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리다!
명분을 중시하며 비교적 평화로웠던 춘추시대와 달리, 전국시대는 실리를 추구하며 살아남은 전국칠웅(한·위·조·제·연·초·진秦)의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진다. 약육강식의 룰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사람뿐 아니라 사회제도, 생산방식 등 사회의 토대를 이룬 모든 것들이 격변했다.
《춘추전국이야기 7》은 냉혹했던 전국시대 초기를 배경으로, 위나라 전략가 오기의 활약과 전략, 개혁 의지, 후계자들을 살펴본다. 지혜롭고 뚝심 있는 군주였던 위문후는 한·위·조(삼진三晉)의 동맹을 유지하고, 강국으로 급부상한 진(秦)을 견제하기 위한 방책을 도모했는데, 법가와 유가를 기본으로 병법을 잘 활용했던 오기는 문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위의 요새인 서하를 지키면서, 법가적 개혁을 실천해 천하통일을 꿈꾼다.
하지만 위문후가 죽은 뒤, 오기는 개혁을 이루지 못한 채 떠돌게 되고 초나라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 이후 삼진은 동맹 대신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으며, 상앙의 변법 개혁에 힘입어 강국이 된 진(秦)은 6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천하를 통일한다. 독자들은 변화무쌍한 전국칠웅의 쟁투 과정을 통해 당대의 영웅들이 펼치는 전략과 전술의 묘미, 지속가능한 개혁의 필수 조건을 동시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지혜로운 군주 위문후와 최고의 전략가 오기, 천하 제패를 꿈꾸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지략과 전략이 필요했던 전국칠웅의 군주들은 지혜롭고 명민한 인재를 등용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했다. 그중 두각을 나타낸 위나라 문후는 경제개혁을 통해 국가를 거대한 창고로 만든 이회, 능력 있는 관리의 전형인 서문표를 필두로 불세출의 전략가 오기까지 등용하면서 위나라 200년의 기틀을 만들었다. 그는 오기와 함께 서쪽 전선인 서하를 요새 삼아 군력을 집중시켰으며, 동쪽과 남쪽에는 일관된 화친정책을 펼치는 등 국방과 외교에 힘을 기울였다. 또한 지방에 강단 있는 실력자들을 배치해 중앙정치와 균형을 이루는 국가경영법도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런 개혁의 움직임은 위문후의 이른 죽음으로 끝나고 만다. 그 뒤를 이어 위무후와 위혜왕이 왕위에 올랐으나, 문후 때처럼 충심과 호승심으로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오기는 결국 음모에 휘말려 초나라로 망명하는 것으로 그 운명을 마감한다. 결국 위문후 시절처럼 일관성 있는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위나라는 동서 양쪽 국가와 싸우는 일이 잦아졌으며, 일시적인 이익을 좇아 이리저리 동맹을 구축하지만 결국 큰 전략은 사라지고 자잘한 전술만 판을 치면서, 위나라의 세력은 약해지고 만다.
원칙과 의리를 지킨 열혈남아, 비운의 죽음을 맞다!
오기는 최전선의 사령관으로서 사지에서 군대를 지휘했지만, 승리를 위해 임기응변이나 권모술수를 쓰지 않았다. 또한 유가와 법가 등 기본에 충실한 원칙주의자이자 인덕을 갖춘 장수였고, 애민정신의 소유자였다. 특히 윗사람을 대할 때는 지나칠 만큼 강직했지만, 전장에서 부하들을 대할 때는 정이 넘쳤다. 오기가 출세를 위해 아내를 죽이고 어머니를 버렸다는 낭설이 있으나, 저자는 《한비자》, 《사기》, 《전국책》 등에 기록된 오기의 성품을 토대로 낭설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또한 전국시대를 통틀어 오기만큼 전략과 법치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은 없었고, 다양한 사상적 면모를 갖춘 인물도 드물다고 평한다.
오기가 실패한 후에도 한동안 위나라는 천하 제패라는 오기의 야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야망은 오기 사후 30년, 제나라의 전술가 손빈과 오기의 사상적 후계자인 진나라의 개혁가 상앙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손빈은 계릉과 마릉 싸움에서 군사 운용과 병법을 적절히 활용해 위나라를 상대로 승리했다. 상앙은 ‘농전’을 기본으로, 상벌의 규정을 명백히 하고 군주권을 위협하는 과두체제의 등장을 막는 등 변법을 고안해 진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이는 농업 생산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귀족과 종친 세력을 억누르는 한편 군주권을 강화하려 했던 오기의 개혁을 한층 심화 발전시킨 형태였다.
개혁은 요행이 아닌 단계별 전략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임기응변과 권모술수에 흔들리지 않고, 전략과 전술의 차이를 분명히 아는 자만이 개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단계적 전략으로 상대국의 약점을 파악하고, 자국의 독보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제시한다.
오기는 난세 속에서도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고 상대의 단계별 전략을 잘 간파해 전략을 세웠으며, 대응책까지 마련했다. 한 예로 《오기병법》 〈도국〉편에서는 군대를 일으키는 이유와 군대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적군을 상대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만일 오기가 당장의 성과를 위해 전술만을 고려했다면, 군대를 일으키는 이유나 군대의 성격은 생략하고 방법론만을 궁리했을 것이다.
전국시대라는 냉혹한 국제 정세 속에서 국체, 전략, 전술을 균형 있게 갖추지 못한 나라들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오기를 등용했던 위나라나 초나라 또한 눈앞의 이익을 도모하다 진(秦)나라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비록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오기의 개혁 의지와 도전 의식에서 독자들은 진정한 개혁이 무엇인지, 한 시대를 이끌어간 전략가의 가치는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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