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굽니까? 도대체 그 미친 자식이! 겨우 민간인 셋 태워 허큘리스를 태평양 건너 보낸 놈이!” 스캐퍼로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 이윽고 눈길을 창밖으로 던지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나직한 목소리를 입속으로 냈다. “태프트!”
군용기를 타고 극비리에 한반도로 날아든 이 세 사내에 의해 만들어진 보고서는 불과 열두 시간 만에 워싱턴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pp.18~19
김기춘 비서실장의 완벽한 승리였다. 세상은 아이를 채동욱의 친자로 확실히 인지했고, 채동욱은 졸지에 대한민국 최고의 강직한 수사검사에서 거짓말쟁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에 반해 김기춘은 박근혜 정권에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유했고, 이후 박근혜의 모든 정치 활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정말 채동욱의 친자일까? 우리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p.68
우리가 당시 상황과 이후의 과정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 방문객의 전략은 매우 탁월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인기는 몇 달 지나지 않아 증명되었다. 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한국 국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런 안철수가 고향인 부산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 문재인과 함께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서 선거를 치렀다면 그 열기는 엄청났을 것이다. 그 후 안철수와 문재인이 공정하게 경선을 하고 이긴 사람이 다시 민주당 후보하고 겨룬 다음 본선에 나갔으면…… 그것은 그 방문객의 말대로 100퍼센트짜리 대선 성공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문재인은 이 전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안철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여기에서 두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p.173
― 제길,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인들이 고통을 받아야지, 왜 전세계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야 하냐고. ― 그러니 달러를 그만 찍어내야 돼요. ― 오바마 그 개자식, 종이만 있으면 찍어낼 기세니. ― 달러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요. ― 식량이든 자원이든 전부 달러로 가격을 정하는데 그렇게나 되는대로 찍어내니 물가가 안 오르고 배겨? 세계적으로 지난 3년간 딱 두 배가 올랐어. ―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어요. ― 정부들이 다 뒤집어져, 달러 약세가 멈추지 않으면. ―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네 정부가 잘못한 줄로만 아니 엉뚱한 데 돌팔매질하는 거죠.---pp.179~180
“남편은 윌로우에게 정보를 준 적이 없어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고요. 아마 그는 정부로부터 정보를 얻었을 거예요.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으니까요. 여하튼 MD는 한 가지 조건이 있어야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어요.” “한 가지 조건?” “MD를 살리려면 무조건 싸드를 한국에 배치해야만 해요.” “한국에 싸드를요?” “네.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은 중국을 적국으로 상정하고 전개되고 있어요. 겉으로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들먹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이에요. 원래 MD는 중국의 미사일이 날아오면 태평양 상공에서 격추시키도록 되어 있었지만, 성공률이 너무 낮아 싸드를 중국에 가장 가깝게 배치해야만 MD가 살아요.” “싸드 없는 MD는 무용지물이란 얘기군요?”---p.210
“달러를 폭발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길이 있을까요?” “그런 길이 있으면 미국이 이렇게 헤매지는 않겠지요.” “만약 중국과 미국의 입장이 거꾸로 된다면 어떨까요?” “미국의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중국이 적자로 돌아선다는 얘긴가요?” “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만약 그렇게 만든다면?” “불가능하다니까요!” “지금의 세상을 한번에 뒤집어버리면 어떻게 되죠?” “세상을 뒤집다니요?” “전쟁을 일으키면요?” “네? 전쟁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면요?”---p.258
“이미 폴 크루그먼이 말하지 않았나?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지.” “그야 알지.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고.” “그가 뭐라고 얘기했는지 아나?” “…….”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나라라고 했지. 전쟁이 없으면 가상의 전쟁이라도 만들어야만 한다고 했어. 지금 이 젊은 양반도 결국 그 얘기 아냐?”---p.280
불과 이틀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을 압박해 오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대통령은 진한 외로움을 느꼈다. 시진핑은 자신이 할 말을 마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겁니다. 싸드를 받는 그 순간부터 한국은 중국의 적입니다. 신중하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