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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의 바다 위에서

만조의 바다 위에서

: 이창래 장편소설

리뷰 총점8.7 리뷰 37건 | 판매지수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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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7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586g | 146*209*25mm
ISBN13 9788925552484
ISBN10 8925552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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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려져 있지만 이제 어느 누구도 그런 것들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왜 그런 것에 신경을 써?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운이 좋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왔다. 하지만 그 어딘가는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곳을 찾아볼 수도 있고 그 장소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보여 주는 사진이나 비디오를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중국의 어느 강기슭에 자리 잡은 자갈 색깔의 마을에서 왔는데, 그곳은 어깨가 굽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 멀리, 나무 밑동을 짧게 깎아 버린 산들이 보이는 곳이다. 지붕에는 전선들과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강에는 찻잎이 고여 검게 띠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냄새를 맡을 수도 있는 안개가 그 모든 것을 무디게 만든다. 굳이 들이마시고 싶지는 않을 테지만. --- p.10

즉, 이 세계의 모든 존재는 그 하나하나가 이 세계의 축소판이며 단 하나의 반향에 의해 우리는 기운이 나고 풀이 죽고 왜소해지고 의기양양해진다, 라고 믿는 것. 비유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것은 최고의 결과물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자주 요구되는 멋진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더 우리 자신이 ‘개인들’인지의 여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개별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우리는 수벌들도 로봇들도 아니며, 결코 그런 존재들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문제는 ‘개인(individual)’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에 더 이상 차이가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중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사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느냐, 하는 것이다. --- pp.12~13

두려움에 떠는 물고기는 행복한 물고기가 아니다. 잠수부는 ‘그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물고기들이 새끼였을 때부터 물속 경치의 일부이다. 물고기들은 그녀의 낯익은 형체, 반복되는 동작의 리듬, 그리고 오리발을 착용한 그녀의 부드러운 발짓을 보는데, 그것들은 그들에게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다가가야 한다. 그것들은 수확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피난처의 꿈의 노래가 되어야 한다. 물론 잠수부는 수확을 할 때 그곳에서 마지막 한 마리까지 활송 장치(chute) 속으로 길을 찾아 들어가도록 신경을 쓴다. 다음 세대의 새끼들을 풀어놓기 전에 수조를 청소하고 필터를 교체하는 불과 몇 시간 동안만 활동이 없는데 잠수부가 물속에 홀로 남는 것은 바로 그때이다.
얼마나 침울한 시간이겠는가. 수조 위에 매달려 있는 채소와 약초와 꽃 장식의 덮개 사이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생장 촉진 전구 불빛이 시설 담장에 청록색 조명을 비추는데 이 서늘한 아마존의 색조는 원시적인 부단한 생산력을 암시하고 있다. 잠수부는 배드민턴 경기장 크기쯤 되는 수족관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다가 일이 끝날 무렵이 되면, 몸이 피곤하거나 숨을 참아서가 아니라 공허감을 누르는 이상한 자극 때문에 녹초가 된다. 판은 무수한 물고기들이 떠받치는 힘에 익숙해져 있고, 가끔 물고기들은 그녀를 에워싸고 살아 있는 비계(飛階)처럼 수조의 벽을 따라 그녀를 나르거나 혹은 거꾸로 뒤집힌 사체 주변에 떼를 지어 몰려듦으로써 그녀를 그들의 죽은 개체 하나에게로 안내하거나 아니면 장난스럽게 떼를 지어 그녀와 꼭 닮은 모양을 만들어 물속에서 그녀의 거울이 된다. 사료 알갱이가 떨어지면 그들은 그저 다시 물고기가 되어 입을 벌린 채 수면 위로 펄떡 펄떡 뛴다. 마치 꿀벌들이 그녀의 옷을 통과하려 미친 듯이 애쓰듯 물의 비브라토는 재잘거리며 열광적이다. --- pp.15~16쪽)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지금보다 더 힘겨운 삶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점을 기꺼이 인정한다. 우리 자신이 대문 너머에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겨드랑이에 습기가 맺히고 따끔거리고 배가 싸늘해진다. 그곳에는 자치주 사람들의 진짜 투쟁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본적 욕구는 충족되지만 그 밖의 많은 것들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투쟁을 한다. 전기가 약해서 켜지고 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주택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으로 판자촌이 대부분이다. 물은 우기에만 풍족하고 언제나 끓여야 한다. 그리고 냄새는 말해서 뭐하랴! 자치주의 하수도 시설은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랜 옛날에 신중국을 떠나 이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거의 200년 전에 설치되었다. 그렇게 오래되다 보니 폭우가 쏟아지고 남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닥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인간 정착지의 지독한 썩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 냄새는 영원히 죽지 않는 전령사처럼 소리치는 듯하다. 우리가 여기 있어요!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요!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어요!
우리는 당신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요. 정말이에요. --- p.27

