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과 일본 모두가 제대로 알아야 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해법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일본을 넘어 국제 사회의 화두가 된 지 23년이 지났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해결은커녕 일본군 ‘위안부’를 공격하는 우익적인 사회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그들은 왜 일본군 ‘위안부’를 공격하는가》(원제:「慰安婦」バッシングを越えて―「河野談話」と日本の責任)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고노 담화’를 비롯해 강제연행, 국민기금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본질적인 논쟁의 핵심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반인에게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1년이다. 이해 8월, 지금은 고인이 된 당시 67세의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처음으로 증언하며 역사의 저편에 묻혀 있던 아픔의 기억을 현재의 역사로 불러들였다. 그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1993년 8월, 당시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의 모집, 이송, 관리에 일본 정부가 관여했음을 명백히 밝힌 담화(고노 담화)를 발표했으며, 이로써 일본군 ‘위안부’ 논의는 한 걸음 진전을 보인 듯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동향과는 반대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우익세력의 움직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본 총리를 포함한 정치가들의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위안부는 공창이다” 같은 망언뿐 아니라 이와 비등한 수준의 일본 넷 우익의 폭언은 논리적인 이해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획된 이 책은 한국인도 잘 알지 못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하고 현주소를 날카롭게 분석 ? 비판함으로써 진정한 사죄와 배상, 정의의 실현이란 무엇인지 통찰케 한다.
한국인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감수성을 진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자리 잡았지만, 대다수의 한국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논쟁의 핵심, 그리고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른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었으니 사죄와 배상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역사인식을 지닌 사람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추대되기까지 하는 형국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왜곡되거나 망각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전쟁, 여성, 제국, 젠더 등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이를 위한 양국의 노력이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한 일본의 시민단체와 학자의 양심적인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역사 화해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인간성 회복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함께 고군분투하는 두 나라 시민운동의 깊은 연대와 활동 속에서 태어난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의 바람직한 역사 화해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정의를 되찾고자 하는 피해 여성들에 대한 공감과 더불어 여성의 존엄을 짓밟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 그리고 여성에게 가해진 역사적 부당함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야말로 우리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다. ― 10쪽(<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이 책은 ‘고노 담화’를 시작으로 20년의 한일 관계사를 압축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폭넓고 깊게 다룬다. 마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자료를 집대성한 지침서와 같다. ― 15쪽(<추천사> 중에서)
2. 강제연행, 고노 담화, 국민기금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을 말한다
이 책은 최근 한일 관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과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공격에 반론을 펼칠 뿐 아니라, ‘위안부’가 공창이라는 공격에 대해 일본의 공창제도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비교 ? 분석하며 그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제1부 <고노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본질>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인 연행의 강제성과 공창제도의 관련성을 분석해 공창제도와는 관계없이 모든 ‘위안부’의 연행이 납치와 유괴 같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일어났음을 밝히고 있다. 제2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국민기금>에서는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하 국민기금)의 의미는 물론 그에 근거한 ‘화해론’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돌아본다. 제3부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에서는 일본의 젊은 세대에 대한 분석과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는 식민지 책임에 관한 글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인식의 지평을 열어준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혼란을 가져온 국민기금의 실체를 밝히며, 국민기금에 기반하고 있는 ‘화해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글들(제2부 1장 <국민기금은 왜 실패했는가>, 4장 <피해자 부재의 화해론을 비판한다>)이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적확한 시각을 제공한다.
아베 총리는 일본군과 관헌의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한 연행은 없었다고 말한다.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한 연행을 형법에서는 ‘약취(略取)’라고 하는데, 과연 일본군과 관헌의 약취는 없었을까. 고노 담화는 “위안부 모집에 관해서는 …… 감언, 강압 등에 의한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고,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일도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히 밝혀졌다”고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다. (중략)고노 담화는 피해자의 증언뿐 아니라 일본군의 강제연행을 뒷받침할 확실한 사건을 전제로 작성된 것인데 아베 내각은 이를 정면 부인하고 있다. ― 32~33쪽(제1부 1장 <고노 담화, 그 의의와 문제점> 중에서)
국민기금이 발족한 이래, 일본 정부는 국내에서는 보상이 아니라는 증거로 국가 출자를 거부했다. 국민으로부터 기금을 모으는 ‘국가’ 차원이 아닌 ‘국민 보상’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해왔다. 그런데 국제연합 인권위원회 등의 비판을 받게 되면 이번에는 “일본 정부는 국민기금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국민기금을 알리바이 삼아 국제 사회에서 로비활동을 겸해왔다. 실로 국민기금은 보상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이중 잣대의 상징이었다. ― 165쪽(제2부 4장 <피해자 부재의 화해론을 비판한다> 중에서)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보상이란 정의롭지 못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성격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위안부’를 강요당한 여성들의 존엄은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의가 바르게 기능하지 않던 역사에 대해 보상함으로써 정의롭지 못함(과오)을 바로잡는 행위, 이것이 바로 사죄와 보상의 참모습이 아닐까? ― 169쪽(제2부 4장 <피해자 부재의 화해론을 비판한다> 중에서)
3. 일본군 ‘위안부’를 공격하는 넷 우익, 그들은 누구인가?
