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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 토니 모리슨 장편소설

[ 양장 ] 도서 제본방식 안내이동
리뷰 총점9.1 리뷰 10건 | 판매지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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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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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128*188*30mm
ISBN13 9788954634106
ISBN10 895463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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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미국문학의 대모이자 미국 흑인 사회의 위대한 멘토인 토니 모리슨,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도발적이고 획기적인 소설 재즈가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된다. 1992년 재즈가 발표되자마자 이를 번역해 한국에 토니 모리슨이라는 작가를 소개하고, 2014년에는 그녀의 대표작 빌러비드를 번역한 번역가 최인자가 기존 번역본을 토대로 고심을 거듭하며 새롭게 원고를 다듬었다.

재즈는 1987년 빌러비드를 발표하며 대중과 평단의 큰 사랑을 받은 토니 모리슨이 5년 만인 1992년 야심차게 내놓은 여섯번째 장편소설이며, 출간 다음해인 1993년 토니 모리슨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녀의 대표작이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는 "토니 모리슨은 본질적으로 빌러비드와 재즈, 이 두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재즈는 진정 눈부신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퍼블리셔 위클리는 "재즈 음악의 모티프를 능수능란하게 차용한 토니 모리슨의 이 권위 있는 소설은 1920년대 할렘의 분위기와 흥분을 손에 만질 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평했다.

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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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손과 마음을 비누 거품과 잡다한 수리와 위태위태한 시비로 채우려 하는 까닭은 갑자기 찾아오는 한가한 순간에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라곤 오직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분노뿐이기 때문이다. 진하게 녹아내려 천천히 흐르는 분노, 흘러가면서 무엇을 묻어버릴지 신중하고 꼼꼼하게 선택하는 분노. 그렇지 않으면 시간의 맥박 속으로, 가슴 아래로 비스듬히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슬픔이 슬며시 파고든다.

서서히 닫히는 문틈으로 오가던 속삭임과 함께 표면으로 떠오른 욕망의 격동을 그는 조심스럽게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욕망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단지 그것이 거기 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다 차츰 호주머니 밖으로 꺼내놓고 틈날 때마다 찬탄했다.

그 역시 말이 필요하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다. 말이 얼마나 거짓일 수 있는지, 순식간에 피를 뜨겁게 했다 덧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알았으니까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미국 문학계의 획기적인 사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의 영원히 잊히지 않을 소설!

“셰익스피어가 블루스를 부르는 것만 같다.” 코즈모폴리턴

“아름다운 소설이다. 서정적이고 주도면밀하며 감동적이다.” 커커스 리뷰

심오한 사랑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렷한 열정과 달곰씁쓸한 서정성,
강력하고 우아한 스타일 속 절제된 관능미가 마법을 건다.


미국문학의 대모이자 미국 흑인 사회의 위대한 멘토인 토니 모리슨,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도발적이고 획기적인 소설 『재즈』가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된다. 1992년 『재즈』가 발표되자마자 이를 번역해 한국에 토니 모리슨이라는 작가를 소개하고, 2014년에는 그녀의 대표작 『빌러비드』를 번역한 번역가 최인자가 기존 번역본을 토대로 고심을 거듭하며 새롭게 원고를 다듬었다.
『재즈』는 1987년 『빌러비드』를 발표하며 대중과 평단의 큰 사랑을 받은 토니 모리슨이 5년 만인 1992년 야심차게 내놓은 여섯번째 장편소설이며, 출간 다음해인 1993년 토니 모리슨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녀의 대표작이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는 “토니 모리슨은 본질적으로 『빌러비드』와 『재즈』, 이 두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재즈는 진정 눈부신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퍼블리셔 위클리는 “재즈 음악의 모티프를 능수능란하게 차용한 토니 모리슨의 이 권위 있는 소설은 1920년대 할렘의 분위기와 흥분을 손에 만질 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평했다.

재즈의 선율에 맞춰 춤추는 관능적인 삶의 얼굴들
끊임없이 변주하는 은밀하고 육감적인 속삭임


모두가 미래를 낙관하던 1926년 겨울, 뉴욕의 할렘. 중년의 화장품 외판원 조 트레이스는 열여덟 살의 연인 도카스를 총으로 쏴 죽인다. 조의 아내 바이올렛은 소녀의 장례식에 찾아가 관 속에 누운 소녀의 시신에 칼을 휘두르며 소란을 피운다. 장례식에서 쫓겨나 눈길을 헤치며 집으로 돌아온 바이올렛은 절망에 휩싸인 채, 키우던 새들을 날려 보낸다. 그녀는 남편의 어린 연인이었던 도카스가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그 소녀의 흔적을 좇는다.

