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하루가 찾아왔다!
세 편의 단편은 각각의 주인공인 영광이, 봉구, 하운이가 삶에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결정적인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다. 표제작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는 선생님에게 떠드는 아이들의 이름을 적으라는 지시와 함께 노란 수첩을 받은 ‘영광이의 하루’를 담았다. 영광이는 선생님이 요구하는 기준 대로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나가다가 아이들이 그러는 데는 하나하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떠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적었던 이름에 가위표를 친다. 친구들의 이름을 모두 적고, 다시 가위표를 하는 과정에서 영광이의 갈등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내가 던진 돌」에는 동생이 태어나기로 한 날 봉구에게 일어난 일로, 봉구는 저수지에 갔다 장난으로 돌을 던졌는데 그 돌에 새가 맞아 죽는다. 동생의 ‘탄생’이라는 사건을 통해 봉구가 처음으로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여운 있게 펼쳐진다.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동생이 죽은 뒤, 말을 잃어버린 하운이의 이야기로, 하운이가 구두장이 할아버지와 함께 동생 지운이의 영혼에 신발을 신겨 주는 잊을 수 없는 ‘하루’를 기록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와 함께 지운이를 떠나보내는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 결말에 놀라움과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 아이에 대한 어른들의 통념을 뒤집는 문제적 작품들
윤해연의 문장은 쉽고 간결하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는 묵직하고 깊이 있다.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에서 영광이에게 선생님은 친구를 감시하고 고자질하게 한다. 영광이가 이름을 적었다 지웠다 반복하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친구를 감시하고 고자질하게 하는 어른들의 잘못을 자연스럽게 일깨워 주며 어른들의 통제적 시각에 가리워진 아이들 세계의 경이를 살짝 드러낸다. 「내가 던진 돌」과 「구두장이 할아버지」에서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받아들이는 아이다운 감수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은 죽음과 같은 삶의 근원적 문제를 수용할 능력이 없으니까 그런 심각한 문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어른들의 통념을 뒤집는 듯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무엇보다 윤해연 작품의 독특한 점은 결말에 이르는 방식이다. 뚜렷한 메시지를 가진 이야기임에도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작가가 직접적으로 끼어들어 설명하거나 큰소리치지 않는다. 이는 치밀한 구성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이야기 결말에 이를 때까지 긴장을 잃지 않을 뿐 아니라 결말이 상투적이지 않다. 반전으로까지 느껴질 만큼 구성의 묘미가 살아 있어 ‘좋은’ 단편 동화에 목말라 있던 독자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 줄 것이다.
■ 이야기에 말을 거는 그림 언어
하나의 톤이되 각 작품의 주요색을 강조해 단편집의 맛을 살린 화가 김진화의 그림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회화적 감성을 한껏 강조해 그린 김진화의 그림은 문학적인 텍스트를 다룬 그림의 교본처럼 보인다. 이야기의 감정선은 물론이고 주인공들의 성격과 심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그려냈는지,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의 흐름이 읽혀진다. 문학의 재미와 감동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김진화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 심사평 및 추천사
동화가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난 건 적지 않은 기쁨이다. -김진경(시인, 동화작가)
삶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이들이 어린이들이기에 어린이들과 함께 나눌 만한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시도한 점을 크게 격려하고 싶다. - 공지희(동화작가)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었을 때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여러 개의 단편이 모였을 때 퍼즐을 맞춘 것처럼 전체 그림이 완성 된다. 비로소 작가의 작품 세계가 확장되어 보여지는데, 단편집을 읽는 재미가 여기에 있다.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는 심사를 보는 위치에서 독자의 위치로 자리가 바뀌어 버린다.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를 보면서 기꺼이 열렬 독자가 되기로 했다. 이 작가의 이야기 창고에 쌓여 있을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김리리(동화작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속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어떻게든 그 둘을 일치시키고 싶어 하는 어린이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재미있는’, ‘유쾌한’, ‘신기한’ 것만이 유년 동화의 영역이라고 여겼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가벼운 판타지에 몰두하는 유년 동화의 최근 경향에 일침을 가하는 사실적이고 묵직한 접근이 돋보인다. -김지은(아동 청소년 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