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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정확한 사랑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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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504g | 145*225*17mm
ISBN13 9788960902039
ISBN10 896090203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마음산책에서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27편 영화에서 읽어낸 사랑, 욕망, 윤리, 성장의 이야기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3년 만에 세 번째 책을 선보인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 글 19편과, 2011년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2013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총 22편의 글을 주제와 성격에 따라 4부로 나누고, 연재 외 발표 글을 5부 ‘부록’으로 엮었다. 4부로 묶은 글의 주제는 각각 ‘사랑의 논리’ ‘욕망의 병리’ ‘윤리와 사회’ ‘성장과 의미’다. 저자는 ‘책머리에’에서, “네 개의 주제로 나눠 묶고 보니 비평가로서의 내 관심사가 대개 이 넷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알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문학비평으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신형철이다. 문학평론가로서 영화평론을 쓴다는 일이 과연 쉬웠을까. 어두운 극장에서 메모를 하고 같은 영화를 대여섯 번 반복해서 보며 이 글을 쓴 신형철은 〈씨네21〉 연재 당시 이런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라는 매체의 문법을 잘 모르는 내가 감히 영화평론을 쓸 수는 없다. 영화를 일종의 활동서사로 간주하고, 문학평론가로서 물을 수 있는 것만 겨우 물어보려 한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하고.” 그가 쓰는 영화평론은 결국 ‘좋은 이야기’에 대한 글이며 그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비밀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눈이 깊은 저자는 그 비밀을 더 정확하게 말하기 위한 노력을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머리에

1부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_사랑의 논리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
정확한 사랑의 실험
보통을 읽고 나는 쓰네
어떤 사랑의 실패에 대하여
죽일 만큼 사랑해

2부 발기하는 인간, 발화하는 인간_욕망의 병리

그녀는 복수를 했는데 그는 구원을 얻었네
안느, 이것은 당신을 위한 노래입니다
발기하는 인간과 발화하는 인간
우울하므로, 우울함으로
세상의 종말보다 더 끔찍한 것

3부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고수하기_윤리와 사회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고수하기
양미자 씨가 시가 아니라 소설을 썼더라면
진실과 대면해야 한다는 고요한 단언
타자, 낭만적 사랑, 그리고 악
마르크스, 프로이트, 그리고 봉준호

4부 나는 다시 나를 낳아야 한다_성장과 의미

황홀한 리비도의 시詩
이상한 에덴의 엘리스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십니까?”
태어나라, 의미 없이?
자신이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노예들에게

5부 부록

Passion of Judas, 혹은 스네이프를 위하여
시간을 다루는 영화적 마술의 한 사례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말, ‘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결여다.’---p.25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p.26

어떤 문장도 삶의 진실을 완전히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면, 어떤 사람도 상대방을 완전히 정확하게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한 진실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p.27

세상 사람들이 ‘외도를 하다 자살한 여자’라고 요약할 어떤 이의 진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톨스토이는 2000이 넘는 소설을 썼다. 그것이 『안나 카레니나』다. 이런 작업을 ‘문학적 판단’이라 명명하면서 나는 이런 문장을 썼다. “어떤 조건하에서 80명이 오른을 선택할 때, 문학은 왼을 선택한 20명의 내면으로 들어가려 할 것이다. 그 20명에게서 어떤 경향성을 찾아내려고? 아니다. 20명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왼을 선택했음을 20개의 이야기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도 정확히 동일한 상황에 처할 수는 없을 그런 상황을 창조하고, 오로지 그 상황 속에서만 가능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는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 이것이 문학이다.”---p.65

‘비가 오고 우리는 춥다, 생의 등대를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노래의 끝에서 홍상수는 유준상의 입을 빌려 안느의 이름을 세 번 부른다. 아니, 세 안느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른다. 라이트하우스가 없는 세계에서 각자가 자신의 라이프가드가 되어야만 하는 우리 모두의 이름은 이 세 안느의 이름 중 하나와 같다.---pp.88~89