‘재일 외국인의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모임’(이하 재특회) 같은 넷 우익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공격은 이미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현상이다. 기존 일본의 보수우익과는 다른 방식으로 온라인상에서의 폭언뿐 아니라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차별적인 혐오발언 또는 증오언설), 반한시위 등 직접적인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들의 공격은 일본 사회에서도 눈에 띄는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 일본 청년론의 일인자인 나카니시 신타로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공격의 이유를 일본 젊은이들의 현주소를 살핌으로써 그 해답을 찾아간다. 그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까닭은 개인의 관심사를 자유롭게 드러낼 통로가 없는 데다 다른 이의 생각과 행동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더구나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발생한 희생자 문제를 일본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공식 입장을 불합리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생각을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맘껏 분출하게 되는데, 이런 행위들을 통해 공식적인 역사관을 뒤엎을 수 있다는 해방감을 누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남녀에 대한 고정된 성 역할을 요구하는 일본 사회에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조차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의 젊은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인간 존엄성 회복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나카니시 교수는 역사 화해를 위해서는 바로 ‘인간적 존엄’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역사에 무관심하며 피해자의 상처와 심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오늘날 일본 젊은이들에 대한 날카롭고 뼈저린 성찰적 지적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공격의) 사회적 배경과 심리적 메커니즘은 복잡하고 여러 층위를 지닌다. 그런 층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역사적으로 축적돼온 운동의 성과가 왜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가라는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이해 부족 상황은 젊은 세대 책임이라기보다 체제적·역사적 틀에 의해 크게 규정된다. 가령 고노 담화는 외국이 강요한 결과라는 암묵적 동의가 정치적 이중 잣대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즉 이 담화문은 일본은 잘못이 없지만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역사 문제를 추궁당해 어쩔 수 없이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인식을 현재 정치 지도자들이 암암리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중략) 고노 담화의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표명되었던 내용이 국가적·사회적 합의로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젊은이의 문제가 아니라 1990년대 이후 일본 정치 체제가 식민지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 176~177쪽(제3부 1장 <일본의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중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은 부당하게 침해받은 인권을 회복하는 ‘현재’의 문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로 ‘위안부’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젊은 세대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둘러싼 싸움이 자신의 현실 속에서도 일어난다고 실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젊은 세대의 감각에서 보자면 인권과 민주주의는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그저 명분으로 말하는 공언(空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권, 민주주의라는 범주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엄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제로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 191쪽(제3부 1장 <일본의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중에서)
4. 한눈에 살펴보는 일본군 ‘위안부’ 연행 상황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주요 담화 및 결의문>, <나라별 일본군 ‘위안부’ 연행 상황>,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연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더 알아보기 위한 자료>를 참고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나라별 일본군 ‘위안부’ 연행 상황>은 식민지 조선과 중국, 타이완에서 연행된 피해자뿐 아니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동티모르와 일본의 피해자 연행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줌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광범위하게 존재했음을 확인시켜준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연표>는 20여 년 동안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사건과 핵심적인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로 유의미하다.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그 활동에 관해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리된 자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의 참고자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편자 : 전쟁과 여성 대상 폭력에 반대하는 연구행동센터
(VAWW RAC, Violence Against Women in War Research Action Center)
1998년에 발족해 ‘일본군 성노예제 여성국제전범법정’을 이끈 일본의 시민운동단체 가운데 하나인 ‘전쟁과 여성 대상 폭력에 반대하는 일본 네트워크(VAEE NET-JAPAN)’를 계승, 발전시켜 2011년에 창립했다. 비폭력, 평화, 탈식민지주의의 입장에서 여성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진상규명 조사 및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통해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전시하의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방지하며, 올바른 역사 정립과 평화 실현에 기여하고자 1990년 11월에 첫발을 내딛었다. 생존자 지원 및 국제 연대 활동을 지속하며, 평화비 건립, 나비기금을 통한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 5월 5일에는 시민 모금을 통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개관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전쟁에서 일어나는 여성 폭력 문제에 관한 전시 및 교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