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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설가의 일

[ EPUB ]
리뷰 총점8.6 리뷰 5건 | 판매지수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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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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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0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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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0.4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2.7만자, 약 4.1만 단어, A4 약 80쪽?
ISBN13 9788954634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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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제1부 열정, 동기, 핍진성
재능은 원자력 발전에 쓰는 건가요?
욕망에서 동기로: 가장 사랑하는 것이 가장 힘들게 한다
플롯과 캐릭터보다 중요한 한 가지: 핍진성

제2부 플롯과 캐릭터
다리가 불탔으니 이로써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
욕망의 말에 불타지 않는 방법은 조삼모사뿐
절망보다 중요한 건 절망의 표정 및 몸짓, 그리고 절망 이후의 행동

제3부 문장과 시점
문장,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지는 것
펄펄 끓는 얼음에 이르기 위한 5단계
전지적 작가가 될 때까지 최대한 느리게 소설 쓰기

마치는 글
그럼에도, 계속 소설을 써야만 하는 이유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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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김연수의 신작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이 떠오른다. “산문은 모든 예술을 포괄한다. 한편으로 단어는 그 안에 온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 자유로운 단어는 그 안에 말하기와 생각하기의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소설을 쓸 때보다 쉽고 자유로울 단어들로, 김연수는 이 책에서 생각하기와 말하기, 쓰기의 비밀뿐 아니라 이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 소설가의 일
2012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꼬박 일 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되었던 이 글은 말 그대로 ‘소설가의 일’에 대한 글이다.

소설가의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소설을 쓰는 일도 있고, 산문을 쓰는 일도 있다. 취재를 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마감 때 삼십 분씩 끊어서 잠을 자는 것도, 마감이 끝난 뒤의 한가함을 맛보기 위해 아무도 없는 오후의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는 것도, 다른 작가의 시상식에 갔다가 돌아오는 새벽의 택시 안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일도 모두 소설가의 일이다. 소설가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_‘연재를 시작하며’ 중에서

작가가 밝힌 대로 책 속에는, 신년 독서 계획과 짧은 여행, 크고 작은 만남과 인상 깊게 본 영화와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야기까지, 사소하고도 다양한 일상들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생각보다 많은 일”들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모두 창작의 일로 연결된다.

# 창작의 비밀 = 삶의 비밀
일종의 창작론이기도 한 이 책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제1부_열정, 동기, 핍진성)에서부터, 캐릭터를 만들고 디테일을 채우고 플롯을 짜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들(제2부_플롯과 캐릭터), 그리고 미문을 쓰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제3부_문장과 시점) 여러 가지 실질적인 창작의 매뉴얼들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강조한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일 뿐입니다. ‘잘 쓴다’도 ‘못 쓴다’도 결국에는 같은 동사일 뿐입니다. 잘 못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한은 그는 소설가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젊은 소설가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그는 스물네 시간 백치에 가까울 정도로 한 가지 생각만 할 것이다. 문장들, 더 많은 문장들을.

처음 소설을 쓰려고 앉았을 때, 나는 무엇도 감각하지 못하는 영혼과 같다. 그래서 무엇이든 감각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이 창작의 비밀들은 우리 삶의 비밀/태도에도 정확하게 대입된다.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캐릭터는 이미 만들어졌다. 단지 우리에게 감정이입할 시간과 노력이 없을 뿐이다.

사랑이라는 게 뭔가? 그건 그 사람에 대해서 남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을 자기처럼 사랑하는 것, 즉 그 사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바로 그 사람’에게 시간과 노력을 쏟고,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하여, 그 사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일―그것이 어찌 소설 속의 캐릭터를 만드는 일에만 해당될 것이며,

좌절과 절망이 소설에서 왜 그렇게 중요하냐면, 이 감정은 이렇게 사람을 어떤 행동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과 표정과 몸짓이 바로 그의 세계관이다. 다시 말해서 말과 행동과 표정과 몸짓이 바뀌면 그의 세계관도 바뀐다. 생각만 바뀌는 건 무의미하다. 말과 행동과 표정과 몸짓이 바뀌어야 한다.

삶의 순간순간, 말과 행동과 표정과 몸짓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좌절을 겪고 절망을 이겨내며 어떻게 바뀌어가는지―그것은 또한 소설 속의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일일 것인가.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자주 서로를 오해하는데, 그건 대화를 통해 우리는 진짜 욕망이 아니라 가짜 욕망을 서로 교환하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르며,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본심에 가 닿을 수 없다는 전제가 없다면 선을 행하는 게 어려워진다.