조물주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가 인간에게 욕망이라는 것을 만들어 넣은 것은 인간이 계속 살아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겠지만, 그는 인간의 삶이 그 욕망과 더불어 장차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미리 계산하지 못했거나 안 한 것 같다. 그 계산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른다.---p.99

『롤리타』라는 소설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한 인간을 이해하는 말이 아니라 오해하는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내를 이해하는 길은 오로지 그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법밖에 없다.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우리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을 집어던질 수 있게 될 것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새삼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p.132~133

그 은유를 이렇게 정리하려고 한다. ‘성장은 살인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들이 갖고 있는 것을 먹어치우고, 그것으로 내 안의 타자를 일깨운 다음,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그들을 (실제적으로건 심리적으로건) 떠난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의 몇몇 고비들을 특정한 어떤 사람을 상징적으로 살해하면서통과한다. (자신의 성장 과정을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p.183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읽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비평가일지도 모른다.
---p.20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정확한 논리가 주는 쾌감
정확한 인식을 담은 문장


이 책의 1부는 ‘사랑의 논리’라는 주제로, ‘정확한’이라는 형용사를 ‘사랑’ 앞에 세워두게 되면 어떠한 깊이에 도달하게 되는지 〈러스트 앤 본〉 〈로렌스 애니웨이/가장 따뜻한 색, 블루〉 〈시라노; 연애조작단/러브픽션/건축학개론/내 아내의 모든 것〉 〈케빈에 대하여〉 〈아무르〉를 통해 이야기한다.
2부는 ‘욕망의 병리’라는 주제로, 김기덕과 홍상수 영화에서 드러나는 욕망의 문제, 불안과 우울의 정서로 드러나는 종말의 서사를 〈피에타〉 〈다른나라에서〉 〈뫼비우스〉 〈우리 선희〉 〈멜랑콜리아〉 〈테이크 셸터〉를 통해 이야기한다.
3부는 ‘윤리와 사회’라는 주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둘러싼 논의들을 이야기하는데 대상 영화는 순서대로 〈더 헌트〉 〈시〉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늑대소년〉 〈설국열차〉다.
4부는 ‘성장과 의미’라는 주제로, 살인과도 같은 성장의 의미와 희망 없이도 살아나가야 하는 삶의 의미를 〈스토커〉 〈머드〉 〈라이프 오브 파이〉 〈그래비티〉 〈노예12년〉을 통해 그리고 있다. 그리고 5부 ‘부록’에서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에서야 밝혀진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성경 속 배신자 유다의 서사와 겹쳐 읽고, 영화를 보며 “순수한 쾌감으로 행복해한” 관객으로서의 이야기를 영화 〈사랑니〉를 통해 풀어놓는다.

둔한 내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읽을 때처럼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것뿐이었다. 한 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대여섯 번 보고 나서 열 줄로 이루어진 단락 열네 개를 쓰고 나면 한 달이 갔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부정확한 사랑의 폐허로 보이겠지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변명할 수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책머리에’에서

저자 신형철은 정확하게 쓰는 비평가가 되기를 원한다. 정확한 논리가 주는 쾌감이 그의 글을 읽게 만드는 힘이다. 정확한 인식을 담은 정확한 문장은 결국 아름다움을 획득하고야 만다. 정확한 글이 곧 미문인 것이다.
해석자의 꿈,
더 정확하게 사랑하기 위한 노력

