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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 세월호 추모시집

리뷰 총점9.7 리뷰 3건 | 판매지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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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03g | 123*207*13mm
ISBN13 9788939207196
ISBN10 893920719X

이 상품의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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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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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9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강은교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사상계』 등단. 시집 『허무집』, 『초록 거미의 사랑』, 『바리연가집』 등.
고운기 1961년 전남 보성 출생. 1983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구름의 이동 속도』 등.
고은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1958년 『현대시』 등단. 『만인보』, 『문의 마을에 가서』, 『허공』 등.
공광규 1960년 서울 출생. 1986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등.
곽재구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1981년 『중앙일보』 등단. 시집 『사평역에서』, 『참 맑은 물살』, 『와온 바다』 등.
구중서 1936년 경기 광주 출생. 1963년 『신사조』 등단. 평론집 『한국문학과 역사의식』 등, 시조집 『불면의 좋은 시간』, 『세족례』.
김기택 1957년 경기 안양 출생. 1989년 『한국일보』 등단. 시집 『태아의 잠』, 『소』, 『갈라진다 갈라진다』 등.
김사이 1971년 전남 해남 출생. 2002년 『시평』 등단.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
김사인 1956년 충북 보은 출생. 1981년 『시와 경제』 창간 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집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김선우 1970년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등.
김성규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김오 1956년 경기 동두천 출생. 1999년 『자유문학』 등단. 시집 『캥거루의 집』.
김은경 1976년 경북 고령 출생. 2000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불량 젤리』.
김일영 1970년 전남 완도 출생. 2003 『한국일보』 등단. 시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김주대 1965년 경북 상주 출생. 1989년 『민중시』, 1991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도화동 사십 계단』, 『꽃이 너를 지운다』, 『그리움의 넓이』 등.
김준태 1948년 전남 해남 출생. 1969년 『시인』 등단. 시집 『참깨를 털면서』, 『국밥과 희망』, 『지평선에 서서』 등.
김중일 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김해자 1961년 전남 신안 출생.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 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등.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등단. 시집 『뿌리에게』, 『사라진 손바닥』,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등.
도종환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1985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등.
문동만 1969년 충남 보령 출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등단. 시집 『그네』 등.
문인수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등단. 시집 『홰치는 산』, 『배꼽』, 『적막 소리』 등.
박성우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등단.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박찬세 1979년 충남 공주 출생. 2009년 『실천문학』 등단.
박철 1960년 서울 출생. 1987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김포행 막차』,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작은 산』 등.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91년 『한국일보』 등단.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춤』, 『불탄 집』 등.
백무산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4년 『민중시』 등단.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인간의 시간』, 『그 모든 가장자리』 등.
손택수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송경동 1967년 전남 벌교 출생. 2001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찬호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등단. 시집 『십 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
신용목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 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신철규 1980년 경남 거창 출생. 2011년 『조선일보』 등단.
신현림 1961년 경기 의왕 출생. 199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침대를 타고 달렸어』 등.
안상학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등단. 시집 『안동소주』,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등.
안주철 1975년 강원 원주 출생. 2002년 『창작과비평』 등단.
유병록 1982년 충북 옥천 출생. 2010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유순예 1965년 전북 진안 출생. 2007년 『시선』 등단. 시집 『나비, 다녀가시다』.
유용주 1959년 전북 장수 출생. 1991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가장 가벼운 짐』, 『크나큰 침묵』, 『은근 살짝』.
유현아 1970년 서울 출생. 2006년 전태일문학상 수상하며 등단. 시집 『아무나 회사원, 그 밖에 여러분』.
윤석정 1977년 전북 장수 출생. 2005년 『경향신문』 등단. 시집 『오페라 미용실』.
이민호 1963년 충북 음성 출생. 1994년 『문화일보』 등단. 시집 『참빗 하나』, 『피의 고현학』.
이상국 1946년 강원 양양 출생. 1976년 『심상』 등단. 시집 『동해별곡』,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등.
이선식 1954년 강원 양구 출생. 1999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시간의 목축』.
이시영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1969년 『중앙일보』 등단. 시집 『만월』,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호야네 말』 등.
이안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1999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목마른 우물의 날들』, 『치워라, 꽃』, 동시집 『고양이와 통한 날』 등.
이영주 1974년 서울 출생. 2000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차가운 사탕들』.
이용임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2007년 『한국일보』 등단. 시집 『안개주의보』.
이은봉 1953년 충남 공주 출생. 1984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걸레옷을 입은 구름』 등.
이재무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5년 『문학과사회』, 『실천문학』 등단. 시집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푸른 고집』, 『길 위의 식사』 등.
이진명 1955년 서울 출생. 1990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세워진 사람』 등.
이진희 1972년 제주 중문 출생. 2006년 『문학수첩』 등단. 시집 『실비아 수수께끼』.
이하석 1948년 경북 고령 출생. 197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투명한 속』, 『녹』, 『상응』 등.
임경섭 1981년 강원 원주 출생. 2008년 『중앙일보』 등단.
임동확 1959년 전남 광주 출생. 1987년 시집 『매장시편』 출간하며 등단. 시집 『살아 있는 날들의 비망록』,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등.
장석남 1965년 인천 덕적 출생. 1987년 『경향신문』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등.
정기복 1965년 충북 단양 출생. 1994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어떤 청혼』.
정우영 1960년 전북 임실 출생. 1989년 『민중시』 등단. 시집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집이 떠나갔다』, 『살구꽃 그림자』.
정원도 1959년 대구 출생. 1985년 『시인』 등단. 시집 『그리운 흙』, 『귀뚜라미 생포 작전』.
진은영 1970년 대전 출생. 2000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천수호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2003년 『조선일보』 등단.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
최영철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86년 『한국일보』 등단. 시집 『찔러본다』, 『호루라기』, 『일광욕하는 가구』 등.
최종천 1954년 전남 장성 출생. 1986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고양이의 마술』.
최지인 1990년 경기 광명 출생. 2013년 『세계의 문학』 등단.
최현우 1989년 서울 출생. 2014년 『조선일보』 등단.
함민복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
허수경 1964년 경남 진주 출생. 1987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등.
허은실 1975년 강원 홍천 출생. 2010년 『실천문학』 등단.
황규관 1968년 전북 전주 출생. 1993년 전태일문학상 수상하며 등단. 시집 『철산동 우체국』,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등.
휘민 1974년 충북 청원 출생. 2001년 『경향신문』 등단. 시집 『생일 꽃바구니』. 동시·동화 모음집 『뒤뚱뒤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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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선우

