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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안아줄 것

지금 꼭 안아줄 것

강남구 | | 2014년 12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14건 | 판매지수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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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516g | 152*225*20mm
ISBN13 9791185502175
ISBN10 118550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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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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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중에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비로 다시 만나자. 그래서 연애 10년을 기념하는 여행을 같이 떠나자. 구름 속에서 대화도 오래 하자. 미안했거든. 일 때문에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게 말이야. 비가 되어선 다른 데 가지 않을게. 항상 곁에 있을게. 함께 있다는 게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거든.
여름이면 함께 땅 위로 내려가 여행을 떠나자. 어디를 가든 헤어지지 말고 둘이 하나가 된 빗물로 그렇게 멀리 가자. 가고 싶은 곳은 당신이 정해. 난 그냥 따라갈게. 나는 그 여행 동안 앞을 보지 않을 거야. 옆만 보며, 당신 얼굴만 바라보며 나아갈 거야.
그전에 가끔 아이가 보고 싶으면 비로 내려와.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당신이라고 생각할게. 당신 몫까지 행복하게 사는 아이와 남편을 보고 슬퍼하지 말아줘.
─비 중에서

“민호야, 내일 삼촌하고 이모를 만나기로 했잖아. 그런데 어쩌면 민호에게 슬픈 소식을 전해줄 것 같아.”
“…….”
“혹시 무슨 이야기일지 알 것 같아?”
“응.”
“…… 뭔데?”
“엄마 이야기지?”
민호는 집안에서 흐르는 분위기로 이미 엄마에게 중대한 일이 일어난 걸 감지했다. 민호는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힘겨운 목소리라도 들었던 전화마저 끊긴 게 벌써 90일이 다 되어갔다. 그 누구도 엄마와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내가 한마디 덧붙였다.
“응. 아마 엄마를 앞으로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
아이는 별다른 말은 안 했지만 그렇다고 표정이 크게 변하지도 않았다.
─엄마 소식 중에서

민호가 화를 내거나 투정을 부리면 그때부터는 민호를 다잡기보다는 오히려 안아주었다. 아주 기쁘게, 그것도 꼭 안아주었다. 아이는 도끼눈이지만 아빠는 반달눈이 되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조용히 마음 안에서 민호에게 말했다.
‘넌 아빠를 제일 사랑해서 아빠에게 화를 내는구나.’
─영결식 중에서

“엄마 보고 싶다.”
“아빠도 엄마가 무척 보고 싶어.”
“난 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
“아빠도 거의 매일 울어. 가끔씩은 엉엉 운단다.”
그러자 민호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그럼 엄마 보러 가자!”
아이 눈이 반짝였다. 순간 이건 무슨 말인지 납득이 가지 않아 민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엄마가 자연으로 돌아갔다는 말을 한 지가 불과 얼마 전인데 엄마를 만나자고 하니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민호는 어른이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설명했다.
“엄마가 죽어서 땅속에 있다고 했지?”
“응.”
“그러면 땅을 파면 엄마가 있을 거잖아. 그러니까 엄마를 볼 수는 있는 거잖아.”
민호도 자신이 위대한 발견을 한 것인 양 큰소리로 외쳤다. 똘망똘망한 눈초리와 다부진 목소리가 귀여워 잠시 웃음을 지었다.
─엄마 보러 가자 중에서

지난 2년은 떠난 아내의 빈자리를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빈자리에 아이가 들어온 시간이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가 걷어찬 이불을 덮어주고,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맞이하고, 간식을 먹이고, 도서관에 가고, 가끔은 놀이방을 찾고, 어떤 날은 수영장을 동행한다. 자전거를 구르는 아이 뒷모습을 따라가며 조심하라고 외친다. 저녁을 먹을 땐 항상 아이 앞에서 밥먹기 시합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과일을 함께 먹는다. 잠자기 전에는 책을 읽고 책을 읽기 전에는 이를 닦아준다. 주변의 모든 자리를 아이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내는 떠났으나 아이가 찾아온 것이다. 이별과 만남은 빛과 어둠처럼 한 쌍이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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