신형철은 지난해 한 매체에 발표한 글에서, 어떤 비평가가 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정확하게 칭찬하는 비평가”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정확하게 사랑하기 위하여’, 〈한겨레21〉, 948호) “칭찬할 수밖에 없는 텍스트에 대해서만 쓰겠다는 뜻”을 밝히며 어째서 “정확한 칭찬”인지에 대해서도 짧게 썼는데 어쩌면 이 책 한 권이 그 질문에 대한 긴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의 맨 앞자리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해석자의 꿈이란 ‘정확한 사랑’에 도달하는 일일 것이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이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적었다. “이렇게 엄격한 사색의 결과를 이렇게 정확하고 유려하게 표현한 글을 얻는다면 그 영화는 복되다.” ‘정확하다’라는 말의 미덕은 〈씨네21〉 김혜리 편집위원의 추천사에서 또한 잘 드러나 있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저자에게 정확하게 사랑하기/받기 위한 노력으로 정확한 단어를 고르고 정확한 문장을 쓰는 일은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섬세해질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 노력의 결과로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제목이 태어났다.
신형철의 영화 서사론은 곧 그만의 섬세한 눈으로 포착한 인간에 대한 탐사다. 그 두렵고도 매혹적인 심해를 밀도 있는 글을 통해 누구라도 잘 들을 수 있게끔 펼쳐놓는다. 그 글은 끝내 독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좀 더 잘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삶의 의미에 대한,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
―214쪽에서

그 질문/실험의 결과를 담은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끝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를 독자에게 남겨놓을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내가 관계한 〈스토커〉와 〈설국열차〉를 다룬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비평가가 되어 그 영화들을 보고 글을 썼다면―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능력의 최대치에 도달했다면―똑 이렇게 썼겠다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이 표현해놓은 대목과 맞닥뜨릴 때면 좀 무섭기까지 했다.
‘탁월한’ ‘놀라운’ ‘충격적인’ ‘심오한’ 따위의, 들으면 기분 우쭐해지는 형용사에 신형철은 인색하다. 그래도 이렇게 엄격한 사색의 결과를 이렇게 정확하고 유려하게 표현한 글을 얻는다면 그 영화는 복되다. 감독조차 자기 영화를 이렇게 잘 알기는 힘들다, 알기는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벙어리가 말문이 열리면 이런 기분일까. 이게 과장이라면 적어도 아름다운 발음과 억양과 최적의 속도로 말할 수 있게 된 말더듬이의 심정이라고는 해도 되겠지.
그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신형철의 비결은 내 보기에 도식화다. 개념을 가지런히 놓고, 단계를 나누고, 비교해서 차이와 유사성을 지적하는 작업 말이다. ‘도식화’의 본뜻이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짓’이니만큼, 그는 정말 그림 보여주듯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그 그림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는 게 다른 여느 도식과의 차이라면 차이다. 이렇게 우아한 도식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논리의 수립이나 정식화 같은 것을 예술 창조와 작품 해석의 적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뜻밖에 많은데 그런 사람 만나 백날 떠들어봐야 내 입만 아프고 이제 이 책 한 권 툭 던져주면 되겠다.
우리나라 영화 비평사에 새 페이지가 열렸다고, ‘충격적으로 탁월하고 놀라우리만큼 심오한’ 책이 나왔다고, 신형철은 좀 우쭐할 자격이 있다고, 이렇게 적은 다음 나는 기꺼운 맘으로 마침표를 내려놓는다.
박찬욱(영화감독)
지난 몇 해 동안 영화잡지 기자로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신형철에게 영화에 대한 원고를 청해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내러티브 비평이란 고작해야 “영화의 줄거리와 메시지에 붙이는 자의적 코멘트”라는 인식을, 신형철의 글은 차곡차곡 뒤엎었다. 청탁한 날부터 고대한 그 광경을, 나는 질투를 누르며 바라보았다. 신형철의 영화서사론을 읽는 나의 즐거움은 희미한 유대감으로 배가됐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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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실은 자신 없었던 물음, 『정확한 사랑의 실험』 독서후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ate3416 | 2020.07.1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https://blog.naver.com/mate3416/222029586409< 책방 하고싶은 면서기>    “사랑은 전인적인 것입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인생영화로 꼽은 <캐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급한 문장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비우거나 내주는 것,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 것, 아주 조금의 불순도 없어야 하는 것, 성실해야 하는 것…. 여러 단어와 수식을 덧붙일;
리뷰제목

 

https://blog.naver.com/mate3416/222029586409

< 책방 하고싶은 면서기>

 

 

  “사랑은 전인적인 것입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인생영화로 꼽은 <캐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급한 문장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비우거나 내주는 것,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 것, 아주 조금의 불순도 없어야 하는 것, 성실해야 하는 것…. 여러 단어와 수식을 덧붙일 수 있겠지만 저 자체로 된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정의는.

