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4년 11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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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316g | 140*205*17mm |
ISBN13 | 9788954626521 |
ISBN10 | 8954626521 |
발행일 | 2014년 11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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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316g | 140*205*17mm |
ISBN13 | 9788954626521 |
ISBN10 | 8954626521 |
1 도살장 2 집 3 길 4 산 5 병원 6 구민 체육 센터 7 나의 수원 김진경 | 작가의 귀향 |
동화책이지만 어른이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쓰여졌지만 어린이의 감정 묘사를 잘 해 놓았다. 아이를 키우는-특히 초등학생-어른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 단편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외할머니와 친할머니의 자존심을 건 심부름(싸움)에서 선아가 벗어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의 심부름을 거부하고 옥상에서 따쓰한 봄볕을 받으며 잠을 잔다. 모두에게 귀여움을 받는 아이에서 이제 좀 더 자란 어린이로 변신하는 장면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모습대로 자라주길 원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좀 더 어린이의 입장에서 한 번쯤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단편 동화였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지 않아도 많은 게 쉽게 사라진다. 사라진 건지 많은 사람이 볼 수 없는 곳으로 옮긴 건지. 사라진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기도 했겠지. 서울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도시는 아니었을 거다. 서울은 어느 때든 다른 곳보다 사람도 많고 새로운 것이 많이 생기고 빨리 사라졌을지도. 이 책 배경은 1980년대 서울 변두리다. 그때 정말 황룡동에 소와 돼지를 잡는 도살장이 있었을까. 황룡동이 지금 어떤지는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다. 여전히 서울 중심에는 부자가 살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가난한 사람이 살지도. 서울에서 사라진 건 도살장만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이 살던 판자촌이 사라지고 논밭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 중심에서 멀어진 곳에는 아직 논밭이 남아있겠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언젠가는 하나도 없을지도. 이건 서울만 그런 건 아니다.
황룡동은 가난한 사람이 와서 돈 벌고 살기에 좋은 곳이다. 도살장이 있고 공장이 하나 둘 들어섰다. 엄마는 수원이가 세살 때 밤눈이 어두워서 도살장 옆에서 살면 눈이 좋아지게 하는 간을 쉽게 먹일 수 있어서 황룡동에 이사왔다고 했다. 부자들은 잘 먹지 않는 선지, 내장 같은 것을 가난한 사람은 먹고 살았다. 그것으로 영양을 채운 건지도. 수원이는 그런 것을 먹어서 초등학교 6학년인데 또래 아이보다 키가 크고 힘이 세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이 말했다. 수원이가 선짓국이나 간볶음을 좋아하지만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기도 한다. 아빠는 술을 마시지 않는 교수고 엄마는 피아니스트이기를. 이산가족 놀이라는 것도 있는가보다. 나는 처음 알았다. 수원이 동생 수길이는 열살인데도 아빠가 하는 거짓말을 믿었다. 어떤 거짓말이냐 하면 도축장이 풀밭으로 이루어지고 소와 돼지는 늙어서 죽는다고. 카우보이는 죽은 소와 돼지를 위해 묵념도 한다고. 이런 말 때문에 수길이는 도축장 카우보이가 되겠다고 했다. 아빠는 왜 그런 거짓말을. 아이한테 험한 것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카시아 첫꽃을 먹다 다쳐서 잠시 있게 된 병원 옥상에서 수길이는 아빠가 말한 것과는 다른 도축장을 본다.
가난해도 좋은 생각하기를 바란 걸까. 황룡동에서는 처음 맺힌 아카시아꽃을 첫꽃이라 하고 아카시아가 피는 첫 일요일을 ‘첫꽃날’로 정했다. 그 첫꽃을 먹는 건 아이였다. 어른들은 첫꽃에 아이들을 아카시아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기운이 있다고 믿고 아이들한테 첫꽃을 먹게 했다. 그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숲을 밀고 아파트를 짓고 구민 체육 센터를 짓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70~80년대에는 본래 있던 것을 없애고 산을 갂아 아파트를 많이 지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구민 체육 센터 때문에 웃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약수터에서 커피 장사를 하던 정구 오빠 엄마는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는 아카시아 뿌리 때문에 집이 무너지기를 바랐는데 집은 무너지지 않았다. 담과 집에 금이 간 건 아카시아 뿌리 때문이 아니고 집을 제대로 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카시아가 잘 자라지만 뿌리가 여기저기에 뻗어서 안 좋게 여기는데,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다는 말을 다른 데서 보았다. 잘못 알려진 게 이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곧 86 아시안게임이 열려서 도살장도 옮긴다는 말이 나왔다. 성화가 지나가는 것 때문에. 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깨끗한 것만 보여주려고 하다니, 그런 사람도 고기 먹을 텐데. 수원이가 사는 곳에 사는 사람은 서로 사정을 알고 돕고 산다. 도살장에서 나오는 선지나 내장을 먹는 걸 숨기고 소와 돼지 잡는 사람을 백정이라고 뒷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같은 서민이 서로를 끌어내리는 일이 더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이웃과 정을 나누고 사는 사람이 줄었겠지만. 사람은 사람한테 기대고 살아야 하는 것일지도.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렇게 사는 건 아니지만.
