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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통혁당 사건 무기수 신영복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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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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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3530069
ISBN10 897353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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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서 크게 떼어서 아무 스무남은 걸음 될까. 양재 공장 입구를 엇비슷이 비킨 자리에 '짜보' 라는 인도네시아 원산의 자그마한 닭 한 쌍이 살고 있습니다. 새벽 4시쯤이 되면 어김없이 울기 시작하여 이곳에 잠시 산촌의 아침을 만들어 줍니다. 이 닭은 양재 공장 사람들이 애지중지 기르고 있는 것입니다. 갇힌 사람들이 또 무엇을 가둔다는 것이 필시 마음 아픈 일일 터인데도, 역시 '키운다'는 기쁨을 그 아픔을 갚고도 남는가 봅니다.

나는 운동 시간에 그 앞을 지나다 이따금 발걸음을 멈추는 한낱 구경꾼에 불과하여 아픔이든 기쁨이든 마음에 담을 처지가 못될 뿐 아니라 책 들고 새벽을 앉았다가 닭울음에 더러는 글줄 좋이 빼앗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훌륭한 새벽의 친구입니다.
--- p.48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 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 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C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1985년 8월 28일 대전에서)
--- p.92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인 연, 실천적인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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