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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문학동네소설상-10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224건 | 판매지수 15,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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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4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55쪽 | 673g | 153*224*30mm
ISBN13 9788982819278
ISBN10 898281927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제1회 <새의 선물>의 은희경, 제2회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의 전경린, 제3회 <예언의 도시>의 윤애순, 제5회 <숲의 왕>의 김영래, 제8회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의 이해경... 문학동네 소설상이 오랜만에 당선작을 냈다. 주인공은 지난해 여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천명관씨. 등단작 '프랭크와 나'를 제외하곤 아무 작품도 발표하지 않은 진짜 신인이다.

'이 소설을 '특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임철우, '자신과는 소설관이 다른 심사위원의 동의까지 얻어냈다는 사실이 작가로서는 힘있는 출발'이라 말하는 은희경, '소설이 갈 수 있는 최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았다고 평하는 신수정까지. 추천글부터 심상치 않다.

소설의 1부, 2부에서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와 주변 인물들의 천태만상이 그려진다. 3부는 감옥을 나온 뒤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금복의 딸이자 정신박약아인 춘희의 삶을 담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한 편의 복수극"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을 품고 죽은 박색 노파가 등장, 주인공을 파국으로 이끈다는 설정이다.

조각조각, 수십 개의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놓은 양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듣던 옛날 이야기, 동화책에서 본 설화와 신화, TV 연속극 같은 스토리,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유머 등이 섞여든다.

맨몸으로 시작해 큰 사업가가 된 한 사람의 이야기인가 싶으면 벽돌을 굽는 한 장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시 여러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의 지난 세기의 이야기인가 하면 바로 오늘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썩 인상적인 데뷔작.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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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살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자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天刑)의 유니폼처럼 그녀를 안에 가둬놓고 평생 이끌고 다니며 멀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다시 이곳 벽돌공장까지 데리고 온 그 살들을 춘희는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햇볕에 그을리고 군데군데 상처를 입었지만 그녀의 피부는 아직도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춘희는 자위행위를 하듯 부드럽고 은밀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온몸을 구석구석 닦아냈다. 목욕을 하는 동안 文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래 전, 의붓아버지인 文은 이미 몸무게가 백 킬로그램에 가까워지는 그녀를 펌프 옆에 세워놓고 몸을 씻기며 말하곤 했다.

춘희야, 너의 이 굵은 다리로는 누구보다도 단단하게 진흙을 이길 수 있고 이 두꺼운 팔로는 누구보다도 벽돌을 많이 들어옮길 수 있으니 그게 다 너의 복이란다.

그녀에게 벽돌 굽는 방법을 가르쳐준 文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가운데 서서히 눈이 멀어갔으며 깊은 고독 속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춘희는 문득 가슴이 먹먹해져 몸을 닦는 손을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목욕을 끝내고 그녀는 옆에 벗어둔 수의를 짓이기듯 꼼꼼하게 빨아 풀 위에 널었다.
멀리 계곡 쪽에서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거대한 알몸을 핥고 지나가는 바람을 음미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산뜻한 기분이었다. 이제 그녀의 예민한 감각은 목욕을 통해 새롭게 되살아나 바람 속에 섞여 있는 계곡의 음습한 기운과, 그 계곡 아래 바위틈에 숨어 잠들어 있는 너구리의 누린내와, 벌판을 지나오는 동안 묻혀온 온갖 풀들의 향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비로소 자신이 의당 돌아올 곳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그녀는 오랜 긴장에서 서서히 풀려나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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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제1회 『새의 선물』의 은희경, 제2회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의 전경린, 제3회 『예언의 도시』의 윤애순, 제5회 『숲의 왕』의 김영래, 그리고 제8회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의 이해경……
말 그대로 ‘대형 신인’의 산실인 ‘문학동네소설상’이 또 한 명의 걸출한 신인을 선보이게 되었다. 올해 수상자인 천명관씨는 바로 지난해 여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신인 아닌 신인. 데뷔는 했으나 등단작 「프랭크와 나」를 제외하곤 단편 하나 발표하지 않은 진짜 ‘초짜’다.