지금의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따라,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고,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한다. (…) 결국 비밀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 매일 글을 쓴다는 것
그의 말대로, 하루에 세 시간, 5매만, 느리게, 일단, 써(해)보자. 어쩌면 일 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작품과 작가는 동시에 쓰여진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 이 과정은 어떤 경우에도 무효화되지 않는다.

용기는 동사와 결합할 때만 유효하다. 제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건 용기가 될 수 없다.

다정하고 위트 있게, 동시에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는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우리 자신이 써내려가는 한 편의 긴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이 삶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하는 것인가는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장편소설 『원더보이』에서 작가는 “이 인생에서 내가 할 일은 더욱 내가 되는 일”이라고 한 바 있다. 이 책 속 어디에선가도 김연수는 “인간은 누구나 최대한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대한의 내가 되는 일, 어쩌면 바로 지금, 이 시작일지도.

이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욕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해야만 한다.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소설 속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추잡한 문장은 주인공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인생을 뻔한 것으로 묘사할 때 나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생의 일들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틀리는 일이 없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재해석된다.

eBook 회원리뷰 (5건) 리뷰 총점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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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절망 이후의 행동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a****n | 2019.10.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 김연수 작가 <소설가의 일> 산문집을 읽고 -절망보다 중요한 건 절망의 표정 및 몸짓, 그리고 절망 이후의 행동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위대한 인간을 파괴하는 운명의 과장된 몸짓이 아니라, 다만 인간이다. 그의 운명은 그를 가리킬 뿐이다. 운명은 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커다란 이론적 원리의 극을 만들어 세계 구조나 운명의 습성을 그리는 것이라, 단순한 극으;
리뷰제목
- 김연수 작가 <소설가의 일> 산문집을 읽고 -

절망보다 중요한 건 절망의 표정 및 몸짓, 그리고 절망 이후의 행동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위대한 인간을 파괴하는 운명의 과장된 몸짓이 아니라, 다만 인간이다. 그의 운명은 그를 가리킬 뿐이다. 운명은 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커다란 이론적 원리의 극을 만들어 세계 구조나 운명의 습성을 그리는 것이라, 단순한 극으로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며 인간은 그 극의 획득물이어야만 한다. _베르톨트 브레히트

시가 주는 순수함의 극치도 그러하지만 셰익스피어 희곡이나 멋진 소설들은 나를 치유한다. 한 가지 이유는 내 고통과 절망을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김연수 작가가 말했듯이, 불타는 다리를 건너고도 바보같이 또 건너는 인간들의 군상이 나오기 떄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리 만족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처절한 피의 복수나 사회적 통념을 깨는 미친 사랑까지도 내 대신 해주기 떄문이다. 아무런 고통이나 갈등, 절망이 없다면 소설의 존재 이유도 없는 것이기에 그 혼란과 번뇌의 숲 속에서 나는 내 절망과 욕망까지도 풀어놓는다. 작가는 이를 '소설을 읽는 일은 소설 속 캐릭터의 감각을 대신 맛보는 일'이라고 했다.

소설가들은 사물을, 세상을 평범한 일반인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고, 소설을 쓰기 위한 기본 자세가 담긴 단계별 전략을 제시했다. 작가가 제시한 펄펄 끓는 얼음에 이르기 위한 5단계는 문제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도 말고, 토가 나오도록 계속 써야 하며, 서술어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토해놓은 걸 치우고(서술어 부분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 것), 귀찮을 정도로 감각 정보로 문장을 바꿀 것, 소설을 쓰지 않을 때도 이 세계를 감각하라고 했다. 감각하라는 말은 첫 번째 단계인 문장을 아예 생각하지 말라는 말과도 통한다.