물이 너무 차가워서 하마터면 입을 벌릴 뻔했다.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너른 바위 바로 밑에서 분출하는 지하 하천에서 전해져 온 듯한 냉기가 그녀의 두 발을 스치고 지나갔다. B-모어를 떠나온 뒤로는 당연히 물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잠수복이나 마스크가 없는 상태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끼자 판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눈을 떴을 때, 그녀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수면 바로 아래에서 헛되이 몸부림치는 세위의 한쪽 발뿐이었다. 그다음으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저 멀리 아래쪽에서 창백하게 빛나는 엘리의 머리카락이었다. 판은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가득 들이마시고 곧바로 다시 내려가 순식간에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두 눈은 감겨 있었고 입술도 꼭 다물어져 있었다. 그녀는 엘리가 물 위로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무언가에 걸려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두 팔과 두 발은 어디에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몸은 아직 바닥에 가라앉지도 않은 상태였다. 판은 그의 몸통을 낚아채고 발길질을 했다. 그러나 그녀보다 약간 더 큰 그의 체격 때문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판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그녀의 두 귀와 머리카락을 마구 할퀴듯이 거머쥐었다. 그는 숨을 쉬려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판은 와락 달려드는 그를 억지로 떼어 내고 나서 그의 몸을 끌면서 온 힘을 다해 위로 발길질을 했다. 그때 단추를 채운 그의 주머니들 속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주머니마다 돌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도보 여행을 하는 동안 주워 모은 것들이 틀림없었다. 그의 몸이 축 늘어졌지만 판은 단추를 풀고 돌을 털어 내고 나서야 수면으로 그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일단 수면으로 올라오자 세위가 단번에 그를 홱 끌어당겨 손쉽게 물 밖으로 끌어냈다. --- p.129

그는 판이 최대한 좌석을 높이 올리고 오른쪽 다리를 뻗어 보게 했다. 그런 다음 마른 과일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것은 로린이 여행을 위해 챙긴 것이었다. 퀴그는 판이 그것을 핸들 대용으로 해서 자신을 따라 해 운전 연습을 하게끔 했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웠지만 퀴그는 진지한 표정이 되더니 자기를 보지 말고 전방의 도로를 계속 주시하라고 일렀다. 판이 집중을 하면 할수록 그녀의 동작은 차에 놀라운 속도로 적응을 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급커브에서는 속도를 늦추었고 앞이 탁 트인 곧은길이 나오면 발로 방화벽을 짓눌렀다. 그녀는 버려진 마을의 부서진 주도로에 나 있는 수많은 구덩이를 요리조리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그들은 그 마을을 빠져나와 완만하게 경사진 시골 지역의 다른 마을을 통과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풍경은 황량하고 빛이 바래 있었다. 깜박 잠이 든 로린의 반복적인 거친 숨소리가 허스키하고 건조하게 들렸다. 플라스틱 통을 계속 들고 있다 보니 양팔이 아파 오기 시작했지만 판은 이제 그녀 스스로 그것을 즐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뜻하지 않은 자유와 유쾌한 흥분은 이러한 삶과 아주 비슷하다. 실제보다는 믿음이 좌우하는 삶. 판은 무심코 퀴그를 힐끗 건너다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전방의 도로를 주시하는 대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의 손놀림과 동일하게 양손을 움직여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판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옆으로 홱 움직이고 말았다. 퀴그가 따라 하자 빠르게 달리던 차가 방향을 틀면서 타이어들이 귀청을 찢을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 pp.169~170

“무슨 일이 있어도 열지 마!” 랜든이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쨌든 우리를 죽일 거야!”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말수가 적은 친구가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빨리 죽이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랜든의 손을 홱 낚아채더니 손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손가락 몇 개의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랜든은 푹 쓰러져 무릎을 꿇으면서 비명을 질러 댔다. 데일이 동업자의 이름을 숨죽여 울부짖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청년은 권총의 뭉툭한 끝 부분으로 문을 두드릴 뿐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잘 들어 봐.”
그는 랜든의 손을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겨 남아 있는 부위마저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불쌍한 친구는 다시금 울부짖었지만 이번에는 충격에 압도되어 울음소리가 훨씬 더 약했다. 퀴그가 랜든을 부축했다.
안쪽에서 데일은 이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려 대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퀴그는 문을 열어 줘서는 안 된다고 소리쳤다. 퀴그의 두려움은 이제 분노로 바뀌었다. 그것은 약탈자들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지만 모든 면에서 그야말로 무용지물에 불과한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그는 죄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악의가 있어서 저지른 게 아니었다. 도대체 그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기에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엄청난 불행이 닥친단 말인가? 그는 그저 정직하고 성실하게 수의사의 업무를 잘 수행해 왔을 뿐이었다. 그의 기질과 삶의 측면에서 달리 무슨 잘못이 있었단 말인가? 그는 목청이 터지도록 데일에게 애원하는 동안 그런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동시에 엽총의 개머리판이 그를 가격했고 그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 이제 세상은 그의 눈에 온통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문이 왈칵 열리면서 손에 칼을 쥐고 있는 데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리쉬와 글리니스는 그의 뒤에 간신히 몸을 숨기고 있었다. 퀴그가 그들에게 마지막 작별의 말을 하기도 전에 엽총을 든 청년은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 총을 갈겨 대기 시작했다. --- pp.210~211

