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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5년 0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10쪽 | 183g | 128*205*20mm
ISBN13 9788932015675
ISBN10 8932015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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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김기택 시인의 네번째 시집 『소』. 첫번째 시집과 두번째 시집에서도 「소」라는 시를 실었던 시인은 이번 시집의 제목을 『소』로 정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던 ‘소’는 김기택 시 세계의 변화 과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집 『사무원』에서부터 도시적 삶의 생태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도시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변화된 삶의 양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기조로 하고 있다. 전면적인 도시화는 자연의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우리의 삶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인의 시선은 도시화되어 번다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과 눈에 잘 띄지 않는 자연의 모습으로 향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시인의 말

소가죽 구두
자전거 타는 사람
타이어
얼룩
계란 프라이
불룩한 자루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소나무


복잡한 거리의 소음 속에서
직선과 원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물 위에서 자다 깨어보니
우글우글하구나 나무여
어린 나무들
황토색
그루터기
머리 깎는 시간
빗방울 길 산책
맑은 공기에는 조금씩 비린내가 난다
유리창의 송충이
상계동 비둘기
수화

무단 횡단
재채기 세 번
눈길에 미끄러지다
거부할 수 없는 유산
다리가 저리다
타조
양철 낙엽
토끼 6섯 마리
물은 좌판 위에 누워 있다
상계1동 수락산 입구
흰 스프레이
주말 농장
나무들
토끼
수다 예찬
티셔츠 입은 여자
멋진 옷을 보고 놀라다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
전자레인지
열대야
가로수
기이한 은총
초록이 세상을 덮는다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범바위굿당 할머니들
그들의 춘투
물불
명태

분수
교동도에서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해설·거대한 침묵·이혜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비둘기들은 상계역 전철 교각 위에 살고 있다
콘크리트 교각을 닮아 암회색이다
전동차가 쿵, 쿵, 쿵, 울리며 지나갈 때마다
비둘기들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교각처럼 쿵, 쿵, 쿵, 자연스럽게 흔들린다
비둘기들은 교각 위에 나란히 앉아
자기들 집과 닮은 고층 아파트들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듯
비둘기들도 상계역 주변 거리를 내려다본다
도로변 곳곳에 음식물 쓰레기와 물웅덩이가 있다
사람들이 노점에서 주전부리를 즐기는 동안
비둘기들도 거리에서 푸짐한 먹거리를 즐긴다
자동차들이 쉬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지만
비둘기들은 가볍게 경적과 속도를 피하며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듯 느긋하게 모이를 고른다
가랑이 사이로 비둘기가 활보하는 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막연히 남의 구두가 지나갔겠거니 생각한다
비둘기들은 검은 먼지와 매연을 뒤집어쓰고
언제나 아스팔트를 보호색으로 입고 다녀서
상계역에 비둘기들이 사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계동 비둘기」 전문

회원리뷰 (7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김기택, 「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스 | 2019.04.15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감옥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리뷰제목

감옥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김기택, 「소」

 

 

시인은 소의 커다란 눈을 들여다본다. 무언가 말하는 것 같아서다. 소는 눈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듯싶은데, 문제는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는 점에 있다. 소의 말을 알아들으려면 특별한 귀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 어쨌든 소가 눈으로 하는 말을 인간의 언어로 듣는 것은 불가능하다. 돌려 말하면 우리는 인간의 언어를 벗어나야 소의 눈에 깃들인 말을 들을 수 있다. 인간의 언어로는 왜 소의 말을 들을 수 없느냐고? 인간의 언어에는 인간이 사물에 부여한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물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인다. 이름은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의미가 없는 이름은 없다는 말이다. 사물에 붙은 의미는 따라서 사물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사물의 의미는 인간이 사물에 부여한 의미일 뿐이다. 우리는 소를 라고 부르지만, 사물로서 소는 라는 언어를 전혀 알지 못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소가 인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그렇게 부르도록 약속을 했기 때문인 것이다.