   그의 이 한 문장이 왜인지 가슴 어디쯤 박히더니 꽤 뚜렷한 통증을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미처 준비도 못한 채 사랑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기던 사랑에 대해.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글은 믿을 수 있다. 말리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사유한 것을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하려 애쓴 흔적이 읽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내놓을까 궁금했다. 세련된 생각을 감각 있는 문장으로 내놓기에는 너무 크고 오래되어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사랑에 대해 그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책을 읽기 전부터 독서후담은 남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유려하게 흐르지 못할 나의 사유와 문장으로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 "그것은 매번 개별적인 사례로 존재한다."    영화 <아무르>, 64쪽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 그때의 사랑과 지금의 사랑을 비교할 수 있을까. 혹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규정할 수 있을까. 불가하다.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즐겁게 또는 아프게’ 같은 것들은 사랑의 기준도 요건도 될 수 없다. 당신이 사랑으로 믿었거나 기억한다면 그것은 사랑일 수밖에 없다. 사랑 아닌 무엇이라고 누구도 정정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사랑 또는 타인의 그것을 자랑하거나 탓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것 ‘역시 사랑’이라고 끄덕여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많이 후회하지도, 아파하지도, 뽐내지도, 꾸지람하지도 말자.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는 시인의 회상*이 아프지 않다고 말하지 말자.

* <무화과 숲>, 황인찬

 

-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    영화 <그래비티>, 214쪽

   영화 <그래비티>에 관한 이야기의 마무리로 저자는 ‘질문과 답’에 대해 말한다.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설령 답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꽤 멀리까지 가게 된다고, 그렇기에 좋은 질문이라 믿고 계속 물어나갈 수밖에 없다 말한다.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져본 적 있었는지 지난 삶을 돌아보았다. 없었다. 어째 좀 이상하다 싶어 정신을 차려보면 사랑에 손끝을 대고 있었다. 그렇게 닿아버리면 방법이 없다. 사랑해야 한다.

   너무 진부해 새삼 고민해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해왔던 사랑에 대해 계속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요즘이다. 열렬한 연애에 빠진 것도 아닌데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조금 우습고 낯간지럽다. 무슨 바람이 들어 뜬금없이 이러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지만 그만두지 않으려 한다. 옳은 방법으로 사랑하였는지 묻고 답을 구하다보면 사랑을 넘어선 무엇―더 크거나 사소한 것, 더 진부하거나 완전하게 새로운 것―에까지 생각이 닿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상과 후회와 다짐을 하다보면 어느새 그리움에 닿아있다. 온전히 사랑했던 한 때를, 조금 더 성숙하게 사랑할 어느 때를.

   쓸모없이 왜? 라고 물을 수 있겠다. 신형철처럼 논리적인 답을 정확히 댈 수는 없지만, 그렇게 묻고 답하다보면 내가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답 할 수는 있다. 때로는 직관적이고 때로는 모호한 질문을 던져가면서 골똘한 시간을 갖다보면 더 선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리 될 수만 있다면 나는 드디어 당신과 내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잘 하지 못할 것이기에 독서후담은 쓰지 않으려 했으나 부끄러운 몇 줄을 남겨두기로 한 건 박현빈의 ‘무조건’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저녁, 꼬마들과 함께 음악분수 공연장을 찾았다. 아이돌 음악, 팝, 동요의 리듬에 맞추어 연출되던 물줄기와 조명의 움직임은 피날레 곡인 ‘무조건’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노랫말이 나를 마구 두들기고 흔들었다고 하면 조금 비슷할까?

   낮이건 밤이건 필요할 땐 언제든 불러달라는 애절한 부탁, 당신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겠다는 확고한 약속. 아니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태평양을, 대서양을, 인도양을 건너 그이에게 가겠다는 건가. 아니 얼마나 확실한 사랑이기에 특급 사랑이라 외칠 수 있단 말인가.