이 감각적 세계에 안기기까지 무수히 많은 습작을 해야겠지만 작가도 이야기했듯이 전지적 작가가 될 때까지 최대한 느리게 소설 쓰기로 단련이 될 것이다. 운전할 때는 볼 수 없었던 느리지만 뚜벅이만이 새로운 세상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느리게 호흡하고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쓰되, 이 세계를 매 순간 감각하자. 마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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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소설가의 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a*****8 | 2019.09.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김연수작가의 책은 한권도 읽은적이 없지만 빨간책방의 흑임자, 김중혁작가의 베스트프렌드(?) 라는건 안다. 김중혁작가가 가끔 이야기하는 김연수작가는 참 특이한 사람같아서 소설보다는 그의 세계관을 잘 알수있는 에세이를 먼저 택했다. 소설가의 일이라는 제목.. 소설가로서 어떤생각을 하며 소설을 쓰는지 본인이란 작가는 어떤인간인지 진솔하고 때로는 유머도 곁들어져 무척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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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작가의 책은 한권도 읽은적이 없지만 빨간책방의 흑임자, 김중혁작가의 베스트프렌드(?) 라는건 안다. 김중혁작가가 가끔 이야기하는 김연수작가는 참 특이한 사람같아서 소설보다는 그의 세계관을 잘 알수있는 에세이를 먼저 택했다. 소설가의 일이라는 제목.. 소설가로서 어떤생각을 하며 소설을 쓰는지 본인이란 작가는 어떤인간인지 진솔하고 때로는 유머도 곁들어져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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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미래는 소설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18.09.18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매일 쓰지 않아도 좋은 시간이었다. 쓰지 않은 날은 읽는 하루가 되었다. 공책 한 권에 소설 한 편씩. 하루에 한 장을 쓰고 나면 뿌듯한 마음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는 아니고 뭘 좀 먹고 기쁨을 만끽했다. 재능으로 밀고 나가기 보다 노력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꾸준히 쓰다 보면 늘겠지라는 마음으로 쓰다가도 어떤 날은 한 문장도 쓰지 못했다. 그럴 땐 소설을 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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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쓰지 않아도 좋은 시간이었다. 쓰지 않은 날은 읽는 하루가 되었다. 공책 한 권에 소설 한 편씩. 하루에 한 장을 쓰고 나면 뿌듯한 마음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는 아니고 뭘 좀 먹고 기쁨을 만끽했다. 재능으로 밀고 나가기 보다 노력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꾸준히 쓰다 보면 늘겠지라는 마음으로 쓰다가도 어떤 날은 한 문장도 쓰지 못했다. 그럴 땐 소설을 읽었다. 내가 쓰려는 문장이 거기 있었다.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자 그 하루도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였다. 소설은 그런 식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말하지도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돌기만 했다. 나를 봐달라고 말해도 돌아봐 주지 않는 소설은 아, 얄미운 사람이었다. 

 

  너무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니 한 번만 만나달라고. 매일 밤 책상에 앉아 있느라 거북목이 된 내 등 뒤에 잠깐 와 달라고. 말해보았지만 소설 님은 와 주지 않았다.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다. 이야기가 마구 떠오르면서 신나게 자판을 쳤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게 문장이 잘 써졌다. 이러다 한국 문학을 넘어서 세계 문학까지 평정하는 거 아냐, 자만에 빠지려다 저장하기에 실패했다. 날아갔다, 명작 소설이. 파일을 복구하려고 별짓을 다 했다. 좌절. 사랑하는 소설 님은 딱 한 번 방문하셨다가 홀연히 떠나버렸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한 달에 한 편 소설을 써댔던 시기가 있었다. 말 그대로 써댔다. 이런 것도 소설이라고 할 정도로 난잡하고 별 볼 일 없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제목이 이상하다, 비문이 많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줄거리다, 악평을 들은 날에는 집으로 달려와 문을 닫고 엉엉 울었다. 소설도 못 쓰는데 자존심은 세기만 한 꼴불견으로 살았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꺼내서 읽었다. 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쓰지 않아도 누군가는 소설을 쓴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독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재를 경험한다. 독자에게 과거란 어떤 책을 읽지 않은 상태를 뜻하고, 미래란 어떤 책을 읽은 상태를 뜻하겠지. 그렇다면 독자에게 현재란? 어떤 책을 읽고 있는 상태다. 다들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으면 우리는 독자인 셈이다. 

(『소설가의 일』中에서, 김연수) 

 

  김연수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읽는 나는 독자다. 과거에 한 번 『소설가의 일』을 읽은 독자고 현재 두 번째  『소설가의 일』을 읽은 독자다. 나의 미래 역시 무언갈 읽는 독자로 남는다. 소설가가 되어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소설을 쓰는 순간 소설가가 된다는 『소설가의 일』의 문장을 빌려오자면 나의 미래는 독자인 동시에 소설가가 된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나는 미래를 예언한다. 소설의 구성 단계인 발단을 쓰기 시작한 소설가다. 