꿈을 가지고 살아온 곳에서 꿈을 잃기도 하는구나. 이때 공장에는 사람보다 기계가 일을 하기 시작한 때였나보다. 이것 또한 슬픈 일이다. 서민은 슬프게 사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사는 게 슬프다 해도 기쁜 일도 있을 테니까. 그런 일이 적다 해도 아주 없는 건 아니지 않는가. 많은 사람이 가까이 사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살기를 바란다.
희선
제가 이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읽어봐야겠구나 했던 이유는 이 책의 배경때문이었습니다.
1980년대 서울의 변두리 황룡동(실제 배경 독산동). 내가 살았던 곳(독산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어떨까. 호기심에 집어든 유은실 작가님의 <변두리>를 하루만에 읽고, 최근 저에게 있어 심금을 울린 것이 영화로는 <님아 그강을 건너지마오>였다면, 책으로는 <변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의 변두리 황룡동에 사는 수원이네는 가난합니다.
수원이와 동생 수길이가 동네 도살장에서 나오는 선지같은 부산물을 얻어야만 끼니를 떼울수 있을 정도로 수원이네는 가난합니다. 13살 사춘기소녀 수원이는 가난이 창피합니다. 가난이 어떤것인지 인지하는 수원이는 매일 동생과 도살장을 가야하는 현실이, 가난함에 찌들어있는 집안의 모습이 몹시 싫지만, 이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어린 나이와 본인을 의지하는 엄마를 도와야한다는 생각에 동생 손을 잡고 도살장을 매일 갑니다. 그렇지만, 함께 가는 동생은 가난을 모릅니다. 그래서 도살장의 카우보이가 되겠다고 말하며, 도살장 가는 길이 즐겁죠. 그런 어린 동생도 조만간 가난을 인지하고, 길바닥에 범벅된 선지를 주워담을때 누나의 행동을 이해할 때가 오겠죠. 그리고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때 가난의 부끄러움을 느낀 어린때를 돌이켜보며 그것이 불편할뿐 부끄러움은 아니라는 것을 추억할때가 오겠죠. 이렇듯 작가는 개발과 발전만이 목표였던 1980년 대한민국의 변두리의 모습을 어린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여주고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찌든 가난함만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가난함 속에서도 그 가난함이 있기에 할 수 있었던 수원이와 수길이의 이산가족놀이라든가, 먹을것이 없었던 그 당시 아카시아꽃을 따먹으며 노는 행사 등에서 가난했지만 가난이 이렇게 추억거리를 줄 수 있다고 말하고있으며, 또한 작가는 고만고만한 가난함을 안고 살아가는 변두리의 사람들이 없는 살림에도 서로 도와주는 모습에서 풍족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게 이런것이라고, 부족한것 투성이지만 포기하지않고 끈끈하게 서로 도우며 살수 있다는 것 또한 보여주고 있습니다.
1980년대 개발과 발전만이 목표였던 대한민국의 변두리에도 개발의 손길이 들어오며, 이 책은 변두리의 삶도 변화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끝을 맺죠. 1980년대 공장으로 즐비했던 실제 황룡동인 독산동이 디지털단지로 변해 있듯이. 2천년대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발전된 세상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있습니다. 하지만,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부족함을 못 견뎌 내 가족도 내 삶도 놓아버리는 사람들의 기사를 매일 접하며 내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외롭고 쓸쓸해진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돌아게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먼저가 되어버린 세상을 사는 우리들이 함께 사는 세상으로 어떻게 만들며 살아가야할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풀어야할 숙제라는 것을 느끼며 이 책을 덮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