   진부하다 말하지만 실은 너무나 귀중해 감히 고민해 볼 수 없던 사랑, 그 철학적 물음에 박현빈이 있는 힘껏 미간의 주름을 잡고 울부짖는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라고.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흥얼거린다. 필요할 땐 언제든 불러달라고, 태평양을 건너서라도 달려가겠다고, 짜 짜라짜라 짠짠짠 이라고.

   “사랑은 전인적인 것입니다.”보다 더 확실한 (게다가 흥까지 나는) 사랑의 정의에 힘입어 독서후담 몇 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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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정확한 사랑의 실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unnykjs | 2020.03.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비밀을 ‘정확한 문장’으로 말한다.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 2012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 글 19편과, 2011년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2013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의 영화를 이야기한다. 총 22편의 글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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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비밀을 ‘정확한 문장’으로 말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

2012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 글 19편과, 2011년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2013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의 영화를 이야기한다.

총 22편의 글을 주제와 성격에 따라 4부로 나누고, 연재 외 발표 글을 5부 ‘부록’으로 엮었으며,

사랑, 욕망, 윤리, 성장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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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정확한 사랑의 실험 -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영화 에세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gnam10 | 2020.02.02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으로 2012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 글 19편과, 2011년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2013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의 영화를 이야기한다. 총 22편의 글을 주제와 성격에 따라 4부로 나누고, 연재 외 발표 글을 5부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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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으로 2012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 글 19편과, 2011년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2013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의 영화를 이야기한다. 총 22편의 글을 주제와 성격에 따라 4부로 나누고, 연재 외 발표 글을 5부 ‘부록’으로 엮었으며, 사랑, 욕망, 윤리, 성장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모든 해석자는 '더' 좋은 해석이 아니라 '가장' 좋은 해석을 꿈꾼다. 이 꿈에 붙일 수 있는 이름 하나를 장승리의 시 <말>의 한 구절에서 얻었다.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내게 이 말은 세상의 모든 작품들이 세상의 모든 해석자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다면 해석자의 꿈이란 '정확한 사랑'에 도달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영화평론가가 아니라 문학평론가라는 점은 이 책의 개성과 한계 모두에 관계한다. 그래서 연재 지면에 늘 이런 추신을 달았었다. "영화라는 매체의 문법을 잘 모르는 내가 감히 영화평론을 쓸 수는 없다. 영화를 일종의 활동서사로 간주하고, 문학 평론가로서 물을 수 있는 것만 겨우 물어보려 한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하고." 둔한 내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읽을 때처럼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것뿐이었다. 한 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대여섯 번 보고 나서 열 줄로 이루어진 단락 열네 개를 쓰고 나면 한 달이 갔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부정확한 사랑의 폐허로 보이겠지만,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변명할 수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 책은 '나의 없음을 줄게요 : 사랑의 논리, 발기하는 인간, 발화하는 인간 : 욕망의 병리,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고수하기 : 윤리와 사회, 나는 다시 나를 낳아야 한다 : 성장와 의미'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러스트 앤 본>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다시 보게 하고 사랑의 논리학을 생각하게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진정 놀라운 것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 아니라, 그 누군가가 나의 사랑에 응답하게 되는 일이며, '우리는 어떤 특정한 상황 호은 조건 속에서만 타인의 사랑에 기꺼이 응답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조제'에게 더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였기 때문에 조재는 성공했다고 이 영화가 말하며 이것이 이 영화의 아름다운 힘이라고 전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스테파니의 다리가 잘리면서 시작되고 알리의 주먹이 박살 나면서 끝나는 영화다. 