바로 그때 힐튼이 자기 얼굴 옆면을 감싸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 애가 자기 손을 들여다보았을 때 손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판이 울타리 대못의 뾰족한 끝으로 그 애의 뺨을 그어 버린 것이었다. 칼을 든 남자애들이 그녀를 향해 다가가자, 판은 팔의 접히는 부위로 여자애의 목을 조이면서 대못의 뾰족한 끝으로 그 애의 목을 지그시 눌렀다.
“오, 힐리! 지금 우리 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니켈만 부인이 소리쳤다.
“얼른 풀어 줘! 필립! 어떻게 좀 해 봐요!”
하지만 니켈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감히 호루라기를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남자애들이 뒤로 물러났다. 판은 로린과 퀴그를 기둥에서 풀어 주라고 명령했고 그들의 차로 천천히 걸어가 그들을 뒷자리에 태웠다. 그녀는 힐튼을 앞자리에 태우고 차의 시동을 걸어 차를 돌린 다음 천천히 주도로를 향해 달려갔다. 니켈만 가족 모두가 차에 손을 얹은 채 달리면서 미친 듯이 차를 두들겨 댔다. 노인에 의해 입구의 엄폐물이 치워졌을 때, 판은 힐튼을 차에서 내보낸 다음 페달을 최대한 깊숙하게 밟았다. 뒤따르던 사람들은 북쪽의 어둠 속에 내팽개쳐졌다. --- pp. 232~233

문이 열렸다. 말라의 뷰어에 있던 여자애들 가운데 하나였다. 여자애는 사진에 나와 있는 것보다 몇 살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녀는 깃이 수놓아진 단순한 흰색 잠옷용 셔츠를 입고 있었다. 구식의 수수한 옷이었다. 두 번째 여자애가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왔는데 첫 번째 애보다 키가 훨씬 컸고 나이도 더 들어 보였다. 그러고 나서 다른 여자애가 그 뒤를 따르더니 그다음 여자애가 나왔다. 그렇게 해서 판이 사진첩에서 보았던 여자애들 일곱 명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일부는 이제 완전히 성숙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덩치도 가장 나이가 어린 여자애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컸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닌. 그들 모두의 눈은 크고 모양이 같았다. 뒤쪽이 반원형으로 된 음악당처럼 반달 모양의 눈알은 어두웠고 눈동자는 갈색이었다. 이제 그들 모두는 어깨를 들썩이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높은 웃음소리가 깜찍하고 달콤하게 들렸다. 그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판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에게서는 옷을 세탁해서 막 건조시킨 냄새가 났다. 그리고 이제 그들 가운데 하나가 판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다른 애들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나머지 애들은 그녀의 양팔과 양손을 움켜잡더니 그 즉시 그녀의 몸을 휘감아 번쩍 들어올렸다. --- p. 312

판은 덩치가 큰 사람들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지만 그녀는 서로 밀치락달치락하는 사람들 속에서 피나를 발견했다. 아니, 핀을 꽂은 피나의 검은 머리카락을 보았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머리통은 수면 밑으로 30센티미터쯤 들어가 둥둥 떠 있었고, 그녀의 두 팔은 옆으로 쭉 펼쳐진 상태였다. 판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두 다리를 힘차게 뻗으며 그녀의 두 팔을 잡고 솟구쳐 올랐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찐 피나는 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데크에 있던 몇 사람이 피나를 물 밖으로 끌어내자 안전 요원이 달려와 그녀에게 응급조치를 취했다. 판은 물에서 나오지 않고 수영장 사다리에서 숨을 고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행히 안전 요원의 조치 덕분에 피나는 기침을 하면서 먹은 물을 토해 냈다. 불과 몇 초 동안만 물속에 빠졌었기 때문에 곧 그녀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판은 재빨리 물 밖으로 기어 나왔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잠시 허둥거리다가 쌍둥이가 비록 울음을 터뜨리긴 했어도 여전히 자신들의 그네 의자에 안전에게 앉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몸이 흠뻑 젖은 상태라서 아기들을 의자에서 안아 들 수는 없었다. 그녀의 헐렁한 운동복 바지와 티셔츠는 이제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수영장의 저쪽 끝에서 완전히 기진맥진해져 수건으로 몸을 감싼 올리버를 베티가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베티는 그에게 거칠게 속삭이고 있었다. 어쩌면 애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판은 그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알 수 있었던 거라고는 당장 죽을 것 같은 눈빛으로 그가 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뭔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판은 본능적으로 젖은 옷을 자신의 배에서 떼어 냈다.
--- pp. 496~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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