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발레리의 시에 나타난 자아 탐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에 출강 중이다. 역서로는 아멜리 노통브의 『시간의 옷』, 자크 프레베르의 『붉은 말』, 장 그르니에의 『섬』, 『지중해의 영감』, 『그림자와 빛』, 피에르 장주브의 『절망은 날개를 달고 있다』 등이 있다.
『불쏘시개』는 약 3백 매밖에 안 되는 분량에, 한 장소에서 등장인물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구성된 작품이다.
한창 전쟁 중이고 날씨는 몹시 춥다. 폭격과 총알이 쏟아지는 밖으로 나가면 세상은 끔찍하고 무자비하기까지 하다. 포위당한 도시 도처에서 사람들이 죽어 간다. 생의 온기는 다 빠져나가고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대학의 문학 담당 교수가 자기 집에 자신의 조교인 다니엘과 그 여자 친구인 마리나를 머물게 한다. 이 두 사람은 전쟁으로 잠잘 곳을 잃어버렸다. 이렇게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한 공간에, 교수의 서재에 숨어 있다. 하지만 얼어 죽지 않고 따뜻하게 있기 위해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의자와 거대한 서가의 책들뿐이다. 그 외에 태울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태울 것인가? 죽음보다 가혹한 추위에 삶의 모든 의욕을 상실한 여학생 마리나가 교수의 두 팔에 안겨 잠시 몸을 녹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결국 불쏘시개로 쓸 책마저 한 권도 남지 않게 되자, 마리나는 자살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