버지니아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호두나무 아래에서 만나 결혼한 조와 바이올렛은 1906년, 서던스카이 열차의 흑인 전용칸에 올라 춤을 추며 꿈과 기회의 땅인 할렘으로 흘러들었다. 바이올렛은 집에서 손님을 받는 미용사로 억척스럽게 일했고, 조 역시 성실하기 그지없는 남편이었다. 하지만 20년 후, 바이올렛은 집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인형을 안아야 잠들며 가끔 길바닥에 주저앉기도 하는 골칫거리 아내가 되었다. 흠 잡을 데 없는 남편이었던 조는 살인범이 되고 말았다.

끝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화자 ‘나’는 조, 바이올렛, 도카스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수시로 그 시선을 다른 인물들에게도 던지며 이야기를 확장한다. 백인들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긴 후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 바이올렛의 어머니 로즈 디어, 모시던 백인 아가씨 베라 루이즈가 비밀리에 낳은 흑인 혼혈아 골든 그레이를 사랑으로 키운 바이올렛의 할머니 트루 벨, 흑인인 친부를 찾으러 나섰다가 숲속에서 와일드라는 미친 여자를 만나는 골든 그레이, 이스트세인트루이스 폭동 때 백인들의 방화에 부모를 잃은 조카 도카스를 맡아 키우는 앨리스 맨프리드…… 화자는 능수능란하고 리드미컬하게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이으며 감각적으로 펼쳐내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묘하게 맞물리며 더 큰 이야기를 완성한다.

“진짜 조언을 해주지.
뭐든 사랑할 만한 게 남았으면 아무거라도 그냥 사랑해봐.”


『빌러비드』나 『자비』가 흑인 노예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면 『재즈』는 노예제 폐지 후의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는 한때 노예였지만 그들은 자유인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노예제 폐지 후의 세상에서도 행복하지 못했다. 더이상 노예가 아니었음에도 여전히 차별과 폭력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흑인들이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를 떠나 북부의 도시로 이주했다. 주인공인 조와 바이올렛도 완전히 새로운 삶을 꿈꾸며 북부의 도시를 찾은 이들이다.
그러나 도시에서도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품었던 희망만큼 절망도 컸다.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면, 그런 세상이 무슨 소용이지?’
‘원하는 대로요?’
‘그래, 원하는 대로. 지금 사는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지 않니?’
‘그게 뭐 중요한가요? 어차피 내가 바꿀 수도 없는데.’
‘바로 그게 문제란다. 만일 네가 삶을 바꾸지 못하면 삶이 너를 바꿔놓을 거야. 그리고 그건 전부 네 잘못이 되지. 네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둔 거니까. 나는 그냥 내버려두었고, 덕분에 인생을 망쳐버렸어.’본문 318쪽

하지만 그들은 슬퍼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재즈 음악을 즐겼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는 ‘재즈시대’로 불렸다. 거리에는 늘 재즈 음악이 흘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재즈의 선율에 몸을 흔들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리듬에 맞춰 손가락을 튕겼다. 재즈는 단순한 대중음악이 아니라 흑인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와 그들이 휩쓸리고 있는 삶의 새로운 모습들이 고스란히 녹아든 음악이다. 슬픔과 동시에 에너지와 흥이 넘치는 음악이다. 그것은 경제적 번영이 주는 흥분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함께 나타내는 시대의 특성과 묘하게 닮아 있다.
토니 모리슨은 이러한 재즈 음악을 통해 1920년대를 살아가는 흑인들의 삶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전통적 서사 기법의 틀을 깨고 재즈의 즉흥연주와 변주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대강의 플롯을 갈무리하듯 제시한 후, 뒤에서 다른 목소리와 다른 관점으로 그 이야기를 새롭게 되풀이했다. 그때마다 이야기는 겹겹이 의미를 쌓으며 풍성해진다. 그 과정에서 소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전통적 구조의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토니 모리슨은 고집스럽게, 치밀한 계획에 따라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엮은 이야기 구조 속에 특유의 서정적이고 시적인 언어와 이미지들을 채워넣었다.

“재즈는 연주자뿐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음악입니다.
재즈는 예술이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합니다. 또다른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바로 그 일을요.
저는 제 작품도 그렇게, 은밀하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_토니 모리슨


토니 모리슨은 재즈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몸을 들썩이고 입술을 달싹이듯, 『재즈』를 읽는 이들 또한 상상력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소설을 자기만의 것으로 완성해내기를 바랐다. 믿음직스럽지 않은 정체불명의 ‘나’라는 인물을 중심 화자로 설정한 것, 주변 인물을 단지 주인공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 등장하는 보조적인 역할로 한정하지 않은 것, 소설의 후반부에서 화자의 자기반성적 발언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이러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니 모리슨은 『재즈』에서 울려나오는 멜로디를 함께 흥얼거리며 즉흥연주에 참여하라고 독자들에게 손짓한다. 심오한 사랑 이야기와 달곰씁쓸한 서정성, 강력하고 우아한 스타일 속의 절제된 관능미는 독자들에게 마법을 걸기에 충분하다.