 

시인은 소의 눈에 눈물처럼 떨어질 듯 매달려 있는 말을 본다. 하고 싶은 말을 몸 밖으로 내보낼 길이 없어 소는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보지만말이 눈 밖으로 나올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수천만 년을 소는 눈에 말을 가두어 두고 살아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소는 그저 눈을 끔벅거리며 제 눈 속에서 누군가 말을 뽑아내기를 기다렸다. 세상을 향해 눈을 활짝 열고 있는데도, 눈으로 하는 그 말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소는 얼마나 갑갑할까? 시인은 ,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라고 외치고 있다. 감옥은 무언가를 가두는 곳이다. 억압이 이루어지는 곳을 시인은 왜 순하고 동그란이라는 시구로 표현하고 있을까? 소는 눈에 갇힌 말에 연연하지 않는다. 말에 집착한다고 세상에 내보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눈으로 아무리 말을 쏟아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자 소는 드디어 말이 가는 방향을 자기 마음으로 돌린다.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다시 배에서 꺼내어 씹는 일을 반복한다. 되새김질이다. 안으로 들어온 말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함으로써 소는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스스로 갈무리한다. 요컨대 소는 눈으로 하던 말을 완전한 침묵으로 대신한다. 침묵에 빠진 채로 소는 무심하게 풀줄기를 씹고 또 씹는다. 씹어 삼킨 것을 밖으로 끌어내서는 또 다시 씹는 일을 반복한다. 씹는 일이 지겨우면 음매, 소리로 눈에 갇힌 말을 세상에 내보내기도 한다. 말이 말을 낳는 인간 세상과는 달리 소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말을 안으로 되새겨 침묵에 빠지는 선법(禪法)을 시행한다. 선법은 침묵으로 말을 전한다. 말하는 사람도 침묵하고, 말을 듣는 사람도 침묵한다. 부처는 침묵으로 가섭에게 도를 전하고, 가섭은 침묵으로 그 도를 받아들였다고 하던가.

 

시인은 소를 통해 선()에 깊숙이 빠진 선사(禪師)를 본다. 선사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설사 말을 한다고 해도 인간이 만든 언어 규범에 익숙한 사람들은 선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선사의 눈에는 언제나 눈물처럼 깨달은 말들이 달려 있지만, 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애써 선사가 내지르는 침묵의 외침을 피하려고 한다. 선사는 그래서 소처럼 마음속을 오가는 말들을 씹고 또 씹는다. 말을 씹고 씹다 보면 말에 붙은 의미 역시 사라져버린다. 인간은 말의 의미로 사물에 다가서려고 했지만, 사물은 의미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언어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인간이 언어를 들이대면 사물은 아예 침묵했다. 침묵을 지키는 사물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 것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모든 사물을 언어로 표현하려는 욕망은 말 그대로 인간의 욕심일 따름이다. 인간의 욕심이 클수록 인간과 사물의 거리는 더욱 더 멀어지는 법이다.

 

소는 침묵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시인에게 전한다. 시인은 소가 하는 말을 어떻게 우리에게 전할까? 시어(詩語)는 일상 언어와는 다른 기능을 지닌다. 일상 언어가 보이는 사물에 집중한다면, 시어는 보이지 않는 사물에 집중한다. 보이지 않는 사물을 보려면 특별한 눈이 있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특별한 눈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눈이라는 점에서, “소의 커다란 눈과 닮았다. 수천만 년 동안 소는 자기가 보는 세계를 더불어 보는 존재를 기다려 왔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자마자 소는 눈 속에 있는 말을 안으로 돌려 씹고 또 씹는 되새김질을 시작했다. 시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시인은 일상 언어로는 들여다볼 수 없는 세계에 특별한 눈을 들이댄다. 특별한 눈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눈이다. 소의 말을 듣는다는 건 곧 소의 말을 상상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인은 소가 내보이는 말을 듣기 위해 시어를 씹고 또 씹는다. 언어의 한계에 갇혀 있으면서도 언어를 넘어서려는 드높은 열망을 시인은 소의 되새김질과 비슷한 언어의 되새김질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댓글 0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문**녀 | 2016.12.27 | 추천11 | 댓글18 리뷰제목
블로그 이웃님의 시 포스팅을 보고 반해서 시집을 구입했다.김기택님께서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놓은 [다시, 시로 숨쉬고 싶은 그대에게]라는 시집을 지난 가을 읽었었는데, 정말 좋았었다. 그 시집도 블로그 이웃님의 리뷰를 보고 구입한 시집이었다.그러고 보니,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정말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포스팅한 글이나 리뷰를 읽으며 탐나는 책들은 덩달아서 모셔오게;
리뷰제목

