질서한 인간군상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가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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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장편소설 《푸른 운하(2014.07.04. 마로니에북스)》는 1960년 419민주항쟁이 일어나기 전, 경남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순수하고 순진한 시골 처녀가 사랑 앞에서 단단해지고 용감해지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당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소설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무질서한 인간군상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또는 자신의 삶에 충실한 자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자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이제 겨우 스물이 된 ‘주인공’ 송은경이다. 

 

 

자식에게 무관심한 아버지와 쌀쌀맞은 계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은경은 돌아가신 엄마의 후배 찬희를 찾아간다. 사십이 넘도록 자식을 생산하지 못한, 더군다나 남편이 소실을 얻어서 살림을 살고 있는 고독한 그(p.12)에게 은경은 피붙이와도 같은 존재다. 은경의 등장으로 활력을 얻은 찬희는 어머니 노릇을 자처하지만 윤변호사와의 사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분열(p.221)에 빠진다. 혜화동 집에서 찬희의 남편인 국회의원 김상국의 비서 이치윤을 만난 은경은 첫 눈에 설렘을 느끼지만 흔들림 없이 견고하고 확고해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그의 실제 모습은 이혼을 앞둔 아내와의 사이에서 마음 정리를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자기혐오(p.359)를 느끼는 인물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목적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자신에 대한 불신과 미움은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했다. 더욱이 그 원인을 무질서한 시대적 배경 탓으로만 돌릴 수 없어서 더욱 불편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야무지고 단단하게 변해가는 인물은 나이 어린 은경뿐이다. 어수선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제살궁리만 고민하는 부르주아들,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삶의 지표를 잃어버린 불쌍한 영혼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에서 은경만이 오롯이 ‘사랑’을 향해 흔들림 없이 서 있다. 그러나 이치윤을 향한 망설임 없는 용기는 부럽기 보다는 위험해 보인다. 왜냐하면 은경이 사랑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어린 나이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은경이 가장 어린 나이인 건 분명하나 진짜 철부지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에는 유독 ‘눈빛’이 자주 언급된다. 《푸른 운하》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의 눈빛을 의식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소설 속 인물들의 눈빛이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낯선 만큼 알고 싶은 묘한 충동이 인다. 과연 나는 나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시선, 어딘가를 향하는 누군가의 시선에서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을까. 은경이 치윤을 찾아나서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시도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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