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4년 09월 01일 |
---|---|
쪽수, 무게, 크기 | 32쪽 | 252g | 210*197*15mm |
ISBN13 | 9788982818240 |
ISBN10 | 8982818243 |
발행일 | 2004년 09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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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쪽 | 252g | 210*197*15mm |
ISBN13 | 9788982818240 |
ISBN10 | 8982818243 |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레이먼은 어느 날 형의 비웃음에 이제껏 마음 가는대로 자유롭게 그리던 것과 달리 사물을 똑같이 따라 그리려 노력한다. 하지만 똑같이 그리려 할수록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고, 이전만큼 즐겁지도 않다.
“도대체 뭘 그리는 거야?" 형은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어요.
레이먼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그린 걸 마구 구겨서 휙 던져 버렸지요.
어느날 자신이 망쳤다고 생각한 그림을 챙기는 여동생 마리솔에게 화를 내며 따라간 레이먼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마는데, 마리솔이 방안 가득 레이먼의 그림들(그것도 그가 구겨버린)을 붙여두었던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야.” 마리솔이 그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꽃병을 그렸는데......꽃병처럼 보이지 않아.“ 레이먼이 말했어요.
“그래도 꽃병 느낌이 나는걸.” 마리솔이 큰 소리로 말했어요.
다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레이먼, 눈에 닿는 세상을 마음이 느끼는 대로 다양한 사물들을,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평화로운 느낌, 바보같은 느낌 그리고 신나는 느낌과 같은 감정들도 즐겁게 그리기 시작한다. 물론, 너무 멋진 날에는 그 모든 것을 그리기 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느낄 줄 아는 여유도 잊지 않고 말이다.
어느 봄날 아침, 레이먼은 아주 굉장한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글이나 그림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느낌이었지요.
그래서 레이먼은 붙잡지 않기로 했어요.
그냥 그 느낌을 마음껏 즐겼어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7살쯤이었나, 그림 좀 그린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스케치북에는 자동차를 잔뜩 그리고 로보트를 가득가득 그리고 있었다. 친구들은 자동차를 좀 그려달라고까지 했던 것 같다. 우쭐해지기도 했었는데, 그냥 그리는 것이 좋았다. 누가 인정해 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그림 그리기 대회를 초등학교에서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상을 받지 못했다. 그 때 뭔가 마음 속에서 뭔가가 달라진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예전보다 즐기지 못하게 된 것을. 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오만하게도 상을 받은 아이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이야기가 무척 길었는데, 이 책 '느끼는대로'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는 것 같았다.
좋아했었던 것인데, 좋아했었나? 할 정도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멀어지고 말았다.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친구들과의 게임을 더 좋아한다고 나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제는 8살이 된 아들을 바라본다. 팔과 다리도 없는 사람을 그리는데 선을 쓰윽 긋고 아빠라고 한다. 이 책의 제목대로 말해주리라. "느끼는대로 너는 그리고 있구나. 너의 그림이 아빠는 독특하다고 생각해. 너는 너만의 방식이 있구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것, 나에게 많이 힘든 것, 부모이기에 꼭 해야만 하는 것을 오늘 하루 동안 실천해 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옮긴 이의 말을 가져와 보고자 한다.
"이 그림책은 예술에 관한 책이지만 나아가 삶의 다양성과 개성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저마다 자기 식으로 살아가는 삶을 꿈꾸게 하니까요.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그림책시렁 44
《느끼는 대로》
피터 레이놀즈 글·그림
엄혜숙 옮김
문학동네
2004.9.1.
무엇을 그리든지 좋다고, 무엇을 그리든 꿈을 담아내면 좋다고, 무엇을 오래오래 자꾸자꾸 그려도 좋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어릴 적에 그림그리기를 몹시 좋아했는데, 그림그리기를 놓고 핀잔하고 꾸지람만 들은 터라, 나중에는 그림을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두 아이가 제 곁에 찾아왔고, 아이들이 그림놀이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대로”, “꿈꾸는 대로”, “사랑하는 대로”, “즐거운 대로”, “슬픈 대로”, “바라보는 대로” 그리도록 홀가분히 이끌어 주려고 합니다. 《느끼는 대로》에는 세 아이가 나옵니다. 한 아이는 동생 그림을 바보스럽다고 여깁니다. 한 아이는 오빠 그림을 멋스럽다고 여깁니다. 둘 사이에 있는 아이는 제 그림을 어찌 바라보아야 좋을는지 모르다가, 동생이 들려준 말을 한참 곱씹다가 문득 깨달아요. 그림이란, 남이 시키는 대로 그릴 수 없고, 그림이란 스스로 느끼는 대로 그리니, 그림이란 그리는 이 마음과 숨결이 싱그럽게 흐르면서 다 달라서 아름답구나 하고 배워요. 그림을 보고 그리는 기쁨이란 무엇일까요? 판박이나 흉내질을 보면서 기쁘지 않겠지요? 우리 꿈이며 사랑이 녹아드는 그림을 볼 수 있기에 마음에 기쁨꽃이 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