“작년에 신인상으로 등단했지만 단편 하나로 소설가의 이름을 얻은 게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상을 받게 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 이름으로 책이 한 권 나온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비로소 등단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진짜 ‘초짜’가, 완전 ‘생짜’ 소설로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친다. ‘작가’라는 이름을 얻고 처음 내는 책인 이 소설 『고래』로, 읽는 이를 웃게 하고, 울게 하고, 마음 졸이게 하고, 한숨짓게 하고, 미소짓게 하고, 긴장하게 하고, 몸 달게 하고, 얼굴 붉히게 하고, 전율하게 하고, 실소하게 하고, 허탈하게 하더니, 급기야는 감동까지 ‘던져’놓는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려’, 누군가를 감동‘시키려’ 부러 애쓴 것 같지는 않다. 그가 그저 ‘던져’놓고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다시 나름대로 또다른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었고, 그것(감동) 역시, 그 안에 그렇게 ‘던져져’ 있었다. 소설 속 춘희가 견디어낸 시간 속에, 그리고 그 시간과 공간의 여백 속에……)

“『고래』는 가히 소설이 무엇인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 전지전능하고 고압적이며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꾼의 입담에 힘입어 소설은 엄격한 형식의 규제를 뚫고 민담과 전설, 기담들, 무협지와 장르영화의 부스러기들, 동화와 환상적 요소 등이 뒤섞이는 환상의 도가니로 돌변한다.”--신수정, 문학평론가

이 인간, 처음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십수 년을 등단하기만을 꿈꾸어온 문학청년들을 제치고 등단하던 순간에도 ‘오랫동안 꿈꾸어왔’다는 따위의 소설 얘기가 아니라 “나에게 영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며 다소 ‘건방진’ 수상소감을 밝혔던 그였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으로 저는 문학, 좁게 얘기하면 소설 그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있는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 사람, 뻔뻔하다. 문학은 죽었다고, 더이상 문학의 자리는 없다고, 이미 오래 전부터 문학의 위기가 말해지고 있는 이때에도 여전히 문학에 ‘목을 매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고 점잖게 내뱉는 말투에는 약간의(? → 상당한!) 뻔뻔함과 당당함이 묻어난다. 자세가 안 됐군! 그래, 어디 한번 보자.
……어어……
……!!!……
……일단은 KO패……
꼼꼼하게 따져 읽기도 전에, 기승전결을 구분하고 인물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작가의 의도를 따져보기 전에, 단숨에 1800매짜리 소설을 다 읽어버린다. 숨가쁘게, 정신없이 읽어내려가고 보니, 한 편의 ‘이야기’로서의 ‘소설’에 궁했던, 거대한 서사에 목말랐던 독자들의 숨을 틔워줄 만한 작품인 듯싶기도 하다. 어어, 이게 아니었는데……

“이 소설을 ‘특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소설에 대해 우리가 가져온 기존의 상식을 보기 좋게 훌쩍 비켜서는, 놀랄 만한 다채로움과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처음엔 낯설음과 기이함, 동시에 상당한 당혹스러움과 저항감을 안겨주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뜻밖에 굉장한 흡인력을 발산하면서 결말까지 숨가쁘게 몰입하게 만든다.”--임철우, 소설가,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심사평을 좀더 세심하게, 꼼꼼하게 따져 읽고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했었어야 했다. 저 낯설음과 새로움에 당황하지 않기, 저항감이 생기면 주저 말고 완강하게 거부하기! 마음을 가다듬고, 냉정을 되찾고, 다시 읽기 시작!
『고래』의 1부와 2부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숨가쁘게 그려내고, 3부는 감옥을 나온 뒤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금복의 딸이자 정신박약아인 춘희의 생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한 편의 복수극”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을 품고 죽은 박색 노파가 등장해서 주인공을 파국으로 이끈다는 설정이다. 별거 아닌 듯 간단한 듯하지만 이거, 만만치가 않다.
일단 이야기를 흩어놓는다. 조각조각 떼어놓으니 하나의 이야기가 끝없이 나누어진다. 수십 개의 에피소드가 각각 독립된 이야기가 된다. 이거야 뭐 나도 할 수 있겠다.(?) 수상자의 표현대로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 한자리에 모아놓기!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들었음직한 옛날이야기,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신화와 설화, TV연속극이나 영화에서 본 듯한 이야기,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유머, ‘빨간 책’에서 본 듯한 유사 포르노…… 모두 뻔~한 이야기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뭐, 어쨌거나 솔직히 쉽지 않아 보이긴 한다. 이 많은 이야기를 한데 집합시키는 것도.)

