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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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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는 삶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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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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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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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6.20MB ?
ISBN13 9788925591490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만일 내가 여기서 사는 동안 늘 지나치게 감사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면, 글쎄, 그렇게 말하랄 수밖에. 어떤 사람이 왜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행동은 하고 저런 행동은 하지 않게 되었는지, 과거를 기쁜 마음으로 돌아보는지, 아니면 평정한 마음 또는 후회하는 마음으로 돌아보는지, 내 생각에 이런 것들은 다른 사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이나 실패를 생각할 때조차 완벽한 진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다 아는 일이지만, 과거란 결국 매우 불안정한 거울이어서 너무 가혹하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비위를 맞추어 주기 십상이며, 따라서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과는 달리 절대 진실을 비추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특히 점점 줄어드는 여생을 생각할 때, 지금 여기에 이르러 있는 내 모습을 평가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느꼈고, 이제 그 작업을 해 보려 한다. (13쪽)

나는 그 애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뭔가를 눈치챘다. 그 애는 소지품이 든, 거친 돛천으로 만든 가방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지퍼 한쪽이 그 무늬 없는 더러운 직물에서 뜯겨 나와 너덜거렸다. 내가 살며시 그것을 받아 들려 하자 그 애는 작은 두 팔로 가방을 꼭 감싸 안더니 차 있는 곳까지 그렇게 들고 갔다. 자그마한 아이의 사랑스러우면서도 애처로운 모습. 아이는 입양 기관에서 나온 여자와 함께 내 뒤를 쫓아왔다. 여자는 자신의 기관에서 아시아의 고아들을 위하여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대해 흥분한 채 떠들고 있었다. 내가 새 딸에게 아는 체를 하고 싶어 그 애의 눈길을 잡기 위하여 돌아볼 때마다, 마치 오랫동안 몰아치는 빗줄기를 뚫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듯, 아이가 단정하게 턱을 끌어당긴 자세로 꾸준히 앞으로 헤치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82쪽)

나는 나를 낳아 준 부모를 따뜻한 마음으로 생각하듯 키워 준 그들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그러나 둘 가운데 어느 부모에 대해서도 그들이 나를 길러 주었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나를 길러 준 것은 목적을 가진 사회였지, 그 외에 아무것도, 다른 누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는 불과 열두 살의 소년이었음에도 늘 사회의 불침번으로서 나 자신을 바쳐야 한다는 것, 내가 알 수 있거나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사회에 의탁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105~106쪽)

농민 차림이었다. 불룩하고 주름진 하얀 바지에 헐렁한 셔츠를 입었다. 땋은 머리가 아니라면 어린 소년들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나이 든 여자와 운전병이 팔을 잡고 여자들을 하나씩 끌어내렸다. 나이 든 여자는 베란다 계단 앞에 여자들을 한 줄로 세웠다. 차려 자세로 서 있는 오노 대위는 그들을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사령관이 그를 불러, 도착한 사람들(나이 든 여자를 제외하면 모두 다섯 명이었다)을 안으로 들여 검사하라고 명령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겨우 다섯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 내게는 특이해 보였다. 우리 부대에는 거의 이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나는 앞으로 며칠 낮밤 동안 그 여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못 하고 있었다. (232쪽)

여자아이는 베일을 쓴 채 한동안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었다. 쇼핑몰의 긴 그림자가 드리운, 텅 빈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 안에서 나는 여자아이의 독특한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자아이가 얼마간 자신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남자아이의 모욕을 물리치고, 마침내 남자아이 자신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것.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스스로 초연해질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 이런 생각 때문에, 그리고 또 그 천, 서니가 내 옷장의 옻칠한 상자에서 찾아낸 널찍한 천과 아주 비슷한 그 천 때문에, 나는 다시 그 여자를, 끝애를, 내가 그냥 K라고 부르게 된 여자를, 그리고 전쟁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우리 부대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기억하게 되었다. (308쪽)