블로그 이웃님의 시 포스팅을 보고 반해서 시집을 구입했다.

김기택님께서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놓은 [다시, 시로 숨쉬고 싶은 그대에게]라는 시집을

지난 가을 읽었었는데, 정말 좋았었다. 그 시집도 블로그 이웃님의 리뷰를 보고 구입한 시집이었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정말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포스팅한 글이나 리뷰를 읽으며 탐나는 책들은 덩달아서 모셔오게 되었다.

올 한 해 개설만 해놓고 거의 방치해 놓다시피 했던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눈 뜬 일들이 많다.

좋은 이웃님들을 알게 되었고, 좋은 책들을 알게 되었고, 좋은 리뷰를 읽으며 많이 배웠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고, 힘든 일과 복잡한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있고 행복하고 나름 의미있었던 한 해였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12월의 끝자락에서 만난 김기택 시인의 시집 [소]는 사방의 모든 동물, 식물, 심지어 사물까지도

깊이있게 들여다보며 귀를 기울이는 시인 특유의 눈과 귀를 생각하게 한다. 괜히 시인이 아니다.

같은 것을 봐도 내면을 보고, 이면을 보며 범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읽어내는 시인의 눈과 귀.

그래서 시인의 눈과 귀는 정말 귀하고 특별한 것 같다.

우리는 시인의 눈을 빌어서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의 가려진 미세한 부분을 보게 되고,

우리는 시인의 귀를 빌어서 미처 듣지 못했던 세상의 아주 섬세한 소리를 듣게 된다.

시 몇 편을 고른다는 게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그저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 시를 읽고 나니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도 그냥 사소하게 지나치지는

못할 것 같다. 냉장고가 청소기가 식탁이 책장이 필통이 연필이... 뭐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창밖에 보이는 나무와 햇살, 바람까지도 뭐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시인의 눈과 귀가 내게 있다면 알아듣고 대답해 줄텐데...하는 아쉬움이 커지는 시간이다.

이 시집을 읽는 것은 주변의 모든 것들이 간절하게 외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인의 모습과

주변의 모든 것들을 특별한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시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시간이다. 

 

 

 

타이어

 

놀라 돌아보니 승용차가 트럭 앞에 급정거하고 있다

그 악쓰는 소리가 도살당하는 돼지의 비명을 닮았다

 

도로가 죽음으로 질주하는 타이어를 강제로 잡아당기니

두려움의 끝까지 간 마음이 내지르는 소리가 나는구나

둥글고 탄력 있는 타이어도 극한 상황에서는

돼지의 성대를 지나가는 공기처럼 진동하며 우는구나

 

일그러진 승용차가 견인차에 끌려 떠난 자리에

두 줄기 길고 검은 타이어 자국이 남아 있다

단말마로 악쓰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붙어버린 마음을

아무것도 모르는 타이어들이 씽씽 밟고 지나간다

 

도로에서 버스나 자동차가 급정차 할 때, 기분 나쁘게 "끼이익" 하는 소리를 듣고 인상을 쓸 때가 있다. 시인은 이 소리를 아스팔트가 "질주하는 타이어를 강제로 잡아당기"는 소리라고 말해준다. "단말마로 악쓰"던 흔적은 "두 줄기 길고 검은 타이어 자국"으로 남는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아무 것도 모르는 타이어들이 씽씽 밟고" 가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급정차할 때 수도 없이 소리를 들었지만 이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기에 시인의 발견은 놀랍기만 하다. 타이어에 생명을 불어넣어 "돼지의 성대"까지 선사하는 시인... 자동차도, 타이어도, 아스팔트도 이제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것 같다. 왠지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속닥거림과 은근한 비화가 곳곳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붙박이처럼 늘 그 자리에 서서 내내 "웅웅~~" 대고 있는 냉장고의 소리가 평범치 않게 들리는 이 기분... 괜히 귀 기울이게 된다.   