회원리뷰 (10건) 리뷰 총점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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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_재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j*******0 | 2021.04.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가, 책이 무엇인가, 작가는 누구인가 물어올 때마다 나는 일관적으로 대답한다. 그렇게 가장 좋아하는 단 하나의 작품같은 게 없어요. 그렇게 좋아지지 않아요. 대부분 아주 좋은 작품이지만 '내 인생의 ~'로 수식할만큼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해요. 그럼 질문을 해왔던 상대방은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무엇인지 묻고 그런 것이면 나는 부담없이 대;
리뷰제목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가, 책이 무엇인가, 작가는 누구인가 물어올 때마다 나는 일관적으로 대답한다. 그렇게 가장 좋아하는 단 하나의 작품같은 게 없어요. 그렇게 좋아지지 않아요. 대부분 아주 좋은 작품이지만 '내 인생의 ~'로 수식할만큼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해요. 그럼 질문을 해왔던 상대방은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무엇인지 묻고 그런 것이면 나는 부담없이 대답한다. 그 시절 어떤 이유로 그 영화를 반복해서 보았노라고,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책을 가끔 다시 읽는다고. 그런데 자꾸 그렇게 답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에 가장 좋아하는 무엇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Favorite'을 찾고 설명하고 타인에게 소개하는데 열심인지 알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비추어보면 나는 단지 게으른 것이다. 무엇을 그토록 열광하기까지 거쳐야하는 수많은 과정이 피로하고 설명할 의욕이 충분치 않으며 그만큼 열의를 가질만한 대상을 선별할 때 지나치게 인색한 것이다. 애초에 뭘, 사람이든 작품이든 그렇게 신뢰하지 않으니까.(자신을 포함해서)

  그렇지만 그럴수록 내 취향의 목록은 가난해지고 스스로에게 자신을 설명하는 것조차 난감해진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어떨 때 행복하며 어떨 때 화가 나는지 슬픔을 어떻게 다루며 스트레스와 어떻게 공생하는지 노하우를 만드는데 게으르면 간혹 자신을 다루기 너무 어려워질 때가 생기니까. 그래서 좀 분발해보기로 했는데, 가장 먼저 Favorite 목록에 넣을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이 재즈라는 책이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아마 출판사인 문학동네의 인스타그램에서 홍보용 문구를 발견해서였던 것 같다.(꽤 오래 전에 사둔 것이라 기억이 자세하진 않지만) 그 문구는 또렷히 기억나는데 바로 이것이다.

 

"만일 네가 삶을 바꾸지 못하면 삶이 너를 바꿔놓을 거야. 그리고 그건 전부 네 잘못이 되지. 네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둔 거니까."

  

  굉장히 냉정하지만 맞는 말이어서, 그리고 당시에 내가 내 삶을 그저 내버려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이었던 문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나도 당연히 바꾸고 싶겠지! 이런 식의 일련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 사실 결정적으로는 재즈라는 제목이 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구입한 것이다. 재즈라는 미국 흑인 음악 장르를 어떤 식으로든 소설에 녹여냈으리라 기대하며 재즈를 즐겨 듣는 사람으로서 관련 지식과 즐거운 기억을 함께 얻고 싶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이 소설에는 재즈 음악에 대한 역사라든지 배경이라든지 어쨌거나 음악 장르로서의 재즈를 이야기하는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일명 재즈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시기가 배경이고 유행했던 노래 가사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건 음악의 역사를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사가 담고 있는 내용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왜 제목이 재즈인가? 여기서 말하는 재즈는 삶에 대한 비유이자 이 소설의 형식 자체를 말하는 것이었다.

  소설은 처음부터 충격적인 스토리를 공개한다. 바로 첫 페이지에서! 그러니 플롯이 중요한 소설이라기보다 형식과 인물의 디테일에 더 시선을 두어야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단순하게 보면 치정극처럼 읽힐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욕망과 자유, 삶 자체를 담고 있다. 각 인물들의 삶이 하나의 악기처럼 각자 소리를 내면서도 서로 자유자재로 얽혀 어우러지는 재즈처럼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선전포고처럼 등장하는 첫 부분의 내용은 이렇다. 한 남자가 지독한 사랑에 빠져 한 소녀를 총으로 쏜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소녀는 죽게 되고, 그 남자의 아내가 소녀의 장례식에 칼을 들고 나타나 죽은 소녀의 얼굴을 상처입히려다가 저지 당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집에서 기르던 새를 밖으로 쫓아 내보낸다. 당신을 사랑해요ㅡ라고 말하는 앵무새를.

