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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푸른 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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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70g | 128*188*15mm
ISBN13 9788932916514
ISBN10 8932916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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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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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열다섯 명의 지원자를 둘러보았다. 그 누구도 방이 절실히 필요해서 오지는 않았다는 게 확연히 보였다. 그들은 고급 주택가에 사는 여자들로, 오로지 에스파냐 귀족 성을 가진 남자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온 것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 사튀르닌은 속이 부글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귀족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프랑스인의 천박한 기질을 견딜 수가 없었다. 〈워워, 마음을 가라앉혀.〉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스꽝스러운 수군거림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마. 넌 방을 얻기 위해 여기 와 있는 거야. 그게 다야.〉 -본문 10쪽

「전 당신의 여자가 아니에요.」 「내 여자요. 오늘 아침부터는.」 「천만에요. 전 계약서를 조목조목 읽어 보고 서명했어요.」 「그건 계약서에 담기에는 너무나 미묘한 문제지.」 「좋을 대로 말씀하세요. 전 당신한테 조금도 끌리지 않으니까.」 「나 역시 그렇소.」 「그럼 왜 절 당신의 여자라고 하시죠?」 「운명이니까. 오늘, 방을 얻기 위해 열다섯 명의 여자가 왔었소. 당신을 보는 순간, 난 즉시 당신과 함께라면 운명이 완수될 수 있으리라는 걸 알았소.」 「내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완수되지 않을 거예요.」 「그렇긴 하오.」 「따라서 아무것도 완수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이해하오. 당신이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건 당연하오. 난 매력적인 남자가 아니니까.」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꼈다고 하셨는데, 남자들에 대해 그렇다는 얘기였군요.」 「여자들도 지겹긴 마찬가지요. 하지만 그중 몇몇하고는 사랑이, 결코 싫증 나지 않는 사랑이 가능하지. 거기에 미스터리가 있소.」 사튀르닌은 인상을 찌푸렸다. -본문 24~25쪽

「도대체 무슨 변태 놀이를 하시는 거예요? 당신은 방이 필요한 여자들을 집에 들이고, 유혹하고, 잘못을 저지르게 부추기고, 그리고 처벌해요.」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절 멍청한 여자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어떠한 구실로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암실을 직접 보여 줘요. 그러고는 그 방이 열쇠로 잠겨 있지 않다, 그건 신뢰의 문제다, 그 방에 들어간다면 당신이 알게 될 테고 그럼 크게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하죠. 당신이 그 금지된 방에 대해 그토록 집요하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 방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전 당신이 그들을 벌하며 맛보았을 가학적인 쾌감을 능히 상상할 수 있어요.」 -본문 47쪽

그가 샴페인을 마시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멋지고, 총명하고, 아름답고, 건강이 넘치오. 난 여자 운이 왜 이렇게 없는지.」 「안심하세요. 제가 영원히 여기 머물지는 않을 테니. 언젠가 당신에게 푹 빠질, 살짝 맛이 간 여자를 찾게 될 거예요.」 「난 당신이 영원히 이곳에 머물기를 바라오.」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그만하세요. 등에 식은땀이 흐르니까.」 -본문 63쪽

돈 엘레미리오는 수도 없이 그녀에게 자신의 결백을 설명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단 한 번도 그것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침묵을 강요했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아무런 증거 없이 그를 중상했다. 그런데 그는 그런 비방을 당하면서도 화조차 내지 않았다. 따라서 사튀르닌은 자신이 사랑하게 된 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 자기 예술에 심취한 남자, 엉뚱하기 짝이 없는 남자일지는 몰라도 살인자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러자 안도감을 넘어 알 수 없는 기쁨이 그녀를 가득 채웠다.
---pp.110~11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이 여자, 젊고 아름다운 사튀르닌은 고향 벨기에를 떠나 파리에서 미술학교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다. 친구 코린의 좁고 지저분한 집에 얹혀살며 만성 피로에 시달리던 중, 눈길을 확 끄는 월세 광고를 발견한다. 〈욕실 딸린 40㎡ 크기의 방. 주방 기구 완비된 넓은 주방 자유롭게 사용 가.〉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호화 저택의 방이, 겨우 월세 5백 유로에! 이 저택에 세 들었던 여자 8명이 행방불명됐지만 새 세입자가 되려는 여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튀르닌은 〈세입자 면접〉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방을 차지한다. 저택의 주인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는 20년째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계란과 황금에 집착하는 마흔넷의 남자다.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에게 저택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지만 단 한 곳, 암실의 검게 칠해진 문만은 열지 말라고 경고한다. 〈잠겨 있진 않소〉라는 말과 함께. 사튀르닌은 돈 엘레미리오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덩달아 사라진 8명의 여자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된다. 결국 어느 날 새벽, 사튀르닌은 식칼을 쥐고 돈 엘레미리오의 침실로 들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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