 

 

 

계란 프라이

 

자궁처럼 둥글고

정액처럼 걸쭉하고 투명한 액체인

병아리는

이윽고 납작해진다 프라이팬 위에서

점점 하얗게 응고되면서

꿈틀거린다 뜨거운 식용유를 튀기며

꿈틀거린다 불투명한 방울을 들썩거리며

꿈틀거린다 고소한 비린내를 풍기며

꿈틀거린다 굳어버린 눈 굳어버린 날개로

꿈틀거린다 보이지 않는 등뼈와 핏줄을 오그라뜨리며

 

한번도 떠보지 못한 눈과

한번도 뛰어보지 못한 심장과

물 한 모금 먹어본 적 없는 노란 부리와

똥 한번 싸본 적 없는 똥구멍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뒤섞여 응고된

계란 프라이

한 접시에 담겨진다

열린 음악회 흥겨운 노랫가락이 퍼지고

따뜻한 김이 오르는 저녁 밥상

 

안도현 시인의 <간장게장>이라는 시를 읽고서는 다시는 간장게장을 못먹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다행히 간장게장은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즐기는 음식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김기택 시인께서 <계란 프라이>라는 시로 정말 자주 먹는 계란 프라이를 못먹게 만드신다. 조류독감 때문에 계란값이 훌쩍 오르기만 했지만,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김치처럼 식탁에 거의 매일 오르는 값싼 건강식품인데... "한번도 떠보지 못한 눈과 / 한번도 뛰어보지 못한 심장과 / 물 한 모금 먹어본 적 없는 노란 부리와 / 똥 한번 싸본 적 없는 똥구멍"을 생각하면 차마 계란을 어찌 먹나 싶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뒤섞여 응고된"이라는 표현이 어찌 이렇게 슬프고도 짠한지... 우리가 먹는 계란은 대부분 유정란이 아닌 무정란임을 알면서도 왠지 태어나지 못한 병아리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고 먹어야 할 것 같은 이 애달픈 마음...에구... 계란 프라이는 거의 매일 먹는 우리 가족의 영양식인데 자꾸 생각 날 것 같다. 이 일을 어쩔꼬... -.-;;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시인은 소를 참 좋아하고 자주 살피고 자꾸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첫시집부터 소를 소재로 시를 지으셨는데, 역시 이번 네번째 시집에서도 빠뜨리지 않고 "소"를 소재로 시를 쓰셨다. 또한 작품 "소"의 제목이 시집의 제목이 되었으니 소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 분인 것 같다. 예전 시골에 놀라갔을 때, 소의 눈망울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참 순하고 둥글고 맑았던 그 커다란 눈망울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시인은 "수천만 년 말을 가두고...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라고 표현한다. 소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소는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대신,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기는 작업을 되풀이한다. 소의 말은 풀줄기와 함께 계속 되새김질이 되지만, 끝끝내 인간은 못알아 듣고, 소의 위가 네 개라서 그냥 삼켰다가 꺼내고, 씹고, 다시 삼킨다고 과학을 빌어서 설명을 한다. 소의 말은 되새김질로써 과학과 함께 계속 삼켜진다. 과학을 외면한 채 소에 계속 집중하는 시인이 있는 한 언젠가는 소의 말도 해독될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마흔이 넘은 그녀는

아직도 나를 오빠라고 불렀다.

오빠, 옛날하고 똑같다!

오빠, 신문에서 봤어.

오빠 시집도 읽었다, 두 권이나!