  그러고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나'로 지칭되는 화자가 이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기도 하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심지어 작중 인물들이 '나'에게 말을 건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엔 이 '나'라는 사람이 누굴까 추리하며 읽었다.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누군가일까. 이 사건을 파헤치는 누군가일까. 그러나 직업이 왠지 작가일 것 같았는데, 이 '나'는 다름 아닌 토니 모리슨이었다. 그녀는 작가의 말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를 3년간 준비했음에도 소설 집필에 들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고 고백한다. 바이올렛의 습관 하나까지 생생하게 그려낼 정도로 인물을 이해했으나 그녀의 목소리로 소설을 진행하는 것이 전체적인 이야기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재즈의 형식처럼 자신의 시선에서 시작해 화자를 고정시키지 않고 시선을 옮겨가며 소설을 쓰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런 형식이 제목이 되어, 재즈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이 '나'는 처음에는 남겨진 이들이 비극을 반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부가(정확히는 바이올렛 쪽이) 다시 어린 소녀를 둘 사이에 끌어들이고 비극적 죽음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ㅡ자신만만하게 인물들의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예상했지만 그 추측은 자연스럽게 빗나간다.

  마지막에 모리슨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대로 인물들의 삶은 비극적 격정으로만 치닫지도 않고 무조건적인 행복한 결말로 맺어지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각자의 생활과 삶의 태도가 서로에게 섞이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이어진다. 소설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인생이라는 음악이 멈출 때까지. 혹은 멈추고 난 뒤에도 말이다.

  흑인 노예제도와 해방운동, 그 이후에도 인종차별의 심각한 비극을 격렬하게 겪었던 미국의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삶은 이런 부자유와 자유, 행복과 상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너무나도 참혹하게 넘나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처절하게 겪은 이 기억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사람은 없다. 기억의 층위를 쌓아나가며 인물들은 자신의 삶과 자유를 선택한다. 어떤 쪽을 향할 것인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삶을 어느 쪽으로 기울일 것인가. 그럼에도 어떤 사랑을 향해 갈 것인가 하는 선택들을. 인간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각자의 가능과 불가능, 욕망이 끓는 지점, 사랑을 선택하는 방식, 자유를 명명하는 기준에는 정해진 바가 없고 그래서 더욱 자신의 삶이 아니면 누구의 삶으로도 말해질 수 없는 방식으로 인생이 그려지는 것 같다.

  이러한 소설의 형식도 재즈와 유사하지만 어쩌면 삶 자체가 재즈의 형식과 너무나 비슷해보인다. 이와 같은 탁월한 비유는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나 작가를 알게될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Favorite  목록에 넣고 싶다. 역시 나는 게을러서 그런 소설을 많이 알지 못했을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와 유사한 면에서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 태고의 시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토니 모리슨과 토카르추크는 모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기도 하다. 문학을 평가하는 기준같은 걸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책이 주는 거대한 감동은 인간의 삶을 아주 넓은 시선으로 보고 동시에 아주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작가 개개인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소설이 아름다운 것은, 작가의 솔직한 토로와 놀라운 전환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모리슨은 자신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점을 인정하고 남겨진 인물들의 삶이 담담하게 이어지는 풍경을 전달하며 동시에 자신이 언제나 이렇게 강렬한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숨길 필요없이 자유롭게 부끄러움을 느낄 수 조차 없이 적나라하게 사랑과 삶과 욕망과 자유를 말하고 싶었으나 말하지 못했다고, 진실로 기다리고 원했으나 그런 모양으로 기다리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다시 만들어주길 소망했고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두기를 선택했다고. 지금 책을 쥐고 있는 독자들에게 자신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와 갈망을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의 독자 개인의 손이 꽉 움켜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좋은 책이 대부분 그렇듯 이 책 역시 한번에 완전히 모든 것이 이해된다고 느껴지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장은 마음에 강렬하게 남는다. 나는 어떤 것을 사랑할지 결정할 수 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내 자유가 이 세상에서 타인의 삶과 어떤 방식으로 섞여들고 부딪히든 간에 재즈처럼 예상치 못하게 아름다운 선율로 흐를 것이다.

  이런 문장과 이야기를 신뢰하고 사랑하기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오늘 이 순간 내 손에 매달린 자유일 것이다. 나는 사랑하기로 선택한다.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을.

 

 

19쪽. 나는 근육질이 아니기 때문에 내 몸뚱이 하나 지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미리 조심하는 법을 안다. 대체로 아무도 나에 관해 모든 걸 알지 못하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모든 일과 사람들을 잘 지켜보고, 그들이 행동하기 한참 전에 그들의 계획과 생각을 추측해보는 것이다. 당신은 대도시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나는 온갖 무지와 범죄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그래도 이게 나를 위한 유일한 삶이다. 나는 이 도시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도시는 사람들을 부추겨 하고 싶은 짓을 마음껏 하고 달아나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도처에서 본다.