“이 소설에는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또는 구비문학자료집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물론 이것만이 아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나 연극 등의 고급 장르로부터 엽기 시리즈, 농담, 야설, 포르노 등등 하위 장르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것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나 그것의 변주가 무궁무진하다. 말 그대로 이 소설은 장터의 시끌벅적한 카니발을 연상시키고, 또 키치적 아우라도 물씬 풍긴다. 이 작가의 이야기 수집벽이 남다른 것은 소설 몇 쪽만 들쳐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고, 더 읽어나가면 놀랄 수밖에 없게 된다.”
--류보선(문학평론가, 군산대 국문과 교수)

그래서 어떤 이야기냐고? ……난감하다. 소설의 줄거리를 설명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다. 하나의 이야기는 또다른 이야기를 낳고, 그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한 편의 복수극”이었나 싶으면 산골 소녀와 부둣가 장수의 사랑 이야기가 있고, 보잘것없는 게이샤를 위해 손가락 여섯 개를 잘라 바친 어느 조직 보스의 인생 이야기인가 싶으면 주인공은 어느 사이 ‘올란도’를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 있다. 그야말로 빈털터리, 맨몸으로 시작해 큰 사업가가 된 한 여자/남자의 이야기인가 싶으면 벽돌을 굽는 한 장인의 예술혼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시 여러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의 지난 세기의 이야기인가 하면, 이것은 오늘의 이야기이다.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란 본시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
후에, 『고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이야기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춘희를 이야기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금복을 이야기할 것이고 또다른 이는 노파를 이야기할 것이다. 어쩌면 칼자국과 걱정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며, 철가면과 청산가리, 쌍둥이자매와 코끼리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그 수많은 에피소드와 인물들 중에는 생각나지 않는 것들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건 뭘까. 이 서로 다른 수십 가지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얽혀드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로 어우러져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문학동네소설상 제1회 수상자인 소설가 은희경의 말대로,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섞임”과 “확장”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갖 인물들과 여러 유형의 인물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서로 섞이고 녹아 얽혀드는 동시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 안에 이런 대목이 나오죠. ‘세상에 떠도는 얘기란 본시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 (……) 화자인 이야기꾼을 등장시킨 건 말하자면 놀기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어느 정도 파격도 가능하고, 구라도 치고, 능청도 떨고, 또 그러면서 백 프로 믿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의심은 가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말솜씨에 점점 빨려들고…… 이야기꾼은 자유롭게 영화 속 인물을 끌어들여 현실의 인물들과 뒤섞고, 괴담이나 야담에서도 이야기를 끌어와서 자연스럽게 버무리고…… 그렇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이야기꾼이 있음으로 해서 가능해진 겁니다. 정색을 하고 덤비는 것보다 이렇게 느슨하게 한 발 물러선 형식을 택한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 사람, 기분 나쁘다. 그래, 너 잘났다. 재주 있다. 이야기꾼이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암상’이다. 따로 구분 기준을 두지 않아도 ‘암상’인지 ‘심술’인지 알 수 있다는 그의 할머니의 두 가지 구분법에 따르면…… 그는 크지 않다. 작다고도 볼 수 있는 그 몸 안에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내보이려 하지 않는다. 거대한 물고기인가 싶으면 젖을 물려 새끼를 기르는 고래처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순해 보이기만 하더니 무엇 때문인지 뭍으로 올라와 자살하는 고래처럼,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그의 소설 『고래』처럼. 그는 그저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을 뿐이라고, 본인은 별로 한 게 없다고, 또 자신은 문학에 목매는 ‘문청’이 아니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영화연출 ‘준비중’이다. 등단하던 지난해, 일 년 전에도 그는 ‘준비중’이었다. 그렇게 준비만 한 지가 벌써 오래라면서도 그걸 놓을 생각을 않는다. 아니 그렇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쿨~한 척, 아무렇지 않게 문학을 이야기하는 그가 더욱 미더운 것은 왜일까.