믿기지 않았다. 사고 소식이 들려온 그 아침만 해도
구조될 줄 알았다. 어디 먼 망망한 대양도 아니고
여기는 코앞의 우리 바다.
어리고 푸른 봄들이 눈앞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동안
생명을 보듬을 진심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사방에서 자동인형처럼 말한다.
가만히 있으라, 시키는 대로 하라, 지시를 기다리라.

가만히 기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만족을 모르는 자본과 가식에 찌든 권력,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이 참혹하다.
미안하다, 반성 없이 미쳐가는 얼음 나라,
너희가 못 쉬는 숨을 여기서 쉰다.
너희가 못 먹는 밥을 여기서 먹는다.

환멸과 분노 사이에서 울음이 터지다가
길 잃은 울음을 그러모아 다시 생각한다.
기억하겠다, 너희가 못 피운 꽃을.
잊지 않겠다, 이 욕됨과 슬픔을.
환멸에 기울어 무능한 땅을 냉담하기엔
이 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
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잠들지 마라, 부디 친구들과 손잡고 있어라.
돌아올 때까지 너희의 이름을 부르겠다.
살아 있으라, 제발 살아 있으라.


난파된 교실

나희덕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몇 개의 문과 창문만 열어주었더라면
그 교실이 거대한 무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표와 가방들,
산산조각 난 교실의 부유물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배를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한낱 무명의 목숨에 불과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몇 만 원짜리 승객이나 짐짝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지만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닥에 잠겨 있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풀지 않았던 아이들,
구명복의 끈을 잡고 죽음의 공포를 견뎠던 아이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떠난 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교실에 갇힌 아이들이 있다
책상 밑에 의자 밑에 끼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다리와
유리창을 탕, 탕, 두드리는 손들,
그 유리창을 깰 도끼는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세월호 최후의 선장 박지영

백무산

최초에 명령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가만있으라, 지시에 따르라, 이 명령은
배가 출항하기 오래전부터 내려져 있었다
선장은 함부로 명령을 내리지 말라, 재난대책본부도
명령에 따르라, 가만있으라, 지시에 따르라

배가 다 기운 뒤에도 기다려야 하는 명령이 있다
목까지 물이 차올라도 명령을 기다리라
모든 운항 규정은 이윤의 지시에 따르라
침몰의 배후에는 나태와 부패와 음모가 있고
명령의 배후에는 은폐와 조작의 검은 손이 있다

이 나라는 명령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걸 기억하라
열정도 진정성도 없는 비열한 정부, 입신출세와
대박 챙길 일밖에 아무 관심도 없는 자들의 국가,
선장은 단순 잡부 계약직, 장관은 단순 노무 비정규직
그들이 내릴 줄 아는 명령은 단 한 가지뿐
가만있으라, 명령에 따르라