 

21쪽. 나는 너무 오랫동안,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오랫동안 나만의 생각 속에서 살았다. 사람들은 내가 좀더 자주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고. 나도 내가 여러모로 마음을 닫고 살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만약 나의 경우처럼, 당신의 파트너가 다른 사람과의 약속 때문에 오랜 시간을 지체하며 당신을 기다리도록 내버려두거나 저녁식사 후에 특별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자고 약속하고는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졸기 시작한다면... 글쎄,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당신도 웬만큼 노력하지 않는 한 퉁명스러운 성격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24-25쪽. 젊은 사람도 여기서는 그렇게 젊은 것이 아니다. 중년 같은 것도 없다. 예순 살이든 마흔 살이든 누구나 지겹게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그 정도 나이가 되거나 아예 그보다 더 늙어버리면, 눈앞에서 벌어지는 세상일을 그저 토요일에 상영하는 오 센트짜리 세 편 동시 상영 영화처럼 바라보며 앉아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자기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 일에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도니다. 순전히 자기가 떠드는 이야기에 도취해 고통스럽게 그 말을 듣고 있는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는 재미로 말이다. 물론 예외인 사람도 몇 안다. 얻어맞을 짓을 한 아이를 봐도 때리지 않고, 그 힘을 아꼈다 좀더 중요한 일에 쓸 줄 아는 노인들이다. 가령 다정한 미소와 소소한 선물로 가득한 마지막 구애라든가 혹은 그들 없이는 끝가지 살아가지 못할 늙은 친구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일에, 때때로 그들은 기나긴 인생을 함께 살아온 이에게 유쾌한 친구가 되어주고, 밤에 필요한 것들을 확실하게 챙겨주는 일에 온 마음을 쏟는다.

 

26쪽. 그녀의 얼굴은 평온하고 관대하고 부드럽다. 그러나 살금살금 걸어나온 사람이 바이올렛이라면 사진 속 얼굴은 전혀 달라진다. 탐욕스럽고 거만하고 한없이 나태해 보인다. 우유 거품 같은 매끄러운 얼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일하지 않을 사람의 얼굴이다. 다른 사람의 화장대 위에 놓인 물건을 훔치다 들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의 얼굴이다. 슬그머니 부엌으로 들어와 그녀의 접시 옆에 놓아둔 포크를 아무렇지도 않게 개수대에서 씻을 좀도둑의 얼굴이다. 자기중심적인 얼굴ㅡ무엇을 보든지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그 얼굴은 말한다. 네가 거기 있는 건 내가 너들 보고 있기 때문이야.

 

46쪽. 이렇게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누구도 그녀를 억압하지 않으니까. 그들도 똑같은 행동을 할까? 아마 그럴 것이다. 아마 모두가 제멋대로 움직이며 주인을 거역하는 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바이올렛은 입을 닫아 버린다. 말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아" 혹은 "이런"이란 말밖에 하지 않는다. 이런 고집쟁이 혀보다는 차라리 몇 주 동안 못 찾던 칼을 결국 앵무새의 새장에서 발견하게 만드는 자기주장 강한 손이 그나마 봐줄 만 하다. 바이올렛은 말이 없을 뿐 아니라 죽은 듯이 조용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침묵은 남편을 괴롭히는 정도를 넘어 그를 당혹스럽게 만들더니 마침내 그를 우울하게 한다. 그는 주로 새하고만 이야기하는 여자와 결혼한 것이다. 새들 중에 한 마리는 대답도 한다. "당신을 사랑해요."

 

56쪽. 어떻게 왔든, 언제, 왜 왔든, 신발 밑창의 가죽이 도시의 보도를 밟는 순간 그들은 더는 돌아갈 길이 없었다. 비록 그들이 빌린 방이 어린 암소의 외양간보다 좁고 아침의 옥외변소보다 어두워도 그들은 도시에 머물렀다. 자신의 동족을 볼 수 있고, 청중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억양에 상관없이 놀이를 위해 고안한 복잡하고 쉽게 변하는 장난감처럼 언어를 다루어 말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다른 수백 명의 군중 속에서 길을 걷는 자신을 느낄 수 있어서.