쓰네오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알리에게는 일어난 이 극적인 사건 때문에, 쓰네오가 흘린 눈물과는 다른 종류의 눈물을 흘리면서, 알리는 비로소 스테파니에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사랑해." 그는 그저 "사랑해"라고 말했을 뿐이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그 말은 "나도 너를 사랑해"를 줄인 말이다. 쓰네오가 실패한 지점에서 알리는 성공했다. 쓰네오가 끝내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결여를 알리는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발견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영화가 알려주듯이 인간의 손가락뼈는 몸의 다른 뼈와는 달리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 그의 손은 앞으로도 계속 그에게 통증을 느끼게 할 것이고, 더 거대한 결여의 가능성을 상기하게 할 것이고, 스테파니에게 매번 다시 응답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말. '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결여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저자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가 용감하게 물었으나 현명하게도 답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이 영화에서 에바가 케빈을 출산하는 장면에서 린 램지 감독은 영상을 일그러뜨려서 피사체가 흡사 괴물처럼 보이도록 했으며, 두 사람 중 하나가 괴물인 것이 아니라, 둘 중 누구도 원하지 않은 그 관계 자체에 '괴물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여기에 괴물이 있다면 둘 중 누가 괴물이냐고 묻고, 누가 괴물인지 결정하기가 불가능하다면 어느 누구도 괴물이 아니라고 답한다. 이것은 그저 서로를 '정상적으로' 사랑하는 데 실패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한 사람은 덜 사랑했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다른 한 사람은 너무 사랑했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둘은 노력했다.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는 척했고, 아들은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척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파국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둘 모두를 기소하는 데 실패한다. 단지 이해하려고 애쓸 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케빈을 소시오패스 살인마로, 에바를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나쁜 엄마로 기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두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이 이야기 내부에 있으며, 일단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는 한, 누구도 법적 판단 혹은 도덕적 판단의 기준을 휘두를 수 없게 된다. 기소에 정확한 방식으로 실패하는 것이 좋은 서사의 목표라면, 이 영화는 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저자는 죽음과 사랑에 대해 영화 <아무르> 제기하는 질문과 대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미하엘 하네케가 만든 영화 <아무르>에서 병들어 죽어가는 안느와 그녀를 돌보며 고통스러워하는 조르주를 지켜보는 일은 참혹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영화의 도입부의 에피소드를 통해 죽음은 조르주가 아니라 안느에게 올 것이고, 이 영화에서 죽음은 '문'이라는 은유를 통과할 것이어서, 문을 따고 들어온 도둑처럼 곧 열린 창문으로 비둘기도 한 마리 날아들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안느가 죽고 난 뒤 다시 비둘기가 날아든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이번에는 이 새가 어디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불을 켜야 할 정도로 컴컴했으니 모든 문이 다 닫혀 있었들 것이다. 안느가 죽었으니 이번에는 그 비둘기가 제때 제대로 들어온 것이다. 필연적인 방문이므로 그것은 닫힌 문으로도 들어올 수 있었다. 조르주의 반응도 다르다. 앞에서는 불결하고 불길한 것을 몰아내듯이 내쫓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담요로 덮어서 끌어안는다. 이것은 포획이 아니라 포옹이다. 이 장면은 조르주가 조금 전에 안느에게 했던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 일인지를 상징적으로 복기한다. 비둘기가 처음 날아들었을 때 그는 안느를 죽음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두 번째 날아들었을 때의 그는 안느에게 죽음을 선물할 수 있는 자격과 용기를 갖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임을 깨닫고 그 일을 결행한 직후였다. 죽음을 내쫓는 일과 죽음을 끌어안는 일의 차이가 이와 같을 것이다."


