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 김수현의 작가정신
“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라는 수식어가 전혀 무색하지 않은 작가 김수현은 스스로를 한 마디로 집약해서 말한다면 “자존심의 결사 사수” 라고 한다. 자존심만큼 자신에게 엄격함을 요구하는 것이 없고, 제대로 된 자존심을 사수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그만큼 엄격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는 작가의 재산은 책읽기에서 나온다며, 자존심을 지키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동화에서부터 신화, 세계 문호들의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작가의 소양을 풍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야말로 닫혀있던 감성의 문을 열어주고 부족한 사고능력을 확장시켜주며, 사물에 대한 이해능력을 깊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책이나 드라마나 결국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TV 드라마 작가가 뒤틀리지 않은 균형잡힌 가치관을 확립할 필요가 있음도 물론이다.
TV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통한 일종의 심리전이라 볼 수 있으며, 작가는 바로 이러한 심리 변화를 표현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어느 부분, 어느 상황을 등장인물 누구를 통해 어떻게 부각시키느냐가 관건이므로 드라마를 쓸 때는 마치 보석을 세공하듯이 치밀하고 또 치밀하게, 아주 세밀한 공정으로 심리를 묘사해야 함을 강조한다.
TV 드라마 작가는 전문적이고 뛰어난 이야기꾼의 재능을 갖추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남보다 많은 사연을 갖고 있거나 관찰했거나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어떤 경우든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필력이 있어야 한다. 작가는 ‘말 장사’가 아니라 ‘글 장사’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필력은 반드시 필요한데, 방송 글은 다른 글과 달리 말, 즉 언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글보다는 말의 묘미와 매력을 잘 살리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끝으로 드라마 작가가 끝까지 붙들고 매달려야 할 것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인간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고전으로 남아 있는 모든 작품들이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였듯이, 드라마도 결국은 인간의 본질을 파고드는 작업이기에.
--- 1. 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천착ㅣ김수현
- 마니아가 있는 인기작가 노희경의 방송 드라마 쓰기
“제가 쓴 대사 가운데 일부가 명대사였다고 치켜세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사실은 그 대사조차도 하도 많이 고쳐 써서 처음에 뭘 썼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폐부를 직접 건드리는 듯한 섬세한 대사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작가 노희경은 작가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솔직함’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솔직함이란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내가 정말 이 말을 알고 하는 건지, 모르고 하는 건지, 아는 척을 하면서 하는 건지에 대해 고민을 제일 많이 하고, 모르고 하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보아 ‘아하 그렇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말하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하며, 드라마를 쓸 때도 말을 하고 들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과응보를 믿기에, 뭐든지 대가 없이는 주어지지 않으며, 작가의식 역시도 그만한 대가를 치른 만큼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아주 어려서부터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고, 배가 고파도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까 배고픔이 별로 서러운 일이 아니었다는, 자칭 ‘헝그리 정신’으로 살았다는 이 작가는 인생은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이기에, 방구석에 처박혀 글을 쓰는 것과 나가서 노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떠들고도 싶고, 어디 가서 자랑도 하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고... 등은 한 마디로 과욕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작가란 직접 체험이든 간접 체험이든 자신이 ‘마음으로’ 배운 것을 사용하여 자기가 쓰는 작품의 등장인물 캐릭터로 만들고 그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책이 되든 직접 간접의 체험이 되든, 배운 것은 작가에게 재산이며 글 장사의 밑천이므로, 재산이 많고 밑천이 든든 할수록 오래 가고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
글 쓰는 것은 참선과 같다고 생각하는 이 작가는 드라마 작가의 기본은 인간에 대한 이해심이라고 한다. 대화도 매우 중요해서 상대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이해할 때까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얘기가 제대로 전달될 때까지 대화하고,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 이야말로 작가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한다.
