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계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명백하지만, 또한 몇몇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들의 활력은 지속되고 있음을 무시할 위험도 존재한다. 여러 사례를 들 수 있지만 여기서는 유럽 노예제에 대한 로빈 블랙번의 2권짜리 최근 저작과 크리스 하먼의 ≪민중의 세계사≫를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
매트 페리, ≪마르크스주의와 역사학≫ 저자
내 책 ≪미국 민중사≫ 같은 책이 세계사 분야에서도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어왔다. 매우 어려운 이 작업을 완성한 오직 한 권의 책을 알고 있다고 나는 언제나 대답해왔다. 그 책은 바로 크리스 하먼의 ≪민중의 세계사≫이다. 이 책은 내 서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하워드 진, ≪미국 민중사≫ 저자
우리는 이름 없는 풀뿌리 대중이 일상적 삶과 투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온 아래로부터의 세계사를 읽고 싶었다. 우리는 대규모 전쟁, 대학살, 경제 위기, 사회 대립으로 가득 찬 현대 세계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세계사적 통찰을 바랐다. 크리스 하먼의 이 책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바로 그 책이다.
강성호, 순천대학교 사학과 교수
흔히 인류의 역사를 거대한 서사시라고 한다. 크리스 하먼은 인류의 태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그야말로 아마존 밀림처럼 복잡하고 태평양처럼 심원한 사건들의 혼돈에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질서를 부여해 마치 거대한 프레스코 벽화처럼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파라오부터 온갖 황제와 왕들, 현대의 권력자들에 이르는 지배자들의 휘광을 넘어서 기술의 발전, 계급 구조와 충돌에 대한 그 영향, 사회경제적 변화의 의미, 이 틈새에 보이는 민중의 모습, 더 나아가 새로운 시대에 대한 전망까지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잿빛의 21세기를 맞이해 역사의 진보가 여전히 가능함을 웅변해 준다.
최갑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탐욕과 경쟁. 어느새 사람의 ‘본성’이 됐다. 현실을 직시하자는 명분 아래 인류에 대한 모멸이 저질러졌다. 사람을 ‘털 없는 원숭이’라거나 ‘이기적 유전자’로 풀이하는 과학이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과학’이 사실무근임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동시에 지배 세력 중심의 세계사 서술이 지닌 따분함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그렇다고 ‘아래로부터의 역사’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세계사의 상호 연관성을 쉽게 풀어주는 미덕까지 갖췄다. 그렇다. 이 책은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앞으로 세상을 바꿀 열쇠를 독자에게 건넨다. 단 한 번뿐인 삶을 진솔하게 살려는 모든 젊은 벗에게 일독을 권한다.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중세 유럽에서 철학을 ‘신학의 시녀’라고 불렀듯이, 오늘날 계급 사회의 사학은 ‘권력의 시녀’에 불과할 뿐이다. 사학자들은 이 계급 착취 체제를 ‘역사의 합법칙적 결론’으로 일단 받아들여 놓고, 역사의 사실들을 이 체제의 ‘화려한 계보 만들기’의 재료쯤으로 간주한다.
근대 사학이 ‘과학성’을 자랑하지만, 사실 제도권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운 일반인들에게 역사란 ‘위대한 인물’의 얘기로만 기억된다. ‘위대’하지 않은 모든 평민, 노비, 여성, 반란자, 장애인 등은 사학자가 만들어낸 ‘우리의 계보’에 포함되지 못한다. 우리는 지폐에서까지 그 얼굴을 볼 수 있는 퇴계와 같은 ‘위대한 인물’은 알지만, 채찍질을 당하면서 그의 논밭을 갈아야 했던 노비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아니면 최소한 그들의 존재라도 의식하고 있는가?
이런 지배자들의 역사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책이 바로 크리스 하먼의 책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지배자들에게 착취?학살당하고, 그 질서 아래에서 신음하고, 그 질서에 도전하고, 반란과 혁명을 통해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려 했던 수많은 ‘역사의 아웃사이더’들의 발자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당신들의 대한민국≫ 저자
이 책은 세계 민중의 대서사시다! 역사는 본디 민중의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을. 이런 민중의 자기 배반, 자기 부정은 왕조사적 역사 읽기에서 비롯했다.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다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세계화된 세계에서 야만적인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고 마침내 다른 세계를 가능하게 할 세계 민중을 위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내게 추천 도서를 물어올 때 나는 꼭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