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오늘의책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리뷰 총점7.2 리뷰 22건
정가
7,000
판매가
6,300 (10% 할인)
이 상품의 수상내역
구매 시 참고사항
  • 개정판 『모던보이』가 출간되었습니다.

관련상품

모던보이
[도서] 모던보이
이지민 저 문학동네
10% 9,000
모던보이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813207
ISBN10 898281320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조선어를 사랑해서 조선어로 식민통치 서시를 쓰고 조선 여인을 사랑해서 일본 부인을 버리려는 시마 국장의 모순, 이 거대한 모순 앞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부정행위인 맞바람으로 맞서고 있는 유키코. 신스케고 시마국장이고 모두 자신들의 떳떳한 양심의 만족을 위해서만 애쓰고 있었다. 예민한 감성의 착한 두 남자에게는 첫째도 양심, 둘째도 양심, 셋째부터 열째까지 모두 양심이었던 것이다. 그 고귀하고 고매하신 양심에 맞설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바로, 부도덕과 비양심과 뻔뻔함. 유키코는 무수한 오해와 비난 속에서 그 부실한 무기들을 가지고 혼자 고독하게, 온몸으로, 온 발가락들을 비틀며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유키코를 돕고 싶었다. 우리는 그날 본정 뒷골목의 허름한 여관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 p.167-168
조난실 넌, 진짜 '테러 박'이 될 수는 없어. 다른 사람들은 다 속일 수 있어도, 네가 만든 거짓말에 네 자신이 속을 수는 없으니까. 조난실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모두 조난실을 바라보았다. 모두 조난실의 대답을 기다렸다. 조난실이 드디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환영해요...... 여보.......'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그럼으로써, 그녀 생애 최고의 거짓말인 '테러 박'이 그 자리에 존재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테러 박'은 그녀가 그다지도 구박하던 남자친구 바로 나 이해명이었다. 기뻤다. 너무나 기뻤다. 날아갈듯 기뻤다. 위기에 처한 조난실을 돕게 되었다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테러 박'이란 놈이 원래 세상에 없었다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어째 나보다 멋진 놈이 세상에 있다는 게 안 그래도 미심쩍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기뻤던 건, 내가 드디어, 그녀가 그렇게도 원하고 바라던 그녀의 '그 남자'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 p.199-200
유키코와 난 무조건 뛰었다. 뛰면서 몰래 훔쳐본 유키코의 옆모습은 그 진지하고, 변명은 절대 안 할 것 같은 당당한 표정 때문에 진짜 도둑처럼 보였다. 우리는 큰길까지 뛰었다. 한참을 달려 안전 거리에 왔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멈춰 섰다. 제법 시끄러운 것이 용산 유곽 근처인 것 같았다. 나는 헐떡이며 오키코를 바라보았다.

"모자를 잃어버렸어요."

그녀는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그녀의 구두코에 책꽃이 위의 먼지처럼 왠지 좋은 향기가 날 것 같은 흙먼지가 얌전히 묻어 있었다. 유키코는 나를 보며 소년처럼 웃었다.

"결국 우린 해냈어요. 공범이 됐어요."

부끄럽게도, 나의 모험은 이렇듯 엉뚱한 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원찮은 모험이라도 모험이란 대개 교훈을 남기는 법. 난 조난실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상당히 경솔하고 위험한 결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바이지만 난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과거 남자들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지만 난 용서하기로 했다. 즉, 과거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럼으로써, 현재를, 추억을, 조난실을 다시 손에 넣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왜냐, 만약 내가 조난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녀는 영원히 나에게 죄인으로 남을 것이고, 내 인생 처음으로 사랑한 여인을 끝내 죄인으로 못박은 나 역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팔자에도 없는 무기수 신세가 될 것이다. 즉, 우리는 거짓된 사랑의 역사에 대한 공범이 된다. 유키코의 말대로 서로의 불행에 무감각한, 그저 한 시절 스쳐간 가없은 옛날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어찌 됐든 간에.
--- p.108-109
용서를 하는 것과 용서를 하지 않는 것, 둘다 소중한 한 가지씩을 포기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포기해야만 하고 용서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를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순간 티스푼이 고분고분히 눕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갑자기 잠시 놓고 있던 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조난실 앞에서 티스푼과 나는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달콤한 혀 안에서 잠시 황홀해하다, 뜨거운 차안에서 잠시 허덕이다 이제 테이블 위세 녹슨 삽자루처럼 누워있다.

사람들은 그런 재수없는 여자는 그만 잊고 좋은 여자 만나 잘살면 그게 최고의 복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게 무슨 복수입니까. 예? 복수란 적어도 칼로 한번 찌르고 열걸음은 도망가야 복수 아닙니까? 어떻게 지금 잘 사는 것이 앞으로 잘 사는 것이 복수가 될 수 있습니까. 내가 받은 상처는 과거의 것인데 과거는 그만 잊어버리라니 정말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 p.
수백 마리의 회색 나비 떼가 나를 향해 날아 왔다. 작고 투명하고 세모난 날개를 세차게 파닥거리며, 나는 얼른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그리고는 잠시 눈을 감고 날개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다시 눈을 떴을 때. 난 그것들이 나비 떼가 아니라 실내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입에 물고 있는 갖가지 종류의 담배에서 피어오른, 어디로 흘러가지도 못하고 녹아버리지도 못한 채 스스로 사라질 때까지 전등 주위를 돌며 퍼덕거리고 있는 희부연 담배연기란 걸 알게 되었다.
--- p.
'사람들은 그런 재수없는 여자는 그만 잊고 좋은 여자 만나 잘살면 그게 최고의 복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게 무슨 복수입니까, 예? 복수란 적어도 칼로 한 번 찌르고 열 걸음은 도망가야 복수 아닙니까? 어떻게 지금 잘사는 것이, 앞으로 잘사는 것이, 복수가 될 수 있습니까? 내가 받은 상처는 과거의 것인데 과거는 그만 잊어버리라니, 정말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백상허는 대답했다.