 

   『소설가의 일』은 그가 방위병 시절 산 286컴퓨터로 첫 소설을 썼을 때를 중심으로 소설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다룬다. 탄생이라는 단어는 거창하다. 소설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질문한다.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소설가란 소설을 쓰는 사람이지 않냐고. 그렇다. 소설을 쓰는 순간 그는 소설가가 된다. 소설을 쓰기 위해 단어를 찾고 문장을 쓰는 순간부터.  

 

  김연수는 뉴욕 제과점과 서울 식품 주변에 살던 평범한 학생이 문학에 눈을 뜬 시간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단팥죽을 만드는 어머니 곁을 지키던 학생은 천문학과에 가기를 꿈꾸지만 소설의 뻔한 줄거리처럼 그는 좌절한다. 수학 시험을 보는 순간 불합격을 예감한다. 밤하늘의 별을 연구하고 싶어 한 그는 영문학과에 들어가 소설, 철학, 신화 등 각종 책을 읽기 시작한다. 시와 소설을 쓴다. 영문학과에 다니는 학생은 읽기라는 수동적인 행위를  쓴다는 능동의 형태로 경로를 우회한다.  

 

  책을 좀 읽다 보면 드는 건방진 생각이 있다. 내가 발로 써도 이것보다는 낫겠다는 뻔뻔하고 허세 충만한 마음.  

 

시간을 초월해서 과거와 미래를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 존재가 세상에는 둘밖에 없는데, 하나는 이 우주를 창조한 신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다, 바로 한 권의 소설을 완성한 소설가다. 신과 소설가의 공통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를 창조하되 자신은 그 시간 바깥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신은 우주의 바깥에, 소설가는 소설의 바깥에. 어떻게 하면 소설의 신이 될 수 있는지 그간 궁금했다면, 여기 그 해답이 있다. 소설의 바깥에 있으면 된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기를. 

공책과 연필만 있다면, 소설가는 어디에서든 글을 쓸 수 있다. 작업실 책상에 앉아서 쓸 수도 있고 동네 카페의 창가 자리나 방바닥에 엎드려서 쓸 수도 있다 

(『소설가의 일』中에서, 김연수) 

 

  죽도록 사랑한 소설 님에게 버림받은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화가 난 나머지 컴퓨터를 날려 버리고 싶었던 화를 이야기와 문장을 다시 복구하는데 쓰기로 한다. 완벽한 문장이었는데 서사는 기똥찼는데 이런 생각과 싸우면서 기억을 떠올렸다. 뭐, 추측대로 대실패. 새우가 친구하자고 할 정도로 굽은 등으로 날아간 소설을 붙잡고 있는 나를 멀리서 또다른 내가 바라보게 되었다. 한심하고 한심했다. 어차피 가져가봤자 욕이나 먹을 소설이었는데 쿨하게 보내주지는 못할망정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꼴이라니.  

 

  시간의 바깥에 존재한다는 소설가는 되지 못하고 읽는 사람으로 현재를 살아간다. 폴 오스터는 자신이 열렬히 좋아하던 야구 선수를 만나 종이와 펜이 없어 사인을 받지 못한 일화를 들려주며 종이와 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인을 받을 수 없었지만 그때부터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썼다고 한다. 사인과 맞바꾼 소설 쓰기의 시작이었다. 폴 오스터의 말 잘 듣는 팬으로서 가방에는 소설 님이 언제 찾아와 문장을 불러주고 이야기를 들려줄지 몰라 공책과 필통을 챙겨 다닌다.  

 

  쓰는 시간으로 불안한 한 시기를 건너왔다. 핍진성을 획득하기는커녕 우연으로 범벅된 소설이었다. 문장은 거칠고 인물들의 대화는 어색했다. 미래의 소설가는 현재의 독자다, 발로 써도 그보다 낫겠다고 무시하며 소설을 읽는 나다.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은 쓰는 순간과 읽는 시간을 가진 독자라면 그 누구라도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옆구리 팍팍 찔러가며 꼬드기는 응원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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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7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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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소설 쓰는 자세에 대해 알려주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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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예* | 2022.06.18
구매 평점4점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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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폼*링 | 2020.03.03
구매 평점4점
김연수작가의 세계관을 알수있어 좋았어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a*****8 |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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