“이 작가는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의 소설작품에 빚진 게 별로 없는 듯하다. 따라서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약간 거창하게 말한다면, 자신과는 소설관이 다른 심사위원의 동의까지 얻어냈다는 사실이 작가로서는 힘있는 출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은희경(소설가)

그 무엇에도 빚진 게 없는 작가, 라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디 그렇기만 할까. 굳이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의 몸속엔 한 세기를 살아온 특별한 할머니의 유전자 말고도 “지난 세기 위대했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을 것이고, “이야기 또한 그렇게 시간을 가로지르며 생명을 연장해나”갈 것이다. 그에게 “소설을 쓴다는 건 지난 시대의 작가들과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에게 물을 것이고, 그는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 문답은 다시 이야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계속될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고래』는 소설이 갈 수 있는 최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만은 틀림없다. 과연 소설의 확장이 어디까지인가 확정짓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소설이 할 수 있는 바는 그 경계 바깥으로 끊임없이 월경하는 것뿐일 것이다. 『고래』는 남미소설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느 순간 소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또다른 공간으로 들어갔다.”--신수정, 문학평론가
* 인용문은 '심사평' 및 '수상작가 인터뷰' '수상 소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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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고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Gypsy | 2016.11.01 | 추천6 | 댓글5 리뷰제목
<아주 많은 스포일러가 작렬!>  과거에 변사라는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 있다.  그 정의는 요래 나온다.    변사 : 무성영화(無聲映?)시대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극의 진행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등을 관객들에게 설명하여 주던 사람. 변사는 속칭으로서, 활동사진해설가라고 한다. 왜 변사 부터 이야기 하는고 하니 본 책 고래의 서
리뷰제목

<아주 많은 스포일러가 작렬!> 


 과거에 변사라는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 있다. 

 그 정의는 요래 나온다. 

  

 변사 : 무성영화(無聲映?)시대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극의 진행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등을 관객들에게 설명하여 주던 사람. 변사는 속칭으로서, 활동사진해설가라고 한다.


 왜 변사 부터 이야기 하는고 하니 본 책 고래의 서술방식이 상당히 특이 하기 때문이다. 여타의 소설들은 사건의 흐름에 따라 시간 순서에 따라 혹은 간혹 과거 혹은 미래로 왔다리 갔다리 하며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을 따라 독자가 이들의 행동이나 의식, 대사에 푹 빠져 따라가는 서술 방식을 가지게 마련인데, 고래는 다르다. 일단 현재에서 과거의 사건을 서술 하는데. 과거로 훅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이 이야기는 이래서 이렇다 이로이로하여 이리 일은 풀리게 된다라는 사건 설명인이 나오는데 이가 마치 음유시인들이 영웅설화를 사람들 앞에서 과장과 뻥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형식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설명과 추임새 들이 다큐멘터리 따위에서나 봤던 변사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음에 상당한 신선함을 느꼈다. 즉, 사건속에 독자가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화자가 과거에 말이야야 이런이런 이야기가 있었어 그러니 지금부터 잘 들어봐~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명 이것은 한국식(변사의 화려한 언변을 통한) 서술 방법인데 이야기 구조는 익히 봐왔던 신화적 구조들을 닮아 있다는 것도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현재에서 과거를 설명하기 때문에. 과거가 현재에 의해 어찌 정의되는지 현재는 미래에 의해 어찌 정의 될 것인지를 아주 능청스럽게 떠들어 대는 부분은 피식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한다.  


