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4년 1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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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8쪽 | 235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55617412 |
ISBN10 | 8955617410 |
발행일 | 2014년 1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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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8쪽 | 235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55617412 |
ISBN10 | 8955617410 |
환상의 빛 밤 벚꽃 박쥐 침대차 옮긴이의 말 |
예전에 독서 관련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구매하게 된 책인데 일 년이 다된 지금에서야 완독했다.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이 분량을 왜 이렇게도 미뤄왔던건지. 장편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단편 소설을 조금 멀리한 까닭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의 호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네 가지 이야기 모두 다 좋았지만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밤 벚꽃이었던 듯. 영화로도 제작되어있는 줄 몰랐는데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겨울이 완전 가시지 않은 쌀쌀한 봄에 꺼내읽으니 너무 좋았던 책이다.
한 여인의 담담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소설 환상의 빛. 몽롱한 상태에서 읊조리는 듯 이야기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고백처럼 소설은 희미하고 불확실한 그 무엇을 향해서 진행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좁고, 더러운 방에서의 생활보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비슷한 형편에 있던 이웃의 느닷없는 죽음이었다. 어린 그녀로서는 그 슬픔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할 터였지만 죽음을 목격했던 그 기억만은 가시처럼 그녀의 마음에 아프게 박히고 만다.
어쩌면 그날에 목격했던 죽음의 기운이 남편의 죽었을 그 때까지도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한없이 원통하고 앞으로의 막막한 삶에 힘겨워 해야 할 그녀지만 덤덤하고 냉정하게 남편의 죽음을 바라본다. 남편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이상한 점이 있었다는 걸 잘 아는 그녀였지만 그것이 허무한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너무 허무하기에 상실의 슬픔까지도 온전히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남편 사후의 삶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는 잘 꾸려 살아간다. 재혼도 역시 아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새로 선택한 삶에서도 그녀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적어도 그녀에게 닥친 환경 따위는 그녀를 고통스럽게도, 슬프게도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새로 시작한 타향살이에 만만치 않은 일거리까지 생겼지만 늘 그래왔다는 듯 그녀는 척척해내며 또 다른 가정에 안착한다.
하지만 전 남편의 부재는 그녀의 영원한 숙제로 남아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떠나버린 그. 뭔가 이상한 빛의 기운에 끌려 사라져버린 그를 쉽게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행동은 그녀에게 항상 의문을 남겼고, 이따금씩 죽은 그에게 말을 걸며 그 일에 대해 골몰하게 된다. 하지만 좀처럼 답은 찾을 수 없고, 그저 환상의 빛이 빚어낸 착각과 환상이었음 느끼고 현실에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