--- 2. 작가의식이 훌륭한 작가를 만든다ㅣ노희경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드라마 기초 강의
저자(이금주)는 드라마를 쓴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드라마를 쓰고 자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드라마를 쓰지 않으면 안 될 내적인 충동, 말해야 할 가슴 속의 뜨거운 열정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의 정체를 올바르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밖의 것, 즉 어떻게 쓸 것인가는 그 다음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드라마 쓰기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창작의 과정을 거친 선배들의 여러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놓은 것이 드라마 이론이다. 정상까지의 지름길을 위해 드라마 이론의 무장이 필요한 것이지만, 이미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서 정상을 정복한 후에는 새로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만의 내밀한 창작의 방법은 스스로 실전을 통해 터득해야 할 몫인 것이다.
작품의 감동 여부가 단순한 극작법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무엇을 인생에서 최고의 가치라 여기고 있는가라는, ‘작가의 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작가의식은 아무도 가르쳐 줄 수 없는 그 무엇으로, 작가 자신의 살아온 내력과 인생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스토리는 작법 공부만으로도 제법 그럴듯하게 꾸려낼 수 있으나 그 드라마가 감동에 덧붙여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도를 갖추는 데는 작가의 의식이 커다란 몫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드라마란 인물 또는 자연 등의 갈등에 의해서 자기(작자)가 호소하고 싶은 것(추상)을 구체화 하는 일”이다. 배우의 행동을 통해 보여지는 드라마는 반드시 재미있어야 하고, 드라마의 본질은 카타르시스에 있다. 곧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드라마 작법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갈등의 유형, 드라마의 구성원리, 드라마 소재의 선택과 주제의식의 표출, 등장인물 만들기, 줄거리 만들기, 구성의 실제 등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드라마 작법을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드라마 따라 쓰기”, “대본 쓰는 법”, “드라마 구성의 실제”는 각각의 강의 주제에 따른 이론과 더불어 M BC 베스트극장 단막극으로 방영되었던 작품 “약속”을 예로 들어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씩 보여준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신문의 기사에서 출발해 생각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고, 주제를 정했는지, 등장인물과 스토리 만들기, 스토리의 플롯화, 시놉시스와 대본쓰기까지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내 손에서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 제2부 드라마 어떻게 쓸 것인가ㅣ이금주
공모전을 준비하는 예비 작가들을 위한 실전 단막극 쓰기
제3부는 드라마 중에서도 단막극 작법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단막극은 일관되게 주인공 위주로 흘러가야 한다든지, 단막 드라마는 수차례 고쳐 쓰는 것이 기본이므로 그런 작업이 겁난다면 아예 작가되기를 포기해야 한다든지, 씬 한 장면, 대사 한 마디, 설명문 한 줄도 최대한으로 아끼지 않으면 안 된다든지 등등.
저자(박찬성)는 드라마 작법의 연구 이전에 먼저 모든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에게 ‘다독(多讀)’, ‘다사(多思)’, ‘다작(多作)’을 권한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인생(드라마)을 통해서 내 인생을 반추하고 간접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므로 작가는 누구보다도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야 하고, 드라마를 본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드라마의 종착역은 ‘감동’임을 거듭 강조한다.
드라마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되, 소재가 신선하거나 신선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스토리를 재미있게 끌고 갈 수 있는지, 오늘의 시점에서 시청자가 강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시청자는 드라마 주인공의 갈등을 같이 아파하다가 그 갈등이 해소 될 때 같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므로, 드라마는 등장인물에게 갈등을 주고 끝에 그것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주인공과 시청자를 함께 행복하게 해주면 된다고 한다.
구체적인 작법으로 시놉시스 쓰는 법, 단막극 구성의 의미와 방법, 복선의 의미, 그리고 발단-전개-절정-종결에 이르는 실제 드라마 쓰기, 대사에서 피해야 할 금기사항 등이 오랜 강의 경험에서 축적된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되고 있다. 또한 한 씬이 끝날 때마다 작성하는 씬 디스크립션( Scene Description), 작지만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드라마에서의 디테일, 생산적으로 슬럼프를 탈출하는 지혜, 각색의 요령 등 수십 년 집필 경험을 갖고 있는 저자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도 빠뜨릴 수 없는 귀중한 내용이다.
끝으로 저자는 공모전 당선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에게 “좋은 작품이 당선에 실패하는 ‘불운’은 있을 수 있으나 나쁜 작품이 당선되는 ‘사고’는 결코 생기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 제3부 실전! TV 드라마 쓰기ㅣ박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