 

57쪽. 일단 도시와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은 영원하고 또한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마치 도시를 사랑하지 않은 시절 따위는 아예 없었던 것처럼.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혹은 여객선에서 내려 드넓은 거리와 그곳을 환히 밝혀주는 호사스러운 가로등을 슬쩍 보자마자 그들은 이 도시를 위해 태어났음을 깨닫는다. 그곳, 그 도시에 더 강해지고 더 담대해진 그들 자신의 존재만큼 새로운 것은 없다. 처음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리고 도시와 함께 성장한 이십 년 후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그런 새로운 면모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릴 정도였다ㅡ혹시 이전에 알았다면 말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미워했다는 건 아니다. 단지 그들이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 그 도시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는 뜻이다. 빨간불에도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저 거리를 한번 둘러 보고는 태연하게 도로로 내려서는 여학생의 행동, 사람들이 높은 빌딩과 좁은 입구에 적응하는 방법, 군중 속을 걸어가는 여자의 자태나 이스트 강을 배경으로 서 있는 그녀의 충격적인 옆모습 같은 것들을. 혹은 램프 기름이나 생필품을 구하러 7마일이나 떨어진 곳까지 가지 않고 그저 길모퉁이만 돌면 된다는 사실에 부엌일이 한결 수월해진 것이나,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저 아래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몇 시간이고 취해서 바라보며 느끼는 경이감을.

 

60쪽. 자신의 방식을 간직한 채 도시에 온 사람들은 진정한 자신에게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을 느낀다. 항상 자신의 참모습이라고 믿어왔던 것에 더 가까워진 기분을. 그 무엇도 그들을 이 도시에서 쫓아낼 수 없다. 도시는 그들이 바라는 바로 그 자체다. 흥청망청하고 따뜻하고 겁먹고 사랑스러운 타인이 가득한 도시. 자갈이 깔린 개울을 잊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하늘을 완전히 잊지 않는 까닭은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알려주는 약간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177쪽. 녹말풀을 먹고, 언제 어깨 부분을 다릴지 정하고, 바느질하고, 목화 따고, 요리하고, 장작까지 패던 일들을 생각하며 바이올렛은 한숨을 쉬었다. "난 인생이 이보다는 더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뭔가 더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앨리스는 다리미 손잡이에 천을 한번 더 감았다. "그 작가는 또 그런 짓을 할거야. 하고 또 하고 또 할 거야."

"그렇다면 당장 내쫓아버리는 게 낫겠네요."

"그러고 나선?"

바이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마룻바닥이나 쳐다보고 있겠지요, 뭐."

"뭔가 진짜 조언을 원하나?" 앨리스가 물었다. "진짜 조언을 해주지. 뭐든 사랑할 만한 게 남았으면 아무거라도 그냥 사랑해봐."

바이올렛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이가 다시 그 짓을 하면 그때는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말까요?"

"그냥 당신에게 뭐가 남았는지나 신경써."

 

186쪽. 내 말을 믿어라, 그는 이미 갈 길이 뻔한 셈이다. 블루버드 레코드판 홈을 따라 움직이는 바늘처럼 그는 끌려간다. 그 도시를 돌고 또 돌게 되어 있다. 도시는 그런 식으로 당신을 끌고 다닌다. 도시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고, 놓인 길을 따라서만 걸어가게 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길가의 덤불로 뛰어들 수 있다고. 그러나 여기 도시에 덤불 따위는 없다. 대신 잘 깎아놓은 잔디를 걸어도 괜찮은지 도시가 알려줄 것이다. 당신은 도시가 정해놓은 행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부자가 되든 여전히 가난하든, 건강을 망치든 오래 살든, 당신은 결국 항상 맨 처음 시작했던 그곳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모든 사람이 끝내 놓쳐버리고 마는 오직 한 가지, 젊은 시절의 풋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202쪽.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단 한 가지는 흔적을 찾고 거기에 매달리는 거요. 나는 버지니아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좇았고, 그 흔적은 나를 곧장 어머니에게로 인도했소. 그리고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도카스의 흔적을 좇아온 셈이오. 노력할 필요도 없었소.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흔적이 당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할 때, 쳐다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할 때,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이오. 만약 흔적이 당신에게 말을 건네지 않으면,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 한두 개비를 사러 나갈테지. 주머니에 동전 몇 푼을 넣고 그냥 걷다 어느덧 뛰기 시작하고, 그러다 스테튼아일랜드의 어디엔가 멈추어서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거나 롱아일랜드에서 염소떼를 멍하니 쳐다볼 거요. 그러나 만약 흔적이 어떤 식으로든 말을 걸면, 당신은 사람들로 가득한 방에서 그녀의 심장에 총을 겨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요. 그 심장이 뛰지 않으면 당신 역시 결코 살아갈 수 없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3쪽. 나는 흔적을 찾지 않았어. 오히려 흔적이 날 찾아왔지. 그것이 처음 나에게 말을 걸었을 때는 듣지도 못했어. 나는 떠돌아다녔지. 그냥 도시 전체를 헤매고 다녔어. 나는 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총이 아니었어. 너를 만지고 싶은 내 손이었지.