'복수해.'

'네?'

'과거에 복수해. 과거에 대한 복수라도 그 기쁨은 현재의 것이니까.'

백상허는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

'저도 그러고 싶어요. 복수하고 싶어 죽겠어요. 조난실을 짓밟고 또 짓밟아서, 아주 아프고, 괴롭게, 내가 느낀만큼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러면,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하지만,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해봤자 그 여자가, 그 대단한 여자가, 저와 같은 아픔을 느낄까요? 아무 소용 없어요. 제가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그녀 앞에서 미친놈처럼 나뒹굴어봤자, 최선을 다해서 쫓아다니며 괴롭혀봤자, 그게 다 제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백상허는 여전히 숨도 쉬지 않고서 대답했따.

'기쁨. 기쁨을 느낄 수 있지.'
--- p.182
맑은 봄 햇살이 쏟아지는 총독부 이층 사무실 내 책상 위에서 나는 '나의 둥그런 푸른 무덤'이 깨져라 대성통곡하고 싶었다. 서러움이 복받쳤다. 아무리 그녀가 나를 배반했다 하여도 내 이 슬픔을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런데 왜, 왜 그녀는 나를 보지 못하고, 아무 소용 없는 세상 사람들만이 나를 보고 있는 것인가.
--- p.71
내가 그녀를 예전만큼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없지만, 아니, 그런 사랑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어차피 나에게 중요한 건 '사랑' 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나에게 중요한 건 영원히 미워할 수 없는 원수덩어리, 멋있는 나를 구박하는 나쁜 여자, 항상 돈이랑 시간이 모자란다고 투덜거리는,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상냥하고 가식적인 웃음만은 잃지 않는, 그냥 그런 여자, 나의 첫 여자 친구, 그 유명한 '조난실' 이라는 이름의 그 자체뿐.

나에겐 사랑보다 그녀가 더 중요한 것이였다. 사랑이란 어차피 변덕스러운 것이라 언젠가는 없어지게 마련이지만.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조난실'은 남을 것이므로. 난 사랑이라는 고매한 이념과 관념을 쫓느니 차라리 엉망진창 난장판인 사람을 추격하기로 했다. 이념이 아무리 좋다 해도 같이 빙수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 p.132
'나의 둥그런 푸른 무덤', 이름 잘 지었지?'
'지붕한테 왜 이름이 필요한가요?'
정말로 화가 났다. 남들한테는 창피해서 말도 못하는 나만의 비밀을 기껏 얘기해줬는데 이다지도 이해하지 못하다니.
'왜라니? 강아지한테 왜 이름을 붙여주겠어? 기억하려고 지어주는 거잖아! 총독부가 없어지고 나면 저걸 뭐라고 불러야겠어? 멋대가리 없게 총독부라고 불러야겠어?! '나의 둥그런 푸른 무덤'! 이 정도로는 불러줘야 할 거 아냐? 나의 소년 시절이 묻혀있고, 나의 젊음을 보낸 곳인데, 안 그래?!'
그녀는 몽고어를 듣고있는 북경 사람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만 포기하고 한마디만 더 덧붙였다.
'이래 봬도 난 꽤 낭만적인 남자라고. 낭만의 화신이지. 가끔 그렇게 불러주면 고맙겠어.'
--- p.33
나는 전차에 올라탔다. 땡땡땡 종소리와 함께 나를 태운 청량리행 전차는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전기의 영혼을 타고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경성을 가로질렀다. 나는 점점 '나의 둥그런 푸른 무덤'과 멀어지고 있었다. 어쭐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조난실과 한패가 될 수는 없었다.
--- p.212
거짓 추억만 가진 외로운 소년, 비굴한 식민지 청년, 나같은 놈 때문에 독립이 안 된다. 난실이의 말은 옳을지 몰랐다. 난 쓰레기이다. 이상도, 신념도, 희망도 없는 존재는 쓰레기이다. 더 나아가 난 미래가 없는 쓰레기이다. 난실이가 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을 줄이야. 어쩐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억울하기도 했다. 난 그녀의 명백한 과거도 용서해줬는데 그녀는 나의 불확실한 미래도 용서해주지 않다니. 어쨌거나, 난 쓰레기이고 쓰레기의 미래는 쓰레기통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쓰레기통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내가 들어갈 만한 쓰레기통은 이 경성 바닥에 없다. 그렇다면, 난 어쩜 쓰레기가 아닐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나는 뭘까. (p. 148)
--- p.
-- 사소한 사랑 따위라뇨? 작년 한 해 감옥에서 죽은 사람들보다 실연의 아픔으로 한강 인도교에서 투신 자살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물론 1918년 한강 투신자살 1호 역시 남자한테 버림받은 용산철도 병원 간호부였죠.
--- p.14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22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