"문학은 물론이려니와 영화 역시도 '이야기'라는 요소로 완전히 환원될 수는 없다는 것쯤은 안다. 그러나 저 문장이, 이야기라는 요소를 문학과 공유하고 있는 영화에도, 이야기라는 요소가 차지하는 그 비율만큼은, 유효할 것이라고 나는 기대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옳다. 덧붙이자면, 좋은 이야기는 그것이 끝나는 순간 삶 속에서 계속된다. 처음 봤을 때 나는 이 영화가 안느의 환영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외출을 하는 조르주가 현관문을 닫는 그 매혹적인 영화적 순간에 끝났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닌 것 같다. 안느의 시체가 수습된 이후 그녀의 딸인 에바가 그 집을 다시 찾는 장면이 이어지는 것은 그럴 만하다. 그 장면에서는 모든 문들이 활짝 열려 있다. 죽음이 이미 다녀갔으니 문을 잠글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에바는 거실로 간다. 늘 창가 쪽 자리에 앉던 에바가 이번에는 그의 부모가 앉던 자리에 앉는다. 그런 그녀를 멀찍이 떨어진 채 지켜보던 카메라가 문득 꺼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부모의 의자를 그녀가 물려받았다. 이제는 그녀에게 죽음이 알아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저자는 영화 <더 헌트>의 배경이 되는 곳을 저 옛날실 경건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토박이들로 이루어진 이 소규모 마을 공동체는 현대 대도시의 집단적 삶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가족적 유대감과 도덕적 신실함으로 결합돼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문제는 어디서건 열릴 수 있는 지옥의 문이 하필 그런 곳에서 열릴 때 그 지옥은 가장 끔찍해진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신이 아닌 인간의 이성이 과연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던 이 영화는 이제 다른 가능성 하나를 제시한 것처럼 보인다. 진실은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 능력은 때로 이성의 영역을 뛰어넘어 발현될 수 있다는 것. 그를 통해 인간은 서로를 구원할 수도 있다는 것. 일단은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날 밤 클라라와 테오가 비로소 이런 말을 주고받게 되니까 말이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났어요." "세상은 무수한 악으로 가득하지만 힘을 합쳐 막으면 물리칠 수 있단다." 이 대화 이후 테오는 결심한 듯 루카스를 찾아가 침묵의 화해를 한다. 이제 이 고통스러운 재판은 끝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최후 변론을 통해 사건의 진실은 이제 완전히 밝혀졌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저 총성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제 진실이 무엇인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진실 자체가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진실로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을 무슨 수로 설득할 수 있단 말이다. 타인들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에서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결론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네가 누구건, 무엇이 진실이건, 그것은 우리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네가 유죄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어쩔 수 없이 또 카프카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었던가. 인간은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소되기도 한다는 것.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그 재판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이것은 시작되는 순간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재판이라는 것. 이것이 그야말로 부조리한 전언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 카프카적 세계에는 진실이라는 가치가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도 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이 영화의 마지막 총성이 알려준다."


"비록 이 영화가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비관적 결론이 거절하는 것은 낙관이지 희망이 아닐 것이다. 낙관의 논리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고 희망의 논리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실에 도달하는 일이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만 한다. 나는 다시 서사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서사는 언제나 한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고, 모든 진정한 이해는 성급한 유죄추정의 원칙을 부끄럽게 만든다. 예컨대 <롤리타>라는 소설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한 인간을 이해하는 말이 아니라 오해하는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내를 이해하는 길은 오로지 그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법밖에 없다.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우리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을 집어 던질 수 있게 될 것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새삼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저자가 쓴 '영화 <스토커>의 근본 은유를 찾아서'라는 내용의 글이 흥미롭다. 저자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10대 소녀가 자신을 강간하려 한 동급생과 엄마를 죽이려 한 삼촌 외에 애꿎은 보완관을 죽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그 은유를 이렇게 정리하려고 한다. '성장은 살인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들이 갖고 있는 것을 먹어치우고, 그것으로 내 안의 타자를 일깨운 다음,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그들을 (실체적으로건 심리적으로건) 떠난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의 몇몇 고비들을 특정한 어떤 사람을 상징적으로 살해하면서 통과한다. (자신의 성장 과정을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도대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억조차 죽여버리기도 한다. 지금 나의 내면에도 누군가의 벨트, 누군가의 블라우스, 누군가의 구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잊었다. 잊지 않으면 그 미성숙의 시공간을 떠나올 수 없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왜 인디아는 고향을 떠날 때 과속 운전으로 보안관을 유인해서 굳이 죽여야 했나. 기억을 봉인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살인자이고 자발적 기억상실자다. "꽃이 제 색깔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어." 인디아의 이 말은 언뜻 무책임하게 느껴지지만, 이것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충고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는 문장이라면 틀렸다고 말할 수가 없다."


