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듯이 연초가 되면 왠지 “올해는 정말 그림을 많이 그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스케치북을 잔뜩 주문합니다. 이 많은 스케치북을 드로잉으로 가득 채울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말이죠. 그런데 또 막상 스케치북을 채울 생각을 하면 스케치북의 페이지가 왜 그리지 많은지……. 책처럼 묶인 양장 스케치북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이 이럴 땐 불평거리가 되어, 이 많은 스케치북을 어떤 그림으로 채워 넣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부담 없이 재미와 열정으로 스케치북 한 권을 하루 만에 뚝딱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대단한 그림이 아니라도 스케치북 한 권을 후딱 채우고 나면 왠지 굳었던 손도 풀리고 닫혔던 마음도 열려 그 다음부터는 좀 더 수월하게 본격적으로 나만의 프로젝트를 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9페이지
이 프로그램은 시간 설정을 빌미삼아 많은 양의 드로잉을 한번에 몰아서 집중하여 그려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100개의 오브젝트 드로잉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스케치북 한 권을 꽉 채워 완성함으로써 멋진 그림으로만 스케치북을 채워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서 벗어나 나도 스케치북 한 권을 온전히 채웠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한번 성취감을 맛본 후에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 경험이 다음 스케치북을 채워나가는 데 용기를 주어 계속해서 채워나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19페이지
잘 그리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어설프게 잘 그리려고 애쓴 그림보다 급박하게 몰아쳐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실수처럼 그린 그림에 더 애정이 가기 시작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본성을 반영한 듯 자신을 닮은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빤하게 그려진 그림보다는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특징을 잡아내 순발력을 발휘한 그림이 더 흥미롭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 했던 나만의 유머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림을 잘 그리려 하기보다는 드로잉 안에 자신만의 개성과 유머를 끄집어내보세요. 그림이 훨씬 더 흥미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