얼굴은 낯설었으나 웃음은 낯익었다.

그녀는 웃을 때마다 중년의 얼굴에서

옛날에 보았던 소녀가 뛰어나왔다.

 

작고 어리던 네가

다리 사이에 털도 나고 브래지어도 차는

크고 슬픈 몸이 되었구나.

네 가녀린 몸을 찢고

엄마보다 큰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나왔구나.

긴 세월은 남편이 되고 아이들이 되어

네 몸에 단단히 들러붙어

마음껏 진을 빼고 할퀴고 헝클어뜨려 놓았구나!

 

삼십 여 년 전의 얼굴을 채 익히기도 전에

엄마와 아내를 찾는 식구들이 쳐들어오자

소녀는 얼른 웃음을 거두고

중년의 얼굴로 돌아갔다.

오빠, 갈게.

손 흔들며 맑게 웃을 때 잠깐 보이던 소녀는

돌아서자마자 수다를 떨며

다 큰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으며

다시 흔한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결혼 유무를 떠나서 모든 소년은 아저씨가 되고, 모든 소녀는 아줌마가 된다. 약간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나이를 먹고 몸과 마음도 변해가는 것이다. 시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는

<소녀였던 아줌마를 위하여>로 바꾸는 건 어떨까. 아줌마라는 말을 유독 싫어하는 아줌마들이 있지만, 나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나서는 별로 싫지는 않다. 아이들이 생기고, 커가고, 덩달아서 나도 늙고... 그러다 보니 언젠가는 할머니소리도 들을텐데, 아줌마는 그래도 낫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 워낙에 외모지상주의가 온 나라에 퍼져있고, 솔직히 관리 좀 하면 아줌마도 아가씨처럼 보여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시대이다 보니 아줌마라는 소리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외모는 아줌마라도 마음만은 소녀같은, 소녀의 분위기를 잃지 않는 아줌마로 살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는 않다.

"가녀린 몸을 찢고 / 엄마보다 큰 고등학생 딸과 / 중학생 아들이 나왔구나. / 긴 세월은 남편이 되고 아이들이 되어 / 네 몸에 단단히 들러붙어 / 마음껏 진을 빼고 할퀴고 헝클어뜨려 놓았구나!" 

결혼을 하고, 아내가 되며, 출산을 하고,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내려 놓아야 할 것도 많고, 잃어버리는 것도 많다. 하지만, 소녀의 모습을 잃었다고 해서 "헝클어뜨려 놓"은 것으로 보는 시인의 시선에는 동감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원숙해지고 다듬어진 모습인데, 요즘 라디오에서 나오는 가요의 가사처럼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모습으로 봐줄 수는 없는걸까. 소녀 적의 싱그러움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해서 안쓰럽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결코 "헝클어뜨려"진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아줌마의 소녀는 딸에게 물려져서 더 싱그럽고 고운 모습으로 계속 이어질테니까.  

  

 

 

무단 횡단

 

갑자기 앞차가 급정거했다. 박을 뻔했다.

뒷좌석에서 자던 아이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습관화된 적개심이 욕이 되어 튀어나왔다.

 

앞차 바로 앞에서 한 할머니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복판이었다.

멈춰 선 차도 행인도 놀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걷다 보니 갑자기 도로와 차들이 생긴 걸음이었다.

아무리 급해도 도저히 빨라지지 않는 걸음이었다.

죽음이 여러 번 과속으로 비껴 간 걸음이었다.

그보다 더한 죽음도 숱하게 비껴 간 걸음이었다.

속으로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본 걸음이었다.

이제는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걸음이었다.

 

느린 걸음이 인도에 닿기도 전에 앞차가 뛰어나갔다.

동시에 뒤에 늘어선 차들이 사납게 빵빵거렸다.

