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 들어보니까 모슬포까지 실어가는 사람이 신발도 던지고, 옷도 던지고, 끌려간다는 표시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말까지 들었어요. 증언에 의하면. 그때 군대 생활하면서 명령받아 직접 학살에 참여한 사람 증언도 있었고. 조사만 잘되고 미군 같은 데서 협조만 잘해주면 진상은 많이 밝혀질 텐데.
미국 같은 데는 관여 안 한 것처럼 하지만 그게 다 관여가 됐어요. 그 당시도 제주도에 미군들은 보인 거 같지 않아요. 큰 사건이었으니까 고위층에서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p.23
4·3평화공원 사료관, 기념관은 그 정도 자료라도 있다는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재판을 거치지 않고 죽은 사람들도 있고, 재판을 거치지 않고 죽은 과정을, 그 사람은 무슨 죄 때문에 감옥에 있었다는 것이 밝혀져야 되는데, 밝혀지지 않고 있고.
저희들도 형님이 돌아가시긴 했는데 과연 무슨 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죄가 있다면 어떤 죄 때문에 그렇게 됐는지, 그리고 왜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죽일 수 있었는지, 그런 과정이 어떻게 됐는가를 밝혀야 될 것 같아요. --- p.25
면담자: 그래도 형님하고 오용범 세력이 마을을 이끌었던 모양입니다.
완전 이끌언마씸. 마을을 나쁘게 이끈 게 아니고, 선진교육을 받은 분들이 그런 겁니다. 딴 마을도 그런 거 같아마씸. 제주도 선각자 지식인들 많이 희생당했습니다. 어느 마을도 그런 사람만 희생당했지. 물론, 4·3사건 진압하는 과정에서 막 억울도 헷주만 희생당한 사람은 전부 지식인이우다. 만약 그분들이 그대로 있었으면 정말 제주도에 일익을 담당하고. 다 할 만한 사람들이 거의 돌아가셔 버렸습니다. --- p.76
아직도 해결할 게 많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그렇게 행방불명에 대한 것을 규명하긴 어려워도 유족이 어느 시점까지 자기네 유족이 희생된 건 아니까, 행방불명된 유족을 모아서 여기에 대한 대책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DNA검사? 유해 검사해서 시신만 나오면 된다는데……. 그걸 검사해서 시신만 나오면 되는데, 못 나온 사람에 대해서는 영원히 행방불명자로만 낙인해서 하지 말고, 이름을 좀 바꿨으면 해져마씸게. 희생자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라 하는 것은 듣기가 참. 이런 것도 연구를 해야 할 것 아닌가마씸. 행방불명이라는 말 말고 어떻게 좀……. --- p.89
이 일을 하면서 보람 같은 것은, 그렇게도 바라던 위령비를 세우고 위령제를 지내게 된 거야. 내가 정말 쓰러져서 죽을 뻔까지 했던 그 일, 살다 보니깐 참 되는 거구나…….
앞으로 바라는 거? 명예회복이 돼야 하고 유족들이 잘 뭉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유족회 명의로 해서 장학금 같은 걸 주면서 키워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잘 이끌어갔으면 하는 겁니다. 이걸 정말 하고 싶은데……. --- p.101
끌려가 취조받고 죽는 사람들은 1중대 관할. 거 사형장이나 마찬가지니까. 여기저기 끌려가서 누군가 지적하면 죽는 거예요. 이렇게 보니까 이 새끼줄 하나로 묶어가지고 줄줄이 앞뒤로 숲 있는데 몰아가서, 일일이 일렬종대로 세와가지고 그냥 총 쏘는 걸 봤거든요.
‘아, 이거 잔인하다.’ 난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거든.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느냐. 저분들이 무슨 문제가 있는고.’ 이제는 일흔이 넘어 뭐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도 어이가 없거든요. 무슨 죄가 있어서 저렇게 죽여. 여자고 남자고. 여자들이 공산주의에 대해 뭘 압니까. 아, 어른들이 보기만 해도 알 거 아닙니까. 그분 얘기만 들어보면 알아요. 이분 학식이 있는 분인가, 없는 분인가. 그런 사람들을 일렬종대 세워놓고 그것도 아니고 기관총으로 “다다다다다” 갈겨 죽이는 거예요. --- p.115
오빠가 “송아지를 쉐(소)로 알아서 나가 잡아먹었다”고 허니까 이제 오○○이란 분이 허는 말이 “뭐라 해도 우리는 마음 돌리지 못허쿠다. 오늘 승리해지카부덴 허는 것이 아니고, 이제 몇십 년 후에나 몇백 년 후에 나라가 분단된 때에 그래도 나라를, 조국통일을 위해 싸왔다고 허는 사름이 셔 낫젠 허는 말을, 그 말을 위해서 우린 싸우고 잇수다. 오늘 이기려 허는게 아니고. 우리가 이렇게 안 허민 자손들한테 무엇을 남깁니까. 우린 오늘 죽어도 이렇게 허다가 걸려서 죽어도 후대에 나라가 분단된 때에 나라를 위해 싸운 사름이 있다고 허는 그것을 위해 우린 싸왐수다” 헌 말을 했어. 나 그 사름 ?른 말이 제일 확실하게 생각나는걸. ‘아, 그랬구나’ 헌 걸 나도 이제 나이 많아가니까 ‘그것이 조국을 위한 혁명이로구나’ 생각을 허는 거라.
--- p.194