"이 영화의 오프닝 내레이션이 이미 '성장은 살인이다'로 정리될 이 영화의 근본 은유를 가장 정확하고 아름답게 풀이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내 귀는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지. 사람들은 못 보는 작고 멀리 있는 것들이 내게는 보여. 이런 감각들은 일생 동안의 열망이 낳은 것이지. 구출되고 싶은 열망, 완전해지고 싶은 열망, 스커트가 펄럭이기 위해서 바람이 필요한 것처럼, 나는 오로지 나 자신인 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 나는 아빠의 벨트를 맸고 엄마의 블라우스를 입었으며 삼촌이 준 구두를 신었지. 이게 나야. 꽃이 제 색깔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어. 이것을 깨달을 때만 자유로워질 수 있고,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자유로워진다는 거지." 이 문장은 내가 '살인'이라고 요약한 성장 과정 전체를 '자각, 흡수, 탈출'이라는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설명은 완전하다. 그러나 이 눈부시게 당당한 내레이션에서 내가 이상한 슬픔을 느끼고 마는 것은 내 살인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영화 <그래비티>는 삶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 잠재적 허무주의자들에게, 생명은 그 자체로 긍정돼야 마땅하다는 것을 설득하는 스페이스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삶에는 너무 없는 것 하나와 너무 많은 것 하나가 있다. 너무 없는 것은 중력이다. 땅에 발붙이고 살게 만드는 힘,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삶의 의미'라고 부르는 그것이 그녀에게는 딱히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무중력 공간인 우주에 오기 전에 이미 그녀는 무중력의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대신 너무 많은 것은 관성이다. 앞에서 확인한 대로, 딸이 죽은 뒤 그녀의 삶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해야 할 반복들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난 그냥 운전해요." 일어나서, 운전하고, 잔다. 요컨대 그 언젠가부터 그녀는 '그 무엇을 위해'(중력) 살아온 것이 아니라 '단지 살아 있기 때문에'(관성)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도대체 그녀가 지구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라?' 화면이 거의 정지하고 사운드가 문득 사라질 때, 그러니까 광막한 우주에 홀로 버려져 있는 그녀의 처지에 각별히 동일시하게 되는 순간들에서, 나는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의 후반부 스펙터클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생명 탄생 과정의 시뮬레이션이다. 라이언을 태운 소유즈가 우주선의 파편들과 함께 지구를 향해 '착륙'하는 장면은 무심코 봐도 (지구라는) 난소를 향해 정자가 돌진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이것은 우주에서 지구로의 '귀환'이 아니라 '착상'에 가깝다.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더 이상 어떤 질문도 던질 필요가 없다. 출산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아내를 지켜보며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하는 남편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만 기도하고 응원하 뿐이다. 부디 성공하기를, 기필코 태어나기를. 라이언이 강에 추락해서 또 한 번의 호흡 곤란을 겪고 무사히 육지로 '기어' 올라올 때 그녀는 지금 양수로부터 헤엄쳐 나와 세상 밖으로 첫 숨을 쉬는 (인류 최초의) 아이의 모습으로 거기에 있다. 그리고 그녀가 마침내 두 발을 딛고 일어서면서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 이 영화는 지금 막 지구 위에 태어난 하나의 생명을 위한 전 우주적 찬가가 된다. 그러니 이 장면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그녀는, 그녀 자신을 낳은 것이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시선으로 본 영화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에세이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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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9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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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y0600 | 2020.09.03
구매 평점5점
사랑한다면 정확히. 그의 사랑이 담긴 비평과 리뷰를 사랑한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heidi54 | 2020.08.27
구매 평점4점
지극히 신형철스런 평론집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spyder | 2020.06.09

이 책이 담긴 명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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