 

210쪽. 나의 소녀 도카스, 나의 소녀. 너와 나의 첫 경험. 나는 너를 선택했어. 누가 너를 나에게 준 것이 아니었지. 아무도 네가 나의 상대라고 말해주지 않았어, 내가 너를 골랐던 거야. 시기가 좋지는 않았어. 그래, 아내에게도 잘못하는 일이었지. 그러나 난 너를 알아보고 선택했어. 내가 너에게 빠졌다거나 미쳐버렸다고 생각하지는 마. 나는 사랑에 빠지지 않았어. 내가 사랑 안에서 피어났을 뿐이야. 나는 너를 보았고 마음을 정했어. 나의 마음을. 너를 좇기로 결심했지. 그건 옛날부터 내가 잘하는 일이었어. 아마 나의 이런 면은 너에게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 누구보다 뛰어났던 그 사냥꾼조차 숲속에서 흔적을 좇는 나의 재능만은 인정했지. 그 시절 사람들은 그걸 다 알았어. 너를 만나기 전에 내가 일곱 번 새롭게 변화했다고 이야기했지. 그러나 그 시절, 그곳에서는 만일 흑인이거나 흑인으로 취급받았다면 해가 뜨는 모든 낮과 해가 지는 모든 밤마다 항상 새로워지면서도 늘 똑같은 모습 그대로여야 했어. 나의 소중한 사람, 이 말만은 하고 싶어. 그 시절에 그것은 단순히 마음 상태만은 아니었다고.

 

248-249쪽.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어스름한 회색 눈으로 여자의 사슴 같은 눈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그에게는 그런 용기가 있다. 말버러의 공작부인들이 항상 하던 그 일을 할 용기가 있다. 그 안에 미래를 품고 꼭 닫혀 있는 꽃봉오리로 사랑받기를 포기하고, 대담하게 활짝 벌어져 겹겹의 꽃잎을 넓게 펼치고 꽃술의 죽은 중심을 모든 사람 앞에 드러낼 용기가.

 

318쪽. 나는 웃었어. 역시 이 여자가 미쳤다고 한 미용사의 말이 맞았다고 생각했지. 그 순간, 그녀가 말했어.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면, 그런 세상이 무슨 소용이지?'

'원하는 대로요?'

'그래, 원하는 대로. 지금 사는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지 않니?'

'그게 뭐 중요한가요? 어차피 내가 바꿀 수도 없는데.'

'바로 그게 문제란다. 만일 네가 삶을 바꾸지 못하면 삶이 너를 바꿔놓을 거야. 그리고 그건 전부 네 잘못이 되지. 네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둔 거니까. 나는 그냥 내버려두었고, 덕분에 인생을 망쳐버렸어.'

'어떻게 망쳤다는 거예요?'

'인생을 잊어버린 거야.'

'잊어버렸다고요?'

'내 것이란 사실을 잊은 거지. 바로 내 인생이라는 걸. 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바라며 거리 여기저기를 뛰어다녔어.'

'누구요? 누가 되고 싶었는데요?'

'누구라기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어. 백인. 맑음. 새로운 젊음, 뭐 그런거지.'

'지금은 그렇지 않나요?'

'지금은 우리 어머니가 끝내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그 여자가 되고 싶어. 그 여자. 어머니가 좋아했을, 그리고 나도 한때 좋아했던 여자... 우리 할머니는 늘 금발 머리 사내애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남자아이였지만, 나는 그야를 가끔은 여자애로 혹은 오빠로 혹은 남자친구로 생각했어. 그애는 내 마음속에 살았지. 두더지처럼 조용하게. 하지만 나느 여기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모두. 거기서 벗어나야 했는데.'

 

348쪽. 나는 인생이란 세상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대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인간 때문에 어디서부턴가 꼬여버렸다. 불행에 속박된 육체가 쾌락으로 세상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우물에 집착하고 소년의 황금빛 머리카락에 집착한다. 또는 긍정일 수도 부정일 수도 있는 애매한 손짓 하나에 사로잡히거나, 욕망에 불타는 소녀가 일으킨 달콤한 불길에 금세 휩싸여버리기도 한다. 나는 이제 더는 그런 걸 믿지 않는다. 거기엔 뭔가 빠져 있다. 어떤 속임수 같은 것이. 밖에서 결론 짓기 전에 먼저 안에서 이해해야 할 어떤 다른 것이.

 

350쪽. 나는 그들의 공공연한 사랑이 부럽다. 나로 말하자면 오직 은밀하게 감추어진 사랑만 알아왔다.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었지만, 오! 얼마나 그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그들은 말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오직 당신만을 사랑해요.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에게 내 전부를 서슴없이 바쳤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고 내게 그 사랑을 보여주길 원해요. 당신의 포옹을 사랑해요. 얼마나 나를 바싹 안아주는지. 이리저리 어루만지는 당신의 손길을 좋아해요. 아무리 당신의 얼굴을 한없이 바라봐도, 당신이 내 곁을 떠나는 순간이면 당신의 눈동자가 그리웠어요. 당신에게 말을 걸고 당신의 대답을 듣는 건 참으로 짜릿한 기쁨이에요.