 독서토론회 내에서 무척이나 분분한 많은 의견들이 있었으나 이 번 책은 내가 무척이나 재미 있게 읽었고 이야기에 푸욱 빠졌었기 때문에 기억이 사리지긴 전 나의 독서기록을 남기는 것에 중점을 두려한다. 고래를 읽어나가면서 내가 했던 작업이 하나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현실적 인물과 신화적인물들을 구분하는 표를 그려본 것이다. 나는 고래의 주인공을 금복이로 보았고, 금복이라는 한 명의 인간의 생이 신화로 각색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었다. 너무나 추한 노파에서 금복이로 그리고 춘희로 이어지는 생을 보면서 금복의 생에 진짜 존재했던 진짜 인간과 노파의 딸과, 춘희, 코끼리와 쌍둥이 자매들로 주축이 된 신화를 만들기 위해 덧 붙여진 인물들을 구분하고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적어 본 것인데 그 작업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백년의 고독의 가계도 이후 가장 즐거웠던 작업이었던 듯 싶다. 심지어 한국 소설을 이리 푹빠져서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고래에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아주아주 추하게 생긴 노파,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3명의 여성이다. 남자 작가가 3대에 걸친 대한민국 근대사에서의 여성의 지위의 변화를 저 3명의 여성을 대표 주자로 하여 그려냈다는 점도 무척이나 신기한데 그 서술 방식이 여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빠져들만 하다는 건 괸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보통 남자작가가 그려내는 여성 캐릭터에 이토록 몰입했던 적인 한국 소설중엔 없었을 뿐더러 금복이의 그 강력한 생활력과 강직함 그리고 전투적인 자의식을 찾는 과정을 보노라면 금복이에 대적할 만한 한국 소설속 캐릭터는 토지의 최서희 정도나 들이 댈 수 있지 않을까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제목 고래를 여러 의미로 해석들을 많이 하던데 나의 경우 고래를 채울 수 없는 갈망과 갈증의 어떤 것으로 보았다. 특히나 주요했던 세 캐릭터들에게 고래란 어떤 것이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거 같다. 추한 노파에게 고래란 반푼이에게서 보았던 욕정의 갈망을 채워주는 아주 거대한? 힘의 원천으로서의 그 어떤 것이었을 것이고, 금복이에겐 넓은 바다라는 세상에서 미천한 인간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 위용과 존재감을 드러내던 압도적이고 경이롭던 금복이를 주저 앉게 만들었던 존재 자채가 내뿜던 압도적인 아우라일 것이다. 금복은 자신을 압도하게 만드는 것에 매료되며 그 대상이 끈임없이 바뀌는 모습을 책 속에서 계속해서 보여 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애정어리게 그리고 안타깝게 지켜 보았던 춘희! 그녀에겐 고래란 바로 말이 없이 소통이 가능한 저 넓은 자연속 영혼으로 소통 가능한 그 모든 존재들의 영혼의 소통의 힘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더 억지를 부려 본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욕망의 변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작가 천명관이 생각하는 인간이 잃어버린 자연과의 소통법을 춘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고 말이다. 

 그리고 춘희 바로 그녀가 금복이가 낳은 고래일 것이라 생각했다. 춘희의 탄생조차 고래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으니 말이다. 금복이가 춘희를 임신했던 기간이 4년이라고 나오는데 고래의 임신 기간이 1년 이상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가 내 생각이다. 결국 금복은 고래를 꿈꾸며 고래를 닮은 극장을 지었지만, 고래를 잉태하여 고래를 낳았으면서도 그것이 고래인지 알아보지 못했으며, 자신이 꿈꾸었던 아우라로써의 고래와는 달랐기에 춘희라는 고래를 외면했을 것이다. 그리고 춘희의 최후는 금복이가 보았던 부둣가에서 해체되던 고래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내가 가장 애정어리게 바라보았던 캐릭터 춘희. 나는 그녀를 통해 인간은 결코 고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살아 있는 영혼을 가진 것들과의 소통법을 잃어 버린 존재인 인간. 노파와 금복이를 통해 인간의 욕심과 탐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대척점에 영혼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춘희라는 캐릭터를 신화적 혹은 무척이나 뻥스러운 배경을 짊어지게 하여 인간을 통해 세상에 내보낸 것은 작가가 엄청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끈임없이 자연과 소통하고 영혼을 가진 것들과의 말이 필요없는 소통을 하는 존재로서의 춘희가 탐욕스럽고 저열한 인간들로 부터 유린당하는 모습들을 볼 때는 그 안타까움에 마음이 쓰릴정도 였다. 그런 그녀가 오롯이 자연에서 얻어진 흙을 이용해 뜨거운 가마속에서 구워낸 벽돌은 춘희가 다시 인간들에게 내보이는 화해의 손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다시 지어지는 극장이라니. 이 정말 얼마나 다분히 신화적인 결말인지 말이다.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을 읽으며 한 인생을 깊이 파다보면 그 인생의 깊이에 비례하는 넓은 세상을 품게 된다는걸 알게 된다. 고래 또한 바로 그런 소설이다. 노파를 지나 금복이를 통해 춘희로 완성되는 신화적 이야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뒤에 해설은 읽다 말았다. 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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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훗날 '이야기의 마왕'으로 불리울 남자 천명관, 그의 첫 장편소설 '고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jmonster | 2013.12.08 | 추천8 | 댓글2 리뷰제목
기연많은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한낱 장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책은 이미 수년전부터 존재해왔으나 나는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살아오다, 책이 이 땅의 빛을 본지 딱 10년이 되가던 2013년 어느 겨울밤, 비로소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한낱 장난처럼 느껴진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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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한낱 장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책은 이미 수년전부터 존재해왔으나 나는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살아오다, 책이 이 땅의 빛을 본지 딱 10년이 되가던 2013년 어느 겨울밤, 비로소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한낱 장난처럼 느껴진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방법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려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 대상으로 삼은 해당 작품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뒤 그저 한 두개의 단어를 바꾸는 방식으로 씌여졌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이야기의 마왕