오노 대위가 신호로 정한 검은 깃발은 물론 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타’라는 말의 뜻은 ‘깃발’이다. ‘검은 깃발’, 즉 ‘구로하타’는 옛날 마을에 전염병이 돌 때 경고의 표시로 세워 놓던 깃발이다. 죽음이 퍼진다는 표시였다. 양자로 들어간 뒤 이내 알게 되었지만, 그 집안은 약제사의 후손이었다. 그들의 조상은 전염병에 시달리는 마을로 들어가,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불길한 이름을 가지기로 결정했다. 물론 오노 대위가 그 이름을 택한 것은 나를 조롱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런 깃발이 내걸리면 사람들은 전염병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진료소에 가까이 오려 하지 않을 테니,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 무렵 우리 지역에는 전투가 없었기 때문에 진료소는 언제나 비어 있었다. 벌써 몇 주째였다. 덕분에 대위는 사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장교라 해도 부대 안 다른 어느 곳에서라도 누릴 수 없는 것이었다. (312쪽)

누군가 그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면 대답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 젊은 남자를 대신해서 말할 수 있다면, 내가 그를 위해 진실의 일부를 말할 수 있다면, 그는 그녀에게 마음이 끌렸다고, 그녀의 거기 있음 그 자체에 끌렸다고 말하겠다. 그녀가 거기 있다는 것이 결국 아름다움 같은 것조차 옆으로 밀어 버렸다. 그는 아직 그것을 몰랐지만, 그는 자신이 그저 그녀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면,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몸과 (설사 손가락 하나 대지 않는다 해도) 가까이 있을 수 있다면, 그의 생각에는 또 그녀의 잠든 정신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면, 그러면 그녀가 그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333~334쪽)

그녀를 깨워 입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잠을 못 자 기운이 없다는 말이 기억나 그대로 두었다. 그녀에게 약간의 평화를 주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했을 것이다. 그녀가 요구하는 대로 무슨 일이든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의 탈출이라도 도왔을 것이다. 그녀가 요청한다면, 또는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면, 다른 인간을 해치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느낌이란 얼마나 특별하고 가혹한 것인지. 얼마나 무시무시할 정도로 순수한 것인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기운이 쭉 빠진다. 만족을 얻은 남자는 평범하든 잔인하든 인간적이든 어떤 행동이라도 아주 쉽게 결심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의적인 의지로 영원히, 영원히 자신의 기억에 남을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361쪽)

물론 지금 나는 내가 그 애와 토머스의 삶에서 얼른 물러서지 않으면 그들 앞에 더 어두운 일이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앤 히키의 경우처럼 무시무시하고 최종적인 일이 갑자기 일어나 그들을 부수어 놓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그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며 제멋대로 내닫는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누군가 나서서 내가 목숨을 내놓기만 하면 그 대가로 그들에게 충만하고 좋은 삶을 제공할 것이며 슬픈 일은 가끔씩만 일어나도록 막아 주겠다고 약속만 해 준다면, 나는 집 진입로의 눈을 녹이려고 갖다 놓은 10킬로그램짜리 염화칼슘 포대를 손목과 발목에 하나씩 묶고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내 목숨을 끝장낼 것이다. (460~461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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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ve Speaker≫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창래가 두 번째 작품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고 예고했을 때, 나는 한 발 늦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20세기 막바지의 일이니 벌써 15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러나 막상 작품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었다. 뉴욕 시 교외의 부촌에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 하타의 평온한 말년의 일상. 그러나 그 삶의 이면에는 세계 2차 대전을 경험한 이들의 선과 악이 서로 들러붙은 채 공존하고 있다. 이창래는 이 모호한 공존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그 틈새를 파고든다. 주목할 만한 것은, 언제나 그의 문체다.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도 정확한 그의 문체를 따라가노라면 솜씨 좋은 외과의가 칼날을 쓰는 걸 지켜보는 듯하다. 도저히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소설에서도 그는 정확하게 그 경계를 가른다. 그리하여 도달하게 되는 위로도, 용서도 없는 세계, 거기가 바로 ‘척하는 삶’의 세계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김연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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