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4년 07월 05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32g | 138*198*20mm |
ISBN13 | 9788957090251 |
ISBN10 | 8957090258 |
발행일 | 2004년 07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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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32g | 138*198*20mm |
ISBN13 | 9788957090251 |
ISBN10 | 8957090258 |
한눈에 재밌어 보여 구입하고는 이제야 겨우 다 읽었다.
일본소설치고는 매우 서정적이다.
물론 일본소설이 서정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재미있는 일본소설은 대체로 야한구석이 조금은 있게 마련인데, 야하긴 커녕 무척 교육적이다.
마음이 바른 주인공과 이해심 많은 아들, 지성인인 수학박사까지.
책 띠에 적힌 "한동안 다른 책은 읽고 싶지 않다"는 말은 오버이긴 하지만
새로운 소재와 따뜻한 이야기가 좋다.
주인공은 남편없이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젊은 주부로 파출부일을 하고 있다.
업체에서 지정한 새로운 집으로 파출부일을 하러 가게 되는데,
이 집에서 할 일이라곤 청소와 식사 차리기 등 비교적 가벼운 일들이다.
하지만 집에는 오래 전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80분만 기억이 지속되는 노년의 수학박사가 살고 있다.
80분이 지나면 기억이 지워지므로 주인공을 기억하기 위해 주인공 얼굴을 간단히 그린 메모를 옷에 붙여 두고선
아침이면 메모를 보고 주인공을 알아본다.
우연한 기회에 파출부에게 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수학박사는
어린 자녀에게 엄마는 꼭 필요한 존재임을 강요하며 아들도 같이 데려오라고 한다.
이 때부터 어린 아들, 주인공, 수학박사 세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상하고 수학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수학박사는
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열심히 가르치며 대답해주고,
주인공도 항상 일상생활을 수학과 관련하여 생각을 하게 된다.
나중에 아들은 수학선생이 된다.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수학박사를 평생 곁에서 돌보는 형수(미망인)도 무척 중요한 인물이다.
진작 이 책을 읽었다면 나도 수학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적어도 흥미를 가지긴 했을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거의 이 책만 읽었다.
원래 좋아하는 책만 계속 읽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은 약간 달랐다.
혼란과 방황 속 의지가지없이 내 안에는 어두움만이 쌓여갈 그때 난 나도 모르게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었다.
마치 유일한 ‘약’인 것처럼. 최소한의 ‘치유제’라도 되듯이.
일본 특유의 소소하고 소박한 그 느낌이 잔뜩 깃들어 있는 이 책.
남자 아이 루트, 박사님, 루트의 어머니까지 세 사람의 생활이 왜 난 그토록 궁금해서 읽어대었던 걸까.
아니, 궁금하지 않았다. 궁금해서 읽은 것이 절대 아니다.
난 순수를 읽은 것이다.
읽음으로 인해 내 안에 그 순수가 들어오길 잠재의식 중에 바라며, 읽었던 것이다.
기교를 부려 억지로,
마음의 공감을 얻어내려는 문장을,
부러 만들어내지않지만
"슬픔을 머금은 따뜻함"이 전달 되는 소설.
착한사람들의 소소한 착한 이야기와
92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아늑함이 좋은,
몰락하기전의 일본영화를 본 것 같다.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자네 생일과 내 손목시계에 새겨진 숫자가 이렇게도 멋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니.
-'내 기억은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
매일 아침, 박사는 잠에서 깨어나 옷을 입을 때마다 제 손으로 쓴 메모를 읽으면서 자신의 병을 깨닫는다. 어젯밤에 꾼 꿈은 어젯밤의 꿈이 아니라 먼 옛날, 자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밤에 꾼 꿈이라는 것을 안다. 어제의 자신은 시간의 심연으로 떨어져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파울 볼로 부터 루트를 지켜준 박사는 이미 그 자신 안에서는 죽은 사람이다. 매일매일, 그가 홀로 침대위에서 그런 잔인한 선고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