훗날, 문학동네소설상에 의해 그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져 세상에 흔히 '이야기의 마왕'으로 소개된 그 남자 소설가의 이름은 명관이다. 월드컵의 열기를 한참 우려먹고도 그 찌꺼기를 말려 만찬을 해먹던 2003년, 그는 문학동네신인작가상에 의해 단편 소설 하나를 낳는다. 그 소설은 세상에 나왔을 때 이미 심사위원들을 들뜨게 할 정도로 밀도 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수상을 한지 100일 채 지나기 전에 '새로 쓴 소설은 없느냐'고 묻는 출판 관계자들이 수 백명을 넘어섰다. 제도권 교육을 통해 글쓰기를 배우지 못했던 그는 자신만의 세계 안에 독특한 작법을 만들어갔으며 한국과 미국의 소설, 만화와 아서 코난 도일, 수호지와 삼국지 같은 영웅담으로부터 소설을 쓰는 모든 방법을 배웠다. 열망은 있으나 재능은 없는 수 천, 수 만의 소설가 지망생을 낙방의 우울과 자기멸시의 지옥으로 빠뜨린 문학동네소설상이 발표 되자, 때마침 장편 '고래'를 써낸 그는 수상자로 선정되어 학계와 세간의 관심에 수감되었다. 영어(囹圄)의 시간은 화려했으며 그는 신문에 게재된 수상자 발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야기의 마왕'으로 우뚝섰다. 당시 그의 나이, 41세였다.



고래


명관은 원래 영화판에서 굴러먹던 한량이었다. 되지도 않는 영화 시나리오에 매달리느니 소설이나 써보는 게 어떻냐는 동생의 권유로 '그럴까?'하며 돌아선 것이 시작이었다. 본디 희대의 이야기꾼이자 명성 높은 구라꾼에 그 바닥에서 상대가 없는 달필가인 동시에 호가 난 이야기광이며 모든 기담괴설의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대중소설가인 그는,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난관을 이미 정복하고 있었다. 그는 온갖 술수에 능했으며 복잡한 이야기들을 한 번은 날실, 한 번은 씨실로 꾀어 어느덧 아름답고 정교한 문양의 수제 카페트로 지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가 글을 쓰는 방편은 대부분 일반적 소설의 작법, 그 테두리 바깥에서 행해지는 일이었으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예술이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지 지나치게 오래되면, 아뿔싸 이제는 그 자리에 예술이 있었는지도 모를만큼 범상한 것이 되고 말아, 세상은 반드시 이러한 새로운 작품을 필요로 하게 마련이었다. 


그가 지은 장편 '고래'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딱 맞춘 듯한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바가 없지 않은 바, 말하자면 이 작품은 기존의 줄기에 뿌리를 내린채 독특하게 가지를 뻗은 작품이라기 보다는 글쎄, 아예 다른 종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며, 어리석은 머리를 굴리고 굴려 보다 적합한 표현을 찾는다면, 바로 그 제목 '고래'와도 같이 어느날 문득 바다 한가운데에 불쑥 떠올라 신비하고 낯선 생명력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강력하게 뿜어대는, 진정 괴물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아닐까?


그는 역사적 시간 위에 허구의 공간을 걸어두는가 하면 도저히 현실감이 없는 설화적 인물들로 그곳을 가득채우기도 한다. 이를테면, 시간적 배경은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느라 닥치는대로 사람을 잡아죽이는 와중에도 틈틈히 시간을 내 수 많은 여자를 따먹곤 하던, 검은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던 우리 장군님의 통치 시절인데, 배경은 평대라는 듣도 보도 못한 미지의 공간이며, 그곳엔 사상 최악의 추녀 박색의 노파, 노파의 딸이었으나 그녀가 휘두른 부지깽이에 애꾸가 된 뒤 벌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소녀, 만나는 남자마다 불행에 빠뜨려 거지로까지 몰락해 여자로선 참으로 기구한 팔자였다고 할 수 있으나 훗날 돈벼락을 맞아 평대 최고의 사업가가되고 더 훗날 그 배짱과 오만으로 인해 남자로까지 변하게 되는 금복, 그리고 7세에 이미 100키로가 넘었던 그녀의 딸 벙어리 춘희, 이 밖에도 온갖 영화와 만화, 옛날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인물들이 양산박에 모인 108 도적들마냥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채 평대로 기어들어오는 것이었다.