 

차 안에서 혹은 횡단보도 앞에서 노인들이 무단횡단 하는 것을 가끔 본다. 무지 느릿느릿하게, 하지만 너무도 당당하게 걷는 노인들... 때로는 납작하게 접은 박스와 신문지를 엄청나게 실은 리어카를 자신의 힘겨운 생애처럼 온몸으로 밀면서 신호도 무시하고 오가는 차도 무시한 채 무작정 도로를 횡단한다. 어디 받을테면 받아보라고 마치 시위하듯이 천천히 건너가신다. 하지만 그것은 시위도, 배짱도 아니다. 시인의 말처럼 "죽음이 여러 번 과속으로 비껴 간 걸음이"며, "죽음도 숱하게 비껴 간 걸음이"며, "오래전에 죽어본 걸음이"며,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걸음이"인 것이다. 빨리 가고 싶지만 숨쉬기도 힘든 삶의 무게 때문에 몸이 따르지 않는 걸음이며, 사실은 빨리 가고 싶지 않은 이승에 대한 미련을 땅이 붙잡아서 억지로 힘겹게 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젊은 사람들, 성질 급한 사람들의 "습관화 된 적개심"은 욕설과 경적소리로 거칠게 표현되지만, 오늘도 급할 것 없는 노인들은 꿋꿋하게 도로를, 힘겨운 삶을 무단횡단 하고 있다.   

 

 

 

그들의 춘투

 

5월 아침인데

도로변에 누런 은행잎 같은 것들이 깔려 있다.

바람도 없는데 어떤 것은 팔랑거리기도 한다.

갑자기 구두 밑에서 무언가 물컹한 것이 터진다.

구두 밑을 보니 나방이 으깨어져 있다.

 

어젯밤은 대단했다고 한다.

불빛이 흘러나오는 빌딩 창마다

나방떼가 새카맣게 붙어 창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야근하던 사람들이 놀라 서둘러 퇴근했다고 한다.

일찍 찾아온 더위 탓이라고 한다.

 

어제는 낮에 종로를 지나가다

두 시간이 넘도록 차 안에 갇혀 꼼짝할 수가 없었다.

농촌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한 시위대가

도로 한복판에서 전투경찰과 격렬하게 몸싸움하고 있었다.

이젠 농촌에서도 비닐 포장된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플라스틱 병이나 깡통에 든 물을 마신다고 한다.

고체로 된 투명한 공기

밤이면 발광도 하는 공기, 유리창에

나방들도 멋모르고 날아왔다가 부딪혔을 것이다.

은행잎처럼 길바닥에 쌓이면서도

끝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벽처럼 딱딱한 공기를.

 

노동자들이 봄에 하는 임금협상투쟁을 춘투라고 부른다. 원래 일본에서 유래됐다던데, 우리 나라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근데 봄날 거리에서 노동자들이 춘투를 하고 있듯이 나방들도 춘투를 하고 있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건물의 밝은 유리창에 부딪혀서 "은행잎처럼 길바닥에 쌓이"는 것이다. 인간들은 밖을 보기 위해서, 혹은 미관을 위해서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창을 건물에 만들었지만, 나방들에게는 밝은 공간으로 보이기에 그냥 부딪히는 것이다. "밤이면 발광도 하는 공기"이며 "벽처럼 딱딱한 공기"에 와서 부딪히고,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죽어가는 나방들... 인간들이 자연의 생물에게 끼치는 이 해악을 어찌해야 할까. 어느 산기슭 전원주택의 베란다에 넓은 통유리를 했더니 새들이 자주 날아와서 부딪혀 죽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건 신라시대의 솔거가 그린 소나무를 보고 진짜인줄 알고 날아왔다가 부딪히는 참새 얘기하고는 다른 얘기다. 인간이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건축물이 과연 동식물들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 지, 자연환경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를 고민해 볼 일이다. "벽처럼 딱딱한 공기"라니... 결국에는 인간들도 그 딱딱함에 숨막힐 것을...          

