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책의 처음 만 부 중 한 권을 구입했다면, 당신은 굉장한 〈수집품〉을 소유한 셈이다. 작가와 편집자가 삭제해 버린 〈소설〉이라는 언급이 나타난 유일한 판본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픽션인가, 사실의 기록인가? - 리르
1992년 첫 작품을 발표한 이래로 6백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아멜리 노통브의 열세 번째 소설 『배고픔의 자서전』이 전미연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특이하게도 전통적인 장르 표시(표제지의 제목 하단에 쓰이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 없이 책의 뒷면에 〈배고픔, 이건 바로 나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만을 올린, 이 작품은 2004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하며 또 다시 노통브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놀라운 상상력과 거침없는 스타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는 아멜리 노통브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자기 자신이다. 사실 노통브의 소설들은 모두 어느 정도 작가 자신을 반영한다. 비단 『두려움과 떨림』처럼 실제 경험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해도 그녀의 작품들에는 노통브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독특한 감각과 세계관이 녹아들어 있다. 아마도 이것이 그녀가 우리를 단순한 독자가 아닌 노통브 팬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노통브 스타일〉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작가적 삶의 원동력이 되었던 〈초월적 배고픔〉에 대해 말하는 이 작품으로 노통브는 두 번째로 공쿠르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 한 번 자신이 현대 프랑스 문단을 주도해 가는 작가 중 한 사람임을 입증했다.
『두려움과 떨림』,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배고픔의 자서전』은 모두 100퍼센트 자전적 이야기이다. 나는 사람에 관하여 글을 쓴다. 그것뿐이다. 내 작품의 근본이 되는 주제는 인간,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의 인간이다. 몇 가지 성찰적인 주제들이 있고, 나는 그것들을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나는 내가 해부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 락튀
『배고픔의 자서전』은 지금까지 출간된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들 중에서 자전적 색채가 가장 짙은 작품이다. 심지어 이름마저 〈아멜리 노통브〉인 주인공의 이야기는 작가가 걸어 온, 혹은 우리에게 알려진 그녀의 삶의 궤적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1967년 일본 고베 출생,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방글라데시, 미국 등 세계 각지를 떠돌며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라틴 철학을 공부하고 작가의 길을 걷게 됨.〉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단순히 성공한 작가의 자서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간과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