고래는 일견 시정잡배들이나 입에 올릴법한 너절하고 더러운 이야기들의 쓰레기장처럼 보이면서도 그 안에 인간의 만사를 집약해 놓은 듯한, 마치 하나의 우주처럼 군림하는 독특한 권위를 내뿜어 책 깨나 읽는 사람들치고 고래의 마력에 빠지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명망 높은 선생님들은 도무지 그 힘의 정체를 알 수 없어 한결같이 그를 두려워했지만 누군가에게 그는 말하자면 솜씨 있고 믿을 만한 소설가였다. 



비밀


나는 고래의 재미, 그 근본을 밝혀야만 두려움이 멈추는 명망 높은 선생님이 아니며 그 비밀을 알아내 생활적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지만 재미를 느끼는 감각만큼은 꽤나 타고난 면이 있을 뿐더러 불행히, 그 원인을 탐구하려는 기벽이 있어 정말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고래는 왜 그토록 재미있는 걸까?


누군가는 고래가 나의 고립된 생활 속에서 피어난 무료함을 달래주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는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유희적 욕구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느라 닥치는대로 사람을 잡아죽이는 와중에도 틈틈히 시간을 내 수 많은 여자를 따먹곤 하던, 검은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던 우리 장군님의 통치 방식을 풍자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 어떤 해석도 충분한 설명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단지 무료함을 달래는 수단이라고 하기엔 내 주변에 너무나 많은 만화와 영화가 있었으며 단지 유희라고 하기엔 너무나 고된 일이었으며(무려 455페이지의 책), 또 단지 풍자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 강도가 지나치가 약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고래의 재미를 두고 우주의 비밀을 신화, 즉 이야기로 설명하고자 했던 초기 인간의 종교적 태도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누런 종이 위에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을 그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늘어놓을 뿐인 글쓰기 안에 어떤 종교적 의미가 있는지도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이 무수히 섞이며 전진하는 누런 종이에서 나는 왜 그토록 기괴한 재미를 느꼈던 걸까? 나는 이 종이를 수도 없이 반복해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걸까? 감동적이리만치 순정하고 치열했던 내 독서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서 어쩌면 혹, 그 모든 설명과 해석을 유예하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고래의 넓은 등짝 위에 섬뜩하고 폭력적인, 그 잔인한 작살을 꼽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만이, 또 그럼으로써 뜨거운 바다를 가로지르는 바람처럼 가볍게 흩어지도록 놓아주는 것만이 진실에 다가가는 길은 아닐까?


독자 여러분, 안타깝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여기에 앉아 이야기가 계속 되는 걸 지켜보는 것 뿐이다.

댓글 2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내러티브의 힘, 『고래』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꾸앙 | 2017.12.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본가 책장에 있던 책 중 눈에 띄는 걸 아무거나 골라 읽은 게 천명관의 <고래>였다. 일전에 누가 재밌다고 추천해 줬던 기억이 있어 집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생이 수업시간에 읽느라 사뒀던 책이란다.한줄로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좀 과하게 선정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이런 자극을 뛰어넘는 내러티브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2004년에 문학동네 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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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 책장에 있던 책 중 눈에 띄는 걸 아무거나 골라 읽은 게 천명관의 <고래>였다. 일전에 누가 재밌다고 추천해 줬던 기억이 있어 집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생이 수업시간에 읽느라 사뒀던 책이란다.


한줄로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좀 과하게 선정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이런 자극을 뛰어넘는 내러티브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2004년에 문학동네 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소설 끝에 심사평이 붙어 있었다. 한 심사위원의 말마따나 소설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보여 준 강력한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세상에 둘도 없는 추녀인 늙은 노파, 야망에 사로잡힌 대장부 금복, 그리고 금복의 딸 춘희로 이어지는 세 여자의 서사시이자 한 편의 시대극이고, 현실과 상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판타지소설이기도 하다. 상당히 많은 등장 인물이 각각 다른 인물과 서로 얽혀있으며, 그래서 꽤 방대한 이야기를 꼼꼼히 풀어낸다.