 그러나 나는 이런 말들을 소리 높여 말할 수 없다. 평생토록 그런 사랑을 기다려왔고, 그저 기다리도록 선택받았기에 그렇게 기다릴 수 있었다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할 수 있었다면, 나는 말했을 거이다. 나를 만들어달라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당신은 그렇게 할 자유가 있고, 나는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둘 자유가 있으니. 왜냐하면 자, 봐. 당신의 손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봐.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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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재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s*******4 | 2020.04.1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쓸쓸하게 허공을 메우는 그 선율”어느것은 사라진 후에도 마치 남아있는 것처럼 공간을 채우는 것들이 있다. 지금은 없어졌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의 무의식에 남아있는 것들. 토니 모리슨의 재즈는 쓸쓸하고 공허한 멜로디로 문장문장을 채운다. 그게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자극적이지 않게 울리는 이런 작품들을 나는 아주 많이 좋아한다. 오래도록 그치지 않을 그 선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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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게 허공을 메우는 그 선율”

어느것은 사라진 후에도 마치 남아있는 것처럼 공간을 채우는 것들이 있다. 지금은 없어졌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의 무의식에 남아있는 것들. 토니 모리슨의 재즈는 쓸쓸하고 공허한 멜로디로 문장문장을 채운다. 그게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자극적이지 않게 울리는 이런 작품들을 나는 아주 많이 좋아한다. 오래도록 그치지 않을 그 선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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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듣는 것처럼 읽어버린, 『재즈』 독서후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m******6 | 2020.02.0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재즈』를 읽고 바로였다면 어떤 후담을 남겼을까. 3주 가까이 흐른 지금 ‘토니 모리슨, 재즈’라는 두 단어만 남겨놓고 멀뚱히 앉아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빌러비드』의 독서경험이 경이로웠다는 글들을 몇 차례 접했다. 작가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다.『빌러비드』를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다. 고질적인 비겁함 때문에. 인간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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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읽고 바로였다면 어떤 후담을 남겼을까.

3주 가까이 흐른 지금 ‘토니 모리슨, 재즈’라는 두 단어만 남겨놓고 멀뚱히 앉아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빌러비드』의 독서경험이 경이로웠다는 글들을 몇 차례 접했다. 작가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다.

『빌러비드』를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다. 고질적인 비겁함 때문에.

인간 실체의 대면에 대한 두려움.

피할 수 있는 한계까지 가능한 오래, 멀리 그것으로부터 떨어져 있겠다는 비겁함, 나약함.

나는 그렇게 책을 읽어왔다.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뚝뚝 끊기는 이야기, 등장인물마다의 상황전개, 화자의 정체, 재즈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 건지.

짐작과 추측과 겉돌고 있는 느낌을 거부하지 말자. 그것들을 바로잡으려 하지 말자.

당신이 느끼는 그 불확실함과 정돈되지 않음과 불명료함을 그대로 가진 채 이 소설을 읽어보라.

마치, 어느 한 곡의 재즈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터이니.

조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중년의 남자가 자신의 여자친구인 10대 소녀를 살해한 이야기,

남자의 아내가 죽은 소녀에 집착하는 이야기,

남자와 아내가 보낸 시골과 도시에서의 삶의 이야기,

남자의 아내 바이올렛이 가느다란 틈에 걸려 넘어지는 이야기 들을 읽었다.

재즈를 듣듯.

“바이올렛의 마음에 갈라진 틈새를 그도 잘 알았다.

난 그런 것을 틈새라고 부른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구멍이 뚫리거나 깨진 것이 아니라, 한낮의 둥근 빛 속에 드러난 시커멓게 갈라진 틈새다. (…) 둥근 빛이 각각의 장면을 감싸고 있다. 그 빛이 끝나는 곡선 부분에 단단한 기반이 있을 거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기반 같은 것은 없다. 항상 한 발짝 건너에는 좁은 샛길, 갈라진 틈새뿐이다. 그 둥근 빛 또한 불완전하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어떤 것이든 그 너머에는 이음매와 어설프게 붙여놓은 자국과 취약한 부분이 보인다. 그게 무엇이든. 때때로 주의를 소홀히 하면 바이올렛은 이 갈라진 틈새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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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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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 | 2021.10.14
구매 평점5점
재즈같은 이야기 흐름이지만 내용은 재즈와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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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콩*사 | 2020.10.07
구매 평점4점
재즈가 무엇인지 보여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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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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