 

 

 

 

노인은 어두운 방 안에 혼자 놓여 있다

 

며칠 동안 딸이 사놓고 간 귤

며칠 동안 아무도 까먹지 않은 귤

먼지가 내려앉는 동안 움직이지 않는 귤

움직이지 않으면서 조금씩 작아지는 귤

작아지느라 몸속에서 맹렬하게 움직이는 귤

작아진 만큼 쭈그러져 주름이 생기는 귤

썩어가는 주스를 주름진 가죽으로 끈질기게 막고 있는 귤

 

어두운 방 안에 귤 놓여 있다

 

앞에 언급한 시 <무단 횡단>만큼이나 쓸쓸하고 아픈 시다. "딸이 사놓고 간 귤"이 며칠 동안이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노인이 꼼짝 안하고 누워있다는 증거다. "까먹지"도 않고, "먼지가 내려 앉"아도 그냥 내버려 두는 귤... 노인과 귤은 함께 시들어 가고, 작아지는 중이다. 잠깐 귤이나 사놓고 간 딸은 그 이후, 노인의 안부를 궁금해 하지 않고, 노인 또한 며칠 째 먼지가 쌓이고 있는 귤의 안부가 결코 궁금하지 않은... 참 쓸쓸한 어두운 방안의 정경이다. 노인에 대해서는 첫 행, 딱 한 줄에 "어두운 방 안에 혼자 놓여 있"는 걸로 묘사 되어 있고 나머지는 귤에 대한 얘기로 일관했다. 귤은 점점 방치된 채 작아지고 썩어가는 모습으로 표현 되었는데, 결국은 귤이 외로운 노인이며, 소외된 노인은 "쭈그러져"가는 귤인 것이다. 요즘 너무도 흔한 독거노인들의 위태롭고 불안한 모습을 딸이 사놓고 간 귤을 통해서 극명하게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낄 소외감, 그리고 고독, 결국엔 인간이 짊어져야 할 최후의 감정이 아닐까.

 

 

김기택 시인의 시집 [소]를 읽으면서 처음에는 자연을 노래한 환경친화적인 시집이 아닐까 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사회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자꾸만 밀려나는 자연에 대한 안쓰러운 시선을 느꼈다. 또한 소외된 사람들과 동물, 작은 곤충들과 지나치기 쉬운 사물에 대한 따뜻하고 내밀한 시선까지 보여준 시인의 감성에 내내 감탄했다.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은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해 내서 더욱 깊은 감수성으로 쓴 김기택 시인의 시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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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 | 2015.10.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에서 김기택 시인의 시를 듣고 김기택 시인의 네번째 시집인 “소”를 읽게 되었다. 시보다는 소설을 주로 읽는 편인데, 존경하는 소설가가 추천하는지라 과연 시는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시집을 펼쳐보았다. 철학자 강신주님은 시인은 선사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하기사 관념이 아닌 실체를 이미지가 아닌 실제를 색안경을 통하지 않고 맨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리뷰제목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에서 김기택 시인의 시를 듣고 김기택 시인의 네번째 시집인 “소”를 읽게 되었다. 시보다는 소설을 주로 읽는 편인데, 존경하는 소설가가 추천하는지라 과연 시는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시집을 펼쳐보았다. 철학자 강신주님은 시인은 선사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하기사 관념이 아닌 실체를 이미지가 아닌 실제를 색안경을 통하지 않고 맨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시인은 선사와 많이 비슷하리가 여겨진다. 타이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놀라 돌아보니 승용차가 트럭 앞에 급정거하고 있다 그 악쓰는 소리가 도살당하는 돼지의 비명을 닮았다.” 급정거하는 승용차의 끼익거리는 소리는 도살당하는 돼지의 꾸엑거리는 소리와 동일한 소리이다. 삶의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비명. 시집도 읽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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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모든 만물을 깊이 들여다 본다는 것,내면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 시인의 귀와 눈은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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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녀 | 2016.12.27
평점5점
좋은 시를 읽는 기쁨, 지인들에게 아주 많이 선물한 시집이다. 또 구입했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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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녀 | 2016.12.20
평점5점
이 시집을 읽으며 인간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산처럼 거대해지는' 많은 '침묵'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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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녀 |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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