소설은 인간의 욕구, 성적 충동, 가난한 생, 돈과 사랑에 대한 갈망, 마음 속 깊은 곳에 품은 야망, 삶을 향한 집착, 죽음의 공포와 같은 인간이 가진 근원적 특성을 시대적 배경과 잘 맞물러 이야기한다. 아무리 못한 삶도 죽음보다는 낫다는, 그래서 삶이 얼마나 고귀한가를 전하고자 하는데, 그 방식은 인간이 얼마나 처절한 삶을 영위하느냐를 보여주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그렇고 그런, 지루하고 뻔한 여타의 한국소설과는 다르게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데,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서술자는 곳곳에서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는데, 꼭 시장 바닥에 앉은 보따리장수가 여기 저기 떠돌며 들은 이야기를 과장을 보태가며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 같다. 판소리 소리꾼의 타고난 재주를 구경하는 기분이기도 하다.


아쉬운 부분은, 가끔 어느 지점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데, 이게 결국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인간의 본성이나 동물성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써야 했나? 싶으면서도, 그래 때로 인간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훨씬 잔인하지, 라는 생각.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덧붙여, ‘죽음이란 건 별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6-17p)


그녀가 진정 사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단순한 세계였다. 그녀는 그의 육체를 신뢰했으며 그 거대한 존재 안에서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행복했다. (72p)


사람들은 물건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탄성을 질러댔지만 금복은 왠지 자신의 살을 베어내는 것처럼 마음이 쓰라렸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던 거대한 생명체가 그렇게 덧없이 고깃덩어리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며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내장을 다 드러낸 채 해체되어가는 고래의 처지가 마치 걱정과 자신의 처지처럼 여겨져 저도 모르게 설움이 복받쳐올랐다. (89p)


당시만 해도 산 것이나 죽은 것이나 별반 다른 게 없었으며 죽음은 너무나 흔해서 귀하게 취급받지 못했다. (129p)


당연하지. 보고 싶은 것들은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되어 있어. (141p)


- 그러니까 다 껍데기뿐이란 말이군. 육신이란 게 결국은 이렇게 하얀 뼈만 남는 거야.

그녀가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발견한 것은 바로 죽음 뒤에 남게 될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언제나 입버릇처럼 ‘죽어지면 썩어질 몸‘이란 말을 자주 되뇌었다. 그리고 곧 내키는 대로 아무 사내하고나 살을 섞는 자유분방한 바람기가 시작되는데, 그것은 어쩌면 평생을 죽음과 벗하며 살아온 그녀가 곧 스러질 육신의 한계와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덧없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216p)


춘희는 비로소 생전에 점보가 말하던 죽는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것은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거였다. 파리가 눈에 앉아도 눈을 깜빡여 쫓지 못하는 거였고 차가운 비가 내려도 피하지 못하는 거였으며 다리가 아파도 앉아서 쉴 수 없는 거였다. (218p)


그녀가 고래에게 매료된 것은 단지 그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두려움 많았던 산골의 한 소녀는 끝없이 거대함에 매료되었으며, 큰 것을 빌려 작은 것을 이기려 했고,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으며, 광대한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답답한 산골마을을 잊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바라던 궁극, 즉 스스로 남자가 됨으로써 여자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 (271p)


그들은 어느덧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타인의 세계를 훔쳐보는 그 음험한 쾌락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인생을 이해했으며 영화는 부조리한 실존에 질서를 부여해주었다. (274p)


한때 보잘것없던 산골의 한 소녀였던 그는 자신의 손으로 이룩한 거대한 영화가 눈앞에서 모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몸이 점점 따뜻해졌다. 그의 눈앞엔 오래 전 그가 고향의 언덕에서 맞이하던 적막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낙조 속에서 마을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언덕에 바람 한점 불지 않았으며 세상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참으로 아름대운 풍경이었다. (301p)


진실이란 본시 손 안에 쥐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서 어쩌면 혹, 그 모든 설명과 해석을 유예하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그녀를 단순하고 정태적인 진술에 가둬두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만이, 또 그럼으로써 그 옛날 남발안의 계곡을 스쳐가던 바람처럼 가볍게 흩어지도록 놓아주는 것만이 진실에 다가가는 길은 아닐까? 독자 여러분, 이야기는 계속 된다. (4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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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1건) 한줄평 총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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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akm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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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요 술술 읽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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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떵 | 201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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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입력이 대단합니다. 정말 너무 매료되어 읽었어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mint2478 |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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