저 환장하도록 눈이 부신 4월 바다를 보면서
아이들은 성적 걱정이나 했을까
지시를 어기고 멋대로 뛰쳐나간 너희들 반성문 써야 할 거야
물이 목에 차올라오는데, 이러면 입시는 어떻게 되는 거지, 걱정했을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불타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분노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슬픔은 장마처럼 지나가고
아, 세상은 또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재난 따윈 나쁜 것만도 아니라는 저들
촛불시위와 행진과 민주주의가 더 큰 재난이라 여기는
저들이 명령을 하는 동안은, 결코
뒤집어라, 뒤집힌 저 배를 뒤집어라
뒤집어라,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탐욕으로 뒤집힌 세상, 부패와 음모와 기만으로 뒤집힌 세상
이게 아닌데, 이럴 순 없어, 뒤집지 못한 우리들
가슴을 치며 지켜만 봐야 하다니, 회한의 눈물을 삼키며
우리가 너희들을 다 죽이는구나, 뒤집어라,
폭력과 약탈로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어 저 죽음을 뒤집어라
뒤집지 않고서는 살리지 못해 저 죽음의 세력을 뒤집어라

뒤집힌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그들
돌아앉아 돈이나 세고 있는 그들
자살 행렬은 내 알 바 아니다 약속을 뒤집고
경제 민주화에서 뛰어내려 저만 살겠다고 달아난 그들
이미 구원받은 사람만 구원하는 정치
아이들과 약자들을 외면하고 가진 자들과
힘 있고 능력 있는 자들만 구출하는 구원파 정부
자기 패거리만 구원하고 나머지는 연옥에 밀어 넣는
구원파 정당들, 새나라구원당들
아, 뒤집히고 나서야 보이다니
저들과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배를 타지 않은 자를 선장으로 뽑다니!

뒤집어라, 그들의 명령과 지시를
그리고 저 고귀한 지시를 따르라, 승객을 버리고
선장과 노련한 선원들이 첫 구조선으로 달아난 그 시각
선원은 마지막까지 배를 지킨다! 구명조끼를 벗어 주고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다 끝내 오르지 못한 스물두 살
4월을 품은 여자 박지영, 그가 최후의 선장이다
그 푸르른 정신을 따르라, 뒤집어진 걸 바로 세우게 하는
죽음을 뒤집는 4월의 명령을!


바다 무덤

손택수

아내의 배 속에 있던 아기의 심장이 멎었다
휴일이라 병원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동안 식은 몸으로 이틀을 더 머물다 떠나는 아기를 위해
아내는 혼자서 자장가를 불렀다

태명이 풀별이었지 아마 작명가는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덤으로 바뀐 배를 안고 나는 신호가 끊어진 우주선 하나가 막막하게 유영하는 우주 공간을 더듬고 있었다

그 후 아내는 어란을 먹지 않는다 꽃도 꺾지 않고, 나뭇잎 하나도 딸 수가 없다고 한다
세월호 뉴스 앞에 아내가 며칠째 넋을 놓고 있다
부푼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배 곁을 좀처럼 떠나질 못하고 있다

버리지 못한 초음파 사진 속 웅크린 태아처럼 바닷속을 둥둥 떠다닐 아이들,
이틀이 아니라 두 달이 넘었다

자신의 배를 무덤으로 내어준 바다는 실성한 듯 혼자서 자장가를 부른다
파도 소리 뭍을 할퀸다

아내는 이제 생선을 먹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피해 다닐지도 모르겠다

심장이 멎은 배를 끌어안고
자장자장 들려줄 수 없는 자장가가
흘러나오는 바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송경동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
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
사회 전체적으로 정규적 일자리를 덜어내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성을 주입했다
그렇게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노동자 세월호에 태워진 이들이 900만 명이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할 곳들을 덜어내고
그곳에 ‘무한 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 넣었다
이런 자본의 재해 속에서
오늘도 하루 일곱 명씩 산재라는 이름으로
착실히 침몰하고 있다
생계 비관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알아서 좌초해가야 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이들이 지하 선실에 가두어진
이 참혹한 세월의 너른 갑판 위에서
자본만이 무한히 안전하고 배부른 세상이었다
그들의 안전만을 위한 구조 변경은
언제나 법으로 보장되었다
무한한 자본의 안전을 위해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법제화되었다
돈이 되지 않는 모든 안전의 업무가
평화의 업무가 평등의 업무가 외주화되었다
경영상의 위기 시 선장인 자본가들의 탈출은 언제나 합법이었고
함께 살자는 모든 노동자들의 구조 신호는 외면당했고
불법으로 매도되고 탄압당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자본의 이동은 언제나 자유로운 합법이었고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만 전가되었다
그런 자본의 무한한 축적을 위해
세상 전체가 기울고 있고 침몰해가고 있다
그 잔혹한 생존의 난바다 속에서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 처참한 세월호에서 다시 그들만 탈출하려는
이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위험한 세월호의
선장으로 기관장으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나서야 한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평형수로 에어포켓으로
다이빙벨로 긴급히 나서야 한다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 자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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